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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관악·서초·동작 청년들과 함께 알고 싶은 가게를 소개해드립니다. 관·서·동 청년세대 지원센터 '신림동쓰리룸'과 '프로딴짓러' 박초롱 작가가 안내하는 '관서동 사람들'은 당신 주변의 바로 그 사람들이 동네에서 먹고, 살고, 나누고, 웃는 이야기입니다.[기자말]
어릴 적에는 동네마다 빵집이 하나씩 있었다. '독일제과'처럼 특정 지역명을 따거나 '은혜빵집'처럼 자식의 이름을 딴 빵집들에서는 소보루빵이나 크림빵, 고로케를 먹을 수 있었고, 특별한 날에는 설탕으로 만든 작은 인형을 올린 케이크도 맛볼 수 있었다. 프랜차이즈 빵집만 늘어선 요즘 번화가를 보면 그 옛날 동네 빵집의 정취가 그리워지곤 한다.

다행히 아직 서울 곳곳에는 오랜 노하우와 부지런한 노력으로 살아남은 동네 빵집이 있다. 서울 관악구 대학동에서 가장 오래된 빵집 '삐에스몽테'도 그런 동네 빵집 중 하나다. 

서울청년센터 관악오랑 청년문화공간 신림동쓰리룸은 일상을 창조적으로, 예술적으로 빛내는 로컬 스토어를 발굴하는 '관서동(관악, 서초, 동작) 사람들'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첫 번째로 소개할 '관서동 사람'은 삐에스몽테의 오영수 사장이다.

"내일 먹어도 맛있는 빵을 만들어야 해요"
 
 삐에스몽테 오영수 사장
 삐에스몽테 오영수 사장
ⓒ 서울청년센터 관악오랑 청년문화공간 신림동쓰리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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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삐에스몽테 제빵소는 대학동에서 가장 오래된 베이커리 가게라는 소문이 있습니다. 정말 그런가요?
"1994년부터 시작했으니 가장 오래된 집이 맞는 것 같습니다. 저는 1995년부터 제조실에서 책임자로 일을 했는데요, 원래 운영하던 형님이 삐에스몽테 수원점을 오픈하시면서 대학동점을 제가 본격적으로 맡게 된 거죠."

- 프랜차이즈 베이커리에 밀려 동네 베이커리가 사라지고 있는데, 이렇게 오래 버틴 노하우가 있나요?
"요즘 가게들은 1~2년만에 생겼다가 문을 닫곤 하더라고요. 저희가 오래 가는 건 꾸준히 열심히 해서 그런 것 같습니다. 몸에 좋은 재료로 만들려는 기본자세만은 잃지 않으려고 해요.

빵은 굉장히 유행에 민감한 먹거리이기 때문에 계속 공부하지 않으면 힘들어요. 소비자들은 새로운 걸 원해요. 요즘 저희 가게에서 잘 나가는 게 다쿠아즈인데, 10년 전에는 이런 걸 잘 팔지 않았어요.

제가 빵을 30년 넘게 하고 있지만 아직도 공부를 합니다. 일본, 프랑스에서 무슨 빵을 만드는지도 공부하고, 이론도 계속 공부하죠. 프랜차이즈에서는 이런 트렌드만 연구하는 팀이 따로 있는데 윈도우 베이커리들은(개인빵집) 그런 게 없잖아요. 그러니 계속 노력할 수밖에 없죠. 내가 최고라고 자만하는 자세로는 빵을 오래 할 수가 없어요."
     
- 빵 만들기 30년 정도면 눈 감고도 만들 수 있을 것 같은데요. 신제품이 아닌 기존에 있던 제품들도 만들기 위해 계속 공부하는 건가요?
"빵은 살아있어요. 살아 있는 효모가 들어가기 때문에 시간이나 온도에 따라 정말 많이 달라집니다. 그 지식도 많아야 하고 어려운 테크닉이라 계속 해봐야 하죠. 빵 만드는 게 봄, 여름, 가을, 겨울이 다 같을 것 같나요? 모두 달라요. 겨울은 실내 온도도 춥고 외부 온도도 추우니까 재료가 차가워지잖아요. 내가 원하는 반죽온도는 26도니까 여름과는 다르게 맞춰서 만들어야 합니다. 온도와 시간을 정확하게 재면서 만듭니다.

저는 매일 빵을 먹어 봐요. 손님께서 오늘 산 빵이 내일이 되면 맛이 조금 달라질 수 있거든요? 내일 먹어도 맛있는 빵을 만들어야 해요. 그러니 제가 먹어봐야 아는 거죠. "

오영수 사장은 지난 2014년 제과기능장을 땄다. 30년간 빵만 만들었는데도 여전히 공부를 계속하는 모습에 감탄이 절로 나왔다. 긴 세월 빵을 만들어왔으면 이제 빵에 대해서는 아는 체 할 법도 한데 여전히 겸손하다. 장인이란 이런 게 아닐까. 
 
 삐에스몽테 베이커리
 삐에스몽테 베이커리
ⓒ 서울청년센터 관악오랑 청년문화공간 신림동쓰리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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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삐엥스몽테 빵
 삐엥스몽테 빵
ⓒ 서울청년센터 관악오랑 청년문화공간 신림동쓰리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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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삐에스몽테도 코로나19로 인한 피해가 컸나요?
"굉장히 컸어요. 지금도 그렇고요. 특히 이 동네는 더 심합니다. 주 고객이었던 젊은층, 특히 서울대학교 학생들이 이쪽까지 내려오지 않으니까요. 다른 지역에 비하면 가격이 저렴한 편이지만 이 지역이 물가가 워낙 싸다 보니 저희 빵 가격을 부담스러워하시는 분들도 있어요. 이 지역이 밥값도 정말 싸거든요.

배달을 시작해볼까 싶은 생각도 있었지만 수수료가 굉장히 비싸서 선뜻 들어가질 못하겠더라고요. 저희가 빵이 남으면 그날 저녁에 모아서 푸드뱅크에 보내는데, 코로나19 이후로는 거기에 보내는 빵이 많아졌어요. 봉사하는 차원에서 보내는 거긴 하지만 경제적으로 저희도 어려움이 크죠."

- 그럼 노동 강도도 좀 줄어들었나요?
"빵 만드는 건 똑같죠. 저희는 오전 6시 30분에 출근해요. 빵을 만드는 게 세 시간씩 걸리거든요. 발효되는 시간이 있으니까요. 아침에 하루를 시작하시면서 빵 사 가시는 분을 생각하면 그 시간에는 출근해야 해요. 옛날에는 즉석빵이라는 게 있어서 금방 만들기도 했는데 요즘에는 빵에도 숙성시간이 있거든요. 고깃집 가면 고기 숙성하듯이 빵도 시간을 줘야 좋은 빵이 됩니다. 그러니 더 오래 걸리죠."

퇴근 시간은요?
"
정해진 건 아니에요. 보통 오후 5시쯤 가는데 판매가 덜 되면 좀 더 늦게까지 문을 열죠. 익숙해져 있어서 괜찮아요."

'아직 있어줘서 고맙다'는 말
 
관악구 대학동 삐에스몽테 관악구 대학동 삐에스몽테 전경
▲ 관악구 대학동 삐에스몽테 관악구 대학동 삐에스몽테 전경
ⓒ 서울청년센터 관악오랑 청년문화공간 신림동쓰리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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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즘같은 상황에서 동네 빵집이 살아남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어려운 질문이네요. 프랑스 같은 경우네는 동네 빵집마다 거리 제한을 두지만 우리나라에는 그런 게 없거든요. 프랜차이즈들끼리는 있지만요. 게다가 베이커리 붐이 불면서 너도 나도 베이커리 카페를 하게 되니 더 살아남기가 어렵죠. 큰 자본이 들어와서 2천 평, 3천 평 규모의 베이커리 카페를 열어버리면 저희처럼 열두 평짜리 소규모 가게가 살아남기가 힘들 거든요. 그렇게 외곽에 대규모로 하시는 분들 중에 빵 전문가는 많이 없어요. 기술을 가진 사람이 존중받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아요."
   
빵집을 하면 새벽에 출근해 자리에 앉지도 못하고 빵을 만들어야 하는 데다 평생 배움도 게을리해서는 안 된다. 게다가 코로나19로 인해 장사는 더 어려워지고 있다. 그런데도 빵집을 계속하는 이유가 궁금했다.

- 앞으로도 빵집을 계속 운영할 계획인가요?
"계속 해야죠. 요즘 사업 안 어려운 게 어디 있나요? 그래도 아직 단골들이 있어요. 10년 전에 단골이었다가 학교를 졸업하면서 이 지역을 잠시 떠났는데, 나중에 돌아와서 빵을 다시 사시는 분도 있어요. 아직 있어줘서 고맙다는 이야기를 하시는데 그런 이야기 들으면 참 좋죠.

한 번은 인천에서 어떤 손님이 아이를 데리고 오셨는데 자기가 10년 전에 여기서 빵을 사 먹곤 했다고 이야기하시더라고요. 아이가 여기 다쿠아즈를 좋아한다고 자주 사 가세요. 저도 감회가 새롭고 고객님들도 한 자리를 지키는 가게가 있으니 좋으신 거죠."
 
 삐엥스몽테 오영수사장님이 받은 상장
 삐엥스몽테 오영수사장님이 받은 상장
ⓒ 서울청년센터 관악오랑 청년문화공간 신림동쓰리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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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빵집 영업 외에도 지역에서 활발히 활동하시는 것 같아요. 봉사로 표창장도 받으셨네요.
"독거노인을 위한 빵 만들기나 중학생들을 위한 진로체험교육을 해요. 봉사자들과 함께 같이 빵을 만들어서 독거 노인이나 부모님이 없는 아이들에게 전달하는 거죠. 저희가 구청에 가져다드리면 배포를 해주기도 하시고요. 빵을 만들 수 있는 장소나 경비를 제공해주는 분들도 계세요. 좋은 일이라 계속 하고 있어요. 다른 사람들에게도 뭔가 기반이 되는 좋은 일을 나누고 싶어서요."
     
- 베이커리를 해보고 싶다는 청년들에게 해줄 말씀이 있을까요?
"저는 자식들에게도 하고 싶으면 기꺼이 가르쳐주겠다고 해요. 베이커리 하는 거 추천할 만해요. 어렵다고 하지만 모든 사업 분야가 다 힘들죠. 다만 직장이 자신에게 맞춰주지 않으니 내가 직장에 맞추라는 이야기는 하고 싶어요. 자신 입맛에 딱 맞는 직장은 없어요. 그런 거 하려면 자기가 사업해야죠. 어떤 직장에서 일하더라도 서로 배려하자고 말하고 싶어요. 
     
삐에스는 '작은 조각', 몽테는 '쌓아 올린'이라는 뜻으로, '삐에스몽테'는 작은 조각을 쌓아 올린 장식품을 통칭하는 말이다. 높게 쌓아 올려 장식한 대형과자를 모두 피에스몽테라고 부른다. 대학동의 가장 오래된 동네 빵집, 30년 동안 빵만 만들어 온 장인이 운영하는 가게 이름이 피에스몽테라는 건 그런 점에서 참 잘 어울렸다.

한 사람의 작은 노력이 오랫동안 쌓아 올려지면 거대한 장식품 같은 작품이 된다. 감탄이 절로 나오는 위대함이란 꾸준한 일상의 반복에서 만들어진다. 삐에스몽테는 지금도 조금씩 쌓아 올려지고 있다. 이번 주말엔 피에스몽테의 자랑이라는 다쿠아크와 스콘을 먹으러 가보면 어떨까.

* 서울청년센터 관악오랑 청년문화공간 신림동쓰리룸은 일상을 창조적으로, 예술적으로 빛내는 로컬 스토어를 발굴하는 '관서동(관악, 서초, 동작) 사람들'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시리즈는 박초롱 작가가 진행하며, 7월부터 12월까지 계속 연재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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