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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가 늙어가고 있다. 1948년 최초로 구성된 제헌국회에는 전체 2백 개 의석 가운데 44석, 즉 네 자리 건너 한 자리마다 20·30대 젊은 국회의원들이 앉아 있었다. 하지만 국회는 꾸준히 고령화됐다. 지난 20대 국회엔 50대 이상 의원이 82%를 넘었으며 40세 이하 청년 국회의원은 3명, 약1%뿐이었다. '고령화 국회'에서 청년 문제는 번번이 후 순위로 밀렸다.

21대 국회에 청년 의원은 13명뿐이다. 직전 국회와 비교하면 약진했지만, 의석 비율로는 4% 남짓이라 34%의 청년 목소리를 담기엔 여전히 부족하다. 21대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당마다 청년 인재 영입 열풍이 불었지만, 구호만 요란했다. 정치적 자산이 부족한 청년 후보들은 경선에서 살아남지 못했고 기성정치 세력으로부터 선택받은, 소위 청년 인재라 불리는​ 극소수만이 비례대표 후보 우선순위에 올라 국회 진출을 노렸다.

하지만 청년소방관 오영환, 탈북자 출신 인권 운동가 지성호 등 청년 인재들은 청년을 어떻게 대변할지에 대한 계획이 전혀 없었다. 청년을 위해 추진하고 싶은 구체적 정책이 있냐는 물음의 오영환은 지난 1월 영입 기자회견 당시 "제가 정책적으로 많은 해결책을 갖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라고 대답했다. 즉 청년 인재 영입은 청년들 목소리를 듣기 위한 영입이 아니라 스토리와 성공 경험을 통해 '이미지'를 소비하기 위한 영입이었다.

'늙은 정치'는 청년을 동반자로 바라보지 않는다. 그들은 청년의 목소리보다는 '청년 이미지'가 필요하다. 송유현 대학생 유권자센터 부대표는 이런 기성정치의 문제점의 맞서 청년의 의견을 제도권에서 반영시키려는 시민활동가다. 그는 대학생 유권자센터에서 투표독려 캠페인, 유권자조직캠페인, 청년의 정치참여 확대를 위한 조직 및 연계사업, 민주시민 교육 등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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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생이 '정치' 관심 갖게 된 계기? "참여하면 바뀌더라"
 
  송유현 대학생 유권자 센터 부대표(사진)를 지난 25일 영등포역 인근 카페에서 만났다.
  송유현 대학생 유권자 센터 부대표(사진)를 지난 25일 영등포역 인근 카페에서 만났다.
ⓒ 이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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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 부대표가 정치에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는 정치적 효능감 때문이다. 그는 고등학생 때 우연히 학교 게시판을 통해 청소년 참여위원회를 알게 됐다. 그는 청소년 정책 추진 과정에 참여하는 청소년 참여위원회 활동을 통해 자신의 의견을 정책에 반영시켰다.

"청소년 참여위원회 활동을 할 때 저는 청소년들이 놀 공간이 부족하다고 생각해 광명 시장님을 직접 찾아가 청소년 수련관을 제안했어요. 운이 좋게도 비슷한 사업이 진행중이어서 청소년 수련관 디자인 사업에 참여할 수 있었죠. 또 청소년 법적 나이가 9세~24세인 데 착안해 9월 24일을 청소년의 날로 정하자고 제안했어요. 시의회는 이를 받아들여, 광명시는 전국 최초로 청소년의 날을 지정했죠. 이제 매년 광명청소년수련관에서 청소년들이 모여 청소년의 날을 기념해요. 응원 메시지 작성, 감사 엽서 쓰기 캠페인, 선플 온라인 서명, VR, AR 체험 등 이벤트를 진행하는데 정말 뿌듯해요."

송 부대표는 다양하게 활동했다. 광명청년설자리연대 대표, 광명시 자치분권협의회 위원, 광명시 청소년재단 정책자문위원회 위원, 더불어민주당 경기도당 대학생위원회 부위원장 등 일일이 나열하기 어려울 정도다.

"다양한 활동을 했던 이유는, 제 의견이 정책에 반영되는 것이 기뻐 열심히 활동한 것도 있지만 정치인으로 성장하는 길이 명확하지 않았기 때문이에요. 청년정치인 육성시스템이 존재하긴 하지만, 실상 단기 이벤트에 불과하거든요. 예를 들어 미래통합당의 청년정치캠퍼스Q는 총 8회 강연으로 구성돼 있고, 민주당의 '청년정치스쿨' 역시 3~4일 단기 입문자 코스일 뿐이죠."

청년 정치인의 부재, 청년 삶과 동떨어진 청년 정책​으로 이어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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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유현 대학생 유권자 센터 부대표가 투표 독려를 위해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송유현 대학생 유권자 센터 부대표가 투표 독려를 위해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 이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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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정치인 육성시스템의 부재는 청년 정치인의 부재를 낳았다. 그리고 이는 청년들의 삶과 괴리된 청년정책으로 이어졌다. 청년이 아닌 정책결정권자들이 청년 정책을 설계해 정책 부조화가 일어나기 때문이다.

"청년정책 결정권을 가진 사람들은 실제 청년들 삶을 정확하게 이해하지 못하고 있어요. 그러면서 스스로는 청년들을 위해 노력한다고 생각하죠. 청년 삶을 중심으로 일자리, 살 자리, 설 자리 등을 다양하게 만들어야 청년들의 삶이 바뀔 수 있어요. 이를 위해서는 우선 청년들이 의사결정 과정에 자리를 잡아야 합니다. 그리고 정책 결정권을 가진 사람들이 마음과 귀를 열고 청년들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들어야 해요. 그래야 청년들의 삶을 바꾸는 정책이 나올 수 있어요.

실제 서울청년정책네트워크 등장으로 2013년~2020년 현재까지 약 2000명 청년당사자가 시정에 참여했어요. 이들은 103건 이상 정책의제를 발굴해 서울시에 제안했고 의견을 반영시켰어요. 서울시 청년주거권 보장, 청년수요 맞춤형 일자리 정책, 청년 1인 가구 건강권 증진사업 등 청년이 필요로 하는 정책에 예산이 쓰였죠."


국회 간 '청년정치인', 정말 청년들 대변하나

송 부대표는 청년을 대변하지 못하는 청년정치인도 문제 삼았다. 많은 청년정치인이 청년 쿼터를 받아 정치권에 진입하지만, 청년 정책에 대한 구체적 비전이 없을뿐더러 후에는 기성 정치 안으로 편입한다고 보기 때문이다.

"20대 국회 신보라·김수민 의원처럼, 일부 청년정치인들도 국회에 들어가면 청년을 대변하기보다는 기성정치에 편입되려는 모습을 보였어요. 기성정치 화법과 모습을 닮아가는 청년들도 나타나죠. 문제는 이런 이들이 기성정치 스피커가 돼 중심부로 진입하고 있다는 거예요. 이렇게 청년 감수성이 적은 사람들이 핵심으로 갈수록 청년 민의와 현실 사이 괴리감이 커져, 결국 청년 정치인에 대한 신뢰가 깨지고 말 거에요."

송 부대표는 다만, 청년을 대변하지 못하는 정치에는 청년 유권자들 책임도 있다고 지적했다.

"청년들도 '정치는 배운 사람이 해야 한다'는 인식이 강해 자신과 비슷한 처지의 청년후보자보단 학벌이 좋은 후보를 선호해요. 자신과 비슷한 처지의 후보가 청년 문제의 심각성을 뼈저리게 느껴 문제해결을 위해 노력할 텐데, 선거 벽보 한 줄이 모든 것을 결정하죠.

또 청년지지자들이 청년리더에게 좀 더 관용적인 시각을 가졌으면 해요. 그들도 우리와 같은 청년이기 때문에 경험이 없어 실수하기 마련이죠. 청년정치인이 실수한다면 그들을 무조건 비판하지 말고, 이해해주려는 노력이 필요한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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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처럼 한국도 어린 나이부터 정당 가입 가능해야"
 
 여의도 국회의사당.
 여의도 국회의사당.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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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는 시민 삶과 분리될 수 없다. 한국 청년 정치가 활발하지 못한 원인으로 기성정치권의 벽과 함께 청년층의 낮은 투표율이 주로 꼽힌다. 하지만 송 부대표는 청년들이 정치참여에 관심 없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는 단지 청년들이 민주시민으로써 경험이 부족해 정치 참여의 중요성을 모르는 것뿐이라 말한다.

"청년 투표율이 낮긴 하지만 경험의 문제라 생각해요. 군사독재 시절, 투표권이 없었던 기성세대들은 선거 중요성을 잘 알지만, 청년들은 그런 경험이 없어서 선거 중요성을 아직 모르고 있어요. 또 청년들이 정치적 의사 행위의 경험이 너무 적어요. 20세 이전 정치적 의사 행위 경험은 반장선거뿐이죠. 시민이 많은 정치적 경험을 할 수 있어야 해요. 이를 위해선 피선거권 연령과 선거권 연령을 낮춰야 해요. 한국은 선거권을 가지고 있어야 정당에 가입할 수 있어요. 따라서 연령을 낮추면 더 어린 나이에 정치를 경험할 수 있죠.

독일에서는 네 살 때부터 민주시민 교육을 해서 많은 사람이 어렸을 때부터 정치에 관심을 가져요. 또 논쟁성 재현의 원칙이라고, 사회적 갈등을 교실 공간에서 그대로 재현해요. 극우부터 극좌까지 정당들 성향과 내용을 모두 알 수 있죠. 우리나라는 정치교육이 '전교조'나 '빨갱이' 등으로 금기시되지만, 독일에선 이러한 원칙 때문에 분리가 돼요. 정치적 경험이 적은 한국과는 대조되는 모습이죠. 한국도 독일을 밴치마킹 해야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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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 부대표는 청년 정치를 위해 여러 직책을 두루 거쳤다. 하지만 그도 불투명한 미래 앞에선 현실적인 문제를 고민하는 여느 대학생과 똑같았다.

"청년 주장을 관찰시키기 위해 많은 활동을 하고 있지만, 요새는 '먹고사니즘'에 대한 고민 탓에 불안할 때가 많아요. 사명감을 가지고 활동하지만, 정치인이 될 수 있다는 확신이 없는 상태에서 시간과 비용을 투자하는 것이 때론 지치게 만들어요. 하지만 기성정치인들에게 청년 정치를 맡기면 청년 정치는 계속해서 요원할 거예요. 그래서 쉴 수 없어요."

'아프니까 청춘이다' 같은 저렴한 훈계 속에서 오늘도 하루를 버텨내며 살아가는 청년들이 있다. 견고해지기만 하는 불평등 앞에서 도전할 생각조차 하기 힘든 청년들도 있다. '청춘은 꿈을 포기하는 과정'이란 농담에도 웃기만 할 수 없는 이유다. 먼 미래를 위해서는 사회 구조적 모순을 바꿔야 한다. 청년 정치는 도전이고, 모험이며, 새로움이다. 기득권, 기성세대, 권위에 도전하는 송유현씨는 오늘도 청년들 삶을 대변하기 위해 대학생 유권자센터를 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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