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살얼음이 동동 낀 육수를 들이켜면 머리끝까지 쨍한 느낌이 드는 냉면, 땀을 한 바가지 쏟아내면서도 온몸이 든든해지는 느낌 때문에 포기할 수 없는 삼계탕... 누구에게나 '여름' 하면 떠오르는 소울 푸드가 있습니다. 유난히 긴 장마와 더위 때문에 지치는 요즘, 읽기만 해도 침이 고이는 '여름의 맛'을 소개합니다. [편집자말]
경주 감포의 명물 어종, 참가자미 모습
 경주 감포의 명물 어종, 참가자미 모습
ⓒ 한정환

관련사진보기


천년고도 경주. 문화관광도시 경주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것이 불국사, 석굴암이다. 그런데 또 하나 전국적으로 소문난 먹거리 음식이 있다. 바로 경주 감포 참가자미이다. 지역민보다 외지인들이 먼저 '감포 참가자미'라고 할 정도로 유명세를 떨치고 있는 음식이다.

동해안 경주 감포 인근 해역에서만 잡히는 참가자미

천년고도 경주에는 여름 보양식 겸 특미로 지역민들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있는 먹거리로 '감포 참가자미'가 있다. 오랜 세월이 흘렀건만 그 명성 하나로 참가자미는 회, 물회, 횟밥 등 다양한 메뉴로 우리 식탁에 올라온다.

수심 380m 바다 밑바닥에 서식하는 경주 감포 참가자미는 몸이 타원형이고 배 부분이 하얀색을 띤다. 옆으로 납작하여 광어와 생김새가 매우 흡사하다, 굳이 구분하자면 광어는 왼쪽에 눈이 있고, 참가자미는 오른쪽에 눈이 있는 게 다르다면 다르다.
 
배가 하얀 색을 띤 참가자미 모습
 배가 하얀 색을 띤 참가자미 모습
ⓒ 한정환

관련사진보기


참가자미는 양식을 할 수가 없는 100% 자연산 어종이다. 수온 6°C 이하에서만 생존하는 성질이 급한 생선이다. 이송 도중 잘못하면 죽어 버리기 때문에 활어차가 가장 싫어하는 생선이기도 하다. 그래서 멀리 다른 지역으로 이송하기가 쉽지 않아 경주 및 울산 인근 지역에만 유통이 된다.

동해안 강릉, 속초 등에도 가자미가 잡히는데, 이는 참가자미가 아니고 배 모양이 노란색을 띤 노란 가자미이다. 그래서 가자미의 원조 격인 경주 감포 참가자미는 가자미류 중에서도 가장 맛이 있는 고급 어종으로 취급한다. 그만큼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는 어종이 되었다.
 
참가자미로 유명한 경주 감포항 부두 모습
 참가자미로 유명한 경주 감포항 부두 모습
ⓒ 한정환

관련사진보기


참가자미를 전문으로 하는 어선은 태풍경보가 내리지 않는 한 매일 새벽 3시경에 먼바다로 나간다. 밤을 꼬박 새우며 고기를 잡아 오후 4시경이 되어야 돌아온다. 매일 만선이면 좋으련만, 밤새 수고한 만큼 많은 어획량이 아니라 부두로 들어오는 어선들의 표정이 그리 밝지 않다고 한다. 경주 인근 지역만 겨우 공급할 정도의 양이 잡힌다고 한다.

여름 보양식 겸 특미 '참가자미 회'와 '물회'

먼저 다른 지역에서 맛볼 기회가 드문 참가자미 회는 고소하고 쫄깃한 맛이 일품이다. 참가자미 회는 일반 횟감처럼 쌈을 싸서도 먹는다. 그러나 미나리, 무, 파, 양배추 등 다양한 채소에 초장과 콩가루를 넣고 버무려 그 위에 회 한 점을 놓고 먹는 게 가장 좋다. 취향에 따라 김에 싸서도 먹는다. 참가자미 자체도 고소하고 쫄깃한 식감인데, 거기다 콩가루까지 뿌려 먹으니 고소함이 배가 된다.
 
경주 감포 참가자미 상차림 모습
 경주 감포 참가자미 상차림 모습
ⓒ 한정환

관련사진보기

고소하고 쫄깃한 경주 감포 참가지미 회 모습
 고소하고 쫄깃한 경주 감포 참가지미 회 모습
ⓒ 한정환

관련사진보기


참가자미 집에 가면 함께 나오는 반찬류도 주인장의 정성이 가득하게 느껴진다. 밥 한 그릇만 있으면 참가자미 회가 없더라도 정식처럼 먹을 수 있도록 나온다. 참가자미 뼈를 우려내어 구수한 맛이 일품인 미역국에 문어, 황태, 석이버섯, 꽁치 등 일반 정식 못잖게 나온다. 거기다 케첩을 적당히 뿌린 생선가스까지 골라 먹는 재미도 쏠쏠하다.
  
참가자미 뼈로 우린 담백한 미역국 모습
 참가자미 뼈로 우린 담백한 미역국 모습
ⓒ 한정환

관련사진보기

얼큰하고 칼칼한 국물 맛이 일품인 참가자미 매운탕
 얼큰하고 칼칼한 국물 맛이 일품인 참가자미 매운탕
ⓒ 한정환

관련사진보기


마지막 맛의 대미는 매운탕이 장식한다. 참가자미 뼈와 남은 생선 등으로 우린 매운탕은 육수 자체가 엄청 시원하고, 얼큰한 맛이 꼭 해장국을 먹는 느낌이다. 담백하고 칼칼한 국물 맛은 밥 한 그릇 말아 먹고 싶은 생각이 들 정도이다.

이런 참가자미의 매력 때문에 간혹 늦은 점심시간에 식당 문을 들어서면 주인장이 "고기 다 팔았습니데이", "내일 일찍 오이소"라며 정감 있는 경상도 사투리로 손님들을 돌려보낸다. 늦게 가면 먹을 수 없을 정도로 인기 있는 음식이다.   

여름에 특히 많이 먹는 메뉴로 '참가자미 물회'가 있다. 물회에는 배, 무, 오이, 양파 등을 가늘게 채 썰어 살얼음이 낀 특제 소스를 넣어 먹는데, 그 맛이 일품이다. 푸짐한 참가자미회에다 슬러시 같은 새콤달콤한 육수를 넣어 먹으면 삼복더위로 지친 입맛을 되살리기 충분하다.

연애 리얼리티 프로그램이었던 TV조선 '연애의 맛'에서 배우 이재황이 필라테스 강사 유다솜 앞에서 시원한 냉면을 마구 흡입한 장면이 생각난다. 여기 와서 참가자미 물회를 먹으면 그때 장면이 떠올라, 저절로 웃음이 날 정도로 맛이 일품이다.

지인들과 함께 거하게 한잔하고 이른 아침 해장국이 절실히 생각날 때 참가자미 물회 한 그릇을 비우면, 시원한 국물 맛에 밤새 먹은 술기운이 싹 가시는 느낌이다.
 
경주 감포 참가자미 물회 모습
 경주 감포 참가자미 물회 모습
ⓒ 한정환

관련사진보기


참가자미 물회는 오전 11시 30분이 넘어야 먹을 수 있다. 다른 음식점처럼 일찍 문을 열지 않는다. 그래도 뼛속까지 스며드는 국물 맛 때문에 다른 해장국을 먹지 않고 참고 기다렸다가 먹는 게 이 참가자미 물회다.

경주 참가자미 횟집은 경주 각 지역에 골고루 있지만, 특히 경주 시청 북편에 많이 몰려 있다. 지역 특미를 소개하는 각종 먹거리 방송 취재 열기도 뜨거운 곳이다. 그러나 참가자미가 많이 잡히지 않아 충분히 공급하지 못하는 것이 흠이라면 흠이다.

횟집 취재 중 만난, 울산광역시 중구 다운동에 거주하는 최아무개씨는 "경주가 고향이라 올 때마다 꼭 참가자미 횟집을 찾아온다"고 했다. 그는 "고소하고 쫄깃한 식감이 좋고, 곁들여 나오는 담백한 미역국이 특미라 올 때마다 아내와 함께 찾는다"라고 말했다.

태그:#경주 감포 참가자미, #경주 감포 참가자미 물회, #경주 감포 참가자미 모습, #참가자미 매운탕, #참가자미 미역국
댓글4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차 한 잔의 여유를 즐기며 발길 닿은 곳의 풍경과 소소한 일상을 가슴에 담아 옵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