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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병사들이 청와대 청원 게시판에 글을 남기는 일이 빈번해졌다.

지난 6월엔 '제1군단사령부 제1공병여단 여단장의 실태'란 글이 청와대 청원 게시판에 올라 화제가 됐다. 현재 1만 1000명가량의 동의를 받은 이 청원글을 쓴 일병 병사는 "여단장으로부터 인격 모독을 당해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고 했다.

또 지난해 6월에는 '중장의 보직 해임을 요구합니다'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글을 올린 이는 "아픈 병사에게도 행군을 강요하고, 특급전사가 되지 못하면 외박과 외출을 제한했다"고 폭로했다.

그 밖에도 간부들이 병사의 인권을 무시한다는 글, 해병대 하사의 병사 폭행 사건을 처리해달라는 글 등 병사들이 청와대 청원 게시판을 찾는 일이 늘어났다. 이처럼 병사들의 청원글이 많아지자 일각에선 '청와대가 소원 수리함이냐'는 지적과 함께 병사들의 군기강이 해이해진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출처.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
 출처.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
ⓒ 이성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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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사들의 청원 왜 이렇게 늘어난 걸까

청와대가 소원 수리함으로 전락했다는 지적, 병사들의 군기강이 해이해졌다는 지적 모두 맞는 말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이보다 중요한 건 병사들이 군대를 신뢰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부대에서 자체 해결해 줄 수 없다고 믿기 때문에 외부의 조력자를 찾는 것이다. 

각 부대 내 병사들의 소원수리는 보통은 부대의 장(중대장, 대대장, 단장)들에게 전달된다. 중대장의 소원수리를 보통 중대장이 직접 받는다. 병사들의 요구사항이 직접 전달되는 셈이다. 필자가 있었던 부대는 대대장 이상부턴 전달체계가 달라진다. 병사들이 쓴 소원수리는 부대 중간 간부가 모아 전달한다. 중간 간부가 병사들의 요구사항을 검열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몇 개를 빼도 아무도 모른다. 병사들의 의견은 전달되지 않고, 상급간부는 전달되지 않으니 문제를 모르게 되는 것이다. 

소원수리는 보복이 되어 오기도 한다. 병사들의 소원수리는 철저하게 익명이 보장되지만 익명으로 써도 대충 누군지 다 알 수 있다. 부대가 아무리 커도 같이 일하는 사람들끼리만 만나게 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무언의 보복이 병사들에게 종종 온다. (실제로 필자는 군복무 할 당시 소원수리를 썼다가 간부들에게 조롱 당한 적이 있다. "또 쓸 거지?" 라면서.) 또 여단장과 같은 고위간부의 부조리는 신고할 곳이 마땅치 않다. 결국 병사들은 묵인하는 수밖에 없는 것이다.
 
 출처. jtbc
 출처. jtbc
ⓒ 이성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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핸드폰, 이제라도 쓸 수 있어 다행

병사들의 핸드폰 사용이 지난해 4월부터 시범적으로 운영되다가 지난달 1일 모든 부대에서 전면적으로 시행됐다. 병사들의 핸드폰 사용이 가능해지면서 청와대 청원 글을 쓸 수 있게 되자 휴대폰 사용을 부정적으로 보는 간부들도 있다. 청원 글을 쓴다고 해서 휴대폰 사용을 부적절하게 보는 것은 이 사태의 본질을 보지 못하는 것이다. 병사들이 청와대 청원 홈페이지를 찾는 건 부대 내 자체 시스템인 소원수리를 믿지 않기 때문이다. 이는 신뢰를 잃은 군의 문제를 병사들에게 뒤집어 씌우려는 것에 불과하다. 

병사들의 청원이 늘어나면서 군대 내에서 청원 게시판에 글을 올리기 전 중대장, 혹은 대대장에게 사전 검토를 받으라고 했다는 언론 보도가 나왔고 정경두 국방장관은 확인 중이라고 답했다. 이 역시 문제의 본질을 흐린다. 군 입장에선 병사들의 핸드폰 사용으로 인한 청원 글이 스트레스일 것이다. 그러나 이제라도 핸드폰을 쓸 수 있어 다행이다. 덕분에 병사들은 더 쉽게 도움을 요청할 수 있게 됐으니 말이다. 

문제의 본질을 해결하기 위한 시간은 충분하다. 지금이라도 내부 시스템을 정비해서 병사들에게 신뢰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시대가 변했고, 병사들의 인식도 변했다. 까라면 까고, 부조리도 숨기면 숨겨지는 시대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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