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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공항 근무직원'이라는 이름의 오픈카톡방에 올라온 카톡 메시지. 해당 내용의 작성자가 보안검색요원인지도 알 수 없다.
 "인천공항 근무직원"이라는 이름의 오픈카톡방에 올라온 카톡 메시지. 해당 내용의 작성자가 보안검색요원인지도 알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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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국제공항공사가 지난 22일 비정규직 직원인 보안검색 요원 1900여 명을 정규직인 청원경찰로 전환한다고 발표하면서 논란이 일었다. 특히 '인천공항 근무직원'이라는 이름의 오픈카톡방에서 올라온 한 카톡 메시지가 기사화되면서 여론의 반발이 거세다.

"나 군대 전역하고 22살에 알바천국에서 보안으로 들어와서 190벌다가 이번에 인국공 정규직으로 간다. 연봉 5000 소리 질러 2년 경력 다 인정받네요~~ 서연고 나와서 뭐하냐 ㅋㅋㅋㅋㅋ 인국공 정규직이면 최상위인데 ㅋㅋㅋ 졸지에 서울대급 되버렸네 소리질러 ㅋㅋㅋㅋ 니들 5년 이상 버릴때 나는 돈벌면서 정규직 ㅋㅋㅋㅋ 요새 행복~~~ 부모님도 좋아함"

많은 언론들이 이 메시지에 담긴 내용을 기정사실화하고, 이에 대한 청년들의 반응을 전달하며 정규직 전환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을 조성했다. 그러나 이 카톡 내용은 대부분 '가짜뉴스'였다.

연봉 5000만원, 정말일까

인천공항공사 측은 24일 정규직 전환 관련에 관한 입장을 내고 "보안검색 요원의 평균 임금 수준은 약 3850만 원이며 청원경찰로 직접 고용 시에도 동일 수준의 임금으로 설계-운영 예정이다"라고 밝혔다. 이어 "정규직 전환시 이뤄진다는 임금 3.7% 인상은 임시로 편제된 자회사에서도 이미 적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공사 측은 "일부 보도 연봉 5000만 원의 내용은 보안검색 요원이 일반직으로 채용되는 것으로 오인하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공사 일반직 직원의 평균 연봉은 8397만 원, 신입사원 평균 연봉은 4589만 원이다 (2020년 알리오 공시 기준). 게다가 일반직과 청원경찰들은 임금 체계가 다르게 적용돼 실제 일반직과 동일한 수준의 처우를 받는다고 보기는 어려워 보인다.

특히 '2년 경력'이라는 말에 따르면 일한 기간을 대략 2년 정도로 추정할 수 있는데, 과거 보안검색요원 용역업체였던 '서운에스티에스', '유니에스' 등은 보안검색 요원의 신입 연봉을 3200만 원으로 기재했다. 그런데 비정규직 연봉은 호봉제를 적용받지 않아, 10년차와 신입의 월급이 겨우 20만 원 차이난다는 증언까지 나온다. (관련 기사: 좋은 공항에서 나랏일, 얼마나 자랑스럽냐고요?  http://omn.kr/3lp7) 2년 근무한 보안검색요원이 갑작스럽게 고연봉을 받기는 어려우므로, '연봉 5000 소리 질러'는 불가능에 가깝다.

 2년 일한 직원들, 정규직 가능? 
 
문재인 대통령이 2017년 5월 12일 인천공항공사에서 열린 '찾아가는 대통령.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시대를 열겠습니다!' 행사에서 좋은 일자리 만들기 등에 대해 언급하고 있다.
▲ "좋은 일자리 많이 만들겠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2017년 5월 12일 인천공항공사에서 열린 "찾아가는 대통령.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시대를 열겠습니다!" 행사에서 좋은 일자리 만들기 등에 대해 언급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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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안검색요원이라고 전부 상황이 동일하지도 않다. 문재인 대통령이 인천국제공항공사를 찾아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 시대'를 선언한 2017년 5월 12일 이전 입사자와 이후 입사자의 처지가 다르다.

2017년 5월 12일 이전 입사자들은 필기 전형이 없는, '적격심사' 방식으로, 이후 입사자들은 필기 전형이 있는 공개채용방식으로 채용절차가 진행된다. 공사 측에 따르면 5월 12일 이후 입사자인 약 40%의 보안검색요원은 공개채용방식을 거쳐야 해서, 이에 따른 내부의 반발도 거센 것으로 알려졌다. 공사는 "채용 공정성을 해하지 않는 범위에서, 기존 근로자 보호조치 또는 자회사 채용정보 제공 등 탈락자 지원방안을 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즉, 2년 동안 근무한 보안검색요원은 외부에서의 지원자들과 함께 공채 시험을 봐야하기 때문에, 모두 '정규직으로 간다'고 장담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닌 셈이다. 

알바 사이트에는 없는 채용 공고... "단독 근무에만 1년 이상"

자회사로 편제되기 직전 보안검색요원 채용공고는 '알바천국'이나 '알바몬'같은 아르바이트 구인 사이트가 아닌 잡코리아나 사람인 등 '채용사이트'에 올라왔다. 애초에 아르바이트로 분류되는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공사 측도 "보안검색 요원은 2개월간의 교육을 수료하고 국토교통부 인증평가를 통과해야 하는 등, 단독 근무를 위해서는 1년 이상의 시간 소요되어 알바생이 보안검색 요원이 될 수는 없음"이라고 밝히고 있다. 보안검색 요원은 '안전과 생명과 직결된 업무를 담당하는 직원으로 공사와 계약관계로 협력사에 의해 채용된 특수경비원 신분'이라는 게 공사의 설명이다.

출처도 불분명한 카톡... "기자가 있는 이유 뭐냐"

이와 같이 사실관계가 틀린 내용이지만, <"연봉 5천 소리질러"…인천공항 정규직 전환에 힘빠지는 취준생들> (뉴스1)과 같이 일부 매체들은 보안감독 요원들이 정규직 전환이 된 후 '연봉 5000만 원'을 받는 것이 사실인 양 보도했다.

위의 카톡을 인용보도하는 행태에 대해 최진봉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출처도 명확하지 않고 익명으로 올라온 것 아닌가. 기자는 그런 걸 확인하라고 있는 존재다"라며 "사실관계가 확인 안 된 내용을 쓰면, 누군가 피해를 당하거나 사실이 왜곡되어 보도될 수밖에 없다"며 저널리즘적 보도 원칙을 지킬 것을 강조했다.

최 교수는 일부 언론이 취업준비생 커뮤니티를 인용해 기사를 쓰는 것에 대해서도 "여론 형성을 하고 싶은데, 본인들 입으로 주장을 하면 비판을 받을 수 있으니, '특정 커뮤니티 글을 옮겨 썼다'면서 면피하는 것"이라며 "무책임한 행동이다. 그렇게 쓰면 독자들은 기사가 객관적인 것으로 이해하고 여론이 왜곡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국노총 미조직비정규사업단 부천상담소에서 인천공항 비정규직 노동자를 상담해온 이동철씨도 "인천공항 비정규직의 다수는 정규직으로 채용이 안 되고, 정규직으로 전환되어도 일반직과는 임금체계가 다른 점은 빼고 언론들이 보도를 하고 있다"며 "취업 커뮤니티와 국민 청원 등을 근거로 해서 취업준비생들의 상실감을 자극하는 보도를 하는 것에는 정치적 목적이 있어 보인다"라고 밝혔다.

태그:#인천국제공항공사, #정규직전환, #인천공항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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