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NC 다이노스- 롯데 자이언츠 경기. 9회 말 2사 1, 2루에서 롯데 정훈이 좌측담장을 역전 스리런 홈런을 치고 홈에서 동료들의 축하를 받고 있다.

28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NC 다이노스- 롯데 자이언츠 경기. 9회 말 2사 1, 2루에서 롯데 정훈이 좌측담장을 역전 스리런 홈런을 치고 홈에서 동료들의 축하를 받고 있다. ⓒ 연합뉴스

 
롯데가 대역전패의 위기를 9회말 극적인 역전 끝내기 재역전승으로 뒤집었다.

허문회 감독이 이끄는 롯데 자이언츠는 28일 부산 사직야구장에서 열린 2020 신한은행 SOL KBO리그 NC다이노스와의 홈경기에서 홈런 2방을 포함해 장단 14안타를 터트리며 11-9로 승리를 따냈다. 5-1 리드를 가져가다 8-9로 뒤집히며 역전패의 위기에 놓였던 롯데는 9회말 짜릿한 재역전 끝내기 승리로 7위 삼성 라이온즈를 반 경기 차이로 추격하며 5할 승률 복귀에 가까이 다가갔다(33승34패).

롯데는 9회 8-9로 역전 당한 상황에서 등판해 아웃카운트 2개를 책임진 '최고령 투수' 송승준이 9회말 끝내기 홈런에 힘입어 시즌 2승째를 따냈다. 타석에서는 안치홍이 4안타 1득점, 전준우가 3안타 1타점 2득점, 딕슨 마차도가 솔로 홈런을 터트리며 2타점 2득점으로 활약했다. 하지만 역시 이날 경기 최고의 영웅은 9회 2사 1, 2루 기회에서 NC 마무리 원종현을 상대로 좌측 담장을 넘기는 역전 끝내기 3점 홈런을 터트린 정훈이었다.

조성환의 후계자 자리를 외국인 선수에게 빼앗긴 정훈

롯데는 2001년부터 2007년까지 '8888577'이라는 돌이키고 싶지 않은 비밀번호를 찍은 후 2008년부터 2012년까지 5년 연속 가을야구 진출에 성공했다. 이대호가 팀 타선의 중심을 잡아주고 장원준(두산 베어스)과 강민호(삼성 라이온즈)가 본격적으로 팀의 주역으로 도약한 시기였다. 그리고 박정태를 제외하면 롯데 역사상 최고의 2루수로 꼽히는 조성환(두산 수비코치)이 2008년부터 2010년까지 '캡틴' 역할을 맡으며 선수단을 든든하게 이끌었다.

2004년 KBO리그를 강타했던 병역비리사건에 연루돼 2005년부터 2007년까지 군복무 등으로 경기에 나서지 못한 조성환은 2008년 타율 .327 10홈런 81타점 31도루를 기록하며 생애 최고의 시즌을 보냈다. 조성환이 생애 첫 2루수 부문 골든글러브를 수상하던 2008년 롯데도 지긋지긋한 암흑기를 끝내고 가을야구에 복귀할 수 있었다. 조성환은 2012년까지 롯데에서 부동의 주전 2루수로 활약했다.

하지만 어느덧 30대 중반의 노장이 된 조성환은 2013년부터 성적이 급격히 떨어지기 시작했고 롯데는 조성환의 후계자가 필요했다. 당시 롯데는 차세대 2루수 요원으로 프로 13년 차의 베테랑 박준서와 현대 유니콘스를 거쳐 2010년 롯데에 입단한 정훈을 경쟁시켰다. 그리고 당시 롯데를 이끌던 김시진 감독은 좌타 대타요원으로 활용도가 큰 박준서 대신 상대적으로 젊은 정훈을 조성환의 후계자로 선택했다.
 
 28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NC 다이노스- 롯데 자이언츠 경기. 2회 말 2사 1, 2루에서 롯데 전준우가 적시타를 치자 2루에 있던 정훈이 홈인하고 있다.

28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NC 다이노스- 롯데 자이언츠 경기. 2회 말 2사 1, 2루에서 롯데 전준우가 적시타를 치자 2루에 있던 정훈이 홈인하고 있다. ⓒ 연합뉴스

 
2013년부터 주전 2루수로 중용된 정훈은 2014년 124경기에서 타율 .294 3홈런 58타점 89득점의 준수한 성적을 올리며 롯데 코칭스태프와 팬들로부터 '조성환의 후계자'로 확실히 인정 받았다. 정훈은 조성환이 은퇴하며 책임감이 더욱 커진 2015년 135경기에 출전해 타율 .300 9홈런 62타점 85득점 16도루로 1년 만에 생애 최고의 성적을 뛰어 넘었다. 조성환의 대안을 넘어 롯데의 간판 내야수로 자리 잡은 시기였다.

정훈은 2016년에도 121경기에 출전하며 롯데의 주전 2루수로 활약했지만 타율 .262 2홈런 46타점 48득점으로 성적이 떨어지며 앞선 2년 만큼의 경쟁력을 보여주지 못했다. 준수한 공격력에 비해 수비에서 약점을 가지고 있던 정훈은 주전으로 출전했다가도 경기 중·후반 김동한이나 이여상, 김대륙 등과 교체되는 경우가 늘어났다. 그렇게 주전 2루수의 입지가 조금씩 흔들리던 정훈은 2016 시즌이 끝나고 자신의 신상에 큰 변화를 맞았다.

'배트플립'으로 유명해진 정훈, 올해는 실력도 롯데의 중심

수비가 불안한 2루수 정훈에게 풀타임을 맡기기 불안하다고 판단한 롯데에서는 2017 시즌을 앞두고 외국인 2루수 앤디 번즈를 영입했다. KBO리그에서는 수비가 불안한 2루수가 전성기가 지난 후 1루나 외야로 옮기는 경우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하지만 롯데는 2017 시즌을 앞두고 이대호가 해외 생활을 마치고 복귀했고 외야에는 손아섭,전준우, 김문호(한화 이글스)로 이어지는 주전 3인방이 확실히 자리를 잡고 있었다.

졸지에 자기 포지션을 잃고 떠돌이 신세가 된 정훈은 2017년 타율 .248 1홈런 6타점으로 부진하며 기존에 가지고 있던 타격에서의 장점까지 잃고 말았다. 2018년에는 내외야를 오가는 유틸리티 플레이어 및 오른손 대타 요원으로 활약하며 타율 .305 7홈런 26타점으로 쏠쏠한 활약을 하며 자신의 역할을 찾는 듯했다. 하지만 정훈은 작년 시즌 다시 타율 .226 2홈런17타점으로 성적이 뚝 떨어지면서 기복을 보였다.

롯데는 지난 겨울 FA 시장에서 내야수 최대어로 꼽히는 안치홍을 영입했고 팀의 간판타자 이대호 역시 명예회복을 선언하며 30대 중반을 향해가는 정훈의 가치는 더욱 떨어지는 듯했다. 하지만 허문회 감독은 연습경기에서 4할대 중반의 고타율을 기록했던 정훈을 개막전부터 6번 지명타자로 출전시켰다. 정훈은 시즌 개막 후 8경기에서 타율 .367 1홈런7타점7득점으로 맹타를 휘둘렀지만 복사근 파열 부상으로 1군에서 이탈했다.

정훈은 6월 중순 예상보다 일찍 복귀했지만 부상 후유증 탓에 시즌 초반 같은 타격감을 보여주지 못했다. 그렇게 정훈의 늦은 돌풍이 잔잔한 미풍으로 끝나는 듯했던 7월, 잠잠하던 정훈의 방망이가 다시 살아나기 시작했다. 7월 21경기에 출전해 타율 .337  4홈런 20타점을 기록한 정훈은 다시 롯데 타선의 핵심으로 떠올랐고 28일 NC전에서는 9회 역전 끝내기 홈런을 작렬하며 롯데의 극적인 승리를 이끌었다.

정훈은 시즌 초반 KBO리그가 미국에 중계됐을 때 미국방송에 실력이 아닌 '배트플립'으로 자주 소개가 된 바 있다. 당시 한국의 야구팬들은 상대적으로 덜 유명한 정훈이 박병호(키움 히어로즈), 홍성흔, 전준우 같은 '빠던 장인'들과 함께 소개되는 것을 낯설게 느끼곤 했다. 하지만 올 시즌 타율 .329 5홈런 29타점 32득점 4도루에 득점권 타율이 무려 .432에 달하는 정훈은 현재 롯데 타선에서 가장 경계해야 할 타자 중 한 명임에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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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리그 롯데 자이언츠 정훈 역전 끝내기 홈런 배트 플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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