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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학교 폭력을 다룬 JTBC 드라마 '아름다운 세상'
 학교 폭력을 다룬 JTBC 드라마 "아름다운 세상"
ⓒ 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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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24일, 옆 학교 학교폭력 책임 교사 선생님으로부터 학교폭력 신고가 들어왔다는 연락을 받았다.

우리 학교 학생들이 자신보다 어린 옆 학교 학생을 으슥한 곳으로 불러내 욕을 했다는 것이었다. 다행히 때리지는 않았지만, 상급생 여러 명이 하급생 한 명을 위협한 것은 분명 문제라고 학부모가 학교에 신고했다고 했다.

난 때리지 않았다는 말에 정말 다행이다 싶었지만, 곧 실망하고 말았다. 선생님이 말씀하신 아이들은 내가 두 달쯤 전에 옆 학교에 데리고 가 피해 학생과 학부모에게 사과하고 재발 방지를 약속했던 아이들이었기 때문이었다. 분명 나하고 다시는 안 한다고 했는데... 그것도 두 달도 지나기 전에 또 그랬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았다.

전화를 끊고 아이들을 불러 조사할까 하다 하지 않았다. 먼저 내 감정부터 다스리는 것이 우선이라고 생각했다. 아이들에 대할 때 안 좋은 감정으로 만나면 아이들은 자신을 감추거나, 때론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공격성을 띠는 경우를 봤기 때문이었다. 바람직한 문제 해결을 위해선 아이들을 불러 조사하기 전에 좀 더 차분해져야 했다.

학생부실을 나와 운동장을 걸었다. 한참을 걸으니 마음이 좀 가라앉았다. 옆 학교 선생님이 정확히 조사했겠지만, 난 아직 아이들에게 실제로 그랬는지 확인도 하지 않았으며, 또 왜 그랬는지, 어떠한 사정이 있었는지 묻지도 않은 상태였다. 그런데 또 그랬다고 단정하고... 아이들을 탓하기만 했다. 내가 너무 성급했구나 싶었다.

수업 종료 후 두 아이를 불렀다. 아이들은 선생님이 왜 부르는지도 모르고 그저 오라니까 해맑게 웃으며 학생부실로 들어섰다. 저 천진난만한 아이들이 자신들보다 나이 어린 아이를 으슥한 곳으로 데리고 가 협박했다는 것이 순간 믿어지지 않았다. 내가 아무 말 없이 자신들을 보자 아이들은 지레 겁을 먹고 금세 표정이 어두워졌다. 아이들의 위축된 모습을 보며 최대한 차분하게 말했다.

"○○아, □□아, 너희들 A중 △△이 불러서 뭐라 했니?"
"... 네... 선생님, 근데 걔가 지보다 선배인 제 친구한테 욕을 먼저 했어요."
"그렇다고 너희들보다 어린 아이를 여러 명이 좋지 않은 곳으로 불러서 뭐라 하면 그 아이는 무섭지 않을까?"
"그래도 저번에 선생님이 절대로 때리지 말라고 해서 안 때리고 말로만 했어요."
"그래 그건 정말 잘했다."


때리지 않고 말로만 한 것을 선생님과의 약속을 지킨 것으로 생각하는 ○○이를 보니 헛웃음이 나왔다. 이런 아이를 너무 막연하게 지도했구나 싶었다. 또 지난번 일 있고서 등교하는 날이 적다는 핑계로 아이에 대한 지도를 소홀히 한 것이 후회됐다. 좀 더 세심히 그리고 지속적으로 지도했다면 오늘 같은 일은 없었을 텐데... 미안했다.

확신은 없다, 하지만 

조사 결과를 옆 학교 선생님에게 알리니, 선생님은 피해 학생 학부모가 학교장 자체 종결 처리 조건으로 아이들을 직접 만나고 싶어 한다고 했다.

"애들아, 너희들 △△ 학부모님 만나 뵙고 사과드릴래. 그리고 다시는 안 그런다고 약속해야 해. 그럴 수 있어?"
"네, 선생님 그럴게요."
"지난번에도 사과하고 약속했잖아, 이번에는 꼭 지키자. 응?"
"네. 앞으로는 후배들 불러내 뭐라고 하지 않을게요. 약속해요."
"그래. 그럼 내일 수업 모두 마친 후 선생님하고 A중에 가자."


아이들 부모님에게 사안을 설명하니 연신 죄송하다고 하셨다. 특히, ○○이 어머니는 "선생님, 밥 먹고 산다고 ○○이를 잘 돌봐주지 못해서 그렇지... ○○이가 참 착한 아이거든요"라고 말했다. 

"네, 어머니 저도 잘 알고 있어요. ○○이도 곧 좋아질 거예요. 좀만 기다려 보시죠. 제가 더 신경 쓸게요."
"선생님께 정말 죄송해서..."


학부모에게 약속까지 했는데 어떻게 해야 하나 걱정이 됐다. 그렇다고 지금처럼 해선 또 이런 일이 생길 것 같았다. 그동안 난 일이 터지면 아이가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게 하고, 다시는 안 그런다는 약속을 받는 데 집중했다. 교육청 학교폭력 심의까지 넘어가 징계 처분을 받지 않도록 가해 학생 지도 선생님으로서 머리를 숙이는 일도 주저하지 않았다. 그러면 잘하는 것인 줄 알았다. 

그러나 일은 잘 처리했을지 모르지만, 아이들의 변화를 이끌어 내지는 못했던 것 같다. 그러다 보니 학교폭력이 반복되는 것이 아닌가 싶었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하나? 생각만 많아졌다.
 
 목공
 목공
ⓒ 언스플래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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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와 다짐을 마치고 학교로 돌아오며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웃고 있는 아이들을 보다 일단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하기로 했다. 너무 멀리 보지 말고 바로 내 눈앞에 있는 아이들에게 좀 더 집중하기로 했다. 그리고 머릿속 생각을 아이들에게 말했다.

"얘들아, 니들 선생님하고 목공도 하고, 영화도 보러 가고, 그림도 그리고 할래?"

아이들은 잔뜩 긴장한 얼굴로 물었다.

"왜요? 왜 하는데요?"
"선생님 생각엔 너희들은 착한데... 뭘 해야 하는지 뭘 하면 안 되는지 잘 모르는 것 같아. 선생님하고 놀면서 알아 보자고."
"매일이요? 학교에 안 나오는 날도 나와야 해요?"
"아냐, 너희들하고 선생님하고 날짜를 맞춰봐야지. 비용은 무료야, 해 볼래?"
"대신 하다 하기 싫으면 안 해도 되죠?"
"그럼."


이 방법이 맞는지 확신은 없다. 그저 아이들하고 더 부대끼다(?) 보면, 더 많이 보다 보면 뭔가 해결의 실마리라도 찾을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사람의 변화는 따뜻한 접촉에서 시작된다고 믿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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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소재 중학교에서 근무하고 있는 교사입니다. 학교에 다녔던, 또 학교에 근무하며 생각하고 느낀 바를 쓰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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