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재도약을 이끌려 했던 최용수 감독이 끝내 임무를 완수하지 못했다.

FC서울 구단은 30일 공식 SNS를 통해 최용수 감독이 성적부진에 책임을 지고 자진 사퇴한다고 발표했다. 지난 2018년 10월 강등 위기에 처해 있던 친정팀 서울의 감독으로 부임해 서울의 강등을 막아낸 최용수 감독은 작년 시즌 서울을 3위까지 끌어 올렸다. 하지만 올 시즌 서울은 구단의 소극적인 지원 속에 11위까지 순위가 추락했고 결국 최용수 감독은 시즌 반환점을 앞둔 시점에서 팀을 떠나게 됐다.

서울의 전신이라 할 수 있는 안양 LG 치타스에서 프로 생활을 시작한 최용수 감독은 서울에서 선수 생활을 마쳤고 2016~2017년 중국 슈퍼리그 장쑤 쑤닝의 감독을 역임했던 10개월을 제외하면 지도자 생활도 대부분 서울에서 지냈다. 그렇게 선수로나 지도자로나 서울을 대표하는 '레전드'라 할 수 있는 최용수 감독은 감독으로서 서울과의 두 번째 인연을 불과 21개월이라는 짧은 시간에 마감하게 됐다.
 
  프로축구 K리그1(1부)과 대한축구협회(FA)에서 부진을 거듭한 FC서울의 최용수 감독이 결국 지휘봉을 내려놨다. 서울은 30일 오후 "최용수 감독이 자진 사퇴했다"고 밝혔다. 사진은 지난 4일 수원과의 원정 경기 당시 최용수 감독.

프로축구 K리그1(1부)과 대한축구협회(FA)에서 부진을 거듭한 FC서울의 최용수 감독이 결국 지휘봉을 내려놨다. 서울은 30일 오후 "최용수 감독이 자진 사퇴했다"고 밝혔다. 사진은 지난 4일 수원과의 원정 경기 당시 최용수 감독. ⓒ 연합뉴스

 
한 시대를 풍미했던 스트라이커, 지도자로도 성공시대

지난 1994년 LG 치타스(현 FC서울)에 입단한 최용수 감독은 아나톨리 비쇼베츠 감독이 이끌던 올림픽 대표팀에서 윤정환(제프 유나이티드 감독)과 환상적인 호흡을 자랑하며 많은 골을 만들어냈다. 최용수 감독의 탁월한 골 감각은 성인 대표팀에서도 계속 이어졌고 1997년 월드컵 예선에서 7골2어시스트를 기록하며 한국축구 부동의 스트라이커였던 황선홍(대전 시티즌 감독)을 위협하기도 했다.  

최용수 감독은 현역 시절 K리그 득점왕(1999년)과 MVP(2000년)를 차지한 후 J리그로 진출해 2001년 제프 유나이티드에서 활약하며 득점 2위에 오르는 등 좋은 활약을 이어갔다. 하지만 주전 원톱 후보로 불리며 출전했던 2002 한·일 월드컵 조별리그 미국전에서 결정적인 기회를 날려 버리는 큰 실수를 저지르며 축구팬들의 공분(?)을 사기도 했다. 결국 최용수는 2003년 동아시아컵을 마지막으로 대표팀에서 은퇴했다.

2007년 현역 생활을 마감한 최용수 감독은 FC서울에서 코치로 활동하며 이장수, 세놀 귀네슈(터키 대표팀 감독), 넬루 빙가다(케랄라 블래스터즈 감독), 황보관 등 많은 감독들을 보좌했다. 그리고 2011년 황보관 감독의 자진사임으로 공석이 된 FC서울의 감독대행 자리에 오른 최용수 감독은 5경기에서 4승1무를 기록하며 정식 감독에 취임했다.

최용수 감독은 2012년 무려 72개의 공격포인트를 합작한 데얀(대구FC)과 몰리나로 구성된 '데몰리션' 콤비의 대활약에 힘입어 2위 전북(79점)을 17점 차이로 따돌리며 정식 감독 부임 첫 해 K리그 우승을 차지했다. 2012년에 올린 승점 96점은 서울 구단 역사상 한 시즌 최다 승점 기록이다. 최용수 감독은 2013년에도 초반 부진을 씻고 리그 4위와 아시아 챔프언스리그 준우승이라는 좋은 성적을 올리며 AFC올해의 감독상을 수상했다.

최용수 감독은 2014년 리그 3위와 2015년 FA컵 우승으로 명문구단 서울의 자존심을 지켰다. 최용수 감독은 40대 초·중반의 많지 않은 나이에 감독으로서 뛰어난 커리어를 쌓으며 한국 축구의 소중한 자산으로 자리를 잡았다. 실제로 최용수 감독은 2014년 브라질 월드컵 이후 홍명보 감독의 후임으로 언급되기도 했다. 하지만 울리 슈틸리케 감독(톈진 터다 감독)이 부임하면서 대표팀 부임설은 흐지부지됐고 최용수 감독은 2016년 해외 무대에 도전했다.
 
 많은 환대를 받으며 서울에 복귀했던 최용수 감독은 21개월 만에 초라하게 팀을 떠나게 됐다.

많은 환대를 받으며 서울에 복귀했던 최용수 감독은 21개월 만에 초라하게 팀을 떠나게 됐다. ⓒ 한국프로축구연맹


1년 9개월 만에 끝난 서울과 독수리의 두 번째 만남

이미 수 년 전부터 중국 슈퍼리그의 많은 러브콜을 받았던 최용수 감독은 2016년 6월 장쑤 쑤닝과 계약하며 지도자로는 처음으로 해외리그에 도전했다. 최용수 감독은 시즌 중반부터 팀을 이끌었음에도 2016년 장쑤 쑤닝을 리그와 FA컵 준우승으로 이끌었다. 하지만 장쑤는 2017년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성적을 거뒀고 최용수 감독은 그 해 6월 아시아 챔피언스리그 16강 탈락에 책임을 지고 사임하며 10개월의 짧은 중국생활을 마쳤다.

한국으로 돌아와 해설위원 등으로 활동하며 재충전의 시간을 보내던 최용수 감독은 2018년 10월 친정팀 서울의 감독으로 부임해 강등 위기의 서울을 승강 플레이오프 끝에 K리그1에 잔류시켰다. 최용수 감독은 작년 시즌에도 구단의 만족스럽지 못한 지원속에 서울을 리그 3위로 이끌며 아시아 챔피언스리그 티켓을 따내는 데 성공했다. 최용수 감독의 지도력과 카리스마가 다시 한번 빛을 발한 시즌이었다.

하지만 서울은 K리그의 '양강' 전북과 울산이 시즌을 거듭할수록 점점 전력이 강해지는 와중에도 전력보강을 게을리했고 겨울 이적시장 동안 소문만 무성했던 이청용(울산)과 기성용 영입도 실패로 돌아갔다(기성용은 7월 19일이 돼서야 서울 입단이 확정됐다). 특히 박주영이 30대 중반이 되고 알렉산다르 페시치의 임대만료가 다가오고 있었음에도 이를 대체할 공격자원 영입에 소홀히 한 것은 대부분의 축구팬들이 이해하기 힘들다는 평가.

전력 강화를 소홀히 했던 서울과 최용수 감독이 받아 든 성적표는 예상보다 더욱 처참했다. 서울은 13라운드까지 3승1무9패의 성적으로 12개 구단 중 11위에 허덕이고 있다. 특히 리그에서 가장 많은 29실점을 기록하면서 수비 라인이 완전히 붕괴됐다. 3득점의 박주영이 팀 내 최다득점이고 2개 이상의 도움을 기록한 선수가 한 명도 없을 정도로 공격도 빈약하긴 마찬가지. 결국 최용수 감독은 30일 성적부진에 책임을 지고 자진사퇴했다.

최용수 감독은 서울 감독에 부임한 직후부터 서울 같은 대도시의 '빅마켓 구단'은 적극적인 투자를 통해 리그 전체의 규모를 키우는 역할을 주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구단은 옛 영광에 취해 투자를 소홀히 했고 그로 인한 참담한 결과의 책임은 고스란히 최용수 감독이 지게 됐다. K리그의 관중 입장을 이틀 앞두고 사의를 표명한 최용수 감독은 결국 올 시즌 팬들 앞에 한 번도 얼굴을 비추지 못한 채 서울을 떠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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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리그 FC서울 최용수 감독 독수리 자진사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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