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2020년 대한민국 국방 분야에서 가장 많이 거론된 단어는 '국방개혁 2.0' '전작권 전환' '남북군사합의'다. 문재인 정부는 출범 초기부터 국방개혁에 막대한 자원을 투입하고 있고, 전시작전통제권의 조기 전환을 위한 조건 달성에 매진하고 있다. 그리고 남북군사합의 이행을 통한 한반도 군사적 긴장 완화에 주력하고 있다.

'국방개혁 2.0' '전작권 전환' '남북 군사합의'(아래 국방 3대 과제)는 세부 사업을 상호 공유하거나 보완하는 긍정적 측면이 있지만, 부분적으로 상호 충돌하거나 역행하는 측면도 있다.

국방 3대 과제 
 
정경두 국방부 장관. 사진은 지난 2018년 12월 5일 오전 서울 용산구 국방부에서 열린 전군 주요지휘관회의에서 전작권에 대해 발언하고 있는 모습.
▲ 전작권 언급하는 국방부 장관 정경두 국방부 장관. 사진은 지난 2018년 12월 5일 오전 서울 용산구 국방부에서 열린 전군 주요지휘관회의에서 전작권에 대해 발언하고 있는 모습.
ⓒ 연합뉴스

관련사진보기



국방개혁을 위해 투입되는 국가자원의 상당 부분은 전시작전권 전환 조건 달성에 기여하고 있지만, 원거리·전방위 위협에 대처하는 국방개혁 2.0과 대북 위협 대처에 치중하는 전작권 전환 준비와는 서로 다른 지향점과 우선순위 경쟁을 가져올 여지가 있다. 전작권 전환 조건 달성에 필요한 한국군의 연합작전 주도 능력 구축과 초기 북핵 대응 능력 강화는 남북 군사합의의 기본 정신과 충돌로 오해될 소지도 부인할 수 없다.

아울러 국방 3대 과제의 기본 구상과 설계가 코로나19 사태 이전에 이뤄졌기에,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맞이하게 될 여러 가지 제약과 압박을 고려해 부분적인 재설계가 불가피하다. 특히, 미중 갈등 심화와 중국 일대일로 전략에 맞서는 미국 인도태평양전략의 본격화를 고려할 때, 국방 3대 과제 구상 과정에서 설정했었던 미래의 가정을 뛰어 넘는 변화를 가져올 것이다.

따라서 국방 3대 과제의 상호 모순을 선제적으로 해결하고 충돌을 미연에 방지하려면, 보다 근원적인 부분으로 돌아가 우리의 자원과 노력이 제대로 지향되고 있는 지를 점검할 필요가 있다.

상호 모순 해결을 위한 제언 
 
문재인 대통령이 2017년 5월 17일 오후 취임 이후 처음으로 국방부를 방문한 뒤 한민구 국방부 장관의 안내로 합동참모본부로 이동하고 있는 모습.
 문재인 대통령이 2017년 5월 17일 오후 취임 이후 처음으로 국방부를 방문한 뒤 한민구 국방부 장관의 안내로 합동참모본부로 이동하고 있는 모습.
ⓒ 연합뉴스

관련사진보기



대한민국 헌법 제5조는 국군에게 국가의 안전보장과 국토방위의 신성한 의무를 부여하고 있다. 국민개병제를 기초로 징병제를 운용 중인 대한민국 국군에게 국민의 신뢰가 조직의 자양분인 동시에, 성실한 의무 수행을 통해 달성해야 할 목적이기도 하다. 즉, 국내 유일의 합법적 무력집단으로서 자신에게 부여된 의무의 수행 정도가 국민 신뢰의 척도로 직결된다.

2019년 국방통계년보에 의하면, 응답자의 65%가 군을 '신뢰한다'고 응답해 주요 사회부문(교육계 56.8%, 경찰 54.0%, 정부 47.4%) 대비 가장 높은 신뢰도를 나타내고 있다. 그러나 국가의 생사와 흥망 수준의 위상을 고려할 때(兵者 國之大事 死生之地 存亡之道), 그리고 주요 선진국의 대군신뢰도와 비교할 때, 우리의 대군신뢰도는 요망되는 수준에 미치지 못해왔다.

그렇기에 문재인 대통령도 취임 초기 국방부를 방문해 "우리 국방은 궁극적으로 스스로를 책임지는 책임국방, 말로만 외치는 국방이 아니라 진짜 유능한 국방, 국방다운 국방, 안보다운 안보, 나라다운 나라를 만드는 것을 내 소명으로 삼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군통수권자로서 국방개혁 2.0 추진으로 '싸우면 이기는 군' '스스로 책임지는 군' '국민에게 신뢰받는 군'이 되도록 명령했다. 

최우선 가치

노무현 대통령 재임 시절부터 추진된 '전작권 전환'이 지향하는 바도 헌법적 의무와 국방개혁 2.0의 그것과 일치한다. '남북군사합의'도 헌법에 명시된 침략전쟁 부인과 평화통일 지향의 원칙에 기반하고 있다. 즉, 국방 3대 과제의 성공을 위해서 국민의 신뢰가 절대적 필요조건인 동시에, 과제를 통해 얻고자 하는 것도 '국민의 신뢰'이기에 성공의 충분조건이라 할 수 있다.

'국방개혁 2.0' '전작권 전환' '남북 군사합의'의 최대공약수는 '국민의 신뢰'다. 국군에 대한 국민의 신뢰는 헌법적 의무인 '외부의 침략을 막아낼 수 있는가?'로부터 출발한다. 이러한 의무를 스스로 완수하는 것이 '자주국방'(自主國防)이기에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국방 재설계도 '자주국방' 완성을 최우선해 이뤄져야 한다. 

'자주국방' 구호의 첫 등장은 1970년대 닉슨 독트린에 의한 주한미군 철수를 우려한 박정희 대통령에 의해서다. 한때 10월 유신 강행의 당위성 도구로 사용된 오점이 있지만, '자주국방'의 필요성을 부인할 국민은 없을 것이다. 1970년대 '자주국방' 구호가 등장했다는 것은 우리의 국방이 스스로를 지키지 못하는 '의존국방(依存國防)' 상태였음을 의미한다. '의존국방'은 1950년 6월 북한군의 전면 공격을 스스로 막지 못했기 때문이며, 한국군의 작전지휘권이 유엔사로 이양된 이후 오늘날까지 한미동맹에 기반한 연합방위체제에서 '의존국방'을 유지하고 있다.

그렇다면 실제적인 한국군의 '자주국방' 능력은 얼마나 구축돼 있는가? 사전적 정의대로 '자주국방이란 스스로의 힘으로 적의 침략으로부터 나라를 지키는 것'이라 한다면, 한국군은 스스로의 힘으로 북한군의 침략을 격퇴시킬 수 없는 것인가? 남한과 북한의 국가역량 차이가 인구 2배, GDP 50배, 무역량 400배임을 고려할 때, 남한과 북한의 국가역량 우열이나 경쟁을 논하는 것은 의미가 없어진 지 오래다.

자주국방, 가능한가 

북한의 연간 GNP 규모로 한 해 국방예산을 사용하면서, 지난 10년간 420조 원 이상의 국방예산을 투입한 한국군이 북한군의 침략을 격퇴할 능력이 아직도 부족하다는 것도 상상하기 어렵다. 하지만 '한국군은 스스로의 힘으로 북한군의 침략을 격퇴시킬 수 없는 것인가?'라는 질문은 선뜻 답변하기에 작은 걸림돌이 존재한다.

왜냐하면 지난 수십 년 동안 수백 차례의 국가수준 지휘소연습에도 불구하고 위와 같은 조건으로 능력을 검증한 사례가 없었기 때문이다. 한국군과 북한군의 정확한 전쟁능력 비교는 과학적인 전쟁모의와 국가 수준 전쟁연습을 통해 검증돼야 한다. 그리고 그 검증 결과는 정확하게 국민들에게 전달돼야 한다.

한국군이 스스로 북한군의 침략을 격퇴할 능력을 이미 갖췄다면 '자주국방 완성'이 선언돼야 하고, 아직 부족하다면 어떻게 이를 달성할지 국민들에게 설명해야 한다. 그리고 국방 3대 과제의 재설계도 '자주국방' 능력의 완성과 유지로 재설계 방향을 맞춰야 한다. 이렇게 완성된 우리의 '자주국방' 능력을 국가안보의 고갱이(핵심)로 삼되, 여기에 한미동맹과 연합방위체제로 외피를 늘려가야만 급격한 안보상황 변화에 맞서 꿋꿋이 나아가는 대한민국을 기약할 수 있다.

세 가지의 자신감 
 
2017년 2월 22일 더불어민주당 대선주자 였던 문재인 후보가 서울 용산구 백범김구기념관에서 열린 더불어국방안보포럼 행사에서 참석자들과 함께 거수경례를 하고 있는 모습. 왼쪽부터 이선희 전 방위사업청장, 문 전 대표, 윤광웅 전 국방부장관, 백군기 의원.
▲ 거수경례 하는 문재인 2017년 2월 22일 더불어민주당 대선주자 였던 문재인 후보가 서울 용산구 백범김구기념관에서 열린 더불어국방안보포럼 행사에서 참석자들과 함께 거수경례를 하고 있는 모습. 왼쪽부터 이선희 전 방위사업청장, 문 전 대표, 윤광웅 전 국방부장관, 백군기 의원.
ⓒ 남소연

관련사진보기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번진 코로나19는 세계 역사를 코로나 이전과 이후로 구분할 만큼의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는 대한민국과 국군에게 지난 70년간과는 질적·양적으로 확장된 수많은 과제를 던져줄 것이다. 안보 위협 또한 지난 70년과 같은 단방향·근거리 위협에 더해 전방위·원거리 위협이 도처에 등장할 것이다. 미중 갈등의 심화와 함께 진영 참여와 줄서기 압박 또한 보다 노골적으로 다가올 것이다. 국가자원의 제약과 압박은 국방 3대 과제의 중단과 실패를 강요할 수도 있다.

'자주국방' 능력을 갖춘 그리고 그 능력을 올바르게 인지한 대한민국과 국군은 무엇을 얻을 것인가? 그것은 신뢰를 통한 자신감일 것이다. 코로나19에 대처하는 K-방역의 성공사례를 외신을 통해 확인한 후에야 '우리가 잘하는구나'라고 인정하는 우리 국민들에게 새로운 차원의 자신감을 줄 것이다.

조선 왕조 출범이래 사대만이 살 길이라는 자조(自嘲)에서 벗어나는 자신감, 전쟁 나면 피난만이 살 길이라는 자포(自抛)에서 벗어나는 자신감, 미군의 영원한 주둔만이 살 길이라는 자비(自卑)에서 벗어나는 자신감을 줄 것이다.

아무리 먹어도 허기를 느끼는(too much, not enough) 식의 국방자원 소모에서 벗어날 것이고, 소용돌이치는 안보상황 변화 속에서 보다 당당한 자세로 북한과 주변국을 상대하는 대한민국과 국군을 만들어 줄 것이다. 과학적인 전쟁모의와 국가수준 지휘소연습으로 검증된 '자주국방'(自主國防)에 기초해 국방 3대 과제(국방개혁 2.0, 전작권 전환, 남북 군사합의)를 차곡차곡 쌓아 올리는 '유능한 국방'을 소망한다.  
 
여석주 전 국방부 정책실장.
 여석주 전 국방부 정책실장.
ⓒ 여석주 제공

관련사진보기


 

덧붙이는 글 | 글쓴이 여석주씨는 전 국방부 정책실장입니다.


태그:#국방개혁, #전작권전환, #군사합의
댓글10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모든 시민은 기자다!" 오마이뉴스 편집부의 뉴스 아이디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