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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은 정부의 정식 예배 외 금지조치 시행 후 첫 일요일이다. 대한성공회 서울주교좌 대성당은 정부지침에 따를 것임을 공지했다.
 12일은 정부의 정식 예배 외 금지조치 시행 후 첫 일요일이다. 대한성공회 서울주교좌 대성당은 정부지침에 따를 것임을 공지했다.
ⓒ 지유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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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오전 모처럼 친정(?) 교회인 대한성공회 서울주교좌 성당에서 성찬례를 드렸다. 그간 코로나19 확산으로 한동안 성당에서 성찬례를 중단했었고, 나 역시 성찬례 참석이 여의치 않았다. 

성당의 모습은 예전 같지 않았다. 먼저 의자 간격이 많이 벌어져 있었다. 성당 측은 10일 정부가 '정규예배 외 소모임·행사 금지' 조치를 내린 이후 좌석 간 거리를 더 벌렸다고 알렸다. 

성찬례 참석자 수도 많이 줄어 있었다. 특히 노년층 신자가 눈에 띄게 줄어든 모습이었다. 교단과 무관하게 모든 교회에는 노년층이 꽤 많다. 성공회의 경우도 예외는 아니다. 그런데 노년층은 코로나19에 취약하다. 그러니 어르신의 예배 참석은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성당 쪽에서도 노년층 신도의 경우 건강 상태가 좋지 않을 경우 집에 머무를 것을 권장하고 있다. 

마침 지난 12일은 정부의 정규예배 외 행사 금지 조치 이후 처음 맞이하는 공식 예배행사였다. 성공회 서울주교좌 성당은 정부의 지침을 따르겠다고 공지했고 실제 이행했다.

모처럼 찾은 친정 성당에서 공식 성찬례만 드리고 나오려니 한편으론 허전했다. 사실 소모임이나 성가대 등 부대 활동은 거의 하지 않는 편이지만, 아예 이런 활동이 정부 조치로 공식 금지된 건 이번이 처음이어서다.

오랜 기간 교회를 다닌 분들이라면 잘 알 것이다. 교회 생활이 '대예배'로 칭하는 공식 예배만 드리는 데 그치지 않음을.

공식 예배를 꾸준히 참석하면 목사 혹은 장로, 집사, 권사 등이 다가와 주일학교 교사 내지 성가대 등의 '보직'을 제안한다. 

젊은 학생이라면 교회 봉사는 선택이 아닌 필수로 여겨지기도 한다. 그래서 신도 2000명 이하 중소 규모 교회에서는 성도 한 사람이 이른 아침에 주일학교의 교사를 한 뒤 대예배 때 성가대를 하고, 오후에 청년부 모임에 참석하기도 한다. 모든 교회가 다 그렇지는 않을 것이지만 이런 사람들이 많다. 나도 학생시절 주일학교 교사, 성가대, 청년부 임원을 소화했으니까. 요새 유행하는 말로 '교회 오빠'였던 셈이다.

한 걸음 더 들어가 보자. 소모임은 교회 운영에 없어서는 안 될 불가결한 요소다. 많은 교회가 소모임을 통해 규모를 키워왔다. 전도 대상자를 대예배 보다 소모임에 먼저 초대해 분위기를 익히게 한 후 성도로 등록시키는 사례는 흔하다. 부흥회, 간증집회, 복음성가(CCM) 가수 특별 공연 등 대예배 외 행사는 새 신자를 데리고 오기 위한 이벤트 성격이 강하다.

그러나 코로나19로 이 같은 모임은 당분간 열리지 못하게 됐다. 각 교회로선 난감한 일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평신도의 시선에서 볼 때, 교회 발 집단 감염 사례를 살펴보면 불가피한 조치일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위기 처한 개신교 교회, '뉴노멀'로 돌파하라 

코로나19 확산에 따라 '뉴노멀' 논의가 활발하다. 교회도 뉴노멀 논의 대상에서 예외가 아닐 것이다. 아니, 가장 먼저 뉴노멀을 고민해야 한다고 본다.

한국교회는 양적인 면에선 유례없는 성장을 거듭했다. 한동안 이 같은 성장은 축복으로 여겨져 왔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 교회의 존재 의미를 묻는 목소리가 부쩍 커졌다. 가장 직접적인 계기는 세월호 참사일 것이다. 참사 당시 김삼환 원로목사 등 보수 대형교회 목회자들이 내뱉은 망언에 가까운 메시지는 교회는 물론 사회 여론까지 들끓게 했다. 

여기에 교회에서 코로나19 집단감염 사례가 속출하면서 급기야 정부가 나서 정식예배 외 소모임 행사를 금지하는 일까지 생겼다.
 
12일은 정부의 정식 예배 외 금지조치 시행 후 첫 일요일이다. 대한성공회 서울주교좌 대성당은 정부지침에 따를 것임을 공지했다. 주교좌대성당 측은 의자의 이격 거리를 금지조치 시행 이후 더 벌렸다고 알렸다.
 12일은 정부의 정식 예배 외 금지조치 시행 후 첫 일요일이다. 대한성공회 서울주교좌 대성당은 정부지침에 따를 것임을 공지했다. 주교좌대성당 측은 의자의 이격 거리를 금지조치 시행 이후 더 벌렸다고 알렸다.
ⓒ 지유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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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가 인공지능이 있어 교회만 '타격'하는 건 아닐 것이다. 다만 대예배를 비롯해 성가대 연습, 새신자교육, 그룹 모임 등 교회 내 각종 모임이 밀폐된 공간에서 이뤄지는 점을 감안해 본다면 교회가 코로나19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

이 같은 취약점은 권위 있는 기관을 통해 사실로 확인되는 중이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는 지난 6월, 5월 이후 수도권에서 발생한 코로나19 확진자 중, 종교모임이나 활동을 통해 확진 판정을 받은 사례를 설명했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교회 MT 등의 활동을 한 서울 관악구 왕성교회에서 확진자가 발생했고, 경기도 안양 주영광교회에서도 확진자가 나왔다. 신도 수 9000명 규모의 수원 중앙침례교회에서도 감염 사례가 나왔다. 

성서 저자들은 '교회'를 그리스어 단어 '에클레시아'(ἐκκλεσία)라고 기록했다. '에클레시아'란 단어의 원 뜻은 '모임'이라고 한다. 즉 교회는 예수 그리스도를 섬기는 모임이라는 의미다. 신약성서 사도행전 저자는 "날마다 마음을 같이하여 성전에 모이기를 힘쓰고"(2:46)고 적었고, 많은 교회는 이 구절을 근거로 교세 확장에 집중했다.

하지만 현 상황은 모이기에 힘쓰는 건 금물이다. 그러다 코로나19 집단감염이 생길 테니까.

이 고난을 어떻게 넘어설 것인가

앞서 적었듯 교회는 예수의 이름으로 모이는 곳이다. 그러나 지금은 뉴노멀이 필요한 시점이다.

지난 시절 한국교회는 양적 성장을 구가해왔다. 이런 성장이 가능한 데엔 소모임, 그리고 이 모임을 이끌어간 평신도들의 헌신과 희생이 있었다. 하지만 양적 성장에 매몰된 나머지 사회 공동체를 위한 헌신엔 상대적으로 소홀했다. 보수 대형교회가 보수·반공 정치세력의 지지기반 노릇을 했음도 부인할 수 없다. 

이제 좋았던 시절은 지났다. 지금은 교회가 존립마저 걱정해야 하는 시절이고 코로나19는 이런 고민을 더욱 깊게 하는 촉매제로 작용하고 있다.

정교회, 가톨릭, 개신교를 아우르는 그리스도교는 고난을 영광으로 바꾸는 종교다. 구약성서에 등장하는 욥, 그리고 예수 그리스도는 보통 사람으로선 감내하기 어려운 고난을 당했다. 그러나 그 고난은 끝내 영광으로 바뀌고야 만다. 치욕의 상징인 십자가가 그리스도교에선 고난과 부활의 상징인 건 꽤 의미심장하다.

정부의 공식예배 금지 조치에 개신교 교회 주요 교단이 반발하고 나섰다. 이 같은 반발을 집단 이기주의로 치부할 수만은 없다. 그럼에도 코로나19 상황임을 감안한다면, 정부 조치는 불가피하고 교회는 이를 따라야 한다고 본다.

부디 개신교 교회가 불만의 목소리만 내지 말기를 바란다. 무엇보다 이번 코로나19 사태를 양적 성장에 몰두한 나머지 세속적 성공을 하느님의 은총으로 칭송했던 물질주의 신학에서 벗어나는 계기로 삼기 원한다.

태그:#에클레시아, #코로나19, #대한성공회, #정부 정식예배 외 소모임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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