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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이 괴롭냐고 심리학이 물었다 책표지
▲ 삶이 괴롭냐고 심리학이 물었다 책표지
ⓒ 장순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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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년 퇴직의 나이는 아니었지만 계약직으로 전전하던 나의 교직생활은 15년 만에 완전히 끝이 났다. 매년 1월과 2월은 내가 가르칠 수 있는 학교를 알아보는 힘든 기간이었다.

다행히 있던 학교에 육아휴직이나 미발령 자리가 있으면 우선은 멀리 알아보지 않아도 됐다. 대신 그 학교에 있는 다른 기간제 교사와 선택 경쟁이 있었다. 그런 과정 없이 자연스럽게 다시 1년의 교육활동을 할 수 있는 계약 연장이 이뤄지면, 그 해는 행운이었다.

그렇게 이어오던 계약직 교직 생활을 나이 55세에 끝을 맺었다. 도전은 또 다른 문제지만, 이미 끝났다고 생각하면서도 여전히 구직 사이트를 들락거리기도 한다. 임용을 포기하고 기간제로 직장 수명을 이어오면서 언젠가 이런 생활이 끝날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시작할 때 생각했던 것보다 그 기간이 길게 이어졌다.

계약이 연장되는 행운이 일찍 끝났더라면 지금쯤 새로운 일에 정착할 수 있었을까. 좀 더 계약 기간이 연장되었더라면 애매한 나이에 쉬는 것에 대한 불편함이 덜했을까. 뒤늦은 질문을 던졌다. 경우의 수를 따져가며 생각해 보았지만, 만약을 가정한 질문은 명쾌한 답을 주지 못했다. 그저 허공에 뜬 질문일 뿐이었다.

직장생활이 끝나고 어느 정도의 휴식은 그동안 열심히 살아온 삶에 대한 보상이라고 생각했다. "열심히 일한 당신, 쉬어도 돼." 누군가 이렇게 말해주고 있다고 생각하며 쉬는 시간을 즐기려고 했다. 그럼에도 아무것도 안 할 수는 없어서 컴퓨터 자격증을 취득하기 위해 공부했고, 책을 읽었고, 토론하는 모임에 참석하기도 했다.

무기력해지지 않으려는 몸부림이었다. 스스로의 삶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지금의 삶에 대해 당위를 부여하려고 노력했지만 가끔 스스로를 괴롭히는 생각도 했다. '이제는 더 무언가를 할 수 없나', '나를 필요로 하는 곳이 있을까', '내 나이가 너무 많은 것일까'.

나는 나를 끊임없이 채찍질했다
 
자기혐오에 빠지기, 자기를 무능하다고 평가하기, 망가진 존재라고 생각하기... 뭐라 부르든 간에 많은 사람이 이런 고통 속에서 살아갑니다.(게일 브레너, <삶이 괴롭냐고 심리학이 물었다> 중에서)

15년 동안 나를 채찍질하는 요인은 단 하나였다. 필요한 인간으로 살아남기. 내가 아니면 안 되는 명분을 만들기. 그러기 위해 나는 어떤 일이든 맡았고 열심히 했다. 주로 남들이 하기 싫어하는 어려운 업무였다.

동시에 흔적 없는 사람이 아니려고 노력했다. 더 많은 학생을 상담했고, 더 오랜 시간 학생들과 삶을 나누었고, 맡은 일에 열정적으로 임했다. 사람을 마주치면 항상 웃으며 인사했고, 아이들이 즐거워할 수 있도록 교수 방법에 '재미'와 '가치'의 요소를 부각하려고 애썼다.

이렇게 살아온 내게 게일 브레너의 책 <삶이 괴롭냐고 심리학이 물었다>는 제목부터 긍정하기도, 부정하기도 어려웠다. 자기 연민에 빠지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동안은 삶이 괴롭진 않았다. 우울한 상황을 피하기 위해 많이 움직이면서 삶이 버겁다고 느끼진 않았다. 그러나 긴장의 끈을 풀면 문득 삶이 괴로워지기도 했다.

이 책은 상담 사례를 가지고 분석하는 글인데, 나와 부합하는 사례가 없다고 느꼈다. 다른 사람의 우울을 내 삶에 가져오기 싫어 드문드문 책을 훑어 읽었다. 그러면서도 책장을 넘기는 중간중간, 이런 문장들이 나를 붙잡기도 했다.
 
우리는 결핍을 강조하는 문화에서 살고 있습니다. 어디를 가든지 '더 노력해야 해', '더 나은 사람이 되어야 해', '더 많이 가져야 해'라는 메시지가 들립니다. 많은 사람이 끊임없이 자신을 질책하며 쫓기듯 허둥지둥 살아갑니다.(게일 브레너, <삶이 괴롭냐고 심리학이 물었다> 중에서)

자신을 질책하며 쫓기듯 '허둥지둥' 살아왔다는 말이 마음에 닿았다. 가르치는 일보다 두세 배는 많은 행정업무를 혼자 남아서 처리할 때면, 중간중간 피곤한 표정이 나도 모르게 드러났다. 동료들은 이렇게 말을 건넸다. 

"바쁘죠?"
"네, 정말 숨을 쉴 틈이 없네요."


정말 그랬다. 그만두기 1년 전엔 숨을 쉴 수 없다고 느끼는 순간들이 많았다. 숨을 쉬기 위해 심호흡을 했고 그래도 힘들면 엎드려 있었다. 피로가 몰려왔고 몸은 휘청거렸다. 나이 때문이라고 누군가 말할까 싶어 이러면 안 된다며 힘듦을 감추고 나를 채찍질했다. 
 
 나에게 좀 더 너그럽게 쉼을 허락하지 못했다.
 나에게 좀 더 너그럽게 쉼을 허락하지 못했다.
ⓒ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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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년을, 아니 그 이전부터도 나는 어제보다 나은 오늘의 사람이 되기 위해 매 순간 노력했다. 힘들고 괴롭다는 생각을 정면으로 마주하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조금만 여유를 가졌다면, 책에서 말하는 고통의 문제를 더 잘 다스릴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자신의 인생에 대해 질문을 던지고 목표를 이루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에서 괴로움은 필연적으로 따르기 때문"이라는 말과 "고통을 겪는 사람은 더 나은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 중인 것"이라는 문장들을 되뇌며 내 마음을 잘 살피고 다독였을지도 모른다. 그랬다면 지금의 나에게 조금 더 너그럽게 쉼을 허락할 수 있었을 것 같다.  

결국은, '내'가 답이라는 것

지금 새로운 일을 하려고 한다. 남들이 인정해주지 않아도, 세상의 기준에서 내세울 만한 일은 아니어도, 자존감을 떨치지 않으며 열심히 할 수 있는 일을 찾으려고 한다. 부정적인 감정들도 애써 지우려고 노력한다. 여기서 멈출 수는 없다고, 나의 한계를 규정하지 않으려고 감정을 조절한다. 새로운 삶은 나의 선택에 달렸다고, 나를 향해 말한다. 
 
25년간 수많은 사람을 치료한 심리 상담가 게일 브레너는 이런 부정적인 생각과 감정을 해소할 방법에 주목하고 방법을 제시한다. 자신을 제한하는 협소한 생각에 빠져 있음을 알아차리거든 곧바로 하던 일을 멈추고 심호흡을 하십시오. 이 단순한 행위만으로도 혁명적인 변화가 일어납니다. 그 즉시 신경체계가 이완되기 때문입니다. 그 상태에서 다음 과정을 반복하게요.(게일 브레너, <삶이 괴롭냐고 심리학이 물었다> 중에서)

저자가 제시한 해결 방법에 따르면, 결국은 '내'가 답이다. 저자의 말대로 사람들은 누구나 상처 받고 다른 사람에게 상처를 준다. 넘어지기도 하고 다시 일어나기도 한다. 관계를 위해 결합하기도 하고 떠나기도 한다. 이런 관계의 본질은 어느 인간에게나 적용되는 듯하다.

4주간의 온라인으로 진행되었던 평생학습 활동가 과정을 마쳤다. 과정이 끝났다고 새로운 일이 바로 시작되지는 않는다. 다시 또 새로운 것을 찾아 준비하고 움직인다. 이렇게 움직이다 보면 또다른 관계를 만나고, 어딘가와 결합되고, 다시 새로운 자리에 있는 나를 만날 수 있게 될 것이다.

삶이 괴롭냐고 심리학이 물었다 - 부정적인 사고패턴에서 벗어나는 방법

게일 브레너 (지은이), 이주만 (옮긴이), 포레스트북스(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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