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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련 법무법인 온-세상 대표변호사가 지난 13일 기자회견에서 박원순 시장이 고소인에게 보냈다는 비밀대화방 초대문자를 공개하고 있다.
 김재련 법무법인 온-세상 대표변호사가 지난 13일 기자회견에서 박원순 시장이 고소인에게 보냈다는 비밀대화방 초대문자를 공개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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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정치적 논란을 일으키고 있는 김재련 변호사의 행동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당연히 피해를 호소하는 이를 법적으로 대리하며 피해자의 입장에 서서 피해자를 보호하고 진실을 밝히기 위해 노력한다는 그의 말을 믿고 싶다. 그런데 그 진정성이 왜 의심받으며 정치적 논란이 되고 있을까. 

조선일보와 같은 기성 언론이 김 변호사의 우군이 되고 있는 게 우연의 일치일까? 조선일보는 사주인 방씨 가문이 관련, 고 장자연씨 성 추문 사건에 대해 가해자 보호에 결사 항전을 자세를 보이며 뻔뻔하게 정치적 쟁점으로 삼은 전력이 있다.

그러했던 조선일보가 고소인에게 2차 가해를 가한다고 진보 유튜버나 여당 정치인을 비판하며 피해자의 입장에 서서 보도하는 것을 보면 세상이 변했다고 생각해야 할까.

김재련 변호사와 조선일보는 진정으로 '새사람'이라도 된 것일까. 아니면 정치적 입지나 공세를 위한 노력을, 피해자 보호와 2차 가해 비판이라는 명분으로 포장하고 있는 것일까?

회심에는 반드시 참회가 있다

〈어메이징 그레이스(Amazing Grace)〉는 미국인의 마음속에 살아 있는 영적인 노래이다. 근래에 2015년 6월 26일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주 찰스턴대학에서 열린 총기사고 희생자 추모제에서 오바마 대통령이 불러 큰 감동을 준 기억이 있다. 

이 찬송가의 우리말 제목은 <나 같은 죄인 살리신>이다. 1772년에 영국 성공회 사제 존 뉴턴(John Newton, 1725~ 1807)이 가사를 썼다. 뉴턴은 악명 높은 노예무역선 선장이었다. 이 가사를 참회의 마음으로 지었을 것이다. 그는 노예무역을 비판하고 노예 폐지 운동에 평생 기여하였다. 기독교의 대표적인 회심(개종)의 사례이다. 

불교에서도 기독교의 원죄론과는 다른 의미에서 회심을 말한다. 구원의 주체가 신이냐, 자신이냐에 차이가 있을 뿐이다. 공통으로 회심이란 깨달음을 얻어 이전과는 전적으로 다르게 생각과 행동이 바뀜을 의미한다. 기독교식으로 말하면 '옛사람이 죽고 새사람으로 사는 것이다.'

회심의 결정적 계기는 참회(산스크리트어로 크샤마kṣama)이다. 기독교에서는 회개라고도 한다. 죄를 깨닫고 뉘우치는 것이다. 회개나 참회가 없는 회심은 그 진정성을 의심 받기 마련이다. 존 뉴턴은 길 잃은 장님조차 용서하신 신의 은총을 노래하며 참회를 했다. 노예 폐지 운동에 일생을 헌신하는 행위로 자신의 회심을 보여주었다.

진심 어린 회심인가, 정치적 스펙 쌓기인가

김재련 변호사의 행위에 대해 정치적으로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는 과거의 행적이 김 변호사의 발목을 잡고 있기 때문이다. 2018년에 법무부 고위 간부의 성추행 의혹을 폭로했던 서지현 검사의 친구로서 법률 대리인을 맡았던 적이 있었다. 

그 당시 김 변호사는 사건 관련해서 TV 출연 이후로 "친구의 아픔을 정치적인 의도로 이용하나?", "박상기 장관을 가해자인 양 저격한다" 등의 정치적인 비판을 받자 대리인단에서 물러나지 않을 수 없었다. 당시 서 검사 대리인단은 성명을 통해 "범죄 피해 사실을 이야기하는데 의도를 묻고 정치적 논쟁에 휘말리는 상황에 마음이 아프다. 피해자는 사건의 본질이 피해자의 대리인 문제로 인해 왜곡되거나 변질하는 걸 원치 않는다"고 밝혔다. 

김 변호사는 변호사로서 성폭력 피해자인 여성이나 아동폭력 희생자인 아동을 위해 법률 지원을 꾸준히 하고 대검찰청 성폭력 범죄전문가, 여성·아동폭력피해 중앙지원단, 법무부 여성·아동 피해자 인권 가디언, 서울메트로 성희롱 고충 심의위원회 위원 등의 경력을 쌓았다. 여성 인권 보호와 성폭력 피해 여성을 구제하기 위해 꾸준히 노력한 것은 명백한 사실이다. 

앞에 언급한 경력들은 이명박 정권이 출범한 다음 해인 2009년 대한변협 인권위원회 위원에 임명된 이후에 김 변호사가 쌓은 것이다. 이런 경력을 바탕으로 박근혜 대통령 취임 첫해인 2013년에 여성가족부 권익증진국장에 임명되어 2년간 재직한 뒤에 2016년 화해치유재단의 이사를 맡았다. 김 변호사가 편집위원을 역임한 <여성신문> 창간인 이계경씨는 전 한나라당(현 미래통합당) 의원이고, 임정희 전 대표도 한나라당 비례대표를 신청한 바 있다. 이런 맥락에서 김 변호사의 많은 경력이 정계 진출을 위한 정치적 스펙 쌓기라는 비판도 있다. 

문제는 권한이 있는 자리에 올랐을 때 어떤 태도를 취하는가이다. 화해치유재단은 피해자인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은 철저히 배제한 채로 가해자인 일본에 면죄부를 주는 '한일 위안부 문제 협상 합의'의 산물이다. 물론 김 변호사의 말대로 피해자인 위안부 할머니들의 입장에 서서 해묵은 역사 문제를 해결하고 싶었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 모두 조금씩 양보해 평화로운 미래를 위해서 현재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을 적극적으로 해나가면 좋겠다"라는 김 변호사의 언급은 일본 측의 논리를 반복한 것으로 평가받았다. 피해자인 할머니가 아니라, 박근혜 정부의 입장에 서서 성노예 가해자인 일본 측의 진심 어린 사죄 표명이 없는 상황에서 가해자의 편에 선 것으로 볼 수 있다.

김 변호사의 진심이 통하고 또 다른 정치적 스펙 쌓기라는 비판을 받지 않으려면 예전과 다른 행동을 보여주어야 한다. 피해자를 보호하고 사건의 진실을 밝히는 데 집중하고 정치적 논란이 일어나지 않도록 현명하게 행동하기 바란다. 또한 자신의 과거로 발목 잡히지 않으려면 진정한 회심에 따른 참회가 있어야 한다.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께 참회하고 용서를 구하기 바란다. 

참회 없는 회심은 그 진정성이 의심받는다

조선일보가 청년을 위해 공정을 내세우고 부동산 가격 폭등을 비판하고 성폭력 피해자의 2가 가해에 대한 우려를 표하는 사태를 보고 세상이 변했음을 느낀다면 잘못된 일일까? 물론 보수 언론사와 방송사들이 정치적 전략의 차원에서 진보의 위선과 무능 프레임을 가동하기 위해 진보적 가치를 표방하는 것이기는 하다. 

그러나 이는 우리나라의 주류가 바뀌는 과정, 즉 정치적 지형의 커다란 변화를 상징하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 있다. 보수가 보수의 언어가 아니라 진보의 언어로 진보를 공격하고 있으니 말이다. 운동장은 기울어지기 시작하고 있다. 

채널A 이아무개 기자마저 감옥에 있는 이아무개 대표에게 보낸 협박성 편지에서 조선일보의 자매 종편인 TV조선을 극우 성향이라고 비판했다. 그러한 조선일보가 논조를 달리해서 사회적 약자들인 청년, 집 없는 사람, 여성의 편에 선 것인가? 아니면 극우적 본성을 은폐하고 단지 정략적인 이익을 위해 가면을 쓴 것인가?

조선일보의 진정성도 과거의 행적으로 발목이 잡혀 있다. 일례로 2019년 3월 19일 자로 문 대통령의 수사 지시를 보도하면서 조선일보는 이를 정치적인 조치로 비판한 바 있다. "장자연 사건은 2009년 목숨을 끊은 신인 배우 장씨가 생전에 작성했다는 문건을 매니저가 공개하면서 불거졌다. 문 대통령이 이날 검경에 사실상 수사 지시를 내린 것에 대해 정치권에선 '정국 타개용'이라는 관측이 제기됐다." 

이 기사에서 보듯이 조선일보는 사주 방씨 일가가 관련된, 고 장자연씨 성 추문 사건의 진실을 밝히고 피해자의 편에 서기보다는 가해자의 편에 서서 정치적 논쟁으로 사건의 본질을 흐렸다. 피해자를 대변하는 메신저를 지속해서 공격하며 2차 가해를 가한 바 있다.

회심의 진정성이 받아들여지려면 <어메이징 그레이스>와 같은 참회가 있어야 한다. 조선일보가 요즘처럼 피해자 보호와 진실 추구를 원한다면 우선 방씨 일가 성 추문 사건의 진실을 밝히고 고 장자연씨에게 사죄해야 한다. 

참회 없는 회심을 비판하면 2차 가해인가? 김재련 변호사와 조선일보의 최근 변신이 불편하게 느껴지는 게 나만의 문제일까? 진실은 밝혀져야 하고 피해자는 보호받아야 한다. 그래야 미투 운동의 긍정성이 살아있는 힘으로 지속적인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다.

태그:#김재련, #조선일보, #참회, #회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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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연구자로서 정치존재론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장자와 푸코를, 지젝과 원효, 바디우와 나가르주나, 헤겔과 의상 등 동서양 정치존재론의 트랜스크리틱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전 상지대 교양대학 교수로 학생들에게 인문학과 철학을 가르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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