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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이준구 서울대 경제학과 명예교수가 자신의 홈페이지에 쓴 글로, 이 교수의 동의를 얻어 게재합니다.[편집자말]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10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부동산 보완대책 추진방향 등에 대한 내용을 담은 '제10차 비상경제 중앙대책본부 회의 결과' 브리핑에서 기자들의 질문을 듣고 있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10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부동산 보완대책 추진방향 등에 대한 내용을 담은 "제10차 비상경제 중앙대책본부 회의 결과" 브리핑에서 기자들의 질문을 듣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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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10 조치를 통해 다주택 보유자에게 세금을 중과하기로 한 데 대한 가장 강력한 비판의 근거는 세금 부담이 전가되어 결국 주택 매입자나 세입자가 그 부담을 지게 된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지금 전세시장에서는 임대료 인상 요구가 빗발쳐 세입자들이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고 있습니다. 보수언론과 보수야당은 그것 보라는 듯 7.10 조치의 실패를 섣부르게 기정사실화하고 있습니다.

다주택 보유자가 세금 부담을 핑계로 임대료 인상을 요구하는 건 분명한 사실입니다. 경제학을 잘 모르는 사람들은 이와 같은 '조세 부담 떠넘기기'가 마치 당연히 일어나야 하는 현상인 것처럼 말합니다. 그 좋은 예가 지난 7월 7일 자 J일보에 보도된 <"김현미, 경제학과 싸우고 있다" 수요 잡으려다 공급만 줄여>입니다.
  
이 기사는 부동산에 부과된 세금이 거래 상대방에게 전가되는 것이 경제학의 진리인데, 김현미 장관만 그걸 모른다고 단정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내가 보기에 정작 경제학을 잘 모르는 사람은 그 기사를 쓴 기자 같아 보입니다.
  
저는 해당 기자가 경제학에서 말하는 '조세부담의 전가'(shifting of tax burden)가 무엇을 뜻하는지 정확하게 이해하지 못한 채 피상적인 인상만으로 기사를 썼다고 봅니다.
   
 이준구 교수의 저서 <경제학원론> 속 조세부담의 전가와 귀착
 이준구 교수의 저서 <경제학원론> 속 조세부담의 전가와 귀착
ⓒ 이준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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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여기에 제시된 두 그림을 살펴보시기 바랍니다. 위의 그림은 <경제학원론> 422페이지에 등장하는 것이며, 조세부담의 전가(shifting)와 귀착(incidence)을 설명하기 위해 그린 것입니다.

한편 아래 그림은 J일보에 나온 그림으로, 주택 보유자에게 부과된 세금이 집값과 전월세가 오르는 형태로 전가된다는 것을 보이기 위한 그림입니다.
   
 7월 7일 지면에 보도된 중앙일보 <"김현미, 경제학과 싸우고 있다" 수요 잡으려다 공급만 줄여>
 7월 7일 지면에 보도된 중앙일보 <"김현미, 경제학과 싸우고 있다" 수요 잡으려다 공급만 줄여>
ⓒ 중앙일보 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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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그림이 거의 똑같아 보이는 것은 사실입니다. 그런데 만약 경제학원론을 수강하는 학생이 그림을 그린 다음 여기에 기초해 다주택 보유자에게 부과된 세금이 주택 매입자나 임차인에게 전가된다는 결론을 내린다면, 나는 그 답안에 부득이 '0점'을 줄 수밖에 없습니다. 왜냐고요? 조금 복잡하니 제 설명을 조심스럽게 따라와 주시기 바랍니다.

왜 0점이냐면
  
우선 경제학원론에 나온 그림은 자동차를 팔 때 판매자가 대당 100만 원의 물품세를 내는 상황을 묘사한 것입니다. 이 상황에서 자동차의 판매자는 자신이 내야 할 세금 100만 원을 더 얹어서 팔려 할 것이기 때문에 공급곡선이 위쪽으로 100만 원만큼 이동한 것으로 나타납니다.

판매자는 100만 원을 더 높여 받고 싶지만, 시장의 원리는 그것을 허용하지 않고 있어 세금 부과 후의 가격은 60만 원만 오른 2560만 원이 된다는 것을 보여 주고 있습니다. (판매자는 여기서 100만 원을 뺀 2460만 원을 주머니에 넣게 됩니다.)

과거에 2500만 원을 내던 소비자는 이제 2560만 원을 내야 하기 때문에 100만 원의 세금 중 60만 원의 부담을 지게 되는 셈입니다. 바로 이 60만 원이 소비자에게로 전가되는 세금 부담의 크기입니다. 나머지 40만 원은 판매자가 지는 결과가 되고요. 이렇게 판매자가 내는 100만 원의 세금 중 60만 원이 소비자에게로 전가된다는 것이 바로 '조세 부담 전가'의 정확한 내용입니다.

그런데 J의 기사에 나온 그림은 맞는 것 같으면서도 실제로는 엉뚱한 그림입니다. 경제학원론에서 예로 든 '물품세'는 자동차를 판매하는 행위에 대해 부과된 세금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공급곡선이 100만 원만큼 올라가는 것으로, 그 세금의 효과가 나타납니다. 그러나 다주택 보유자에게 부과된 '보유세'는 주택의 판매와 결부된 세금이 결코 아닙니다. 따라서 이 그림은 그 상황에 적용될 수 있는 그림이 아닙니다.

여러분 가만히 생각해 보세요. 다주택 보유자에게 부과된 보유세는 주택을 보유하면 계속 내야 하지만, 팔면 전혀 낼 필요가 없습니다. 따라서 주택 판매와 결부된 추가적 세금 부담은 한 푼도 없으며, 오히려 세금이 절약되는 결과가 빚어집니다. 주택 판매와 관련된 세금 부담이 아예 없는 상황인데, 무슨 부담이 어떻게 전가된다고 말할 수 있겠습니까?

예컨대 3채를 보유한 다주택자가 그대로 보유하면 1억 원의 세금(종합부동산세)을 내지만, 그중 한 채를 팔면 약 3천만 원의 세금이 줄어든다고 합시다. 이 상황에서 합리적인 사람이라면 그 집을 3천만 원까지 깎아서 내놓지 않겠습니까? 세금이 절약되는 만큼 깎아줘도 되니까요.

그게 아니고 오히려 가격을 올려서 부른다는 게 도대체 말이 되는 소리입니까? 자기 마음대로 가격을 부를 수 있겠지만, 세금이 절약되는데 올려 불러야 하는 이유가 도대체 무엇인가요? 그러니 주택 매매에 대해 그 그림을 적용하는 건 허용될 수 없는 일입니다.

임대차에 관해서는 J일보의 그림으로 그럴듯한 시나리오를 만들어 볼 수 있습니다. 임대차에 드는 비용이 올라갈 테니까 그만큼 세금을 올려서 부른다고 말할 수 있을 테니까요. 그러나 엄밀하게 따져 보면 이것도 잘못된 논리입니다.

다시 강조하지만 경제학원론에서 예는 자동차를 판매하는 행위에 대해 부과된 세금의 전가와 귀착이잖아요? 그 방식으로 임대차시장을 분석하려면 보유 주택을 임대하는 행위에 대해 부과된 세금이어야 합니다. 그런데 종합부동산세 같은 보유세는 임대하는 행위와는 전혀 무관합니다.

다주택 보유자는 보유 주택을 임대하든 혹은 임대하지 않고 놀려두든 종합부동산세를 무조건 내게 되어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임대하는 데 세금 부담이 추가로 발생하니까 더 높은 임대료를 받아야겠다는 건 말이 되지 않습니다. 따라서 J일보의 기사에 제시된 그림은 지금의 상황에 적용될 수가 없지요.

백번 양보해서

이번에는 백 번 양보해 이런 논리를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즉, 다주택 보유자가 종합부동산세 중과로 인해 더 많은 세금 부담을 져야 하니까 임대를 하는 데 드는 비용이 더 커진 셈이다. 따라서 다주택 보유자는 그 높아진 비용만큼 임대료를 올려 받으려 할 것이고 이것은 정당한 일이라는 논리 말입니다.

일단 한 가지 분명히 말해 둘 것은, 이것은 경제학에서 말하는 조세 부담의 전가와 귀착 문제와 질적으로 다른 논리입니다. 따라서 J일보의 기사에 등장한 그림이 틀린 것이라는 내 지적은 여전히 유효합니다. 지금은 다만 이 논리가 그 자체로 어느 정도의 타당성을 갖는지만을 따져 보겠습니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이 논리의 타당성은 하나도 인정될 수 없습니다. 다음과 같은 예를 생각해 보면 그 논리에 타당성이 없음을 이해할 수 있습니다.
  
최근 우리나라의 금리는 계속 하락추세를 보여왔습니다. 이와 같은 금리의 하락은 임대사업과 관련된 (기회)비용의 하락을 뜻합니다.

그렇다면 여러분은 금리 하락으로 인해 비용 하락 요인이 발생한 상황에서 다주택 보유자들이 임대료를 깎아준 사례를 보신 적이 있으십니까? 나는 지금까지 그런 사례를 본 적이 없습니다. 임대에 드는 비용이 줄어들 때는 임대료를 그대로 받다가 세금으로 인해 비용이 커졌다는 이유로 임대료를 인상하는 건 이치에 크게 어긋나는 일 아닌가요?

한마디로 말해 세금 부담을 핑계로 임대료를 인상하는 것은 '임대인의 우월적 지위를 이용하겠다'는 말밖에 되지 않습니다. 아무런 근거도 없이 "임대료 올려 줘라. 싫으면 이사 나가고"라고 통보하는 것이 이 문제의 본질이라는 말입니다. 약자인 임차인은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그 요구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고요.

세금 부담 핑계로 임대로 인상은 우월적 지위의 이용일 뿐

임대주택이 임대인에게는 단지 소득의 원천 중 하나일 뿐입니다. 그러나 그 임차인에게는 생존의 공간입니다. 임대료 인상을 감당하지 못해 지금까지 살고 있던 임대주택에서 갑자기 나가야 하는 일은 생존과 직결된 문제입니다. 그런데 임대인은 (법이 허용하는 한도 안에서) 얼마든 임대료 인상을 요구할 수 있는 압도적인 우월적 지위를 누리고 있습니다. 바로 이것이 바로 보수세력이 변함없이 박수갈채를 보내고 있는 시장의 논리입니다.

현재 우리 사회에서 일어나고 있는 전·월세 급등 현상은 부동산과세 중과와 관련된 논리적 귀결이 절대로 아닙니다. 이 현상은 경제학의 이론과 아무런 관련이 없으며, 임대료 인상 요구를 정당화할 수 있는 하등의 이유도 찾을 수 없습니다. 힘에서 압도적 우위를 차지하고 있는 임대인이 세금을 핑계로 마음대로 임대료 인상을 요구하고 있는 것일 뿐입니다.

7.10 조치가 임대료 인상을 요구하는 하나의 좋은 핑곗거리를 제공한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법적·제도적 장치를 통해 임대인과 임차인이 어느 정도 대등한 힘을 갖는 역학관계가 성립되어 있었다면, 어느 정도 막을 수 있는 일이 아니었나 생각해 봅니다. 시장의 논리가 어떤 상황에서나 만병통치약이 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합니다. 신고전파 경제학(新古典經濟學)을 전공한 나는 기본적으로 시장주의자이지만, 시장이 결코 만능은 아니라는 신념을 갖고 있습니다.

만약 '임대차 거래세'라는 것이 존재해 임대차계약 맺을 때 계약액의 일정 비율을 세금으로 내는 경우라면, J일보 기사의 그림을 적용해 전가의 분석이 가능합니다. 즉, 정부가 임대인이 전적으로 그 세금을 내게 만들었을 때 임차인에게 일부 혹은 전부가 전가되는지의 여부를 분석해 볼 수 있는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나라에는 그런 세금이 없지 않습니까? 그러니까 지금 우리가 보는 상황에서 세금 부담의 전가라는 개념이 성립하지 못하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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