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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시 장애인활동지원서비스 혁신안'(이하 혁신안)을 두고 전문가들의 우려가 나오고 있다. 화성시는 지난 6월 17일 1등급 중증장애인에게만 적용해온 활동지원사업 대상자를 4등급까지 확대하는 내용의 혁신안을 발표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장애계의 반발이 거세지자 서철모 화성시장은 지난 13일 장애인차별철폐연대와의 간담회을 개최했다. 그러나 "부모가 안방에서 자기 위해서 활동지원사를 24시간 붙이는 게 정의로운 나라인가" 등의 발언을 하면서 장애인단체로부터 즉각 규탄을 받았다. (관련 기사: 그 장애인은 왜 화성시장실 문턱에 주저앉았나 http://omn.kr/1ocer
  
"방치된 시간에 생기게 될 비극은 인재"
  
서철모 화성시장은 지난 13일 화성시장애인정책개악저지공동투쟁단과 갖은 간담회에서 왜 가족이 있는데 가족이 가족을 안 돌 보고 국가에서 많게는 1인당 1억씩 지원해주는게 과연 맞는지 의문이다라는 발언을 했다.
▲ "장애인 가족 있는데 왜 국가가 돌봐야 하나"  서철모 화성시장은 지난 13일 화성시장애인정책개악저지공동투쟁단과 갖은 간담회에서 왜 가족이 있는데 가족이 가족을 안 돌 보고 국가에서 많게는 1인당 1억씩 지원해주는게 과연 맞는지 의문이다라는 발언을 했다.
ⓒ 윤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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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관련해 사회복지 전문가들은 우려를 보이고 있다. 김동기 목원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화성시가 마련한 혁신안이 시행될 경우 기존에 활동지원사에 받았던 공백이 생길 것이고, 뜻하지 않은 불의의 사고가 생길 것'이라고 우려했다.
  
김동기 교수는 "활동 지원 시간이 줄면서 방치된 시간에 생기게 될 비극은 인재다"라며 "비극적 사건·사고에 휘말리게 될 인재가 일어날 확률이 크다"고 내다봤다.
그는 이어 "비장애인은 어떤 돌발상황에도 대응이 되겠지만 돌발상황에 대응이 안될 중증장애인이 다치는 건 불 보듯 뻔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이준우 강남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최근 서철모 화성시장의 발언에 대해서도 난색을 표했다. 이 교수는 "지자체장의 인식 수준의 한계가 명확하게 드러났다"며 "장애에 대한 무지와 장애인 정책에 대한 몰이해가 심히 염려스러울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화성시가 마련한 혁신안의 취지 자체는 나쁘지 않지만, 고민을 해결하기 위한 방법과 접근 방식이 잘못됐다"고 덧붙였다.
  
더욱이 서철모 화성시장이 간담회라는 공식석상에서 했다는 발언은 개편안의 좋은 취지와 반해 시대를 역행하는 철학과 가치관이 담겨 있는 것 같아 상당히 우려스럽다고도 전했다.

이준우 교수는 화성시가 밝히는 혁신안에 대해 네 가지로 나눠 설명했다. 그는 해당 사안에 대해 박사과정 수료생인 이진영 선생과 김시내 선생의 의견을 청취해 내용을 정리해서 화성시민신문에 보내왔다. 그의 글을 정리해서 싣는다.
  
전문가들이 본 화성시 혁신안의 문제점
  
지난 16일 화성시장실 앞에서 열린 서철모 화성시장 규탄 결의대회에 한 장애인 자녀를 둔 부모가 현장에서 휠체어에 탄 자녀에게 밥을 먹이고 있다.
▲ 부모에게 책임을 물어야 하나  지난 16일 화성시장실 앞에서 열린 서철모 화성시장 규탄 결의대회에 한 장애인 자녀를 둔 부모가 현장에서 휠체어에 탄 자녀에게 밥을 먹이고 있다.
ⓒ 윤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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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장애인복지 패러다임에 반하는 사고
장애인활동지원제도는 장애인활동지원에 관한 법률 제1조에 명시된바, 그 목적이 "신체적·정신적 장애 등의 사유로 혼자서 일상생활과 사회생활을 하기 어려운 장애인에게 제공하는 활동지원급여 등에 관한 사항을 규정하여 장애인의 자립생활을 지원하고 그 가족의 부담을 줄임으로써 장애인의 삶의 질을 높이는 것"이다.

즉, 장애인활동지원제도(이하 활동지원제도)는 장애인이 가족과 시설로부터 벗어나 독립된 주체로서 사회참여를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장애인들의 요구에 의해 생겨난 제도이다. 그런데 이런 제도에 가족의 돌봄을 언급했다는 것은 제도의 본 취지를 이해했다고 보기 어려우며, 장애인의 자립을 지원하고자 하는 장애인복지 패러다임에 반(反)하는 사고이다.

② 가족이 돌볼 수 없는 현실
현 활동지원제도의 급여지급은 보건복지부 지원을 기준으로 장애인 당사자가 와상에 가까운 중증의 장애를 가지고 있거나 독거, 혹은 보호자가 만 65세 이상인 경우에 상위 등급, 즉 높은 구간을 받을 수 있는 구조다.

특별지원급여는 한시적인 지원이므로 제외하고 기본급여를 기준으로 살펴보면 1구간에 해당되는 경우 월 648만 원(약 480시간)이 지급된다. 여기에 부족한 나머지 시간을 지자체, 경기도와 화성시가 추가지원을 하는 것이므로, 서 시장이 언급한 '부모가 안방에서 잠을 자기 위해 활동지원사를 24시간 고용하는' 사례의 전제는 그 부모가 장애인을 지원할 수 있을 정도의 나이와 체력이 된다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24시간 지원은 꿈에서도 이룰 수 없는 것이 활동지원제도의 현실이다.
  
③ 본인부담금이 존재
이미 보건복지부에서 정한 활동지원제도는 장애인 당사자 혹은 그 가구의 건강보험료를 통한 개인 및 가구의 소득에 따라 본인부담금을 납부하도록 되어 있다. 서철모 시장이 언급한 소득이 높으며, 활동지원을 많이 받는 장애인 당사자의 경우 그만큼 본인부담금의 부담도 크다.

실제 경제활동으로 월평균 소득이 약 300만 원가량 되며 월 1천만 원가량의 활동지원을 받는 중증 장애인의 경우 본인부담금을 30~50만 원 정도 부담한다고 한다. 장애인 당사자들은 장애로 인한 의료비 지출 및 보장구 사용에 따른 유지 보수비 등 비장애인과 같은 소득을 얻는다고 해도 부가적인 지출이 크기에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게 된다.

장애인이 활동지원을 정부나 지자체로부터 무료로 받는 경우는 국민기초생활보장법에 의한 수급권자만 해당하며, 차상위장애인(활동지원제도 본인부담금 월 2만 원)을 제외한 활동지원제도를 이용하는 모든 장애인이 소득에 따라 이용료의 일부를 부담한다.

장애인단체에서는 장애인의 경제적 어려움 등을 이유로 본인부담금을 폐지하기를 요구하고 있는데, 이들의 요구와 달리 보호자의 재산 정도에 따라 차등 지급하겠다는 것은 장애인에게 이중적인 어려움을 안겨주는 것이나 다름없다.

④ 장애인을 인격적으로 고려하지 않은 무례한 발언
활동지원제도는 말 그대로 바우처 서비스이다. 장애인 당사자의 가상계좌로 정부 및 지자체가 지원 금액을 매월 지급하지만, 사실상 이것은 장애인 당사자가 챙기는 소득으로 보기 어렵다. 이 금액은 활동지원을 제공하는 활동지원사의 인건비와 서비스를 중계하는 중계기관의 수수료(약 20%) 등으로 쓰인다.

이준우 교수는 "서 시장의 발언은 서비스를 받는 장애인 당사자 가구의 높은 소득에도 불구하고 정부와 지자체가 장애인 당사자에게 막대한 예산을 쏟아부어 주는 것처럼 묘사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장애인이 지원받는 정부와 지자체의 예산 중에 상당한 금액을 지원하는 것이 활동지원제도인 것도 사실이고, 이로 인해 예산 투입에 대한 부담이 큰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서 시장의 발언은 장애인 당사자와 그 가족의 입장을 고려하지 않고, 장애인을 인격적으로 고려하지 않은 무례한 발언이다"라고 일축했다.
  
"연봉 삭감하듯 쉽게 삭감해선 안 돼"
 
16일 서철모 화성시장실 앞에는 보안요원 6명이 몸으로 문을 막아 장애인의 진입을 막았다.
▲ 보안요원이 몸으로 막았다  16일 서철모 화성시장실 앞에는 보안요원 6명이 몸으로 문을 막아 장애인의 진입을 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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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교수는 혁신안을 통보하는 과정과 방식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했다. 그는 "장애인을 인격적으로, 사회구성원으로, 지역주민으로, 유권자로 존중한다면 이러한 개편안을 통보하기 전에 장애인 당사자 집단, 즉 장애인단체와의 면담과 토론 등을 해야 했다"며 "활동지원제도 부정수급의 해결책과 서비스 제공의 확대 방안에 대해 충분한 논의와 협의가 이루어졌으면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아쉬움을 보였다.

그는 활동지원 제도를 개선하기 위해 무엇보다도 맞춤식 표준화 가이드라인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장애자녀의 부모가 생을 마감할 때까지 장애자녀를 돌봐야 하는 현실 속에서 장애인 활동지원 제도는 단비와 같은 제도다. 장애인들의 가족 유무를 떠나 비장애인들도 감당하기 어려운 돌봄 문제를 장애 정도를 무시하고, 가족의 유무를 조건에 넣어서 차별성을 준다는 것은 상식적이지도 전문적이지도 않은 주먹구구식 혁신안이다"라면서 한 사람의 생명과도 직결되는 사회보장서비스를 대기업 직원 연봉 삭감하듯 쉽게 삭감돼서는 안 된다고 일갈했다.

마지막으로 이준우 교수는 "현재 장애인 활동지원 제도는 지역마다 운영지침이 다르며, 이 운영지침을 전적으로 통일화하는 가이드라인 작업이 시급히 필요하다. 또한 일부의 장애에 대한 혜택과 배려가 특권이라고 오해를 하는 경우가 간혹 있다. 일부 부정수급으로 인한 문제를 일반화해서 생각해서는 안 되며, 부정수급을 막기 위해서는 현재 운영되고 있는 모니터링 이외의 강화된 대안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덧붙이는 글 | 화성시민신문에도 함께 실렸습니다.


태그:#화성시민신문 , #서철모 , #장애인활동지원서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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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시민신문에서 일합니다. 풀뿌리지역언론운동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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