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일, <GOOD GIRL : 누가 방송국을 털었나>(이하 '굿걸')이 종영을 맞았다. <굿걸> 출연진들은 '방송국을 턴다'는 콘셉트로 출연자들끼리 한 팀이 되어 매회 퀘스트틀 수행하고, 이긴 팀은 플렉스 머니를 차지한다. <굿걸> 크루들은 같이 무대를 꾸릴 상대를 선택하는 무대를 꾸미거나, <아이돌> 팀, <쇼미더머니> 팀과 대결을 펼치기도 했다.

이날 방영된 <굿걸>의 마지막 퀘스트는 멤버들끼리 경쟁하는 것이었다. 아이돌들의 전면 대결 구도인 CLC 예은과 카드 전지우의 라운드나, 에일리X윤훼이와 효연X이영지의 무대도 화제였지만, 종방 직후 가장 많은 관심을 받은 무대는 단연 슬릭X퀸와사비의 '잘 나가서 미안'이었다.
  
색안경을 벗겨내고 각자의 색으로

'1일 3자기(하루에 세번 퀸와사비의 '안녕, 쟈기'를 듣는 것)'를 하는 이들이라면 하루에 세 번은 보았을 장면이 있다. 바로 퀸와사비의 첫 무대 당시 슬릭이 굳은 표정으로 퀸와사비의 트월킹을 보고 있는 장면이다. 

슬릭과 퀸와사비의 조합은 방송 초반부터 화제의 중심에 있었다. 짧은 머리를 하고 여성 인권을 이야기하는 '페미니스트'가 엉덩이를 앞뒤로 흔드는, 성적으로 보이는 춤 '트월킹'을 지켜보고 있는 이 장면은 공존할 수 없는 두 가치가 부딪히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다른 세계에 사는 듯한 이들 조합은 그래서 더 많은 관심을 끌었다.
 
그런 둘이, 마지막 퀘스트에서 같은 팀이 되었다. '슬릭X퀸와사비가 트월킹을 하느냐 마느냐'는 마지막 퀘스트의 관전 포인트 중 하나일 정도였다. 너무도 달라 보이는 이 두 사람의 걱정어린 시선을 받기도 했다. 제이미는 '슬릭은 (트월킹으로부터) 지켜달라'고 말하며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우워어 색안경 집어치워... 뭘 하건 내 마음이야"
 
그러나 그런 걱정과 우려는 우습다는 듯, 둘은 각자에게 향하는 '선입견'과 전면으로 싸우는 길을 택했다. '잘 나가서 미안' 무대에서 퀸와사비는 댄서팀 '커밍아웃'과 함께 트월킹을, 슬릭은 팔벌려뛰기를 한다. 트월킹만은 포기할 수 없다는 퀸와사비와 트월킹만은 할 수 없다는 슬릭 모두가, 서로가 원하는 걸 하나도 버리지 않고 하나의 무대를 만들어 냈다.

그들이 다르기만 할 것이라는 색안경을 쓰고 있는 사람들에게 각자의 색을 발산한다. 그들이 버리라고 말하는 '색안경'은, 퀸와사비와 슬릭 각각을 멋대로 정의하는 말들 뿐 아니라, 다르기만 할 것이라는 가정이었을지도 모른다. 실은 그들 모두 각자 원하는 삶을 개척하는, 뚝심이 닮아 있는 여성들이었는데 말이다.
 
<굿걸>을 통해 힙합을 보다
 
 Mnet <굿걸> 방영 장면

Mnet <굿걸> 방영 장면 ⓒ Mnet

 
<쇼미더머니>로 대표되는 엠넷의 힙합 예능은, 소위 '남자들의 전유물'이라고도 할 수 있었다. 실제로 여자 랩퍼가 <쇼미더머니> 본선에 진출하는 것조차 희귀한 사례이니 말이다. 힙합은 <쇼미더머니>, '여자' 힙합은 <언프리티 랩스타>. 이 두 프로그램은 엠넷이 구축한 힙합 예능의 공식과도 같았다. 특히 <언프리티 랩스타>는 출연진들끼리의 갈등과 '디스'와 같은 '쎈언니들의 기싸움'이 두드러지는 예능이었다.
 
그런데, 엠넷이 본인들이 구축한 '힙합 문화'에 균열을 내기 시작했다. 작년 방영된 <고등래퍼3>에서는 혼성 힙합 예능 최초 여성 우승자인 '영지'가 등장했고, <굿걸>의 기획의도 자체도 '출연진끼리 뭉쳐 방송국을 터는' 콘셉트다. <굿걸>과 <고등래퍼>는 '디스'로 대표되는 기존 힙합 문화와는 결을 달리한다. 지난달 18일 방영된 <굿걸> 멤버들과 <쇼미더머니> 출신 래퍼들의 대결 퀘스트에서도, 두 프로그램의 출연진들은 서로를 깎아내리기 보다 각자의 무대를 멋있게 꾸리는 데에 집중했다. 그러니 힙합 사이의 우열을 매기는 것은 얼마나 무의미한가. 나는 그들 모두에게서 이른바 '국힙(국내 힙합)'의 미래를 본다.
 
<굿걸> 마지막 화 영상 편지에서, 슬릭은 질문(혹은 자문)한다. "사람들이 말하는 것처럼 정말 우리가 어떤 스펙트럼의 양 끝에 있는 사람들일까?" 퀸와사비 역시 그녀답게, 당당한 답을 내놓는다. "서로가 서로에게 물들어보자." 이들에게 필요한 건 사실 플렉스 머니도, 걱정도 아닐지 모른다. 그저 그들이 뭘 하든 그냥 두는 것. 그러니 손가락질도, 걱정과 우려도 그저 거두자. 그들을 사랑만 하기에도 부족한 시간이다.
 
"서로 미워하는 애들은 걍 미워하게 둬 다 피곤하게 사니까 다 미워하지 뭐 그 시간에 난 차라리 덕질을 하겠어 너무 많아 사랑할 게 아직도"
- 슬릭X퀸와사비 '잘 나가서 미안' 中
굿걸 슬릭 퀸와사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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