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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노교본 ...
▲ 피아노교본 ...
ⓒ 정현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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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노교본을 들고 약속 장소로 나가니 오토바이를 탄 남성이 내 앞에 선다. 피아노 교본을 주문한 사람이라고 하면서. 난 조금 의아한 생각이 들어 물었다. 

"이 피아노교본은 누가 볼 거예요?"
"제가요."


대답하는 노인을 잠시 쳐다보았다. 그도 그것을 의식한 듯 이렇게 답한다. 

"아 제가 얼마 전에 뇌출혈로 쓰러졌는데 의사가 손을 사용하는 악기를 배워보라고 해서 치료차 배우려고요."
"아 ~그러시구나. 그런데 이건 초보가 치기에는 좀 어려울 텐데요."
"상관 없어요. 악보만 보고 그냥 치려고요."


무언가 배운다는 것에 나이는 상관 없지만, 72세 된 남성이 피아노를 배운다는 것에 조금은 놀랐다. 대단한 용기란 생각이 들었다.

2년 전쯤 피아노를 없애고도 시간이 제법 흘렀지만 교본은 그대로 놔두고 있었다. 피아노를 없앤 아쉬움과 미련이 아직도 남아있어 처분을 못 하고 있었던 같다. 피아노 교본을 한참 쳐다보고 있다가 교본만 가지고 있으면 무얼 하나 싶어 중고시장에 올렸다.

오랫동안 소식이 없어 나도 잊고 지냈다. 몇 달이 지난 어느 날 중고시장의 알림이 울렸다. 그것도 새벽 2시에. 그때 일어나면 잠을 못 잘 것 같아 아침에 일어나 확인을 했다. 피아노 교본을 산다는 주문이 들어온 것이다. 약속을 정하고 주문자를 만나니 연세가 지긋한 남자 노인이었던 것이다. 정말 상상도 못 했던 일이었다.

그에게 중급 정도의 교본을 건네준 것이 마음에 걸렸다. 집에 있던, 아주 초보들이 치는 바이엘 1번부터 4번까지 4권과 쉬운 동요(손자들이 치던) 교본을 챙겼다. 그리곤 그에게 문자와 교본 사진을 보냈다. "아주 기초교본이 있는데 괜찮으시면 그냥 드리고 싶은데요"라고. 바로 답이 왔다. "그래 주시면 너무나 고맙고, 베풀어주신 뜻에 어긋남이 없이 열심히 정진하겠습니다"라는 답장이 왔다.

그에게 교본을 전해주면서 "응원할게요~" 하니 그는 고맙다는 말을 남기고 오토바이를 타고 떠났다. 피아노를 처음 배웠을 때가 생각났다. 조금씩 좋아지는 피아노치기, 점점 완성되어가는 노래한 곡, 한 곡 등은 대단한 성취감과 작은 자신감도 생기게 했었다. 그분도 그런 과정을 겪을 수 있을 거라 믿어본다. 또 피아노를 배우면서 그분의 몸과 마음이 평온해지고 건강해지기를 기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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