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주말 매진 현황

2020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주말 매진 현황 ⓒ 성하훈

 
지난 주말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의 상영작은 일찌감치 표가 다 팔려나가 대부분 매진이었다. 상영시간표 옆에는 매진을 알리는 표시들이 붙어 있었다. 영화제를 찾은 국내 영화관계자들도 사전 예매를 해놓지 않으면 표를 구하기 힘들었고, 운이 좋아야 어떤 표라도 구해 영화를 볼 수 있었다.
 
주말 이틀간 영화제를 찾은 한 프로듀서는 "표가 없어 다른 사람이 안 보는 표를 받아 간신히 볼 수 있었다"고 했고, 한 영화평론가는 "지인의 작품이 상영돼 아침 일찍 왔는데 게스트 티켓이 모두 매진돼 1장 남은 일반 관객 표가 있어 구입해 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코로나19 팬데믹 속에 전 세계 영화제들이 오프라인 개최를 포기하시디피 하고 있는 가운데, 국내 영화제들이 꿋꿋하게 오프라인 영화제를 열고, 이를 안정적으로 치러내면서 K-방역에 이은 K-영화제의 저력을 보여주고 있다. 
 
물론 감염 확산에 따른 우려가 커져 온라인으로 전환한 영화제들도 많고, 온라인과 오프라인 상영을 병행하는 곳도 적지 않지만 오프라인에 비중을 많이 둔 영화제들이 큰 문제 없이 안정적으로 개최를 이어가면서 하반기 개최 예정인 영화제들은 오프라인에 무게를 두고 있다.
 
세계 3대 청소년영화제 위상 굳힌 비키
 
 부산국제어린이청소년영화제 개막식

부산국제어린이청소년영화제 개막식 ⓒ BIKY

 
지난 7일 개막한 15회 부산국제어린이청소년영화제(약칭 BIKY 비키)도 7일 동안의 행사를 마치고 13일 무사히 폐막했다. 일부 온라인 상영도 있었으나 대부분이 오프라인으로 치러지면서 지난 6월의 평창국제평화영화제에 이어 성공적으로 개최된 두 번째 오프라인 영화제가 됐다.
 
상영작 규모도 예전과 차이가 없었다. 54개국 189편으로 대부분의 작품들이 극장에서 관객과 만났다. 부산국제어린이청소년영화제 측은 "세계 최대 청소년영화제로 알려진 이탈리아 지포니국제청소년영화제가 230편 정도 상영하는데, 작품 규모로 치면 우리가 그 뒤를 잇는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청소년 감염 우려가 있었지만 철저한 방역과 거리두기 시행을 통해 행사 기간 중 특별한 사고가 생기지 않았다. 코로나19 상황에서도 올해 안정적인 오프라인 행사를 개최하면서 영화제의 위상이 더욱 높아지게 됐다. 부산국제어린이청소년영화제는 해외 영화인들에게 이탈리아 지포니영화제, 체코 즐린영화제, 함께 세계 3대 영화제로 소개되고 있다.
 
 입구에서 관객의 체온을 점검하고 있는 부산국제어린이청소년영화제

입구에서 관객의 체온을 점검하고 있는 부산국제어린이청소년영화제 ⓒ 성하훈

 
거리두기에 따른 관람으로 전체 관객 수는 줄었으나 오프라인 영화제에 대한 우려는 행사 기간 중에는 거에 눈에 띄지 않았다.
 
이를 바탕으로 올해 민간인 이사장으로 취임한 곽노현 전 서울시교육감은 "BIKY대표작들의 교육활용도를 높이는 일에 주력할 생각"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곽 이사장은 "올해 개막작인 <말괄랭이 빈티와 오카피클럽>을 관람하신 분들은 예외 없이 이 좋은 영화를 운 좋은 아이들만 볼 수 있고 영화제 기간 중에만 볼 수 있는 게 말이 안 된다고 하고, 다문화 교육은 이거 한편만 봐도 반은 될 것 같다고 입을 모은다"면서 "영화 읽기수업과 영화 제작수업 등 학교내 영화교육 확대"를 강조했다.
 
철저한 방역으로 K-영화제 구축
 
부천영화제 역시 철저한 방역을 통해 상영관을 찾은 관객들이 안심하고 영화를 볼 수 있는 환경을 마련했다. 영화관 입구에 설치된 전신소독기는 미세먼지까지 제거할 수 있는, 수천 만 원에 달하는 고가장비인 것으로 알려졌다. 
 
상영관 안에서는 양옆으로 두 좌석을 비우고 한 명씩 앉게 하는 거리두기를 하면서 감염 우려를 크게 낮췄다. 좌석 수의 35% 안팎만 유지하는 중인데, 방역이 안정적으로 이뤄진다는 사실이 확인되면서 관객들 역시 표 구하기의 좁은 문을 뚫기 위해 연일 경쟁을 벌이는 중이다.
 
 부천영화제 상영관 입구에 설치된 전신소독기

부천영화제 상영관 입구에 설치된 전신소독기 ⓒ 성하훈

 
부천영화제 올해 상영작 규모는 42개국 194편. 지난해 49개국 288편보다는 100편 가까이 줄었다. 그러나 올해 9월 정상개최를 선언한 베니스국제영화제가 50~60편 정도의 규모로 예정하고 있는 것에 비하면, 코로나19 상황에서는 상당한 규모다. 194편 중 74편은 왓챠나 스마트시네마를 통해 온라인을 통해서도 볼 수 있다.
 
특히 프로그램에 대한 호평과 높은 관심도는 오프라인 영화제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비록 8개 상영관에서 축소된 규모로 상영되지만 연일 이어지는 매진 사례는 영화제의 열기를 더욱 달구고 있다. C급 영화 대표주자를 자임하던 백승기 감독의 <인천스텔라>는 화제작으로 부상하면서 높은 관심을 받는 중이다.
 
오프라인 영화제에 관객이 몰리는 이유는 상당수의 영화제가 온라인으로 전환된 탓에 영화에 대한 열정과 관심이 큰 국내 관객들의 선택지가 좁아졌기 때문이다. 1인당 연중 관람 편수가 세계에서 가장 높은 한국 관객들에게 영화제는 다양성을 채울 수 있고 영화를 깊이 있게 사유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영화인들에겐 '소통의 장' 구실을 한다. 
 
그런 공간이 사라지면서 오프라인에서 정상적인 행사를 연 평창국제평화영화제와 부산어린이청소년영화제,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등이 관객들의 숨통을 틔워주는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코로나19로 인해 전 세계 영화산업이 위축된 가운데 국내 영화제들이 K-영화제를 선도하는 모습이다.
 
 부천영화제 영화상영 후 관객과의 대화는 채팅방을 통해 진행되고 있다.

부천영화제 영화상영 후 관객과의 대화는 채팅방을 통해 진행되고 있다. ⓒ 부천영화제

 
K-방역이 세계 표준으로 자리하고 있는 시점에서 K-영화제들의 성공적 개최는 움츠러든 해외 영화제들에게 좋은 본보기로 작용할 수 있을 전망이다.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신철 집행위원장은 "전세계 영화인들로부터 성원의 메시지가 답지하고 있다"면서 "언제 끝날지 모르는 코로나19 악몽에 시달리는 해외 영화인들에게 부천의 응원을 전하고, 어떤 장애물이 가로 놓이든 주저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부산국제어린이청소년영화제 K-영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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