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경향신문이 29일 오전 보도했다 삭제한 '박재동 화백 미투 반박' 기사.
 경향신문이 29일 오전 보도했다 삭제한 "박재동 화백 미투 반박" 기사.
ⓒ 경향신문

관련사진보기


<경향신문>이 29일 오전 박재동 화백의 '미투' 피해 주장을 반박하는 내용을 담은 기사를 보도했다 '2차 가해'가 우려된다는 내부 지적을 받고 삭제했다.

경향은 이날 오전 6시 30분쯤 '박재동 미투' 피해자가 성추행 당한 이후에도 박재동 화백에게 주례를 요구했다는 박 화백쪽 주장을 담은 기사를 온라인으로 내보냈다. 강진구 경향신문 탐사보도전문기자가 작성한 이 기사에는 '성평등시민연대', '만화계성폭력 진상규명위원회' 등 박재동 화백 지지 단체 주장과 피해자쪽 반론이 담겼다.

이 기사는 이날 오전 페이스북 등 SNS로 확산되며 한때 주요 포털 인기 기사 순위 상위에 올랐지만 이날 오전 10시쯤 갑자기 삭제됐다.

강진구 기자는 이날 오후 2시쯤 <오마이뉴스> 전화 통화에서 "자세한 삭제 경위는 모른다"면서 "오전 6시쯤 해당 기사를 출고하고 지방 출장 중인데 오전 10시쯤 편집국장이 전화를 걸어, 후배들이 찾아와 기사에 '2차 가해' 우려가 있다고 문제 제기해 기사를 삭제해야겠다고 통보했다"고 밝혔다.

강 기자는 "피해자 반론도 받았는데 '2차 가해'가 우려된다고 해서 어떤 우려냐고 물었더니 피해자의 반론 분량이 가해자 쪽 주장에 비해 너무 적다고 했다"면서 "그런 주장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했더니 국장 권한으로 삭제하겠다고 했고, 1시간 뒤 다시 전화가 걸려와 제목과 내용 가운데 성폭력보도준칙에서 문제되는 표현을 수정해서 다시 싣겠다고 해 동의했는데도 지금까지 기사가 살아나지 않았다"고 말했다.

경향신문 편집국 관계자는 이날 오후 "이번 기사가 성폭력보도준칙 기준에 비춰 합당하지 않다고 판단해 삭제했다"면서 "기사 수정 후 재게재 여부는 현재 검토중"이라고 밝혔다. 경향은 지난 2012년 성범죄 보도에서 피해자 등 사건 관련자들의 인권 보호와 선정적 보도를 막기 위해 '성범죄 보도준칙'을 제정했다.

다만 강 기자는 "기자의 본분은 진실을 찾아 보도하는 것이고 미투 운동도 진실에 바탕을 둬야 한다"면서 "구체적인 팩트(사실관계)에 기반한, 피해자에 대한 합리적 의심까지 '2차 가해' 우려라고 하면, 미투를 빙자한 언론 탄압이라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한겨레> 시사만화가로 활동했던 박재동 화백은 한국예술종합학교(한예종) 교수로 재직하던 지난 2018년 2월 성폭력 가해자로 지목됐다. 당시 SBS에서 박 화백이 지난 2017년 5월쯤 결혼식 주례를 부탁하러온 후배 작가를 성추행했다고 보도한 데 이어, 박 화백 강의에서 나온 성적 발언도 논란에 휩싸였다. 박 화백은 당시 사과문을 통해 피해자에게 사과하고 미투 운동을 지지했다. 이후 박 화백은 SBS를 상대로 정정보도 소송을 제기했지만 지난해 11월 1심에서 패소했다.

박재동 화백 지지 단체는 전날인 28일 발표한 성명서에서, SBS 정정보도 재판 과정에서 나온 사건 당시 녹취록 전문과 박 화백쪽 반박, SBS 미투 보도 직후 피해자가 동료작가와 나눈 카카오톡 대화 내용 등을 근거로 피해자 진술 신빙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반면 '박재동 미투' 등 만화계 성폭력 문제를 비판해온 '만화계성폭력대책위원회'는 이날 오후 단체 트위터(@csc_2019)에 "박재동 미투 작가는 사건 후에 주례를 부탁한 일이 없다"면서 "확인된 바 없는 가해자의 주장을 대필하는 언론은 반성하라"고 <경향> 보도를 비판했다. 성수현 만화계성폭력대책위 대표는 "신뢰성이 의심되는 내용을 가지고 기사를 올렸다가 아니면 말고 식으로 기사를 내리는 게 합당한 언론의 태도인가"라면서 "경향 기사 삭제 이후에도 관련 기사가 타 언론을 통해 계속 확산되고 있어 삭제에 그치지 말고 잘못된 부분을 정정보도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태그:#박재동미투, #경향신문, #2차가해, #기사삭제
댓글7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오마이뉴스 사회부에서 팩트체크를 맡고 있습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