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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사업장에서 발생한 산재사고로 사망한 노동자가 쓰고 있던 안전모
 한 사업장에서 발생한 산재사고로 사망한 노동자가 쓰고 있던 안전모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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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1년에 2천여 명의 노동자가 일하다 숨진다는 얘기는 많은 시민, 노동자들이 알게 된 것 같다. 산업재해 발생 건수, 사망자 수, 질병에 의한 사망과 사고 사망의 정확한 통계는 어디에서 찾을 수 있을까? 전반적인 국가 통계를 모두 표와 그래프 형태로 제공하는 통계청 포털에서도 지난 20여 년간의 업종별, 성별, 산업재해 발생 건수와 사망자 수 등을 확인할 수 있다.

이 외에 매년 고용노동부(노동부)는 지난해를 기준으로 '산업재해 발생 현황'을 발표한다. 여기에는 해당 연도의 전체 산업재해 발생 현황과 개요, 주요 특징 등이 담겨 있어, 노동부가 산재 통계 중 어떤 부분에 어떤 의미를 두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다.

2020년 4월 27일 노동부는 '2019년 산업재해 발생 현황'을 발표했다. 산업재해로 인한 사망자 수는 2020명으로 이 중 사고 사망자는 855명, 질병 사망자는 1165명이었다. 2018년에 비하면 전체 산재 사망자 수도 122명이나 감소했고, 특히 사고 사망자 수가 크게 줄었다.

사망 만인율도 줄어서 2018년 1.12에서 2019년 1.08이 됐다. 질병사망 만인율은 오히려 증가했지만, 사고사망 만인율은 10% 가까이 줄어 0.46이 됐다. 하지만 2022년까지 산업안전 분야에서 사고 사망률을 절반으로 낮추겠다는 공언을 달성하기에는 부족해 보인다. 특히 사고사망을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우려는 더 커진다.
  
건설업 사고사망, 예방 정책 때문에 줄어들었다?
  
2020년 1월 초, 노동부는 2019년 산재사고 사망자가 2018년에 비해 116명이나 감소했다고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이는 1999년 사고사망자 통계가 시작된 이후 가장 큰 감소 규모라고도 했다. 특히 건설업 사망자 수가 485명에서 428명으로 57명이나 감소했고, 이는 선택과 집중 방식의 사업장 관리·감독, 발로 뛰는 현장 행정 때문이라고 했다. 전체 산재보험 대상 근로자 수가 나오기 전이라 '사고사망률'을 알 수 없는 상황인데도, 이례적으로 일찌감치 현장 패트롤이 성공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2019년 산업재해 발생 현황'의 결과는 이와 다르다. 건설업에서 사고사망자 숫자가 줄어든 것은 사실이지만, 건설업의 사고사망만인율은 1.65에서 1.72로 오히려 늘었다. 건설업 사고사망자 숫자가 줄어든 것은 산재예방정책이 효과를 거뒀기 때문이 아니라, 2019년 건설 경기가 나빴기 때문이었다. 건설업 노동자가 줄어서 사망사고도 줄어 보였던 것뿐이다.
  
 2015~2019 건설업 사고사망자 수 및 사고사망만인율 추이
 2015~2019 건설업 사고사망자 수 및 사고사망만인율 추이
ⓒ 고용노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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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업은 2018년에 비해 산재보험 대상 근로자 수가 45만 명가량 감소했기 때문에 사망 만인율이 오히려 증가했는데도, 사망자 수가 57명이나 감소한 것이다. 만인율이 줄지 않았다는 것은 무슨 뜻이냐면 2018년 수준의 사망률만 유지됐어도, 건설 사고사망자는 410명이어야 하는데, 이보다 많은 428명이 건설업에서 사망했다는 뜻이다. 2018년 수준의 사고사망 만인율만 유지됐어도 죽지 않았을 노동자 18명이 오히려 더 죽었다는 것이다.

게다가 문제는 노동부와 안전공단의 사망사고 감소 대책의 주요 대상이 '건설업'이었다는 점이다. 노동부와 안전공단은 2018년부터 추락사고 예방 중심, 건설업 안전 비계 설치 중심의 사고사망재해 예방 활동을 본격적으로 펼쳐왔다. 2018년 건설업 사고사망자 수는 20여 명 감소했지만, 사고사망 만인율은 줄어들지 않았다.

2019년 초 노동부는 2018년 5월 이후 건설업 산재예방 사업을 본격화했기 때문에, 아직 효과가 나타날 시간이 부족했다고 평했다. 그러나 타워크레인에 대한 관리 후 타워크레인 사망사고가 줄어드는 등 성과가 있었고, 늘어난 사고사망 숫자는 산재보험 적용이 확대되어 ▲ 산재로 인정되는 사고 사망이 증가했고 ▲ 이전 년도에 사망했지만 유족급여를 뒤늦게 받은 경우가 포함돼 있어, 당해연도 발생 사고사망자 수는 감소하고 있다고 평가했었다.

우리는 당시에도 변명 대신 건설업 산재예방활동 중간 점검과 진지한 평가를 요청했다. 건설업에서 사망사고 건수나 사망 만인율이 큰 차이가 없더라도, 집중 예방활동을 하는 추락사고가 얼마나 줄어들었는지, 그 효과는 어떤 규모의 건설 현장에서 주로 나타나고 있는지, 아직 뚜렷하지는 않지만 이런 예방활동이 앞으로 성과를 거두리라고 기대할 수 있는 근거는 무엇인지 등의 분석이 필요했다.
   
단순 통계가 아닌, 정책 목표에 따른 평가를

그러나 노동부는 이런 분석 없이 2019년에도 시스템비계 설치를 통한 추락 사고 예방, 현장 패트롤 사업을 추진하였다. 그리고 건설업 사망 만인율은 또 줄지 않았다. 지난 5년간 건설업 사망 만인율은 오히려 증가하는 추세다. 현장 패트롤을 통해 어떤 효과를 거두려고 했는지, 그 목표는 어떻게 달성되고 있는지를 제대로 제출하지 않으면, 결과론적인 평가를 할 수밖에 없고, 건설업 사고사망자 수 혹은 사고사망 만인율이 줄어들지 않으면 건설업 집중 예방 활동이나, 현장 패트롤을 지속할 근거도 사라진다.

처음으로 산재예방정책이 구체적인 전략적 목표를 가지고 접근하고 있는데, 섣부르게 비판하는 것은 아닌지, 1~2년 사이에 당장 가시적 효과가 없다고 비판하는 것은 근시안적이라든지, 오히려 고용노동부와 공단은 산재 예방을 새로이 접근해보려고 하나 행정력이 부족해서 그 효과가 잘 안 나오고 있는 것으로 보이니, 예산과 사람을 더 투여하도록 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일각에서 나오고 있다. 산재보험이 집계하는 건설노동자 추계가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건설업에서 산재 사고사망률이 증가한 것 자체가 착시라는 주장도 있다.

건설노동자 사고사망자의 절대 숫자가 감소한 것은 분명 환영할만한 일이나, 위와 같은 주장들이 근거를 가지려면, 계속 강조하는 대로 시스템 비계 설치 독려와 패트롤 중심의 안전공단, 고용노동부 산재예방 사업이 어떤 점에서 효과를 거두고 있고, 어떤 점에서 부족한지 진지한 분석이 선행돼야 한다. 당장 현재의 전략을 바꾸거나, 유지해야 한다는 단편적인 '싸움'이 아니라, 제대로 된 분석과 평가, 토론이 필요하다.

산업구조 변화에 따른 사망자 감소

전체적으로 산재사고사망이 감소하고 있는 것도 산재 사고 사망 예방 정책에 힘입었다기보다, 산재율이 높은 업종이 전체 산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줄어드는 것의 영향이 더 큰 것으로 보인다.

전체 사고사망률 평균보다 사고사망 만인율이 낮은 업종의 비중(기타의 사업, 기타, 전기·가스·수도업의 합)은 2017년 56.2%, 2018년 57.7%, 2019년 59.7%로 계속 높아졌다. 산재예방정책이나 안전조치 등이 특별히 달라지는 게 없어도 산업구조 변화만으로도 산재 사망사고는 줄어드는 게 자연스러운 것이다.

산업별 사망 만인율의 변화를 보면 사망률이 높은 임업과 광업, 건설업에서는 사망률이 오히려 증가했다. 운수·창고·통신업에서 사망 만인율이 가장 크게 감소했고, 원래 사망 만인율이 낮은 편이던 기타의 사업에서도 사망 만인율이 0.03명(1만명 당) 감소한 것을 제외하면 제조업을 비롯한 나머지 산업에서 사망률은 큰 변화가 없다.

특별한 노력 없이 2018년의 산재사고 사망률이 그대로 유지된다 하더라도 2019년에는 사망자 수가 893명으로 총 78명 감소했을 것이다. 일종의 자연감소분이다. 그러나 2019년 실제 사고사망자 수는 855명이므로, 추가 감소 사망자 수는 38명이다.

노동부는 2018년과 비교했을 때 사고사망자 수가 116명이나 줄어든 것은 성과라고 말하고 있지만, 이 116명의 사고사망자 감소 중 사망사고 발생 위험이 낮은 산업 비중이 높아지는 산업구조 변화로 인해 발생한 일종의 자연감소 사망자 수는 78명, 행정과 정책의 개입 등으로 인해 이보다 더 많이 추가된 사망자 수 감소분은 38명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최근 3년간의 산재사고 사망자와 사망률 변화 역시 산업구조 변화에 따른 영향이 더 크고, 산업안전 실태가 개선되어 발생한 변화는 거의 없는 것으로 보인다. 노동자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한 법이 있고, 체계가 있고, 행정 인력이 있는 나라라면 당연히 산업구조 변화에 따른 자연감소 이외의 사고 사망이 감소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

산재 통계의 목표는 '일터를 안전'하게 하는 것
   
 정부는 산재 통계의 수치를 낮추는 것이 아니라 일터를 안전하고 건강하게 해야 한다.
 정부는 산재 통계의 수치를 낮추는 것이 아니라 일터를 안전하고 건강하게 해야 한다.
ⓒ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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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목표는 산재 통계의 수치를 낮추는 것이 아니라 일터를 안전하고 건강하게 하는 것이다. 산재 예방 정책이 시기별로 목표로 삼는 산재사망률 혹은 재해발생률은 달성하지 못할 수도 있다. 노동자의 건강과 안전보다 효율성, 이윤 등을 중시하는 관행이 쉽사리 달라지지 않을 것이고, 제대로 된 정책이 시행되더라도 효과가 나타나는 데 시간이 걸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경우 다양한 지표들을 활용한 분석을 통해, 목표를 달성하지 못한 이유를 분석하고 이에 따라 구체적인 실행 계획을 새로 수립해야 한다.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지만, 지속해야 할 정책 과제가 있다면, 이를 설득해야 한다.

노동부와 안전공단은 2018년부터 해 오고 있는 산재 예방 정책과 그 목표 지표에 대한 평가, 산재 사고 사망 감소를 위한 전략과 전술에 기반한 분석, 그리고 이에 따른 예방 정책에의 시사점을 제안해야 한다. 현장 패트롤, 시스템비계 도입과 같은 기술적인 접근 외에 원청 책임 강화,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 건설현장 불법하도급 근절 등 '큰 얘기'를 계속 주장하는 건설노동자와 노동조합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이를 산재예방 정책에 반영해야 한다. 노동부가 산재 발생 현황을 바라보는 시각이 달라져야, 산재 사망률도 줄어들고 일터도 조금 더 건강하고 안전해질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상임활동가이신 최민님이 작성하셨습니다.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에서 발행하는 잡지 <일터> 7월호에 연재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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