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격투기는 전세계를 강타한 코로나19와 상극인 종목이다. 코로나19는 심한 전염성 때문에 사람들 간의 거리두기를 강조하는 질병인데 종합격투기는 서로 치고 받고 부딪히면서 상대에게 충격을 주는 종목이기 때문이다. 특히 네이트 디아즈와 토니 퍼거슨처럼 접근전을 즐기는 파이터들끼리 맞붙으면 경기 시간 내내 서로 뒤엉켜 있을 수도 있다. 게다가 코너 맥그리거처럼 말이 많은 파이터라면 경기 도중 비말이 엄청나게 튈 수도 있다.

하지만 대회 개최가 수익과 직결되는 UFC에서는 장기간 대회를 중단할 수가 없었다. 결국 UFC는 한 달 반의 공백을 깨고 5월 중순부터 무관중으로 UFC 대회를 재개했다. 급기야 6월에는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에 '파이트 아일랜드'라는 경기장을 건설해 코로나 정국에서도 대회를 치를 수 있는 여건을 마련했다. 미국에서 대회를 치를 수 없다면 지구 반대편에서라도 대회강행을 이어가겠다는 UFC의 의지를 엿볼 수 있다.

하지만 아무리 UAE에 대회를 치를 수 있는 경기장을 만들었다 해도 무관중 대회의 열기는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이에 UFC에서는 오는 12일(이하 한국시각)에 열리는 '파이트 아일랜드' 개장 대회인 UFC 251을 통해 전례 없던 엄청난 이벤트를 기획했다. 바로 3개 체급 챔피언의 향방이 결정되는 '트리플 타이틀 매치'가 그것이다. UFC 251 대회 결과에 따라 하루 아침에 3개 체급 챔피언 벨트의 새 얼굴이 탄생할 수 있다는 뜻이다.
 
 UFC는 UAE 아부다비에 파이트 아일랜드를 건설해 '코로나 시대'에 대회를 소화할 예정이다.

UFC는 UAE 아부다비에 파이트 아일랜드를 건설해 '코로나 시대'에 대회를 소화할 예정이다. ⓒ UFC

 
[웰터급] '독설가' 마스비달, 나이지리아 악몽 극복할까

작년 12월 콜비 코빙턴을 KO로 꺾고 1차 방어에 성공한 웰터급 챔피언 카마루 우스만은 올해 들어 마땅한 2차 방어 상대를 구하지 못했다. 그러던 지난 5월 길버트 번즈가 전 챔피언 타이론 우들리를 판정으로 꺾으며 새 도전자 후보로 급부상했고 데이나 화이트 회장은 번즈를 우스만의 2차 방어전 상대로 낙점했다. 웰터급에서 중위권을 전전하던 번즈가 단숨에 챔피언이 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잡은 것이다.

하지만 챔피언을 향한 번즈의 꿈은 코로나19와 함께 무산되고 말았다. 우스만과의 타이틀전을 준비하던 번즈가 지난 4일 출국을 앞두고 코로나19검사에서 양성판정을 받은 것이다. 번즈는 코로나19라는 변수로 인해 일생일대의 기회를 놓쳤고 번즈가 날린 기회를 잡은 선수는 바로 '투견' 호르헤 마스비달이다. 작년 11월 디아즈전 KO승 이후 경기를 하지 않았던 마스비달은 "버티면 승리한다"는 격언을 증명하듯 타이틀전에 직행했다.

2017년 데미안 마이아와 스티븐 톰슨에게 연패를 당할 때까지만 해도 경기 내용만 화끈한 평범한 웰터급의 복병에 불과했던 마스비달은 최근 3경기에서 대런 틸과 벤 아스크렌, 디아즈를 연파하며 주가가 급상승했다. 특히 작년 7월 당시 무패의 전적을 자랑하던 아스크렌을 경기 시작 5초 만에 KO로 제압하며 격투팬들을 경악시켰다. 여기에 코너 맥그리거급 입담으로 자신이 원하는 매치를 성사시키는 능력도 상당히 출중하다.

마스비달은 길거리 파이터 출신이지만 막싸움보다는 뛰어난 테크닉을 갖춘 타격가로 정평이 나 있다. 하지만 우스만은 타격과 그라운드를 겸비한 데다가 웰터급에서 최정상의 파워를 앞세워 상대의 장점을 무력하게 만드는 챔피언이다. 게다가 마스비달은 지난 8일 마이크 브라운 코치가 코로나19 양성판정을 받아 옥타곤에서 외롭게 싸우게 될 수도 있다. 마스비달로선 여러모로 어렵고 불리한 경기가 될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페더급] 14연승 마감한 '전 챔피언' 할러웨이의 설욕전

UFC 페더급 전 챔피언 맥스 할러웨이는 2013년 8월 맥그리거에게 판정으로 패한 후 페더급에서만 무려 14연승 행진을 달렸다. 페더급의 '폭군'으로 군림하던 조제 알도를 두 차례나 KO로 제압했고 무패의 전적을 자랑하던 브라이언 오르테가에게 생애 첫 KO패로 선사하기도 했다. 1991년생의 젊은 나이에 3차 방어까지 성공한 챔피언 할러웨이의 독주 시대는 한동안 계속될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할러웨이는 작년 12월에 열린 4차 방어전에서 호주의 알렉산더 볼카노프스키에게 만장일치 판정으로 패하며 타이틀을 빼앗기고 말았다. 2016년 11월 UFC 입성 후 7연승 행진을 거두며 타이틀 도전권을 따낸 볼카노프스키는 '끝판왕' 할러웨이와의 대결에서 경기 초반부터 효과적인 레그킥으로 챔피언의 압박을 무력화시켰다. 결국 볼카노프스키는 유효타와 데미지에서 모두 할러웨이를 압도하며 페더급의 5대 챔피언에 등극했다.

끝나지 않을 거 같았던 할러웨이의 시대가 마감되자 페더급의 많은 강자들이 볼카노프스키에게 도전장을 던졌다. 그 중에는 작년 12월 UFC 부산대회에서 프랭키 에드가를 1라운드 KO로 제압하고 타이틀 도전의 명분을 얻은 '코리안 좀비' 정찬성도 있었다. 하지만 볼카노프스키에겐 한 가지 풀어야 할 숙제가 남아 있었다. 바로 페더급을 지배했던 할러웨이와의 우위를 한 번 더 격투팬들에게 각인시켜 주는 것이었다.

할러웨이는 볼카노프스키에게 패하기 전까지 페더급에서 14연승을 달리던 절대강자였다. 그런 할러웨이에겐 충분히 재대결을 요구할 '명분'이 있다. 물론 앤더슨 실바, 에드가 등 타이틀전에서 패한 전 챔피언들은 재대결에서도 좋은 결과를 얻지 못한 경우가 많았다. 할러웨이 역시 1차전 완패 때문에 2차전에서도 열세로 평가 받는 것이 사실이다. 과연 할러웨이는 볼카노프스키와의 설욕전에서 승리를 거두고 7개월 만에 챔피언 벨트를 탈환할 수 있을까.

[밴텀급] 타이틀 보유국은 어느 나라가 될까

플라이급 챔피언 헨리 세후도는 작년 6월 말론 모라에스를 3라운드 KO로 꺾고 밴텀급 타이틀까지 차지하며 '트리플 챔피언'에 등극했다. 하지만 세후도는 지난 5월 도미닉 크루즈와의 밴텀급 1차 방어전에서 2라운드 KO로 승리하고 대뜸 은퇴를 선언했다. 아직 만33세에 불과한 세후도가 이대로 선수생활을 마감할 지는 더 지켜봐야 겠지만 UFC에서는 기다렸다는 듯 밴텀급과 플라이급 챔피언 명단에서 세후도의 이름을 삭제했다.

그리고 UFC에서는 재빨리 '노 머시' 페트르 얀과 조제 알도의 밴텀급 타이틀전을 성사시켰다. 러시아 국적의 파이터 얀은 모라에스,알저메인 스털링에 이어 밴텀급 3위에 올라 있지만 뛰어난 복싱 스킬과 수준급의 테이크다운 디펜스 능력을 앞세워 UFC 데뷔 후 파죽의 6연승 행진을 달리고 있다. 세후도가 은퇴 선언을 하지 않았다 해도 유력한 차기 타이틀 도전자가 됐을 거라는 게 격투팬들의 중론이다.

페더급에서 7차 방어까지 성공하며 1800일 넘게 챔피언 벨트를 지켰던 알도는 지난 2015년 맥그리거전 패배를 시작으로 최근 8경기에서 3승5패에 그치며 체면을 구겼다. 하지만 알도에게 패배를 안긴 상대를 보면 맥그리거, 할러웨이, 볼카노프스키, 모라에스 등 각 체급의 최정상급 파이터들이 대부분이었다. 비록 과거와 같은 절대 강자의 포스를 뽐내진 못한다 해도 여전히 정상에서 경쟁할 자격은 충분하다는 뜻이다.

사실 밴텀급 공식 랭킹으로만 보면 이번 타이틀전은 얀과 알도가 아닌 모라에스와 스털링의 대결이 돼야 했다. 하지만 UFC 입장에서는 해외 시장 공략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고 러시아 경량급의 떠오르는 신성 얀과 브라질의 자존심 알도의 타이틀전을 성사시켰다. 얀과 알도 중 누가 승리하든 UFC에는 7번째 비미국인 챔피언이 탄생하게 된다(미국 격투단체인 UFC에 현 미국인 챔피언은 헤비급의 스티페 미오치치와 라이트헤비급의 존 존스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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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FC UFC251 파이트 아일랜드 3체급 타이틀전 카마루 우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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