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가혁 JTBC 기자

이가혁 JTBC 기자 ⓒ 이영광

 
JTBC <뉴스룸>의 최장수 코너인 '팩트체크'가 지난 6월 17일 1000회를 맞이했다. 2014년 9월 22일 국내 방송사 최초로 팩트체크 코너를 도입한 JTBC는 그날그날 나타나는 사안 중 논란인 것에 대해 발 빠르게 팩트를 체크해 시청자의 사랑을 받고 있다.

1000회 맞은 소감이 궁금했다. 마침 지난 1일로 3대 팩트체커인 이가혁 기자가 팩트체커로 활동한 지 1년을 맞았다. '팩트체크' 1000회에 대한 소감과 아울러 팩트체크 1년의 소회를 듣기 위해 지난 15일 서울 상암 JTBC 사옥에서 이가혁 기자를 만났다. 다음은 이 기자와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했다.

- 지난 1일로 JTBC <뉴스룸> '팩트체크' 코너 진행을 시작한 지 1년을 맞았는데 소회가 궁금합니다. 
"'팩트체크'가 <뉴스룸> 최장수 코너잖아요. 2014년에 시작해 7년째입니다. 나름 상징성 있는 코너인데 그 코너를 망치지 않고 잘 버텼다는 게 참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웃음)."

- 지난달 '팩트체크' 1000회를 맞이하셨던데 아무래도 감회가 새로웠을 것 같아요.
"제가 1년 하는 사이에 운 좋게 1000회도 있었는데, 앞에 선배들이 해와서 사실 제 지분이 많지는 않거든요. 또 무엇이든지 오래 하는 게 쉽지 않은 세상이잖아요. 이런 상황, 이런 와중에 7년 동안 1000개의 JTBC 팩트체크 보도가 꾸준히 나왔다는 것에 자부심을 느낍니다. 낯간지러운 멘트지만 보도국 구성원, 또 시청자분들께도 정말 감사드립니다."

- JTBC가 처음 팩트체크를 시작했지만, 지금은 대부분 방송사 메인 뉴스에 팩트체크를 하는 코너가 있잖아요. 이런 흐름 어떤가요?
"(다른 방송 팩트체크) 잘 보고 있어요. 차이라고 한다면 저희는 거의 월화수목 매일 하는 걸 목표로 하고, 사전 녹화가 아니라 생방송으로 기자가 출연합니다. 경쟁사는 일주일에 한 번이나 2주일에 한 번 정도 나오는 점이 가장 큰 차인 것 같고요. 일부 매체는 '연성화'를 차별화 포인트로 가져가는 것 같아요. 다소 코믹한 요소를 가미하면 메시지를 효율적으로 전달하는 것에 도움이 된다고 나름대로 판단하신 같아요."

- JTBC <뉴스룸> '팩트체크' 코너를 맡는다는 게 부담이 되기도 했을 것 같은데.
"일단은 오대영 선배가 고생을 많이 했다는 걸 잘 보고 들어왔던 터라 '나도 이제 이 고생을 해야 하나' 싶었죠(웃음). 당연히 감사한 기회죠. 근데 말씀하신 대로, 국내 언론사 중 처음 정기적으로 팩트체크한 것이고, 게다가 방송사 저녁 뉴스에서 이렇게 하는 것은 처음이다 보니까 뭔가 '원조 팩트체크'란 말이 항상 붙는단 말이에요. '이걸 망치면 어떡하지'라는 걱정이 정말 많이 들었어요.

또 과거와 달리 이제는 팩트체크라는 게 더 이상 새로운 것도 아니고 경쟁도 치열해졌다는 부담도 컸고요. 작년에 국제팩트 체킹네트워크(IFCN) 인증을 받았는데, 그게 자랑거리이면서 동시에 부담도 됩니다. 그래도 보도국에서 많이 도와주셔서 열심히 하고 있어요.

하나 더 말씀드리고 싶은 게, 저뿐만 아니라 국내에서 노하우가 가장 많은 작가님 네 분 있고요. 전담 디자이너님 한 분 있고 PD님 한 분 있고. 이렇게 철저한 팀워크거든요. 그분들 덕분에 계속 잘 버티고 있는 거 같아요."
 
- 이걸 맡기 전에 팩트체크 코너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있었나요?
"시청자 입장에서 그냥 보기만 했을 때는 '저걸 어떻게 매일 할까', 했어요. 선배가 하는 거니까 대단하다고 (생각하고) 봤던 것 같아요. 오대영 선배가 항상 깔끔하게 정리했잖아요. 또 동시에 깔끔한 정리 이면에는 많은 분들의 고생이 있구나 생각했죠."

- 맡으니 어때요?
"그런 게 더 느껴지는 것 같아요. 그리고 이 코너가 <뉴스룸>에서 갖는 나름의 상징성이 있어서, 시청자로 봤을 때보다 실수하면 안 되겠다는 생각을 더 하는 것 같아요."

- 첫 방송 기억이 나세요?
"첫 아이템이 '김정숙 여사 외교 결례 논란'이었습니다. 정권을 가리지 않고 대통령이 해외순방을 가면 첫째, '대통령이나 영부인이 이런저런 실수를 했다', 이게 아니면 둘째 '방문국 정부가 이런 결례를 범했다. 무시당한 정권'이라는 식의 뉴스(또는 허위정보)가 공식처럼 튀어나와요. 이 경우는 첫째 경우였어요. 온라인에 동영상과 사진이 짜깁기되어 퍼졌죠. 당연히 첫 방송이니 긴장되더라고요. 지금 다시 보면 얼굴이 약간 상기되어 있고요. 근데 긴장은 됐는데 취재가 생각보다 잘 돼서 든든한 마음으로 방송했던 것 같아요."

- 기억에 남는 아이템이 있을까요?
"시청자분들은 별로 기억이 안 남을 수 있는데, 2019년 11월 25일 26일 27일 3일 동안 문재인 대통령 임기 절반 대선 공약 이행률 점검이라는 걸 했어요. 일종의 기획을 한 거죠. 공약집을 보면 30개 영역에 1169개거든요. 1169개를 다 검증하는 게 엄청난 일인 것이더라고요.

경실련과 같이했거든요. 모든 정부 부처별로 공약을 나누고, 부처마다 진행 상황에 대해서 설명해 달라고 정보공개 청구하고, 그 답을 받아서 우리가 일일이 전화 돌리고 또는 언론보도 같은 걸 통해서 재점검해야 되죠. 1169개니까 방송 전 몇 주 동안은 주말마다 저희 팀 모두가 서류 더미에서 살았어요.

사실 이거 시작할 때 '시청률 안 나오겠다', 싶었거든요. 예상대로 시청률 안 나오더라고요(웃음). 1169개를 보여주는 게 시청자 입장에서는 그렇게 크게 안 와닿을 수 있는데, 청와대와 정부에는 부족한 부분은 속도를 내달라는 취지일 수 있죠."
 
 JTBC <뉴스룸>의 한 장면

JTBC <뉴스룸>의 한 장면 ⓒ JTBC

 
- 아이템은 어떻게 잡나요?
"오늘도 오전에 계속 회의하고 고생하고 왔는데 아이템 선정은 저랑 팀원들이 매일 엄청 치열하게 토론해요. 가급적 최근 이슈와 관련된 걸 하는 게 맞다고 봐서 매일 이슈 팔로업을 합니다. 저희 사무실 밖에서 들으면 '쟤네 싸우나?' 할 정도로 저희가 가끔은 진짜 언성을 높이며 토론하기도 합니다.

중요한 것은 '이게 팩트체크할 사안인가' 그리고 '검증이 가능한 사안인가'입니다. 실제 검증을 하자고 했을 때 과연 가능한가. 예를 들어, 저희는 검찰처럼 압수수색도 못 하는 데 무조건 궁금하다고 다 할 수는 없잖아요. 그리고 세 번째는 요새 큰 고민인데 '팩트체크를 했을 때 역효과 주는 것은 아닌가'도 고민이에요.

어떤 의미냐면, 유튜버들이 허위주장을 펼치는 이유 중의 하나가, 화제성 높여서 광고 수입 얻는 거죠. 저희가 그것을 섣불리 검증했을 때 오히려 유튜버들 의도와 목적대로 그들을 홍보해 주는 결과로만 이어지는 것은 아닌가 하는 고민을 하게 돼요."

- 거의 매일 팩트체크 하시잖아요. 아이템이 안 떠오르면 어떻게 해요?
"그게 힘든 부분이에요. 매일 하는 코너잖아요. 아이템이 없거나 하다가 방송 시간 다가왔는데 검증이 실패하거나 근거가 없거나 할 때가 있어요. 부정확한 보도를 하느니 그냥 그날은 쉬고 가는 게 맞다고 생각해서 요새는 조금 부담을 놓고 있어요."

- 에피소드 있을까요?
"이것도 검증에 실패한 사례 중에 하난데요. 작년에 북한 내부에 괴문서가 돈다고 일본 도쿄 신문이 보도했고 그걸 국내 언론들이 잇따라 보도했어요. 어떤 거였냐면 남북 화해 무드일 때 우리가 제주도 귤을 북에 보냈잖아요. 그때 북측이 겉으로는 환영했지만, 실제 북한 내부에서는 남측의 노력을 평가절하하고 귤 선물에 대해서도 오히려 욕설에 가까운 반응을 했다는 내용이 담긴 문서였어요. 그러나 국정원이나 국회 정보위 같은 데서는 이 문서가 글자체 같은 걸 봤을 때 북한 내부 문서가 아니라고 했죠.

일본 언론의 북한 내부 문건 보도에 대한 검증 요청이 많이 들어 왔어요. 저희가 일본에 있는 조총련 등을 통해서까지 검증을 시도했어요. 그분이 보도된 문서 사진을 평양에 있는 사람에게 메신저로 보내서 북한 내부 문건인지까지 확인해주셨는데, 문서에 나온 글자 중 'ㅌ'이 북한 내부에서 쓰는 글자체가 아니라는 답을 받았다는 거예요. 국정원 등의 설명이 맞나보다 했죠.

하지만 크로스 체킹 과정에서 난관에 부딪혔어요. 해당 문서를 최초로 보도한 일본 도쿄 신문에 연락했더니 그 문서를 입수한 게 인쇄된 걸 받은 게 아니라 파일로 받았다는 거예요. 파일로 받아서 일본 워드프로세서로 이걸 열어 봤으니 글자체로 문서의 진위 여부를 따지는 게 의미가 없게 된 거죠. 도저히 검증이 안 되는 거예요. 그래서 방송에 못 내보냈죠. 간접적이긴 하지만 나름 북한 사람을 취재했고 그 다음에 일본 도쿄신문 본사와 도쿄신문 베이징 특파원에게도 접촉해서 열심히 취재했던 게 기억에 남습니다."

- 팩트체크하는 데 어려운 점 있을 것 같아요.
"결국에는 팩트체크 아이템 선정 후 취재를 계속하는 거죠. 하다 보면 뭔가 한계에 부딪힐 때가 있어요. 어떤 자료가 있으면 팩트체크가 될 텐데 그걸 못 구할 때 힘들죠. 예를 들어 아주 흔하게 북한 관련된 건 북한 가서 보면 되는 데 못 가잖아요. 그런 게 답답할 때가 있죠.

그리고 요즘은 워낙 팩트체크라는 게 보편화 되다 보니 저희가 여기저기 전화 돌리고 취재하다 보면, 해당 정부 부처에서 자기들이 카드 뉴스로 '팩트체크'라고 제목을 달아서 자료를 내요. 그러면 저희 입장에서는 정부가 자료를 내 버렸으니까, 저희가 팩트체크를 먼저 했다고 해도 경우에 따라서는 정부 자료 그대로 받아서 한다는 오해를 받을 수 있잖아요. 또 그렇게 허위정보가 수그러들고 이미 정리가 끝나버리기도 해서 그러다 보면 아이템 바꾸기도 해요. 요즘은 언론사 말고도 정부 부처, 종교단체 등 여러 주체가 팩트체크란 이름으로 콘텐츠를 생산하다 보니까 그게 오히려 제약되고 어려운 것 같습니다."

- 원조라는 타이틀이 있어서 차별화도 고민일 것 같아요.
"차별화라는 말이 참 여러 의미를 갖고 있는 것 같아요. 사실 팩트체크 기사를 보면 어려운 경우가 많잖아요. 법률 용어 나오고 판례 나오고요. 그런 것을 어떻게 왜곡하지는 않는 선에서 쉽게 전달해 드릴까가 결국 차별화의 핵심인 것 같아요."

- 최근엔 현장에 나가 팩트체크하셨는데, 이전과는 다른 포맷이었잖아요. 어떠셨어요?
"늘 하고 싶던 포맷이긴 해요. 그러나 현장에서 팩트체크한다는 게 쉽지 않잖아요. 하지만 그 사안(경부고속도로 50주년 기념비에 김현미만 있다?)은 마침 현장에서 직접 봐야 할 성격이었어요. 왜냐면 김현미 장관 이름만 보이는 사진이 주로 퍼졌어요. 그러다 보니 그 사진만 보면 당연히 '어, 김현미 장관 이름밖에 없네'라고 공분을 일으킬 수밖에 없죠.

추풍령휴게소 가본 분들은 알겠지만, 그 옆에는 엄청나게 큰 박정희 대통령을 기념하는 것(기념비)도 있거든요. 또 김 장관 이름이 들어간 기념비는 경부고속도로 건설 당시 건설부 장관 2명의 이름을 비롯해서 수많은 참여자 이름이 들어있고요. 그 맥락이 생략된 채 온라인에서 주장이 퍼지다 보니 현장을 직접 보여드리면 되겠다고 생각했어요. 넉넉지 않은 시간 동안 구성하고 직접 방송으로 만들고 하는 게 쉽진 않았어요. 그러나 현장에서 하니 색다르다는 분들도 있었어요. 괜찮았던 것 같아요."

- 가장 재밌거나 보람 있었던 때는 언제인가요?
"온라인에서 어떤 허위 주장이 떠돌고 있는데, 댓글로 JTBC 팩트체크 기사를 걸면서 '이거 이렇게 해서 팩트체크한 거다'라고 하면서 그 주장을 검증하는 걸 볼 때 보람을 느끼죠. 그게 팩트체크의 존재 이유잖아요. 보람 있다고 생각해요."

- 안나경 앵커와의 호흡은 어때요?
"안나경 앵커에게 늘 고마워해요. 제가 방송 들어가기 직전까지 계속 기사를 고쳐요. 정말 마이크 차고 다음 순서에 들어가야 되는데, 직전 리포트 영상 나오는데도 계속 고쳐요. 왜냐면 '이 단어를 썼을 때 혹시라도 중의적으로 들리지 않을까' '다르게 오해를 불러일으킬 소지는 없을까' 그런 고민을 마지막까지 해요. 저만 하는 게 아니라 스튜디오 바깥에 작가님들도 끊임없이 마지막까지 내용을 점검하고 고칠 것이 있다고 판단되면 제게 계속 연락을 해요. 그러다 보니 완성된 기사를 보고 방송에 들어가야 하는 앵커에게는 미안한 일이죠. 하지만 안나경 앵커는 정말 프로고 능숙하다 보니 실수 없이 잘 이끌어 줘요. 그러니 늘 고맙죠. 그런 면에서 전 호흡이 잘 맞는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이건 안 앵커 입장도 들어봐야 해요(웃음)."
이가혁 JTBC 뉴스룸 팩트체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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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들의 궁금증을 속시원하게 풀어주는 이영광의 거침없이 묻는 인터뷰와 이영광의 '온에어'를 연재히고 있는 이영광 시민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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