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아몬드' 포이리에가 후커의 반란을 제압하며 건재를 과시했다.

UFC 라이트급 3위 더스틴 포이리에는 28일(이하 한국시각)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가스의 UFC 에이펙스에서 열린 UFC on ESPN 12 대회 메인이벤트에서 5위 댄 후커를 5라운드 종료 3-0(48-47, 48-47, 48-46) 판정으로 꺾었다. 작년 9월 하빕 누르마고메도프와의 라이트급 타이틀전에서 3라운드 서브미션 패배를 당했던 포이리에는 4연승을 노리던 난적 후커를 제압하면서 라이트급 강자로서의 지위를 유지했다.

한편 앞서 열린 코메인이벤트에서는 마이크 페리가 4년 전 프로레슬링 스타 CM 펑크를 꺾고 유명세를 탔던 미키 갈을 3라운드 종료 만장일치 판정으로 제압했다. 최근 2경기에서 비센테 루케와 제프 닐을 상대로 연패에 빠지며 분위기가 침체됐던 페리는 갈을 제물로 연패에서 탈출했다. 반면에 최근 5경기에서 승리와 패배를 반복하던 갈은 페리와의 경기에서 패하며 또 한 번 연승이 좌절됐다.
 
 포이리에(왼쪽)는 아직 자신보다 랭킹이 낮은 선수에게 덜미를 잡힐 만큼 약해지지 않았다.

포이리에(왼쪽)는 아직 자신보다 랭킹이 낮은 선수에게 덜미를 잡힐 만큼 약해지지 않았다. ⓒ UFC.com

 
라이트급 전향 후 승승장구한 진흙탕 싸움의 대가

라이트 헤비급의 존 존스와 미들급의 앤더슨 실바, 웰터급의 조르주 생 피에르, 페더급의 조제 알도, 플라이급의 드미트리우스 존슨에게는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바로 전성기 시절 장기간 타이틀을 지키며 수많은 도전자들을 좌절시킨 '무적의 챔피언'이었다는 점이다. 챔피언들에게는 여러 도전자 중 한 명이지만 도전자 입장에서는 힘들게 타이틀 도전권을 따내도 타이틀전에서 패하면 다시 도전권을 다시 따내기 위해 먼 길을 돌아가야 한다.

비록 챔피언에 오른 지는 2년 밖에 되지 않았지만 라이트급 챔피언 하빕 역시 누구 못지 않게 강력함을 뽐내는 챔피언으로 꼽힌다. 체급을 가리지 않고 파이터들의 순위를 정하는 '파운드 4파운드 랭킹'에서 존 존스에 이어 2위에 올라 있는 것이 하빕의 강함을 증명해 주는 지표다. 실제로 하빕은 지난 2008년 종합격투기 데뷔 후 아직 한 번도 패한 적이 없는 '무패 챔피언'이다.

포이리에 역시 가장 최근에 하빕에게 패해 타이틀 전선에서 멀어진 피해자(?) 중 한 명이다. 페더급에서 활약하던 시절 '코리안 좀비' 정찬성과 명승부를 벌인 끝에 서브미션으로 패하며 국내 격투팬들에게도 널리 알려진 포이리에는 2015년4월 라이트급으로 전향한 후 본격적으로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포이리에는 성공사례가 그리 많지 않은 체급 상향의 효과를 누린 파이터 중 한 명이다.

라이트급 전향 후 파죽의 5연승을 달린 포이리에는 마이클 존슨에게 KO로 무너지며 한계를 보이는 듯했다. 하지만 존슨전 패배는 포이리에가 더 성숙한 파이터로 성장하기 위한 시행착오였고 포이리에는 매 경기 명승부를 연출하며 라이트급의 새로운 강자로 떠올랐다. 특히 2018년4월 화끈한 경기 스타일로 격투팬들의 관심을 모으던 신예 저스틴 게이치를 KO로 꺾으며 더욱 주가를 올렸다.

첫 대결에서 무효 경기가 선언된 전 챔피언 에디 알바레즈와의 재대결에서 KO로 승리한 포이리에는 작년 4월 페더급 챔피언 맥스 할러웨이와 라이트급 잠정 타이틀전을 치렀다. 많은 격투팬들이 페더급에서 파죽의 13연승 행진을 달리던 할러웨이의 근소한 우위를 점쳤지만 포이리에는 엄청난 타격 공방전 끝에 할러웨이를 5라운드 판정으로 꺾으며 라이트급 잠정 챔피언에 등극했다.

타이틀전 패배 충격 극복하고 후커의 반란 가볍게 진압

포이리에는 작년 9월 코너 맥그리거와의 경기 후 관중석에서 난투극을 벌이다가 징계를 받고 돌아온 하빕과 라이트급 타이틀전을 치렀다. 하빕이 아무리 무패의 전적을 자랑하는 강력한 챔피언이라지만 라이트급을 대표하는 강자들을 차례로 꺾고 잠정 타이틀을 따낸 포이리에의 상승세도 결코 만만치 않았다. 하지만 많은 격투팬들이 내심 기대했던 이변은 일어나지 않았다.

1라운드부터 하빕과의 레슬링 싸움에 밀려 바닥을 청소(?)하던 포이리에는 2라운드 초반 스탠딩 타격전에서 잠시 우위를 보이며 분위기를 반전시키는 듯했다. 하지만 이것이 포이리에의 마지막 저항이었다. 그라운드 대결에서 하빕의 상대가 되지 못했던 포이리에는 바닥에 깔려 하빕의 공격을 받으며 고전을 면치 못하다가 3라운드 중반 리어 네이키드 초크에 걸려 항복을 할 수밖에 없었다.

전 챔피언 2명(앤서니 페티스, 알바레스)과 타 체급 챔피언 1명(할러웨이), 떠오르는 신성(게이치)까지 연파한 포이리에는 챔피언을 위한 최종관문에서 하빕이라는 산을 만나 꿈이 좌절되고 말았다. 마침 라이트급에서는 제임스 빅과 알 아이아퀸타, 폴 펠더를 연파하고 타이틀 전선 진입을 노리는 후커가 타이틀 전선으로 가기 위해 포이리에에게 도전장을 던졌다. 최근 기세만 보면 분명 3연승의 후커가 타이틀전에서 패한 포이리에보다 앞선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포이리에는 자신보다 랭킹이 낮은 후커의 '반란'을 허락하지 않았다. 양 선수는 25분 내내 양보 없는 공방을 펼쳤지만 유리하게 경기를 풀고 간 쪽은 큰 경기 경험이 풍부한 포이리에였다. 포이리에는 타격과 서브미션에 고루 능한 후커를 상대로 무리하게 경기를 끝내려 하기 보다는 차곡차곡 타격을 입히면서 경기를 승리로 가져왔다. 포이리에로서는 타이틀전 패배의 아쉬움을 씻고 재도약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는 기분 좋은 승리였다.

현재 라이트급은 하빕이 토니 퍼거슨과의 타이틀전을 거부한 후 퍼거슨과 게이치가 잠정 타이틀전을 벌여 예상을 깨고 게이치가 퍼거슨을 KO로 제압하며 잠정 챔피언에 등극했다. 하빕과 게이치의 타이틀전이 오는 9월로 예정된 만큼 포이리에는 다음 순서를 기다려야 한다. 하지만 포이리에는 후커전 승리를 통해 라이트급에서 차기 타이틀 도전권을 받을 수 있는 자격이 있는 파이터임을 다시 한 번 증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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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FC UFC ON ESPN 12 더스틴 포이리에 댄 후커 하빕 누르마고메도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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