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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정치권을 중심으로 기본소득제에 대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조희연 서울시 교육감이 기본소득제 도입와 관련해 <오마이뉴스>에 기고를 보내왔습니다. 다른 입장의 글도 환영합니다. [편집자말]
 코로나19 긴급재난지원금 방문 신청 첫 날인 1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종로1,2,3,4 가 주민센터에서 별도로 마련한 긴급재난급접수처에서 선불카들을 발급하고 있다.
 코로나19 긴급재난지원금 방문 신청 첫 날인 5월 1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종로1,2,3,4 가 주민센터에서 별도로 마련한 긴급재난급접수처에서 선불카들을 발급하고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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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전국민고용보험 등 약자를 위한 복지지원체제의 강화를 주장하는 박원순 서울시장과 기본소득의 정착과 확장을 주장하는 이재명 경기도 지사의 논쟁이 사람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여기에 김종인 미래통합당 대표가 기본소득까지도 검토할 수 있다는 맥락에서 "자유의 진정한 실현은 '빵 살 수 있는 물질적 자유'가 있어야 가능하다"라고 말하면서 화제가 되었다. 보수정당이 복지 논의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것 자체가 의미 있는 변화다.

나는 이러한 논의를 확장하여 중장기적인 '한국형 신(新)복지체제'에 대한 비전과 사회적 논의를 제안하고자 한다. 기본소득을 포함하는 신복지체제에 대한 청사진은 아직 불분명하다. 전통적인 복지체제를 재구성하는 것에서 더 나아가 교육-고용-복지의 새로운 관계 및 선순환구조에 대한 비전을 만들어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문화, 과학, 기술, 환경, 도시 순환, 노동의 권리와 의무, 고용, 보육과 돌봄, 사회서비스, 진학과 직업교육, 공동체에 대한 전 생애적 기여와 사회보장 등에 대해서 폭넓은 새로운 논의의 장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이 과정에서 우리는 "일과 여가를, 또 인생과 소득을 바라보는 세계관과 생활 문화에서도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한지"도 물어야 할 것이다.

한국의 다양한 기본소득형 실험들
   
 박원순 서울시장(왼쪽)과 이재명 경기도지사(오른쪽).
 기본소득 논쟁이 본격화하고 있는 가운데 박원순(왼쪽) 서울시장은 고용보험 확대를, 이재명 경기지사는 기본소득 도입을 강조하고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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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기본소득을 염두에 둔 복지실험이 지자체를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경기와 서울이 '기본소득' 이슈를 정책적으로 선도하고 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중앙정부 차원에서 국가재난지원금을 모든 국민에게 제공할 것인가, 소득 70% 수준까지 제공할 것인가가 논란이 되기도 했다. 교육이라는 좁은 현장이기는 하지만, 나 또한 학교 밖 청소년 수당, 서울 학부모 식자재 바우처 등의 기본소득형 정책을 도입하고, 법정 저소득학생 모두에게 노트북을 제공하는 정책을 서울시장과 서울지역의 구청장들과 함께 선보일 수 있었다.
  
다만 우리 사회가 포퓰리즘 논쟁에 머무르거나, 타협의 여지 없는 강행과 반대로 충돌할 것이 우려스럽다. 보수정당 대표의 기본소득 도입 언급은 이전의 논쟁을 넘어설 계기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하며, 나는 이를 논의 확장의 계기로 삼자고 제안한다.

국내외 모두가 인정하듯이, 한국은 역동적인 민주주의 국가이다. 세계적으로 민주주의가 퇴조하는 상황에서 촛불 시민민주주의 혁명을 일으킨 나라이다. 지방자치 민주주의도 역동적이다. 지자체를 중심으로 기본소득 논의가 치열하게 벌어진다. 이런 역동성이 대한민국을 전통적인 복지의 역동적인 확대 국가이자 서구를 뛰어넘는 기본소득의 실험국가로 이끌고 있다.
  
바로 여기서 나의 문제의식이 시작한다. 이런 역동성은 자칫 전통적인 복지는 복지대로, 기본소득에 준하는 다양한 형태의 복지는 그것대로 파편적이고 비체계적으로 확대할 가능성이 크다. 그래서 나는 여야 논쟁의 수준을 넘어 기본소득의 도입을 전제로 한 '한국형 신(新)복지체제'에 대한 비전과 사회적 합의 만들기를 제안한다.

교육영역의 예를 들어보자. 저소득층 학생들을 위한 수업료, 교과서, PC, 인터넷 통신비, 방과후 학교 바우처, 급식비 등 다양한 복지가 도입되었다. 나의 재임 기간만 하더라도 수학여행 및 체험활동비까지 지급하는 수준에 이르고 있다. 그런데 이런 지원들이 개별 프로그램 베이스로 이루어진다. 운영의 주체들도 중앙정부 수준에서 교육부, 여성가족부, 문화체육관광부, 지자체는 교육청, 서울시, 25개 구청 등 파편화되어 있다.

이제는 체계성과 통합성을 어떻게 구현해야 할 것인가 하는 고민이 중요해지고 있다. 나는 저소득층 아이들이 사회의 인재로 성장하는 데 부족함이 없도록, 기존의 지원을 '통으로' 놓고 그 위에서 체계적이고 통합적으로 활용되는 방안을 고민한다. 마찬가지의 고민이 국가복지의 확대에도 투사된다. 이런 비체계성과 통합적 운용 부재가 현재의 전통적 복지 확대와 기본소득들의 도입과정에서도 재현될 가능성이 있다. 그래서 나는 아예 기본소득연계 '한국형 신 복지체제를 향한 현존 복지체제의 재구성'이라는 문제설정을 하고자 한다.

기본소득의 핵심적인 2가지 문제의식
 
 
 19일 오후 경기 수원시 대한적십자사 경기도지사 강당에서 봉사자들이 재난 취약계층에게 나눠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긴급구호세트를 포장하고 있다.
 3월 19일 오후 경기 수원시 대한적십자사 경기도지사 강당에서 봉사자들이 재난 취약계층에게 나눠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긴급구호세트를 포장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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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소득 도입의 핵심적인 근거를 나는 두 가지로 이해한다. 하나는 공장노동자를 중심 수혜층으로 하는 전통적인 복지를 뛰어넘어야 한다는 것이다. 모든 삶의 영역이 자본주의의 (재)생산과 유기적으로 연관되어 있고, 전통적 복지가 여타의 많은 사회집단의 인간다운 삶을 보장할 수 없다. 복지의 대상 자체가 전 국민이자 모든 생산자-소비자가 되도록 전환해야 한다.

특히 디지털 시대, 성력(省力)화시대, 인공지능 및 로봇생산 시대에는 새로운 사회적 약자들이 출현하게 되며 사회경제적 불평등은 확대되므로, 전통적 복지가 커버하지 못하는 새로운 기본소득형 제도는 필수 불가결하다. 코로나19의 위기 국면에서 우리는 다양한 긴급재난지원금 실험을 이뤄냈고 이 문제의식의 중요성을 역설적으로 체감했다.

다른 하나는 전통적 복지체제가 수혜자를 '감별(鑑別)'하는 비용과 전달 비용을 많이 소모하기 때문에, 운영방식 자체를 획기적으로 재구성하자는 것이다. 비용 절약 없이, 전통적인 복지의 추가 아이템처럼 기본소득형 프로그램이 확대되는 방식은 지속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기본소득의 도입 자체를 둘러싼 쟁투 때문에 정작 기본소득 '도입을 전제로 한 복지 재구성'이라는 문제의식이 드러나지 않는다. 후자의 문제의식을 살려 전통적 복지체제 전반과 기본소득을 종합적으로 보면서 국가복지체제를 재구성해보자는 것이다.

기본소득형 복지체제 탐색에서 보수의 허들

향후의 복지체제를 미래지향적으로 만들어감에 있어 몇 가지의 허들을 적극적으로 넘어보자. 첫째는 기본소득 도입을 둘러싼 '포퓰리즘' 등 인식의 허들이다. 이것은 주로 보수 진영에 주어지는 허들이다. 기본소득에 대해서는 보수정당 내부에서도 '반기본소득', '비기본소득', '친기본소득'이 나뉜다. 전통적 복지체제를 확장한다는 문제의식은 어느 정당이건 동의할 것이다. 그러나 기본소득에 대해서 어떤 태도를 보일 것인가를 둘러싸고는 다양한 입장을 갖는다.

이미 대한민국의 구성원이라면 '요람에서 무덤까지' 혹은 '출생부터 은퇴 이후'까지의 생애궤적을 염두에 두고 있다. 그들이 그 궤적안에 각자 일터 내·외부에서 인간다운 삶을 누릴 수 있도록, 현재 복지의 부족한 지점과 사각지대를 고려하면서 복지 확대를 고민해야 한다. 전통적인 복지체제만으로 국민 삶의 새로운 빈곤과 상실을 다 커버할 수 없기 때문이다. 보수에 대한 국민의 재신임 역시 이 허들을 넘을 때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둘째는 전통적인 복지체제의 재구성에 더욱 가까이 가자는 것이다. 복지체제의 총체적인 재구성 없이 지자체 수준에서 도입에 매진하거나, 기본소득을 '선택복지 대 보편복지'에서 '특정 집단에 대한 보편복지' 정도로 왜소화해서는 안 된다. 이것은 진보에 주어지는 허들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전통적인 복지 확대와 기본소득을 질적으로 다른 범주처럼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국민기초생활 보장법의 적용 범위를 확대하는 경로와 고용보험을 전 국민으로 확대하고 그 보장성을 높이는 경로, 기본소득을 확대하는 경로는 서로 만날 수 있다. 이들을 별종의 제도로 생각하지 않고 '도입 이후의 단계'를 사고할 필요가 있다.
  
 정세균 국무총리가 20일 오후 열린 국회 본회의에서 코로나19 사태 긴급재난지원금 지급을 위한 2차 추가경정예산안 편성 관련 시정연설을 하고 있다.
 정세균 국무총리가 4월 20일 오후 열린 국회 본회의에서 코로나19 사태 긴급재난지원금 지급을 위한 2차 추가경정예산안 편성 관련 시정연설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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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점에서 보수가 제기하는 반대론의 핵심인 '재정의 한계' 문제도 충분히 논의할 수 있다. 어차피 본격적인 궤도에서는 재정의 한계 문제에 봉착한다. 전통적인 복지체제의 재구성과 맞물리지 않으면 진전될 수 없다. 설령 증세에 대한 저항을 돌파하고, 로봇세 등을 도입하여 재정기반이 확충되더라도 여전히 동일한 한계지점이 남는다.

지금처럼 중앙정부, 광역지자체, 기초지자체가 상호연계된 협의나 논의 없이 선출직의 정치적 고려로 도입되는 방식은 지속가능하지 않다. 기본소득 역시 지자체장의 선도성에 빚을 지고 도입단계를 지나게 되면, 재정의 한계를 고려할 때, 전통적 복지의 재구성과 더욱 정교한 설계의 문제의식에 도달할 수밖에 없다.

K-방역에 이어 K-복지가 가능하다면

코로나의 싸움에서 우리는 K-방역에 대해 세계의 찬사를 받으면서 큰 자부심을 느낄 수 있었다. K-방역의 재인식을 통해 대한민국이 선진국을 끊임없이 모방하고 따라가야 하는 후진국이 아니라는 자각도 갖게 되었다. 사실 우리의 건강보험이 '국가복지모형 대 시장복지모형'의 틈바구니에서 사회보험형 시장모형을 근간으로 해서 출발했지만, 보장 수준과 공공성이 선진국 수준에 이르렀으며, 붕괴한 사회주의국가의 국가 주도 복지체제가 내장했던 비효율성과 만성적인 왜곡을 넘어섰다. 그것이 이번 방역에서 큰 역할을 했다. 그렇지만 우리는 더 나아가야 한다.

K-방역에 이은 K-복지의 새로운 미래가 가능할까. 나는 기본소득연계 한국형 신복지체제에 대한 전면적인 논의를 통해서 그 길을 개척해 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보수와 진보를 횡단하여 여야 정치인, 경제학자, 복지학자, 시민사회, 노동연구자들이 함께 '미래위원회'를 만들어 진지하게 정책화를 위한 논의를 해나가야 한다.

한국 민주주의와 지자체의 역동성을 고려할 때, 기본소득 도입의 전제에서, 체계성과 통합성을 갖는 한국형 신복지체제를 세계가 부러워하는 방식으로 실현할 수 있다고 믿는다. 나아가 이러한 새로운 체제구상을 '어디선가' 먼저 해야 한다면, 태어난 집은 달라도 배우는 교육은 같도록 '교육기본소득'의 정신으로 교육영역에서부터 실현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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