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충남 예산군 신암면에 있는 조림초등학교 교사 1동에 붙은 전두환 머릿돌이다. 해당 학교는 회의를 통해 머릿돌 처리 문제를 결정할 예정이다.
 충남 예산군 신암면에 있는 조림초등학교 교사 1동에 붙은 전두환 머릿돌이다. 해당 학교는 회의를 통해 머릿돌 처리 문제를 결정할 예정이다.
ⓒ 이재환

관련사진보기

 

논란이 된 '전두환 머릿돌'이 속속 철거되고 있다. 충남교육청뿐 아니라 충북교육청도 지난 6월 자체적으로 전두환 머릿돌을 철거했다. 일선 학교에 설치된 전두환 머릿돌(표지석)을 전수 조사해 철거작업을 진행한 것이다.

이런 가운데 '전두환 머릿돌'이 설치된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일각에서는 전두환 머릿돌이 이른바 '윗선'의 지시공문에 의한 것인지, 학교 자체적으로 제작을 한 것인지 등을 놓고 의견과 추론이 분분한 상황이다.

실제로 전두환 집권 후반기인 1980년대 중·후반으로 접어들수록 머릿돌의 문구도 점점 더 천편일률적으로 바뀌고 있는 것이 확인되고 있다. 마치 누군가 문구를 인위적으로 다듬어 놓은 것처럼 획일적이기 때문이다.

준공연도가 1984년인 공주 사곡중학교 관사 머릿돌에는 '이 건물은 전두환 대통령 각하의 하사금으로 지은 교직원 사택입니다'라고 적혀 있다. 이듬해인 1985년 5월 27일에 건축한 홍성 서부중학교 관사에도 같은 내용의 머릿돌이 토시 하나만 다르고 똑같다. 해당 학교의 머리돌은 '하사금으로 지은' 대신 '하사금으로 건축한'이라고 적혀 있다.

오히려 그 이전인 1980년대 초반에 지어진 건물들에 적힌 문구는 오히려 덜 정형화돼 있다. 1981년에 건축된 예산 조림초(교사1동) 건물 머릿돌에는 '전두환 대통령 각하의 특별 배려로 두 교실과 계단실을 지음'이라고 적혀 있다.

여기서 의문이 하나 생겼다. 이런 문구들은 도대체 출처가 어디인 것일까. 과거 공문서에는 '전두환 머릿돌이 나오게 된 배경이 적혀있지는 않을까. 사실 확인을 위해 충북교육청과 충남교육청 등에 자문을 구했다. 또 1980년대 학교 행정실에 일한 이력이 있는 근무자들을 수소문해 보았다.

충북교육청, 전두환 표지석 이력 담긴 공문 찾아봤지만...

우선 지난 6월 전두환 머릿돌(표지석)을 대대적으로 철거한 충북교육청에도 관련 내용을 문의해 보았다.

충북교육청 관계자는 "사실은 우리(충북교육청)도 표지석이 어떻게 만들어진 것인지 그 배경이 궁금했다. 혹시 관련 공문이 있는지도 알아 봤지만 찾을 수가 없었다"며 "공문의 경우 보존기한이 5년에서 10년 정도이다. 그러다 보니 수십 년 전의 공문은 찾기가 어려웠다. 결국 전두환 표지석과 관련된 공문은 발견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1980년대 당시 학교 행정에 관여했던 근무자들을 수소문 해 보았지만 찾을 수는 없었다. 하지만 1990년대 초반부터 학교 행정직으로 근무한 공무원들은 당시의 분위기를 간접적으로나마 알고 있었다.

1990년부터 충남교육청에서 교육행정직으로 일한 A씨는 "1980년대 근무했던 분들은 지금 거의 현직에 없다"며 "그 이전의 분위기는 잘 알지 못한다. 다만 1990년대에도 기념식수를 할 때도 기관에서 알아서 문구를 정하고, 표기하던 분위기가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그때(1990년대)만 해도 지금처럼 세세한 것까지 공문으로 명시하지는 않았다"며 머릿돌은 건물의 이력 때문에 설치하는 것이다. 머릿돌의 문구는 건물을 건축한 건설업체에서 알아서 표기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전했다.

'전두환 머릿돌'에 담긴 문구가 공문으로 하달된 것은 아닐 수도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머릿돌의 이력 추적이 전혀 의미가 없어 보이진 않는다.

또 다른 공무원 B씨는 "가능하다면 '전두환 머릿돌'의 이력을 알아보는 작업도 필요한 것 같다"면서도 "그 보다 중요한 것은 해당 머릿돌의 문구가 전혀 교육적이지 않다는 점이다. 머릿돌의 문구만 보면 나랏돈을 쓰면서 개인이 생색을 낸 것으로 비춰질 수 있다. 게다가 군사 독재시절에나 사용 가능한 문구라는 점에는 이론의 여지가 없어 보인다"고 지적했다.

덧붙이는 글 | 전두환 머릿돌이 탄생한 배경이나, 관련 공문에 대해 알고 계신 분이 있다면 제보 바랍니다. fanterm5@hanmail.net


태그:#전두환 머릿돌 , #전두환 표지석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자유주의자. 개인주의자. 이성애자. 윤회론자. 사색가. 타고난 반골. 충남 예산, 홍성, 당진, 아산, 보령 등을 주로 취재하고 있습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