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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트에 같이 간 아홉살 딸 아이가 말했다.

"엄마. 저게 뭐야? 이상한 기계가 생겼어."

그러고 보니 정말이다. 엊그제까지 없었던 새 기계가 눈에 띄었다. 세 개로 나뉘어 있던 계산대 중 한 코너가 사람 대신 셀프 결제 계산대로 바뀐 것이다. 대형마트나 햄버거 가게에선 종종 봐 왔지만 동네 마트에서 무인 결제 시스템이라니 좀 의아했다. 
 
집 앞에 새로 생긴 무인 아이스크림 가게  주인은 없고, 기계만 덩그러니 놓여져 있다.
▲ 집 앞에 새로 생긴 무인 아이스크림 가게  주인은 없고, 기계만 덩그러니 놓여져 있다.
ⓒ 조영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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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트에 물건을 잔뜩 담아 계산대에 줄을 섰다. 저녁 시간이 가까운 터라 사람들이 제법 많았다. 줄이 길게 늘어져 있는 유인 계산대보다 무인 계산대는 좀 더 한산했다. 나는 "배고프다"고 칭얼대는 아이와 기다리기 뭣해서 무인 계산대로 줄을 옮겼다.

카드 혜택과 포인트 적립이 복잡하진 않을까 걱정했는데 해보니 의외로 간단했다. 바코더 리더기로 상품을 찍고 카드 혜택과 포인트 적립까지 터치 몇 번으로 손쉽게 결제가 이루어졌다. '제법 간단한 걸?' 우쭐해 하며 유인 계산대를 보는데 특이 사항을 발견했다. 유인 계산대에 서 있는 대다수가 고령의 어르신들인 것이다.

그리고 무인 계산대를 이용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젊은 층이었다. 실제로 해보면 별거 아니지만 어르신들은 실수를 할까 봐 기존의 방식을 택한 것 같았다. 자칫 결제를 하다 잘못이라도 하면 마땅히 안내해 줄 점원도 없는 상황이었다. 옆 계산대에 점원이 있긴 했지만 그녀는 자신의 일만으로도 정신이 없어 보였다.

최근 동네 곳곳엔 무인 가게가 많아졌다. 얼마 전 집 앞에 아이스크림 가게가 생겼는데 아예 직원이 없는 무인 가게로 운영이 됐다. 가게 오픈을 한다고 했을 때 '사장님은 어떤 사람일까? 애들이 가도 친절했으면 좋겠는데...'라고 생각했던 마음은 쓸데 없는 고민이었다. "어떤 게 잘 나가요? 뭐가 맛있어요?" 묻고 답하는 주인과 손님 간의 대화 대신 고개만 연신 돌려대는 CCTV와 삐릭 삐릭 하는 기계음만 가게 안을 차지하고 있었다.

무인 가게가 당연한 시대가 됐다. 앞으로 기술은 점점 더 발전되고 인간의 노동력은 점점 더 줄어들 것이다. 자명한 사실이다. 책에서나 봐왔던 인공지능과 경쟁해야 할 아이들 이야기가 내 아이의 이야기임이 피부로 와닿았다.

아이들에게 무인 가게를 이용한 소감을 물어봤더니 도둑이 훔쳐갈까 걱정되는 것 말고는 편한 것 같아 좋단다. 우리 집 숟가락 개수까지 알고 있던 점방 아줌마 이야기를 들려주려다 진짜 옛날 사람이 된 것 같아 그만뒀다.

물건을 살 때마다 사탕이나 젤리 같은 것을 하나씩 끼워주던, 집안 안부를 꼭꼭 물어봐주던 점방 아줌마의 정을 말하면 요즘 아이들은 정이 아니라 지나친 관심이라며 싫어하려나... 싶어 씁쓸했다.  

코로나19 이후 비대면 쇼핑이 늘면서 무인화도 부쩍 늘었다고 한다. 업체 입장에선 마다할 이유가 없는 시스템이다. 주문과 결제도 편리하고 직원과 손님과의 마찰도 줄일 수 있으니 말이다.

나 역시 그 편리함을 누리고 있지만 왜인지 사람과 사람 간의 온기가 사라져 가는 것 같아 아쉽다. 특히 요즘 같은 코로나19 시대에는 사람과의 접촉이 제한돼 있지 않은가. 자주 들르는 생필품 가게나 마트에서조차 서로의 안부 대신 표정 없는 기계와 마주해야 한다고 생각하니 왠지 서운했다.

2013년 개봉한 영화 <허>(Her)에서는 인공지능과 사랑에 빠진 남성의 이야기가 나온다. 주인공 테오도르는 형체는 없지만 자신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고 위로해 주는 사만다와 사랑을 키워간다.

그 영화를 볼 때 있을 법한 이야기라고 생각했는데, 곧 그럴 날이 올 것만 같다. 점차 사람과 사람 간의 온기를 잃어가는 세상이라면, 인공지능의 힘을 빌어서라도 마음의 허기짐을 채우고 싶을 테니까.

문득 무인 계산대 이전에 일하던 마트 점원이 궁금해졌다. 그녀는 어디로 갔을까? 기계에게 밀려난 사람이 갈 수 있는 곳은 어디일까? 그곳은 기계에게 자신의 자리를 뺏기지 않고 지킬 수 있을까? 물건을 장바구니에 담을 때마다 연신 "OOO원입니다. 종량제 봉투에 넣어드려요? 영수증 드릴까요? 고맙습니다"라고 말하던 성실한 그녀가 생각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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