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회사 스페셜액터스> 영화 포스터

▲ <주식회사 스페셜액터스> 영화 포스터 ⓒ 찬란


어린 시절 트라우마로 인해 긴장하면 기절하는 탓에 오디션에서 번번이 탈락하는 배우 지망생 카즈토(오사와 카즈토 분)는 5년 만에 우연히 동생 히로키(코우노 히로키 분)를 만난다. 그의 소개로 시나리오와 연기로 의뢰인의 고민을 해결해주는 '스페셜액터스'에서 일하게 된다. 카즈토는 시사회의 바람잡이 관객이나 장례식장 조문객 등으로 활동하며 점차 용기를 얻는다.

어느 날, 스페셜액터스는 사이비 종교 집단 '무스비루'에 빠진 언니 리나(츠가미 리나 분)가 가업으로 이어받은 온천여관을 넘기려는 것을 막아달라는 고등학생 유미(오가와 미유 분)의 의뢰를 받게 된다. 카즈토, 히로키, 야에코(키요세 야에코 분)는 무스비루의 비밀을 파헤치기 위해 신참 신도로 위장하여 잠입을 시도한다.

우에다 신이치로 감독의 데뷔작 <카메라를 멈추면 안 돼!>(2018)는 일본에서 엄청난 반향을 불러일으킨 작품이다. 유명 배우 하나 없이 저예산 독립 영화로 제작된 이 영화는 개봉 당시엔 단 2개관에서 상영을 시작했다.

이후 폭발적인 입소문을 타고 전국 350개 극장으로 확대 상영되어 2018년 일본 전체 흥행 15위를 거두었다. 작품성도 인정받아 제42회 일본 아카데미상 우수 작품상, 우수 감독상, 우수 각본상, 우수 남우주연상 등 8개 부문에 올라 우수 편집상을 받았다.

우에다 신이치로 감독의 두 번째 연출작

<주식회사 스페셜액터스>는 우에다 신이치로 감독의 두 번째 연출작이다. 영화는 고민해결사무소 '스페셜액터스'에 들어간 배우 지망생이 사이비 종교 단체의 비밀을 파헤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주식회사 스페셜액터스>는 2013년 시작된 '쇼치쿠 브로드캐스팅 오리지널 영화 프로젝트'의 7탄으로 <카메라를 멈추면 안 돼!>에 매료된 쇼치쿠 브로드캐스팅의 프로듀서 후쿠다 세이코가 우에다 신이치로 감독에게 기획을 제안하면서 제작의 첫걸음을 뗐다.

<카메라를 멈추면 안 돼!>와 마찬가지로 우에다 신이치로 감독은 <주식회사 스페셜액터스>의 제작, 연출, 각본, 편집을 도맡았다. 전작이 보여준 기발한 발상과 전개, 신인급 배우들을 활용한 신선한 연기, 일본 사회의 문제점을 향한 메시지 등 특징도 살아있다. 전작에서 독특한 포즈로 외치던 "퐁!"이 인상적이었다면 이번에는 사이비 종교 집단 무스비루의 신도들이 기이한 포즈로 나누는 인사 "무스"를 시그니쳐로 넣었다.

<카메라를 멈추면 안 돼!>는 좀비 영화를 보여주는 1부, 영화 제작을 준비하는 과정을 다룬 2부, 영화 촬영 현장을 담은 3부 구조로 관객의 허를 찔렀다. <주식회사 스페셜액터스>는 사람들을 속이는 사이비 종교 집단을 '연기'로 속이는 스페셜액터스 배우들의 독특한 미션이 재미를 선사한다.
 
<주식회사 스페셜액터스> 영화의 한 장면

▲ <주식회사 스페셜액터스> 영화의 한 장면 ⓒ 찬란


<주식회사 스페셜액터스>의 치밀한 각본과 연기로 사이비 종교 집단을 속이는 전개는 <오션스 일레븐>(2002)이나 <도둑들>(2012)로 대표되는 케이퍼 무비를 연상케 한다. 한편으론 의뢰인의 문제를 해결하는 사무소란 설정에선 <시라노; 연애 조작단>(2010)이 떠오른다.

특히 비교해봄 직한 작품은 <카페 벨에포크>(2019)가 아닐까 싶다. 가짜 연기를 활용하여 현실과 허구, 진짜와 가짜, 인물과 배우, 연기와 진심의 경계를 뒤섞은 <주식회사 스페셜액터스>의 화법과 <카페 벨에포크>는 비슷한 구석이 많다.

<카페 벨에포크>의 주인공 빅토르(다니엘 오떼유 분)가 자신의 인생 중 가장 찬란했던 순간을 재현한 공간 속에서 잊어버렸던 삶의 가치를 되찾는다. <주식회사 스페셜액터스>의 카즈토는 '스페셜액터스'가 쓴 각본의 주인공으로 활약하며 어린 시절의 트라우마를 극복하고 자기 삶의 주연 배우는 바로 자신임을 깨닫게 된다.
 
<주식회사 스페셜액터스> 영화의 한 장면

▲ <주식회사 스페셜액터스> 영화의 한 장면 ⓒ 찬란


'잃어버린 세대'에 대하여

일본에선 30대 중반~40대 중반의 사람들을 '잃어버린 세대'라 부른다. 이들은 사회에 진입하면서 1990년대 말 일본 버블 경제의 붕괴를 목격하고 2000년대 초반엔 미국에서 시작된 IT 버블 여파를 맞았다. 2008년엔 글로벌 금융위기로 인해 취업 한파가 덮쳤다. 이런 이유로 가장 많은 은둔형 외톨이를 양산한 세대이기도 하다.

우에다 신이치로 감독은 1984년생으로 '잃어버린 세대'에 속한다. 그는 자신감과 자존감이 부족한 카즈토 캐릭터엔 자신의 두려움과 불안이 투영되어 있다고 밝혔다. 자신의 모습을 반영한 카즈토(배역을 맡은 오사와 카즈토 역시 1984년생이다)는 곧 잃어버린 세대의 자화상인 셈이다.

우에다 신이치로 감독이 자신만의 세계에 갇힌 카즈토와 사이비 종교 집단에 빠진 리나 등 사회의 단면을 극으로 가져와 말하고자 하는 건 '용기'다. 극 중에서 카즈토가 만나는 멘탈클리닉의 상담의는 "스스로 불을 켤 수밖에 없다"고 조언한다. 상담의의 말처럼 껍질을 깨기 위해선, 슬픔을 극복하기 위해선, 실패를 이겨내기 위해선 스스로 불을 켤 용기가 필요하다.

<카메라를 멈추면 안 돼!>로 일본 영화계와 엔터테인먼트 산업에 날카로운 논평을 던졌던 우에다 신이치로 감독은 <주식회사 스페셜액터스>에선 극과 일상의 조연에서 점차 주연으로 성장하는 카즈토를 빌려 말한다. 자기 삶의 주인공은 바로 자신이며 특별한 배우(스페셜액터)임을 잊지 말라고. 그리고 증명한다. 우에다 신이치로의 영화 세계가 한 단계 성장하고 확장했음을.
주식회사 스페셜액터스 우에다 신이치로 오사와 카즈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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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당 24프레임의 마음으로 영화를 사랑하는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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