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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문재인 정부가 사회경제개혁에서 방향을 잃고 흔들리는 모습을 보입니다. 오마이뉴스와 사회경제개혁을 위한 지식인선언네트워크는 문재인 정부 사회경제개혁 정책을 긴급 점검하는 칼럼을 총 4회에 걸쳐 싣습니다. 다룰 주제는 부동산 정책, 전국민고용보험제, 그린뉴딜, 재벌개혁입니다.[편집자말]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0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부동산 보완대책 추진방향 등에 대한 내용을 담은 '제10차 비상경제 중앙대책본부 회의 결과' 브리핑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왼쪽은 진영 행정안전부 장관, 오른쪽은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0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부동산 보완대책 추진방향 등에 대한 내용을 담은 "제10차 비상경제 중앙대책본부 회의 결과" 브리핑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왼쪽은 진영 행정안전부 장관, 오른쪽은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2020.7.10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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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인터넷 사이트에 이런 말이 나돈다고 한다. "나는 대선 때 문재인 대통령 안 찍었어. 근데 집값을 이렇게 올려주니 미워할 수가 없네." 강남 등지에 아파트를 여러 채 가진 부동산 부자가 했을 법한 말이다. 이와는 상반하는 다른 말도 나돈다고 한다. "나는 확고한 문재인 정부 지지자였어. 문재인 대통령 당선되면서 자가(自家)냐 전세냐 고민하다가 전세를 선택했지. 믿었던 도끼에 발등 찍힌 셈이야. 이번 생은 망했어." 집을 사려다 정부를 믿고 전세를 선택한 30대 직장인이 했을 법한 말이다. 

문재인 정부는 도대체 무슨 사정으로 반대자도 지지자도 전혀 예상하지 못한 정책 결과를 만들어낸 걸까? 정책 당국자의 말로만 판단하면, 이런 결과는 결코 나올 수 없는 일이었다.

2017년 8.2대책 발표 자리에서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집을 거주공간이 아닌 투기수단으로 전락시키는 일은 용납하지 않겠다"고 공언했다. 당시 부동산 정책을 총괄하던 김수현 전 청와대 사회수석은 대책 발표 직후 가진 기자 간담회에서 "어떤 경우든 새 정부는 부동산 가격 문제에 대해선 물러서지 않을 것"이라며 결연한 의지를 표명했다.

문재인 정부는 집권 초부터 부동산 가격을 안정시키겠다고 분명하게 말했다. 그 후에도 정책 당국자는 부동산 대책을 발표할 때마다 이런 유의 언사를 반복했다. 

2020년에는 그동안 침묵하던 문재인 대통령까지 나섰다. 신년사에서 '투기와의 전쟁'을 선포하는가 하면, 새해 기자회견에서는 급등 지역의 부동산값이 "원상회복돼야 한다"는 의미심장한 발언을 내놓았다. 지난 7월 16일에 행한 국회 개원연설에서는 예전 "부동산을 많이 가진 것이 고통이 되도록 해주겠다"고 했던 김영삼 대통령을 연상시키듯, "부동산 투기를 통해서는 더는 돈을 벌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하겠다"라며 강한 문제 해결 의지를 표명하기도 했다. 

정부 스스로 '초강력 대책'이라 자부하는 7.10대책이 어떤 결과를 초래할지 두고 봐야겠지만, 정부 출범 후 3년 2개월이 지나는 동안에 정책 당국자의 레토릭과 정책 성과에 괴리가 너무 컸기 때문에 지금 문재인 정부는 부동산 정책에 관한 한 양치기 소년과 진배없다.

과거에는 정부가 부동산 대책을 발표하면 최소한 6개월이나 1년 동안은 시장이 잠잠해지는 것이 보통이었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 들어서는 이런 일시적 안정화 효과조차 크게 약해졌다. 정부가 부동산 대책을 발표하면 즉시 여기저기서 풍선 효과가 발생했고 부동산값은 더욱더 올라갔다. 

'투기꾼은 날아다니는데 정부는 기어다닌다'는 비아냥이 쏟아졌다. 마용성(마포구·용산구·성동구), 노도강(노원구·도봉구·강북구), 금관구(금천구·관악구·구로구), 수용성(수원·용인·성남), 안시성(안성·시흥·화성), 김부검(김포·부천·검단) 등의 신조어도 속출했다.

7.10대책이 아파트값 폭등을 잠재울 수 있는 제법 강한 내용을 담았음에도 많은 국민이 의구심을 지우지 못하는 것은 문재인 정부 부동산 정책에 대한 신뢰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공표효과를 상실한 정책은 내용이 아무리 강해도 소용이 없다(공표효과란, 정책이 시행되기 전이라도 발표하는 것만으로 효과를 발휘하는 현상을 뜻한다). 

부동산 투기는 거대한 괴물
 
  청와대 김수현 정책실장(오른쪽)과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지난 2018년 11월 20일 청와대에서 열린 제3차 반부패정책협의회에서 얘기를 나누고 있다.
  청와대 김수현 정책실장(오른쪽)과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지난 2018년 11월 20일 청와대에서 열린 제3차 반부패정책협의회에서 얘기를 나누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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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가 부동산 정책에서 왜 이렇게 참담한 지경에 떨어지고 말았을까? 문재인 대통령을 비롯해 노무현 정부 때 부동산 투기와 씨름했던 '노련한' 인사들이 청와대 안에 있었다. 그들은 이명박·박근혜 정부가 펼친 노골적인 부동산 경기부양 정책 때문에 수도권 부동산 시장이 심상찮게 돌아가고 있다는 것도 잘 파악하고 있었을 터이다.

재집권을 최고 목표로 해서 부동산 문제로 공연히 소란을 일으키지 말자는 정무적 판단이 작용했다고도 하고, 노무현 정부 때 입은 트라우마가 작용했다고도 한다. 하지만 요즈음 나는 문재인 대통령과 그 주변 정책 참모들의 부동산과 투기에 대한 관점에 문제가 있었던 것이 아닌가 의심을 하고 있다. 

부동산 투기란 거대한 괴물과도 같은 존재다. 달리 표현하면 화산 지대에서 땅 밑에 꿈틀거리는 마그마와도 같다. 모종의 이유로 시중에 유동성이 넘쳐흐르게 되면 잠자던 괴물은 마치 아드레날린 주사를 맞은 것처럼 날뛰기 시작한다. 그때 누군가 괴물이 갇혀 있던 문을 열어주면 괴물은 뛰쳐나온다.

한국에서 괴물에게 문을 열어준 것은 분명 이명박·박근혜 정부다. 하지만 괴물이 우리를 뛰쳐나오는데도 별일 아닌 일처럼 대처한 것은 문재인 정부다. (최근에 부동산값 폭등시킨 범인이 누구냐를 둘러싸고 논란이 있는 모양이다. 하지만 세 정부 모두 책임이 있는 만큼 그 문제를 두고 누구 책임이냐며 얼굴을 붉힐 일이 아니다.)

문재인 정부 초기에 투기 괴물이 설치고 있을 때 청와대에서 정책의 방향타를 잡았던 것은 장하성 정책실장과 김수현 사회수석이었다(그리고 그들을 중용한 것은 문재인 대통령이었다). 김동연 기획재정부 장관과 김현미 국토부 장관이 있었지만 큰 변수는 아니었다. 장하성 당시 정책실장은 한국 사회에서 부동산은 근본문제가 아니라는 철학을 가진 사람이다. 그러니 괴물이 우리를 뛰쳐나와 설치는데도 그 사실 자체를 인식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크다. 

김수현 당시 사회수석은 부동산 정책 분야에서 산전수전을 다 겪고(그는 노무현 정부 부동산 정책의 실무 책임자였다), 웬만한 부동산 이론은 다 섭렵했다는 인물이다. '내가 해봐서 아는데' 하는 사람이 제일 문제라고 했던가? 그는 근본을 건드리는 정책을 빼고도 자신이 체득한 갖가지 정책 수단을 동원하면 투기 괴물을 거뜬히 잠재울 수 있다고 믿었던 것 같다.

아니, 그는 자신이 직면한 괴물을 자신이 가진 그물로 쉽게 잡을 수 있는 동물쯤으로 착각했다. 그래서 그는 규제 강화 지역을 지정하고 그곳을 중심으로 대출규제·양도소득세 강화 등의 투기 억제 방안을 마련하는 동시에 서민을 위한 주택 공급 확대 정책을 추진했다. 그는 마치 몸에서 어떤 부위가 아프다고 호소하는 환자를 두고 그 통증 완화에 치료를 집중하는 의사와도 같았다.

그 과정에서 핀셋 규제, 핀셋 증세라는 말이 나왔다. 집값이 올라가는 지역이 생기면 거기에 규제를 시행하고, 부동산 투기를 선도하는 사람이 눈에 띄면 그들에게 세금을 중과하는 방식이다. 이렇게 초기에 김수현 수석이 만들어놓은 정책틀은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초강력 대책으로 평가받는 7.10대책도 정책 기조가 핀셋 방식이라는 점에서는 그전 대책들과 차이가 없으니 말이다.

7.10대책에서 문재인 정부는 그동안 미적대던 종부세 강화를 하겠다고 했지만, 적용 대상은 극소수다. 양도세도 대폭 강화하겠다고 했으나, 대상은 단기 거래자와 규제지역 다주택자다.

근본정책은 보유세 강화
 
 문재인 대통령이 23일 오후 경남 김해시 봉하마을 대통령 묘역에서 열린 노무현 전 대통령 8주기 추도식에서 인사말을 마친 뒤 단상에서 내려오고 있다. 2017.5.23
 문재인 대통령이 23일 오후 경남 김해시 봉하마을 대통령 묘역에서 열린 노무현 전 대통령 8주기 추도식에서 인사말을 마친 뒤 단상에서 내려오고 있다. 2017.5.23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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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은 부동산 문제 때문에 지지율이 급락하는 데 당황했지만 정작 근본문제가 무엇인지는 깨닫지 못한 것 같다. 나는 문 대통령이 노무현 정부 당시의 그 험난했던 경험을 단지 트라우마 정도로 받아들이는 것 같아 걱정된다. 투기 괴물은 핀셋 들고 나서서 잠재울 수 있는 존재가 아님을 왜 그때 배우지 못했을까? 진짜 의사는 통증 부위가 아니라 그 통증을 유발하는 근본 원인을 찾아내고 그것을 제거할 처방을 제시하는 사람임을 왜 몰랐을까?

핀셋 방식이 아닌 근본 처방이 무엇이냐고? 나는 그 처방이 무엇인지 수없이 이야기했다. 다시 말한다. 부동산 투기는 부동산 불로소득 때문에 생긴다. 투기에 불을 붙이는 것은 과잉 유동성이다. 하지만 지금과 같은 경기침체 국면에서 유동성을 줄이는 금융정책을 사용할 수는 없다. 그러니 남는 방안은 한 가지뿐이다. 부동산 불로소득을 근본적으로 차단하는 방법이다. 

부동산 불로소득 차단에 가장 좋은 수단은 보유세 강화 정책이다. 7.10대책으로 그 정책을 펼치지 않느냐고? 유감스럽게도 그것은 핀셋 증세의 틀에 머물러 있다. 근본 대책을 세우려면 보유세 강화 정책을 고민하라. 그 정책을 펼치면 조세저항이 따른다고? 그러니 거기에는 역발산기개세(力拔山氣蓋世)가 필요할 수밖에.

노무현 대통령은 혼자서 그 일을 밀어붙였다. 문재인 대통령에게 노무현의 용기를 기대할 수 있을까? 더욱이 조세저항을 극복하고 제도를 정착시키려면 뱀 같은 지혜도 필요하다. 보통 사람이 갖지 못한 용기와 지혜를 두루 갖춘 사람, 나는 그런 사람을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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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실련 토지주택위원장, 토지정의시민연대 정책위원장, 토지+자유연구소 소장 등을 역임했고, 현재는 대구가톨릭대학교 경제금융부동산학과 교수로 재직하며 지식인선언네트워크 운영위원장을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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