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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시내 한 건물 모습. 불이 꺼진 수많은 성형외과 간판들이 보인다.
 서울 시내 한 건물 모습. 불이 꺼진 수많은 성형외과 간판들이 보인다.
ⓒ 권태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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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전 기사 : 의료사고 사망 '권대희 사건' 친형입니다... 너무 억울합니다 (http://omn.kr/1obys)

제 동생 대희가 성형수술을 받고 목숨을 잃기까지 어떤 일이 있었는지를 돌이켜봅니다. 가족에게도 말하지 못하고 가장 가까운 친구에게도 수술 얼마 전에야 성형을 받겠다는 마음을 전했던 아이. 왜 그랬을까요. 이제는 알겠습니다.

한국에서 성형수술은 미용성형과 동의어입니다. 화상이나 절단 등의 손상으로 성형을 받는 경우엔 재생이나 재건이란 부연 설명을 해야 하죠. 의료가 본연의 목적에서 벗어나 미용에 함락되고 있다는 단적인 증거입니다.

당장 서울 강남 일대만 가더라도 한국에서 성형이 어떤 지위에 있는지를 분명히 알 수 있습니다. 지하철역을 가득 메운 광고판과 그 비싼 빌딩 숲을 점령하다시피 한 간판들은 성형이 아주 가까운 곳에 있다는 사실을 알게 합니다.
     
하지만 성형을 한다는 건 여전히 민망하고 부끄러운 일입니다. 외모를 가꾸는 것을 넘어 칼을 대서 아예 바꾸고자 하는 게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기는 쉽지 않은 일이니까요. 그 근저엔 비싼 돈을 들여 내 몸에 칼을 대가면서까지 외모를 바꾸고 싶다는 어떤 욕망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때로는 내가 지금 가진 외모가 내 이상과 맞지 않아 괴롭다는 '콤플렉스'가 그 욕망의 자리를 채우기도 합니다.

한국에서 젊은 남자가 성형한다는 건 쉽지 않은 일입니다. 대뜸 '무슨 사내놈이 외모에 신경을 쓰냐'는 핀잔이나 듣기 십상이죠. 저라고 그런 마음이 없었을까요. 어머니와 아버지, 대희의 친구들이라고 그런 사람이 없었을까요. 

누구에게도 수술하겠다는 마음을 터놓지 못했던 대희는 그래서 더 철저하게 병원을 찾아다녔습니다. 몇 달 동안이나 온라인 사이트와 커뮤니티를 돌아다니며 정보를 모았고, 마지막 한 달 동안엔 후보로 좁혀진 병원을 직접 찾아 원장과 실장에게 상담도 받았죠. 돌아보면 모두 쓸모없는 짓이었습니다.

대희가 ㅈ성형외과를 선택한 건 광고 때문이었습니다. 다른 무엇보다 '14년 무사고'라는 광고문구가 마음을 잡았다고 했죠. 대희와 함께 지내던 대학교 단짝 친구는 이 문구를 보고 대희가 "걱정하지 말라" 했다고 말했습니다.

대희는 집도의인 원장과도 직접 상담했는데 그때 "수술을 끝까지 직접 한다"는 말을 들었다고 했죠. 광고에서도 '끝까지 책임진다'는 문구가 있었다고 합니다. 죄다 거짓이었습니다.

대희만이 아닐 겁니다. 성형수술을 결심한 사람이 제대로 된 정보를 얻을 길은 없습니다. 사고 뒤 찾아본 각종 커뮤니티 사이트에선 광고와 정보가 뒤섞여 전문가조차 무엇이 진실인지를 가려낼 수 없어 보였지요. 

'14년 무사고'나 '끝까지 책임진다'던 광고
 
 동생의 사망사고 후에도 병원 홈페이지에는 14년 무사고라는 말이 버젓이 걸려있다.
 동생의 사망사고 후에도 병원 홈페이지에는 14년 무사고라는 말이 버젓이 걸려있다.
ⓒ 온라인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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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 '14년 무사고'나 '끝까지 책임진다'는 문구를 만나더라도 믿을 수 있을까요? 이 병원은 대희가 죽고도 몇 번이나 '14년 무사고' 광고를 내걸었고, 항의차 찾아간 저에게 적반하장 식으로 대했습니다. 영업방해로 경찰을 부르겠다고 해서 제가 그 자리에서 직접 경찰을 불렀지요. 

그때 병원엔 많은 젊은 사람들이 상담을 받으러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알고 있었을까요? '무사고'라던 이 병원 수술대 위에서 말도 안 되는 일이 벌어져 사람이 죽었다는 걸요. 그러고도 이 병원이 '무사고'라고 광고하고 있다는 걸요.

'끝까지 책임진다'던 문구도 마찬가지입니다. 집도의는 수술 도중 의학전문대학원을 막 졸업한 어린 의사에게 수술을 넘겼으니까요. 수술 중 3500cc나 피를 흘려도 한 차례 수혈이 없었고 수술실을 비운 집도의는 대희가 얼마나 피를 흘렸는지조차 다 보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맥박과 혈압이 정상이 아닌 대희를 간호조무사에게 맡겨둔 채 모든 의사가 퇴근해 버렸죠.

대희가 이렇게 수술이 진행된다는 사실을 알았다면 과연 이 병원에서 수술을 받았을까요. 대희 이후 이 병원에서 수술을 받은 많은 이들도 마찬가지일 겁니다. 그게 저와 제 가족들이 가만히 있을 수 없는 이유입니다.

성형을 받으려는 사람들은 각종 커뮤니티에서 암암리에 유통되는 정보를 어렵게 구합니다. 그조차도 사실인지 아닌지 알 수가 없죠. 하지만 민사소송에서 병원 측 80% 책임을 인정하는 판결을 받은 저희조차도 ㅈ성형외과 이름을 공개하기 어렵습니다. 이 병원이 소송을 걸면 어떻게 하나 하는 걱정 때문이죠.

커뮤니티에 부작용에 고생하는 사람들이 성형외과에 대한 글을 올려도 병원은 이를 모니터링해 내리게 만들기 일쑤입니다. 심지어는 적극적으로 글을 올리는 이들에게 명예훼손 소송까지 걸죠. 오랜 시간과 돈을 들여 소송에서 이겨도 상처만 남습니다. 병원은 그 소송 진행 중에도 계속 정상적으로 영업을 하죠.

최근에 몇몇 기자가 '권대희 사건'을 다룬 이후 한 수술 피해자가 연락해 왔습니다. 이 병원에서 수술을 받고 신경 문제로 고통을 받았다고 했죠. 공황장애까지 와서 결혼도 늦어졌다고 했습니다. 이 사람도 '14년 무사고' 광고를 보고 병원을 선택했다고 했습니다. '14년 무사고' 광고 이후 이 병원에서 수술을 받아야지 하고 '꿈' 꿨다고 했지요. 맞아요. 꿈이라고 했습니다.

미안했습니다. 동생이 죽고도 이 병원 이름을 밝히지 못해서. 그래서 또 다른 피해자가 나오게 된 사실에 죄송했습니다. 성형 피해자들이 공황장애나 대인기피 같은 증상을 앓게 되는 경우가 많아 만나기 어렵다는 점을 고려하면 더 많은 피해가 있었을지도 모를 일입니다. '14년 무사고' 그 광고를 어떻게든 내렸어야 했는데 말입니다.

광고성 짙은 성형 정보들이 넘쳐납니다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서 받은 불기소이유 통지서. 검찰의 진짜 권력은 불기소권에서 나온다.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서 받은 불기소이유 통지서. 검찰의 진짜 권력은 불기소권에서 나온다.
ⓒ 권태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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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는 이 광고와도 싸움을 벌이셨습니다. 광고를 일일이 캡처하고 날짜별로 정리해 자료를 만든 뒤 국민신문고에 올려 고발했습니다. 이 사건이 경찰을 거쳐 검찰로 갔지요. 그리고 누가 수사했을까요.

지난 기사에서 언급한 '권대희 사건'에서 '무면허 의료행위' 혐의를 빼라고 한 바로 그 검사였습니다. 이 검사가 '14년 무사고' 고발 건도 맡아 병원과 원장에게 면죄부를 줬습니다. 사람이 죽었는데 무사고 광고를 하는 병원, 이보다 명확한 불법이 있을까요. 그러나 그 검사는 처벌하지 않았습니다. 또 한 번 병원 측 변호사와 검사가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사법연수원을 함께 나온 동기동창이라는 사실이 뇌리를 스쳤지요.

사람이 죽었는데도 몇 차례나 버젓이 무사고 광고를 하고, 사람들은 그걸 보고 병원에 가서 수술을 받습니다. 그리고 그중 일부는 후유증을 앓지요. 형법을 찾아보니 사기죄는 사람을 속여 재산상의 이득을 취하면 성립된다고 하더라고요. 그리고 친고죄가 아니어서 당사자가 아니라도 누구나 신고할 수 있다고 하고요.

대한민국 법은 이 병원이 불법 광고이고 사기죄를 범하고 있다고 하는데, 이 나라 검찰은 사기죄로 책임을 묻기는커녕 유족이 일일이 증거를 확보한 불법 광고에 대해서까지 처벌하지 않았습니다. 이 부분에 대해선 다음 기사로 상세히 쓰도록 하겠습니다.

오늘 쓴 이 글은 성형을 고민하고 있을 이름 모를 동생들에게 띄우는 당부의 편지입니다. 전 아끼던 동생을 2016년 가을에 잃어버렸습니다. 그 병원은 동생에게 거짓된 광고를 했고, 동생이 죽은 이후에도 다른 환자들에게 같은 잘못을 저질렀습니다.

이 병원 하나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지난 4년 동안 알게 된 충격적인 사실들이 아주 많지요. 그 사실을 하나하나 이곳에 옮길 수 없다는 게 고통스럽고 미안합니다. '14년 무사고' 광고를 보고 찾았던 그 병원에는 내 동생보다도 어려 보이는 젊은 분들이 아주 많았습니다. 그들은 가족에게 수술을 받겠다고 이야기를 하고 왔을까요. 대희의 죽음 같은 정보를 알고 왔을까요.

여전히 유튜브와 SNS, 커뮤니티엔 광고성 짙은 정보들이 넘쳐납니다. 그 광고들을 보면 누구나 성형을 하고 싶다는 마음이 들 거라고 생각합니다. 이 글이 그런 마음에 자그마한 의심을 심어주길 바랍니다.

하늘에 있는 대희의 죽음이 헛되지 않기를 바라며, 못난 형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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