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움이 막강한 원투펀치를 앞세워 이틀 연속 팀 영봉승을 달성했다.

손혁 감독이 이끄는 키움 히어로즈는 28일 서울 고척 스카이돔에서 열린 2020 신한은행 SOL KBO리그 KIA 타이거즈와의 홈경기에서 2회에 따낸 1점을 지키며 1-0으로 짜릿한 승리를 거뒀다. 전날 2-0 승리에 이어 이틀 연속 KIA를 무득점으로 묶은 키움은 주말 3연전을 위닝시리즈로 장식하며 3위 두산 베어스와의 승차를 1.5경기로 벌리고 선두 NC 다이노스에 이어 두 번째로 30승 고지에 올랐다(30승18패).

키움은 2회 2사 만루에서 내야 안타로 이날의 유일한 타점을 올린 김혜성이 결승타를 포함해 3안타 경기를 만들었고 멀티히트를 기록한 허정협은 결승득점을 올렸다. 이날 키움은 3명의 투수가 등판해 9이닝을 2피안타 3볼넷 10탈삼진 무실점으로 틀어 막으며 KIA 타선을 압도했다. 특히 7이닝 동안 94개의 공을 던지며 1피안타 2볼넷 6탈삼진 무실점으로 호투하며 시즌 4승째를 챙긴 최원태는 올 시즌 최고 투구로 키움 토종 에이스의 위용을 과시했다.

히어로즈가 애타게 기다려 온 토종 에이스 후보
 
 지난 23일 오후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0 KBO리그 키움 대 LG 경기. 1회 말 키움 선발투수 최원태가 역투하고 있다.

지난 23일 오후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0 KBO리그 키움 대 LG 경기. 1회 말 키움 선발투수 최원태가 역투하고 있다. ⓒ 연합뉴스


2008 시즌을 앞두고 현대 유니콘스 선수들을 주축으로 창단한 히어로즈는 장원삼(롯데 자이언츠), 마일영(한화 이글스 불펜코치), 이현승(두산 베어스) 등 좌완을 중심으로 좋은 투수들을 많이 거느리고 있었다. 하지만 모기업 없이 네이밍 스폰서를 받아 구단을 운영하던 히어로즈는 매년 재정적인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었고 결국 장원삼, 이현승, 이택근 등 자체 생산 스타들을 다른 구단에 팔아야 했다.

좌완 원투펀치가 떠난 이후 히어로즈는 장기간 토종 선발 기근에 시달렸다. 그나마 외국인 투수 브랜든 나이트(키움 투수코치)와 앤디 밴 헤켄의 활약으로 인해 근근이 선발진을 꾸려가긴 했지만 두 외국인 투수가 책임질 수 있는 경기는 5일 중 이틀 뿐이다. 실제로 히어로즈는 2010년부터 2014년까지 무려 5년 동안 토종 10승 투수를 배출하지 못했다. 히어로즈가 듬직한 토종 에이스를 갈망할 수밖에 없던 이유다.

그러던 2015년 히어로즈에 매우 뛰어난 인재가 들어왔다. 서울고 3학년 시절이던 2014년 황금사자기와 대통령배에서 팀을 우승으로 이끈 '초고교급 에이스' 최원태였다. 히어로즈는 최원태가 팀의 오랜 염원이었던 '토종 에이스 부재'를 씻어줄 적임자라고 판단하고 최원태에게 1차 지명과 함께 3억 5000만 원의 팀 역대 최고 계약금을 안겼다(현재는 2018년 안우진이 6억 원으로 최원태의 기록을 뛰어 넘었다).

물론 최원태가 아무리 고교 무대를 평정한 슈퍼루키였다 해도 프로에 들어오자마자 선배들을 압도하는 활약을 했던 것은 아니다. 최원태는 루키 시즌 17경기에 출전했지만 2승 3패 평균자책점 7.23으로 프로 무대의 높은 벽을 실감했다. 마침 같은 해 히어로즈에는 15승을 따내며 신인왕에 오른 신재영이라는 '신데렐라'가 등장했고 히어로즈의 몇몇 팬들은 최원태에 대한 기대치를 낮출 필요가 있다는 냉정한 평가를 내놓기도 했다.

2002년의 임창용(17승) 이후 14년 만에 탄생한 잠수함 15승 투수 신재영은 이듬해 6승에 그치며 '2년 차 징크스'를 겪었고 작년부터 1,2군을 오가는 평범한 투수로 전락했다. 하지만 히어로즈는 신재영을 잃은(?) 대신 또 한 명의 든든한 선발 투수를 얻었다. 루키 시즌 프로에 자리 잡으려면 보완할 점이 많아 보였던 최원태가 프로 입단 2년 만에 풀타임 선발 투수로 활약하면서 11승 7패 4.46이라는 뛰어난 성적을 올린 것이다.

올해는 '가을 징크스' 깨고 키움의 첫 우승 이끌까

아직 군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젊은 선수들에게 아시안게임이 열리는 해는 선수생활에 전환점이 될 수 있는 매우 중요한 시즌이다. 아시안게임 금메달로 인한 병역 혜택 유무에 따라 FA 취득 기간을 무려 2년이나 앞당길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아시안게임이 열리는 시즌에는 대표팀 코칭스태프의 눈에 들려는 젊은 선수들의 보이지 않는 경쟁이 매우 치열하게 전개되고 무리를 하다가 슬럼프가 오거나 부상을 당하는 선수도 적지 않게 발생한다.

하지만 최원태는 아시안게임 출전이 걸린 2018년 13승 7패 3.95로 2017년의 성적을 훌쩍 뛰어 넘었고 무난하게 아시안게임 대표팀에 선발돼 금메달을 목에 걸며 병역 혜택을 받았다(물론 아시안게임에서 당한 팔꿈치 부상으로 그대로 시즌을 접게 된 아쉬움도 있었다). 최원태는 작년 시즌에도 27경기에서 11승 5패 3.38의 뛰어난 성적을 올리며 키움의 토종 에이스로 자리 잡았다.

2017년부터 풀타임 선발로 활약하며 히어로즈 토종 선발 최초로 3년 연속 두 자리 승수를 올린 최원태는 만 23세의 젊은 나이에 3억7000만 원의 고액 연봉을 받는 스타가 됐다. 최원태는 올해도 시즌 개막 후 4경기에서 21이닝 9자책(평균자책점3.86)으로 제 몫을 했지만 승운이 따르지 않아 승리 없이 2패 만을 기록했다. 하지만 풀타임 선발 4년 차 최원태는 일시적인 불운에 흔들리지 않았고 최근 6경기에서 4승을 챙기며 착실히 승수를 적립하고 있다.

올 시즌 첫 9번의 등판에서 매 경기 실점을 했던 최원태는 28일 KIA를 만나 올 시즌 첫 무실점 투구를 펼쳤다. 6회 나주환에게 맞은 좌전안타가 이날 경기의 유일한 피안타였고 2회와 3회에 내준 볼넷은 후속타자 병살 처리로 잔루를 남기지 않았다. 4회에는 김호령, 김선빈, 프레스턴 터커로 이어지는 KIA의 상위 타선을 3연속 삼진으로 돌려 세우기도 했다. 최원태는 올 시즌 10번의 등판에서 7번의 퀄리티스타트를 기록하는 안정된 투구를 이어가고 있다.

최원태는 가을야구에서 통산 3경기에 등판해 7이닝 동안 14피안타 3피홈런으로 12실점(평균자책점15.43)을 기록한 '흑역사'가 있다. 올 시즌 메이저리거 에디슨 러셀까지 영입한 키움은 한국시리즈 우승을 위해 올인하는 구단 중 하나다. 물론 키움이 창단 첫 우승으로 가기 위해서는 토종 에이스 최원태의 좋은 컨디션이 가을까지 이어져야 한다. 올해도 순조로운 시즌을 보내고 있는 최원태는 시즌 마지막까지 키움 선발진을 든든하게 이끌 수 있을까.

☞ 관점이 있는 스포츠 뉴스, '오마이스포츠' 페이스북 바로가기
KBO리그 키움 히어로즈 최원태 토종 에이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