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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10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부동산 보완대책 추진방향 등에 대한 내용을 담은 '제10차 비상경제 중앙대책본부 회의 결과' 브리핑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10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부동산 보완대책 추진방향 등에 대한 내용을 담은 "제10차 비상경제 중앙대책본부 회의 결과" 브리핑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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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발적으로 사업을 정리하고 그만두겠다고 할 경우에는 그때까지 혜택들을 보장해드릴 것입니다."

질긴 생명력이다. 이준구 서울대 명예교수가 '암덩어리'라고 지목한 '주택임대사업자 특혜'는 이번 7·10 부동산 대책에서도 살아남았다. 기존 사업자 혜택은 놔둔 채, 신규 임대사업자에 대해서만 진입 장벽을 쳤을 뿐이다.

또 살아남은 '암덩어리'

정부는 10일 발표한 7·10 부동산대책에서 단기임대(4년)와 장기 매입임대(8년) 제도를 폐지한다고 밝혔다. 단기임대와 장기임대의 경우 현재 등록된 주택은 임대기간이 끝나면 자동으로 등록이 말소되고, 신규 등록은 받지 않는다는 것이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기존 임대사업자의 혜택은 유지할 뜻을 분명히 밝혔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임대사업자 특혜 전면 폐지를 결단할 생각이 없느냐"는 <오마이뉴스> 질문에 "(임대주택 사업자가) 사업을 정리하기 전까지는 혜택을 보장해드릴 것"이라고 답했다.

이에 따라 지난 2017년~2018년 임대주택사업자로 등록한 사람들은 종부세와 양도세 감면 등 혜택을 다 받게 됐다. 결과적으로 부동산 불로소득을 늘리는 데 악용된 이 제도는 박근혜 정부 때 탄생했지만 혜택을 강화한 사람은 사람은 김수현 전 청와대 정책실장이다.

"다주택자 없이는 임대 주택도 없다."

지난 2017년 8월 3일. 8·2 부동산 대책을 발표한 다음날이었다. 기자간담회에 나선 김수현 당시 청와대 사회수석은 자신만만했다. 참여정부 때 비서관을 지낸 그는 8·2 부동산 대책을 두고 "참여정부가 마지막에 내놨던 가장 강력한 수준의 정책을 그대로 적용한 것"이라고 했다. 참여정부 때 부동산 정책 실패 경험을 밑거름 삼아, 모든 대책을 한 번에 쏟아냈다는 게 그의 설명이었다.

그러면서 김 수석은 다주택자들에게 두 가지 길을 제안한다. 내년 4월까지 집을 팔거나, 임대주택사업자로 등록을 하는 방안이다. 김 수석은 "다주택자 없이는 임대용 주택도 없고 주택시장이 안정되지 않는 만큼 다주택을 하려면 임대사업자 등록 등의 사회적 책무를 다해달라"고 했다.

민간임대사업자 등록을 유도해 임대 주택 시장을 안정적으로 관리하겠다는 것은 그의 오랜 생각이었다. 그는 지난 2011년 <부동산은 끝났다>라는 책에서 "임대소득세를 통해 주택 소유에 따른 혜택을 환수한다면 과다한 주택보유에 대한 욕구가 떨어지고 시장 원리에 입각한 주택의 공급과 분배가 이뤄질 것"이라고 밝혔다.

김 전 수석은 이 생각을 뚝심 있게 밀어붙였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2017년 12월 13일 '임대주택등록 활성화 방안'을 발표한다. 임대주택사업자로 등록한 다주택자들에게는 '종합 선물 세트'였다. 8년 장기 임대주택은 양도세 중과를 배제하고, 해당 주택은 종합부동산세 대상에서 빼주기로 했다. 취득세와 재산세도 2021년까지 감면해주고, 건강보험료도 깎아준다.

이뿐만이 아니다. 임대사업자로 등록하면 은행에서 '사업자 대출'을 받을 수 있게 된다. 그러면 대출 규제와 상관 없이 집값의 70~80%까지 돈을 빌릴 수 있다. 박근혜 정부가 "빚 내서 집사라"고 했다면, 문재인 정부는 "임대사업자 등록 하고 집사라"고 했던 셈이다.

"다주택자들은 장기 투자 성향이 있다"는 것은 부동산 시장을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은 누구나 공감하는 얘기다. 거꾸로 장기 임대한 주택에 대해 특혜를 몰아준 것은 김 전 실장이 시장 상황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했다는 방증이라고 볼 수 있다. 임대사업자 특혜를 두고 송기균 송기균경제연구소장은 "시장을 모르는 가장 멍청한 정책"이라고 혹평했다.

시장은 김수현 전 실장의 순진함을 비웃었다. 다주택자들은 임대사업자로 등록해 대출을 받아 '쇼핑하듯' 집을 사들였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에 따르면 지난 2008년부터 2018년까지 10년간 총 489만채의 주택이 공급됐는데, 이중 절반 이상인 248만채를 다주택자가 사들였다.

신이 난 다주택자들
 
김수현 정책실장 기자간담회 김수현 신임 청와대 정책실장이 11일 오후 청와대 춘추관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있다. 2018.11.11
▲ 김수현 정책실장 기자간담회 김수현 신임 청와대 정책실장이 11일 오후 청와대 춘추관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있다. 2018.11.11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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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위 10% 다주택보유자 수는 2008년 106만명(평균 2.3채 보유)에서 2018년 130만명(3.5채 보유)으로 24만명 늘었다. 상위 1% 다주택보유자는 10만6000명에서 13만명으로 2만4000명 늘었다. 상위 1%가 가진 주택 수는 37만채에서 91만채로 54만채 증가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 1분기 기준 등록 임대주택사업자는 51만1000명이다. 등록된 임대주택은 156만9000채다. 즉 임대사업자 1명당 평균 3채의 집을 갖고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시장에 나온 주택 물량 상당수를 다주택자들이 빨아들이면서, 집값 상승세도 계속됐다.

국민은행 부동산시세에 따르면, 지난 5월 서울 아파트 중위매매가격은 9억2013만원이었다. 문재인 정부가 시작한 2017년 5월보다 3억1000만원이나 올랐다. 정부가 21번에 걸쳐 부동산 대책을 내놨지만, 결과는 '언발의 오줌누기'였다. 임대사업자 특혜는 극히 일부만 축소됐을 뿐이었다.

이준구 서울대 명예교수는 최근 자신의 블로그에 "주택임대사업자로 등록한 상태에서 주택 투기를 한 사람은 주택 보유와 관련한 세금 부담을 거의 지지 않는다"면서 "이런 누워 떡먹기 식의 쉬운 장사를 마다할 사람이 이 세상에 어디 있겠는가"라고 한탄했다. 

사실 김수현 실장도 '부동산 부자'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 지난해말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김수현 전 실장은 경기도 과천 주공 아파트를 갖고 있는데, 2017년 1월 9억원이던 아파트 가격은 지난해 11월 19억4000만원까지 올랐다. 즉 집값 상승에 따른 부담은 김수현 실장이 아닌 무주택 서민들의 몫으로 남은 셈이다.

그렇다고 임대사업자가 규정을 제대로 준수하는 것도 아니다. 일부 임대사업자들은 사업자의 의무도 나몰라라 하고 있다. 임대주택으로 등록된 주택은 연 임대료 상승률이 5%를 넘지 못한다. 그런데 최근 정부가 이 기준을 어긴 임대사업자에게 과태료를 부과하려 하자, 임대사업자들은 "그런 내용을 통보 받은 적 없다"며 발뺌하고 있다.

이들은 각 언론사들에 '소액 임대사업자의 눈물'이라는 제목으로 호소글을 올리며 여론 몰이를 시도하고 있다. 한 임대사업자는 "임대사업자 등록 시 지자체 담당부서로부터 '임대료 증액 제한'에 대해 어떠한 안내나 교육을 받아본 적이 없다"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임대사업자들은 최근 임대사업자협회(가칭)'를 만들어 공익감사 청구는 물론 위헌 소송까지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이날 뒤늦게 임대사업자에 대한 관리를 강화하겠다며 임대사업자들이 임대의무기간 준수, 임대료 증액 제한, 임대차계약 신고 등 공적 의무를 지키는지 여부를 확인하는 합동점검을 정례화하기로 했지만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라는 비판이 나온다.  

빌라·다세대에는 여전한 혜택

또 단기임대(4년)와 장기 매입임대(8년) 제도 폐지에도 '빈틈'은 있다. 8년 장기 매입임대 제도 폐지의 경우 아파트에만 해당하고 빌라나 다세대 주택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빌라·다세대를 보유한 임대사업자는 기존 혜택을 그대로 받게 되는 것이다

송기균 송기균경제연구소장은 "정부 대책은 이미 등록된 159만채 임대주택에 대해서는 어마어마한 세제 혜택을 그대로 유지해주겠다는 것"이라며 "특히 다세대·빌라에 대한 투기를 공식적으로 인정해준 셈이라 다세대·빌라에 대한 투기가 극성을 부릴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종합부동산세율과 양도소득세율을 아무리 인상해도 159만 채(거주주택을 더하면 200만채 이상)는 종부세를 1원도 안 내고, 양도세에 대한 세제 감면과 면제 혜택을 누리게 된다"고 비판했다. 

김성달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국장도 "기존 다주택자들 중에 임대주택자로 들어올 사람들은 대부분 들어왔다"며 "이런 상황에서 임대사업자 특혜를 소급해 폐지하지 않으면 다주택자 보유 주택이 매물로 나오는 실질적인 효과는 거의 없을 것으로 본다"고 꼬집었다.

<오마이뉴스>는 김수현 전 실장의 입장을 듣기 위해, 여러 차례 전화를 걸었지만, 그는 끝내 받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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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회경제부 소속입니다. 주로 땅을 보러 다니고, 세종에도 종종 내려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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