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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오전 서울 중구 정동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앞에서 노사정 합의에 반대하는 민주노총  비정규직 조합원 등이 건물로 들어서는 김명환 위원장을 가로막고 있다.
▲ 조합원들 항의받는 김명환 위원장 1일 오전 서울 중구 정동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앞에서 노사정 합의에 반대하는 민주노총 비정규직 조합원 등이 건물로 들어서는 김명환 위원장을 가로막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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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사회적 대화 최종안 의미 있다 (...) 빠른 시일 내 제 거취 포함 판단하겠다."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은 지난달 30일 '코로나 극복을 위한 노사정 합의안' 추인 문제를 두고 열린 민주노총 중앙집행위 회의에서 '직을 걸고서라도 합의를 성사시키겠다'는 뜻을 밝혔다. '직권 조인'의 가능성까지 열어둔 발언이었다. 이어 1일 국무총리실이 오전 10시 30분에 노사정 대표자 협약식이 있다고 발표하면서, 22년 만의 '노사정 대타협'이 이뤄질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김명환 위원장의 앞길을 막았다. 비정규직 노조 조합원들이 이른 아침부터 서울 중구 정동 민주노총 건물 앞에서 '김명환 즉각 사퇴' '우리는 동의한 적 없다' 등의 피켓을 들고 시위에 나섰고, 김 위원장이 출근하자 면담을 신청해 '합의안 폐기'를 압박했다.

이어 '합의 반대파' 조합원들이 오전 9시에 열린 '합의안 추인'을 위한 11차 중앙집행위 회의 참관을 요청하자 내부에서 대립이 발생했다. 결국 김 위원장은 회의 개최 불가를 알렸고, 협약식이 예정된 국무총리 공관으로도 가지 못했다.
 
코로나19위기극복을 위한 노사정대표자회의가 열릴 예정이었던 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민주노총 위원장이 참석하지 못해 취소되어 참석자의 자리가 비어있다.
 코로나19위기극복을 위한 노사정대표자회의가 열릴 예정이었던 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민주노총 위원장이 참석하지 못해 취소되어 참석자의 자리가 비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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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위기극복을 위한 노사정대표자회의가 열릴 예정이었던 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민주노총 위원장이 참석하지 못해 취소되어 정세균 총리,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 김동명 한국노총 위원장 등이 참석해 간담회로 대체하고 있다.
 코로나19위기극복을 위한 노사정대표자회의가 열릴 예정이었던 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민주노총 위원장이 참석하지 못해 취소되어 정세균 총리,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 김동명 한국노총 위원장 등이 참석해 간담회로 대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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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후 민주노총이 노사정 합의에 참여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중앙집행위 내부에서도 반대 여론이 있는데다가,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반대 움직임도 거세기 때문이다. 민주노총 비정규직 노조 연대체인 '비정규직 이제 그만 1100만 비정규직 공동투쟁'은, 노사정 협약식이 취소된 직후인 오전 11시 '노사정 합의에 대한 비정규직 입장 발표' 기자회견을 열고 합의안에 반대하는 이유를 밝혔다.

'불이익 조치'에 협력해야 한다는 내용... '고용 유지' 조항 없어

소위 '강경파'로 분류되는 비정규직 노조들은 합의안에 '해고 금지', '사회 안전망 확보'에 대한 구체적이고 강제적인 조항이 없음을 문제 삼고 있다. 

비정규직 공동투쟁은 현재 공개된 노사정 합의안(잠정)에서 ▲경영위기에 직면한 기업에서 근로시간 단축, 휴업 등 고용유지를 위해 필요한 조치를 취하는 경우 이에 적극 협력한다 ▲ (정부는) 기업이 '휴업수당 감액 승인'을 신청하는 경우 법적 범위 내에서 기업 상황, 노사 의견 등을 고려하여 신속히 심사하도록 노동위원회에 의견을 제시한다 등의 내용을 비판하고 있다. 노동자에 대한 불이익을 용인해줄 우려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1일 오전 서울 중구 민주노총 회의실에서 '해고와 생계위기, 비정규직 외면한 노사정 합의 반대' 비정규직이제그만 등 비정규직 대표자 기자회견이 열렸다.
 1일 오전 서울 중구 민주노총 회의실에서 "해고와 생계위기, 비정규직 외면한 노사정 합의 반대" 비정규직이제그만 등 비정규직 대표자 기자회견이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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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오전 서울 중구 민주노총 회의실에서 비정규직노동단체 조합원들이 노사정 합의에 참여하려는 김명환 위원장에게 거세게 항의하고 있다.
 1일 오전 서울 중구 민주노총 회의실에서 비정규직노동단체 조합원들이 노사정 합의에 참여하려는 김명환 위원장에게 거세게 항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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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이들은 이번 합의안이 '특수고용노동자에 대한 고용보험 확대', '고용 유지 강제 조항'이 없다는 점을 들어 노동자를 법적·제도적으로 보호해주지 못한다고 평가하고 있다.

이를테면 합의안은 '고용유지 지원제도 확충' 내용을 담고 '고용유지지원금 연장', '무급휴직 지원금 요건 완화' 등을 명시했지만 '고용 유지'를 안 할 경우에 받는 제재조치 등은 담고 있지 않다. 전국민고용보험 부문에서도 '고용보험 사각지대 해소 로드맵 추진' 같이 추상적인 안을 제시하거나, '특수형태근로종사자의 특성을 고려하며 노사 및 당사자의 의견을 수렴한다' 등의 단서를 붙였다.

"기업은 40조 받는데... 비정규직 해고는 못 막아"

김수억 비정규직 공동투쟁 공동소집권장은 "정부는 기간산업안정지원금 40조 원을 주겠다고 한다. 그런데 대기업이 정규직 10%를 해고하고 비정규직은 전부 해고해도 막을 수가 없다"라며 "아시아나 비정규직 정리해고에 대해 정부는 어떤 일도 하고 있지 않다"라고 말했다.

노사정 합의안에 명시되어 있는 '기간산업안정기금' 정책을 살펴보면, '고용총량 90% 유지'를 전제로 하고 있다. 그러나 '지원대상 기업의 고용보험 가입자'만 고용총량에 포함된다. 비정규직을 해고하더라도 기금을 받는데 문제가 없는 셈이다.

이어 그는 "코로나19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가장 먼저 타협을 할 부분은 해고 금지다. 그런데 어떤 법적·제도적 장치도 합의안에 없다"라며 "이러한 사회적 대타협을 동의할 수 없다"고 밝혔다.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이 1일 오전 서울 중구 정동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에서 열린 2020년 제11차 중앙집행위원회 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 물 마시는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이 1일 오전 서울 중구 정동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에서 열린 2020년 제11차 중앙집행위원회 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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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소집권장은 "모든 언론들이 민주노총 불참으로 인해 22년만에 국난 극복하려는 노사정 대타협이 파기됐다고 한다. 그런데 정작 22년 전 노사정 대타협 때문에 수백만명이 IMF 위기 속에서 해고되고, 비정규직이 양산된 것 아니냐"며 "왜 비정규직들이 노동자들이 합의안을 반대하는지 알리고 싶다"고 밝혔다.

1998년 '노사정 대타협'은 IMF 위기 극복을 위해 이뤄졌다. 당시 민주노총까지 '정리해고'와 '근로자파견법 법제화'에 합의하면서, 노동조합의 정치참여나 '복수 노조 허용' 등을 인정받았다.

김소연 비정규노동자의 집 꿀잠 운영위원장은 "노동자들은 양보할 것이 없다. 정부와 기업이 이 위기를 책임져야 한다"라며 "사회적 대타협이 이뤄지지 않아도 기업은 무급휴직을 강요하고 해고할 것이다. 그런데도 사회적 타협을 하려는 이유는 노동자들이 싸우지 못하게 재갈을 물리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비정규직 공동투쟁은 이날 "비정규직을 해고하고, 고용보험과 노조 밖 대다수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내버리는 노사정 합의가 아니다"라며 "▲ 해고 금지 ▲ 모든 노동자에게 휴업수당·실업급여 지급  ▲ 4대 보험과 노조할 권리 보장 ▲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등을 걸고 투쟁해야 한다"며 향후에도 합의안 폐기를 요구하겠다고 선언했다.

한편 김 위원장은 건강이 악화돼 이날 오후 2시 30분 경 민주노총 건물을 빠져나와 구급차에 탑승해 병원에 간 것으로 알려졌다.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이 1일 오후 서울 중구 민주노총 건물 앞에서 부축받으며 구급차로 향하고 있다. 이날 김 위원장은 중앙집행위원회를 소집해 노사정 합의 참여를 위한 마지막 의견 수렴에 나섰으나 민주노총 비정규직 조합원 등 반대 조직에 의해 노사정 합의는 무산됐다.
▲ 구급차로 향하는 김명환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이 1일 오후 서울 중구 민주노총 건물 앞에서 부축받으며 구급차로 향하고 있다. 이날 김 위원장은 중앙집행위원회를 소집해 노사정 합의 참여를 위한 마지막 의견 수렴에 나섰으나 민주노총 비정규직 조합원 등 반대 조직에 의해 노사정 합의는 무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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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민주노총, #김명환, #노사정대타협, #노사정 합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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