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반전 12분을 남기고 통한의 동점골을 내주며 1-1로 비겼지만 감독도 없는 꼴찌 형편에서 디펜딩 챔피언 전북을 상대로 승점 1점을 얻어냈다는 것은 큰 소득이었다. 12라운드 종료 시점 순위를 기준으로 꼴찌 인천 유나이티드는 최근 3게임 상대 팀이 나란히 1위, 3위, 2위 팀이었다. 

선두 울산과의 어웨이 게임에서는 4골이나 내주며 완패했지만 지난 라운드 3위 상주 상무와의 홈 게임, 이번 라운드 2위 전북 현대와의 홈 게임을 모두 1-1로 끝냈다. 최다 연패 기록이라는 불명예 사슬을 끊은 것도 고무적이지만 반드시 1부리그에 살아남겠다는 의지가 선수들의 움직임에 고스란히 녹아들기 시작했다. 아직 갈 길 멀지만 바로 위 순위표에 있는 FC 서울과의 승점 차이가 6점으로 줄어들었다. 현재는 첩첩산중에서 길을 잃은 꼴이지만 멀리서나마 한줄기 빛이 그들을 향해 손짓하는 듯했다.

임중용 감독 대행이 이끌고 있는 인천 유나이티드 FC가 19일 오후 7시 인천축구전용경기장에서 벌어진 2020 K리그 원 12라운드 강팀 전북 현대와의 홈 게임에서 1-1로 비겨 1부리그에 살아남을 수 있는 한줄기 빛을 붙잡았다.

5분 8초, 지언학의 슈퍼 골
 
 19일 오후 7시 인천축구전용경기장에서 벌어진 2020 K리그 원 12라운드 인천 유나이티드 FC와 전북 현대의 경기 모습.

19일 오후 7시 인천축구전용경기장에서 벌어진 2020 K리그 원 12라운드 인천 유나이티드 FC와 전북 현대의 경기 모습. ⓒ 한국프로축구연맹

 
지난 라운드 상주 상무와의 홈 게임을 치르며 필드 플레이어 2명이나 퇴장 당하는 악재 속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극장 동점골을 터뜨리며 9게임 만에 귀중한 승점 1점을 따내 많은 축구팬들을 놀라게 했던 인천 유나이티드가 이번에는 디펜딩 챔피언이자 다시 선두 자리를 노리고 있는 강팀 전북 현대를 상대로 결코 가볍게 볼 수 없는 승점 1점을 따냈다.

이 게임 시작 전까지 어웨이 팀 전북은 K리그 1 최소 실점(7실점, 게임 당 0.64골 실점) 팀이었지만 홈 팀 인천 유나이티드는 불가능해 보였던 선취골을 게임 시작 후 5분 8초만에 보란듯이 터뜨리며 흐름을 흥미진진하게 열어나갔다. 이번에도 그 주인공은 지언학이었다. 왼쪽 옆줄 바로 앞에서 시작된 인천 유나이티드의 역습이 지난 게임에 이어 또 한 번 빛나는 순간이었다. 

부상에서 돌아온 골잡이 스테판 무고사가 전북 수비수 홍정호를 등지고 절묘한 힐 패스로 역습의 길을 터 주었고 이 공을 잡아 몰고 들어간 김준범이 나머지 전북 수비수들을 한쪽으로 몰아놓은 다음에 방향 전환 패스로 지언학을 빛낸 것이다. 인천 유나이티드를 수렁에서 건져올리고 있는 지언학의 두 게임 연속골은 오른발 끝을 떠나 전북 골키퍼 송범근의 손끝을 스치며 골문 왼쪽 톱 코너로 빨려들어갔다. 비 그친 여름 밤 축구팬들의 가슴을 뻥 뚫리게 만드는 슈퍼 골이었다.

이번 시즌 아직 승리의 기쁨을 누려보지 못한 인천 유나이티드는 전북이라는 대어를 낚는다는 첫 승리의 기대감을 은근히 품었지만 추가골 기회를 분명히 살리지 못해 한숨을 몰아쉬어야 했다. 35분에 좋은 역습 기회가 특급 미드필더 아길라르의 왼발로부터 시작되었지만 김도혁의 왼발 크로스를 반대쪽에서 받은 골잡이 무고사가 오른발 발리슛으로 찬 회심의 슛이 아슬아슬하게 전북 골문 오른쪽 기둥을 벗어나고 말았다. 

인천의 추가골 기회는 49분에도 이어졌다. 역시 역습 기회였다. 슈퍼 골 주인공 지언학이 역습 드리블을 빠르게 전개하다가 오른쪽으로 돌아들어가고 있는 무고사를 위해 횡 패스를 밀어주었지만 이번에도 논스톱 오른발 슛을 노린 무고사의 발끝을 떠난 공이 왼쪽 기둥 옆으로 굴러 나갔다. 이 게임 전까지 11게임을 치르며 17골(게임 당 1.55골)을 터뜨린 전북의 골 결정력이 지난 시즌에 비해 약화됐다고 하지만 그들의 잠재된 능력을 감안한다면 몇 가지 추가골 기회를 살리지 못한 것은 통탄할 일이었다.

후반전 교체 선수들이 만들어낸 전북의 동점골

디펜딩 챔피언 전북이 이대로 꼴찌 팀에게 당할 수는 없었다. 모라이스 감독은 후반전 시작과 동시에 한교원을, 6분 뒤에 김보경을, 그리고 이성윤(60분)까지 비교적 일찍 들여보내며 울산과의 선두 싸움에 다시 불을 붙이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오른쪽 날개 한교원 효과는 분명하여 71분에 왼쪽 풀백 이주용이 왼발 발리슛 동점골 기회를 잡았다. 한교원이 오른쪽 끝줄 바로 앞에서 올려준 크로스가 이주용의 왼발에 떨어질 때까지 인천 유나이티드 수비수들은 아무도 달라붙지 않은 것이다. 하지만 이주용의 왼발을 떠난 공이 어이없게도 크로스바를 넘어가고 말았다. 

이 게임을 통틀어 전북이 17개의 슛 기록을 남겼는데 그 중 유효 슛은 2개(11.8%)밖에 안 된다는 사실이 입증될 만한 순간이었다. 꼴찌 팀 인천 유나이티드의 이 게임 유효 슛 비율이 28.6%(7개 중 유효 슛 2개)로 나온 것과 비교해 봐도 전북의 닥공은 옛날 얘기가 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아무리 그래도 전북은 꼴찌 팀에게 승점 3점을 고스란히 내줄 수 없었다. 후반전 교체 선수 둘이 78분에 귀중한 동점골을 만들어주었다. 전북의 오른쪽 측면 공격을 막아낸 인천 유나이티드 센터백 양준아가 무리하게 드리블 돌파를 시도하다가 다시 공 소유권을 빼앗겼고 거기서 전북 한교원의 횡 패스가 나왔다. 방향은 분명히 또 다른 교체 선수 김보경을 향했으나 김보경은 한교원의 패스를 다리 사이로 절묘하게 흘려줬다. 더 좋은 슛 각도를 이승기에게 양보한 것이다. 교체 선수 둘의 재치있는 연결 덕분에 마크맨 없이 자유로운 슛 기회를 잡은 이승기는 왼발 슛을 어김없이 인천 골문 왼쪽 구석으로 감아넣었다. 

80분 가까이 잘 버티던 인천 유나이티드 수비수들은 한 순간의 실수로 내준 동점골 앞에 여기저기서 주저앉아 아쉬운 숨을 몰아쉬었다. 후반전 추가 시간 4분도 다 흘러갔을 때 인천 유나이티드에게 마지막 역습 기회가 찾아왔지만 인천의 후반전 교체 선수 둘은 간발의 차이로 뜻을 이루지 못하고 드러누워 마지막 가쁜 숨을 토해냈다. 오른쪽 날개 이준석이 낮게 깔아서 또 다른 교체 선수 김호남을 겨냥한 얼리 크로스로 두 게임 연속 극장 골을 노렸지만 전북 골키퍼 송범근에게 잡히고 말았다. 송범근으로서는 마지막 순간에 승점 2점짜리 슈퍼 세이브를 기록한 셈이다.

이렇게 상위권 팀들과의 일정을 거듭하고 있기 때문에 첩첩산중에 놓인 꼴이 된 인천 유나이티드는 11위 FC 서울과의 승점 차이가 6점으로 줄어들었다는 것이 한줄기 빛으로 보인다. 그들은 일주일 뒤(7월 26일 일요일 오후 7시) 이어지는 13라운드 강팀 포항 스틸러스(4위)와의 어웨이 게임을 위해 스틸야드로 찾아가서 또 하나의 산 앞에 선다. 선두 울산과의 승점 차이가 3점으로 벌어진 2위 전북도 같은 날 FC 서울을 전주성으로 불러 전설 매치를 치른다.

2020 K리그 원 12라운드 결과(19일 오후 7시, 인천축구전용경기장)

인천 유나이티드 FC 1-1 전북 현대 [득점 : 지언학(6분,도움-김준범) / 이승기(78분,도움-한교원)]

인천 유나이티드 FC 선수들
FW : 스테판 무고사(86분↔안진범)
AMF : 김준범(61분↔김호남), 아길라르(71분↔이준석), 지언학
DMF : 김도혁, 문지환
DF : 강윤구, 양준아, 이재성, 정동윤
GK : 김동헌
- 경고 : 김준범(20분), 강윤구(23분),아길라르(38분), 정동윤(54분), 김호남(72분), 문지환(75분)

전북 현대 선수들
FW : 조규성(60분↔이성윤)
AMF : 무릴로(51분↔김보경), 쿠니모토, 이승기, 나성은(46분↔한교원)
DMF : 손준호
DF : 이주용, 최보경, 홍정호, 이용
GK : 송범근
- 경고 : 손준호(45+1분), 이주용(73분)

2020 K리그 1 현재 순위표
1 울산 현대 29점 9승 2무 1패 27득점 8실점 +19
2 전북 현대 26점 8승 2무 2패 18득점 8실점 +10
3 상주 상무 24점 7승 3무 2패 14득점 11실점 +3
4 포항 스틸러스 23점 7승 2무 3패 25득점 14실점 +11
5 대구 FC 19점 5승 4무 3패 22득점 16실점 +6
6 부산 아이파크 15점 3승 6무 3패 14득점 14실점 0
7 강원 FC 14점 4승 2무 6패 16득점 20실점 -4
8 성남 FC 13점 3승 4무 5패 9득점 14실점 -5
9 광주 FC 11점 3승 2무 7패 10득점 18실점 -8
10 수원 블루윙즈 10점 2승 4무 6패 12득점 16실점 -4
11 FC 서울 10점 3승 1무 8패 10득점 26실점 -16
12 인천 유나이티드 FC 4점 4무 8패 6득점 18실점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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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대인고등학교에서 교사로 일합니다. 축구 이야기, 교육 현장의 이야기를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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