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여름은 싹쓰리가 접수했다. 사실 MBC <놀면 뭐하니?>에 유재석(유두래곤)-이효리(린다G)-비(비룡)가 나올 때만 해도 예능접수에만 그칠 줄 알았는데 웬걸, 판이 점점 커지더니 가요계마저 정식으로 접수한 모양새다. 음원차트에 이어 음악방송에서도 1위를 차지할 거라곤 당사자들도 생각하지 못했을 것이다. 

이런 원샷, 투샷, 쓰리샷을 볼 수 있을 거라고 누가 예상했겠나. 현직 아이돌 다음 순서로 등장해 화면을 채우는 가수 이효리의 원샷도 신기했지만 비와 함께하는 투샷도, 유재석과의 쓰리샷도 모두 희귀 풍경이었다. 비와 유재석도 마찬가지지만, 가장 오랜 무대공백을 가진 이효리의 귀환이 아무래도 더 두드러진다. 게다가 싹쓰리의 센터 아닌가. 

30일 오후 Mnet 생방송 <엠카운트다운>에 출연한 싹쓰리는 '다시 여기 바닷가'로 1위 후보에 올랐고, 후배 전소미와 트로피를 놓고 겨룬 끝에 1위를 거머쥐었다. 이들은 기쁨에 겨운 1위 소감을 다음처럼 얘기했다.   
      
"싹쓰리를 대표해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저희가 싹쓰리를 결성한 이유가, 요즘 힘든데 여러분에게 즐거움을 주고자, 그래서 결성했거든요. 여기 나오신 후배 여러분들도 너무 감사합니다." (비) 

"여보! 나 1위 했어. 너무 보고 싶어!" (이효리)
 
"저희를 아껴주신 수많은 우리 팬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놀면 뭐하니?> 제작진과 <엠카운트다운> 제작진에게도 감사합니다. 이런 일이 일어날 거라고는 꿈에도 상상하지 못했는데요. 상순아, 고맙다!" (유재석)

유재석이 감사를 전한 '상순이'는 이효리의 남편이자 1위를 수상한 이들의 곡 '다시 여기 바닷가'의 작곡가다. 이들의 <엠카운트다운>에서의 1위는 보다 특별하다. <쇼! 음악중심>을 통해 데뷔무대를 한 지 일주일 만에 이룬 성과기 때문이다. 

'엠카운트다운' 싹쓰리 무대에 '뭉클'

TV로 <엠카운트다운> 싹쓰리 무대를 지켜보면서 가슴이 울렁거렸다. '블루레인'을 부르던 이효리가, '텐미닛'을 부르던 이효리가 겹쳐 보였고 또 그 위로 그 당시의 내 모습이 겹쳐 보였기 때문이다.

비도 기분을 이상하게 만들었다. '안녕이라고 말하지마'를 따라부르고 환호했던 예전의 내가 지금의 나 위에 겹쳐지며 묘한 기분에 젖어 들었다.
   
사실 예능 분위기로 갈 줄 알았는데, 무대에서 세 사람은 진지했다. 가수로서의 프로페셔널한 모습을 보여줬고, 그래서 더 예전 전성기 때의 이효리와 비를 보는 것 같아서 팬이었던 이들조차도 과거로 돌아가는 기분을 느끼게 했다.

세월이 참 많이 지났다고 느끼다가도 한편으로는 여전하다고 느껴지는 복합적인 심정이었다. 수상소감 후 싹쓰리 멤버들과 아이돌 후배들이 한 무대에서 다같이 춤을 추는 모습 또한 뭉클함을 자아냈다. 

유두래곤 유재석은 데뷔 무대 리허설 땐 카메라를 못 찾아 동공지진을 일으켰지만, 두 번째 무대에선 완벽에 가까운 무대 매너를 보였다. 무대를 끝내고 마지막에 숨을 격하게 헐떡이는 모습은 현직 아이돌과 흡사했다(물론 연출이지만). 싹쓰리의 음악방송 비하인드는 오는 8월 1일 방송하는 <놀면 뭐하니?>를 통해 볼 수 있다.  

싹쓰리의 활동에 음원사이트 아래 달린 댓글도 폭주하고 있다. 

"요즘 싹쓰리 덕분에 행복해요~ 여름이 가지 않았으면"

"엠카에서 1위 하는데 울었어요ㅜㅜ 너무 감격스러워서... 싹쓰리의 1위는 그냥 1위가 아니라 그들과 같은 세대를 겪은 모든 이들을 위해서, 대신해서 받은 느낌이었어요. 그대들이 이처럼 현 아이돌과 공존해서 사랑받을 수 있다는 것이 자랑스럽습니다."

싹쓰리가 오래 활동해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주기를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