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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생'의 밤 하늘에 떠 있는 빛을 보기 힘든 도시에 ‘빛’이 되는 작품. 작품 하단에는 허영만 만화가의 손글씨 응원 '힘을내요, 우리'를 시작으로 시민들이 직접 쓴 게시판들이 빼곡하다. ⓒ 신지섭
▲ "환생"의 밤 하늘에 떠 있는 빛을 보기 힘든 도시에 ‘빛’이 되는 작품. 작품 하단에는 허영만 만화가의 손글씨 응원 "힘을내요, 우리"를 시작으로 시민들이 직접 쓴 게시판들이 빼곡하다. ⓒ 신지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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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세종대로 덕수궁돌담과 대한성공회 서울주교좌성당 사이에 첨성대가 서 있다. 마치 경주에서 옮겨 놓은 듯한 이 작품은 작가가 1374개의 차 헤드라이트를 폐차장에서 구입해 하나씩 직접 쌓아 만든 것이다. 서울도시건축전시관에서 기획한 이 작품은 '환생 Re:relationship'으로 한원석 작가의 작품이다.

9m 높이의 환생이 성당 건물을 가리고 미관을 해친다는 흉물 논조의 기사를 보았다. 3년 전에도 이와 비슷한 논란의 사건이 있다. 서울역 광장에 세워진 3만 켤레의 헌 신발로 만든 '슈즈트리'(Shoes Tree) 조형물은 작가의 메시지가 제대로 전달되지 못한 채 흉물이라고 폭포수처럼 쏟아진 언론의 뭇매를 맞았다. 언론과 다른 생각을 가진 미술계 전문가들이 침묵한 사이 제대로 된 논쟁의 장도 열지 못한 채 작품은 사라졌다.

'예술이냐, 흉물이냐'의 낡은 프레임 

'흉물로 전락한 공공미술품…전국에 `슈즈트리` 널려있네'
'예술이냐 흉물이냐…지자체 공공조형물 애물단지 전락'
'3억짜리 포항 공공조형물 흉물 논란 끝에 고철값에 매각'
'공공미술은 어떻게 '도심 흉물'이 됐나' ... (중략)


언론이 공공미술을 두고 흉물이라고 하는 프레임은 오래 전부터 있어왔다. 작품의 메시지를 시민들에게 전달하기보다는 작품을 보는 최소한의 시간도 주지 않은 채 미관을 해치고 돈이 얼마가 들었다는 반복된 논리로 색안경을 끼고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만들었다. 마치 새로 전학 온 친구가 자기소개도 하기 전에 반 아이들에게 이간질을 하는 못된 아이처럼 말이다. 

이렇다보니 정부나 지자체는 공공미술로서 조형물을 들일 때 외국의 유명한 작가나 성공한 사례의 디자인을 가져온다. 결국 문화 사대주의 논란으로 귀결된다. 서울시 문화쪽 담당 관계자 B씨의 말에 따르면 "일회성으로 끝나는 TV 광고보다 도시 브랜드 마케팅 면에서 조형물이 가성비가 좋기 때문에 앞으로도 계속 만들어질 수밖에 없다"고 한다.   
 
공공미술의 매력 실내에서 전시되는 작품들과는 다르게 심각하게 다가가지 않고, 이렇게 마음가는대로 재밌는 사진을 남길 수 있다는 것. 작품을 오픈했던 6월 2일, 홍선희 지인과 함께 ⓒ 신지섭
▲ 공공미술의 매력 실내에서 전시되는 작품들과는 다르게 심각하게 다가가지 않고, 이렇게 마음가는대로 재밌는 사진을 남길 수 있다는 것. 작품을 오픈했던 6월 2일, 홍선희 지인과 함께 ⓒ 신지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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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미술을 '대중에게 공개된 장소에 설치되거나 전시되는 조형물'로 한정해서 썼다면 요즘은 장소로서의 형태를 지니거나 일시적, 참여적 형태를 띠는 것까지 확대하여 쓰고 있다. 대중의 반응은 공공미술의 어디까지 영향을 끼칠 수 있는가? 

이 전시와 관련하여 서울도시건축전시관에서 열린 '도시건축과 예술'이라는 주제의 콜로키움에서 박제유 전시관 관장은 "저의 기본적인 입장은 작품의 진가가 나타나기까지 좀 더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리는, 예술 작품에 대한 존중은 필요하다는 것이다"며 "(청계천에 있는) 클라스 올든버그의 소라 모양의 '스프링(Spring)'도 초창기에는 많은 반발이 있었지만 지금은 아무도 그 얘기를 하지 않는 것 같고, 테헤란로 포스코센터 빌딩 앞에 있던 프랭크 스텔라 '아마벨' 고철 덩어리도 엄청난 논란이 있었는데 작품 값이 모든 걸 대변하는 건 아니지만 지금 그 작품 가격이 몇 배로 뛰었다"고 말했다. 이어 "파리의 에펠탑 또한 맨 처음 들어섰을 당시에 흉물이라는 비판이 높았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한 대상에 대한 감정이 처음에는 싫어하거나 무관심에 가까웠지만, 자주 접하게 됨에 따라 호감도가 높아지며 거부감이 사라지는 현상을 '에펠탑 효과(Eiffel Tower Effect)'라고 부르기도 한다. 
 
'도시건축과 예술' 콜로키움 왼쪽부터) 임진우(정림종합건축사사무소대표), 최태만(국민대학교 미술학부학장), 박제유(서울도시건축전시관 관장), 한원석(설치미술가·건축가), 신지섭(건축가)_6월 19일
▲ "도시건축과 예술" 콜로키움 왼쪽부터) 임진우(정림종합건축사사무소대표), 최태만(국민대학교 미술학부학장), 박제유(서울도시건축전시관 관장), 한원석(설치미술가·건축가), 신지섭(건축가)_6월 19일
ⓒ 수피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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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의 '환생'?

서울에 있었거나 현재도 있는 공공미술 흉물 논란 기사들을 찾아보면 댓글에는 작품보다 서울시와 서울시장을 힐난하는 댓글들이 많았다. 이번 '환생' 작품에 대해서도 어느 정도의 상관 관계가 있는지 서울도시건축전시관에 위탁을 맡긴 서울시 서울도시건축센터의 공무원 A씨와 통화를 했다.     

"전시 공간은 민간 위탁으로 한국건축가협회가 운영하고 있다. 한원석 작가의 기획전은 전시관에서 제안을 했고, 우리는 '환생' 작품이 좀 크고 높아서 구조 검토만 좀 했으면 좋겠다고 요청했다. 저희가 다 기획할 수 있으면 민간 위탁을 주지 않을 것이다."

일부 인터넷 매체에서 주장하는 "박원순 서울시장의 '환생'"과 같은 말은 유언비어에 지나지 않았다. 

언론은 작가가 무엇을 말하고 싶은지 설명하고, 전문가들은 미학적 논쟁을 벌이고, 시민들은 현장에서 직접 작품을 접하고 느끼며 폭 넓게 취향을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런 분위기 속에서 시민들의 안목과 함께 공공미술의 수준도 한층 높아지지 않을까.
 
일제강점기의 잔재였던 옛 국세청 별관 건물 철거 전 서울시는 2015년에 철거했던 옛 국세청 남대문 별관 건물 자리에 ‘서울도시건축전시관’을 조성 완료하고 2019년 3월 개관하였다
▲ 일제강점기의 잔재였던 옛 국세청 별관 건물 철거 전 서울시는 2015년에 철거했던 옛 국세청 남대문 별관 건물 자리에 ‘서울도시건축전시관’을 조성 완료하고 2019년 3월 개관하였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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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강점기의 잔재였던 옛 국세청 별관 건물 철거 후 서울시는 2015년에 철거했던 옛 국세청 남대문 별관 건물 자리에 ‘서울도시건축전시관’을 조성 완료하고 2019년 3월 개관하였다. 사진은 국세청 별관 건물 철거 후 사진
▲ 일제강점기의 잔재였던 옛 국세청 별관 건물 철거 후 서울시는 2015년에 철거했던 옛 국세청 남대문 별관 건물 자리에 ‘서울도시건축전시관’을 조성 완료하고 2019년 3월 개관하였다. 사진은 국세청 별관 건물 철거 후 사진
ⓒ 서울도시건축전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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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원석의 '환생'

한원석 작가는 줄곧 버려진 것에 몰입했다. 땅에 떨어진 담배 꽁초가 마치 자신의 모습과 같다고 여겼고, 그것을 재료로 만든 꽃 작품 <악의 꽃>과 <자화상>을 시작으로 작품 활동을 시작하였다.

낮에는 서울 한남동 공연장 블루스퀘어 안에 있는 복합 문화 공간 '네모'와 '북파크' 등을 설계하며 건축가로서 돈을 벌고, 밤에는 작품 활동을 했다. 

파인아트, 건축, 미술과 건축의 경계에서 여러 작품을 만들었다. '환생'도 그 중 하나이다. 2006년 청계천복원 1주년 행사로 광통교에서 선보였던 '환생'을 두고 작가는 "그 당시 아들을 자주 볼 수 없는 상황이었다. 아들이 좋아하고 이해할 수 있는 작품을 만들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후 하나은행에서 구매했으나 은행이 이전하면서 작가의 동의하에 순천만에 기증하게 되었지만 순천 시장이 바뀌면서 '환생'은 관리가 되지 않았다. 버려진 차 헤드라이트로 만든 작품이 다시 또 버려지게 되는 처지에 놓였다.

Re:relationship

'가치란 무엇인가?'라는 의문이 그의 30년간의 화두였다. 나에게는 보물이지만 누군가에게는 쓰레기가 될 수 있는 것들이 있다. 

'관계란 무엇인가?'

이제 그의 화두는 그 가치로 맺어진 관계를 재조명 하는 것이다. 작가는 관객에게, 스스로에게도 묻고 싶다. '관계'를 다시 바라보고, 깊게 보려는 마음가짐. 그러한 화두를 가지고 시작한 행위 중에 하나로 작가는 버려진 첨성대 '환생'을 찾아왔다. 전시회의 기획 제목인 'Re:relationship'은 기존 영어 단어가 아닌 한원석 작가가 만든 말이다. 기존의 관계를 '빛'을 통해 풀어낸 것이 작품 '환생(Rebirth)'이다. 

지하 전시관에 있는 한원석의 작품들은 코로나19 상황 때문에 휴관이지만 서울마루 야외에 있는 '환생'은 만날 수 있다(8월 15일까지). 한원석 작가의 조형물이 직접 만나고 느낀 사람들로 인해 '진정한 공공미술'로 다시 태어나길 바란다.        

덧붙이는 글 | <참고자료> 한원석 도록 홍성사 출판사, 2019
<참고영상> https://vimeo.com/429455815?fbclid=IwAR24FOLN-lrlqCttAI_L-PXfPiePTMN07jUG6JUwAi8DwYJnQPafQNEA10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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