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민영화제는 유엔이 정한 세계 난민의 날을 기념하여, 한국 난민인권단체들의 연대체인 난민인권네트워크가 시민들에게 다가가고 난민과 연대하기 위해 개최하는 공식적인 연례 행사입니다. 

제6회 난민영화제는 6월 13일부터 27일까지 난민영화제 공식홈페이지(
www.koreff.org)를 통해 온라인으로 개최되며, 공식홈페이지에서 티켓 펀딩을 통해 난민 영화 7편을 감상하실 수 있습니다. - 기자 말
 
<노 프라블랜드> 포스터 제6회 난민영화제 상영작 <노 프라블랜드>(2019, 감독 양재영). 영화제 공식홈페이지에서 티켓 펀딩 후 관람 가능하다.

▲ <노 프라블랜드> 포스터 제6회 난민영화제 상영작 <노 프라블랜드>(2019, 감독 양재영). 영화제 공식홈페이지에서 티켓 펀딩 후 관람 가능하다. ⓒ 양재영

 
"노 프라블럼(No problem)!"

이 한 마디는 말하는 사람도, 듣는 사람도 모두 산뜻해진다. 염려(Problem)할 것이 없는 세상은 다행한 세상이다. 우리는 지금 그런 세상에 살고 있을까?
 
위 질문은 제6회 난민영화제 상영작인 <노 프라블랜드>(2019년, 감독 양재영)를 보고 나서 처음 든 생각이었다. 이 영화는 제주도에 갓 도착한 예멘 난민 3명의 하루를 따라간다. 그들이 서 있는 제주도는 한국의 하와이라고 불릴 정도로 아름다운 관광지이다. 누구나 행복한 여행을 하러 가는 땅, 예멘 난민들에게도 그랬을까?

아무런 염려(Problem) 없는 땅, 즉 '노 프라블랜드(Problem+land)'였으면 싶지만, 영화 속 그들의 하루를 보면 그렇지 않은 것 같다. 그럼에도 '염려 없는' 다행한 삶을 살기 위해 매일 분투하는 하루이기도 하다. 그래서 영화의 제목이 더욱 의미심장하게 다가온다. 

우리는 2년 전 여름 이맘때, 500여 명의 예멘인들이 내전의 위험 속에서 피난을 떠나 제주도에 도착했던 것을 기억한다. 접해본 적도, 들어본 적도 없는 '난민'이 오자, 많은 사람들이 낯섦으로부터 촉발된 거부감과 두려움을 느껴 적대시했다.

다른 한편에서 열린 마음으로 서로 소통하고 이해하기 위해 환대와 포옹을 전하기도 했지만, 당시 우리는 주로 자극적인 기삿거리로만 '예멘 난민'을 접할 수 있었다. 우리 곁에 난민들이 이미 살고 있었다는 사실을 모른 채, 그 해 여름은 그 어떤 때보다 무겁고 무더웠다.
 
2018년 여름, 3명의 하루를 덤덤하게 따라간 카메라
 
<노 프라블랜드> 스틸컷 아스카의 뒷모습. <노 프라블랜드>는 난민영화제 공식홈페이지에서 티켓 펀딩 후 관람 가능하다.

▲ <노 프라블랜드> 스틸컷 아스카의 뒷모습. <노 프라블랜드>는 난민영화제 공식홈페이지에서 티켓 펀딩 후 관람 가능하다. ⓒ 양재영

 
<노 프라블랜드>의 카메라는 2018년 여름의 소용돌이 속에 있던 3명의 하루를 덤덤하게 따라갈 뿐이다. 첫 출근 당일 갑자기 '결정된 것이 없다'며 출근을 거부당하는 오마르, 중동계 외국인을 처음 만난 아역배우가 느끼는 거리감을 도무지 좁혀줄 수가 없는 아드난, 단지 킥복싱을 하고 싶을 뿐인데 마음껏 시합조차 나갈 수 없는 아스카의 하루는 얼핏 염려(Problem)만 가득해 보인다.

하지만 오마르의 취직을 위해 발벗고 나서는 제작진의 모습과 아드난과 하루를 꼬박 함께 촬영하면서 조금씩 마음의 문을 여는 아역배우의 모습과, 처음엔 경계했지만 지금은 아스카의 외로움을 누구보다도 잘 이해해주는 체육관 코치의 모습을 보면서 우리는 우리 사회의 희망을 본다.
 
오마르, 아드난, 아스카가 입국한 지 벌써 2년이 흘렀다. 그 전부터도, 그 이후에도 난민들은 우리와 함께 살아가고 있다. '안전하다'는 마음과 평범한 일상을 되찾기 위해 어쩔 수 없이 피난할 수밖에 없었던 그들에게 이제 우리는 '노 프라블럼'이라고 말해줄 수 있을까? 또 난민들은 언제쯤 스스로에게 '노 프라블럼'이라고 다독여 줄 수 있게 될까? 그들에게, 우리 모두에게 이 땅이 '노 프라블랜드'가 되는 날을 기다려 본다.
 
<노 프라블랜드> 스틸컷 아드난과 아역배우의 모습. <노 프라블랜드>는 난민영화제 공식홈페이지에서 티켓 펀딩 후 관람 가능하다.

▲ <노 프라블랜드> 스틸컷 아드난과 아역배우의 모습. <노 프라블랜드>는 난민영화제 공식홈페이지에서 티켓 펀딩 후 관람 가능하다. ⓒ 양재영

 
덧붙이는 글 글쓴이는 화우공익재단 소속 변호사, 난민영화제 기획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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