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리그 '전통의 명가'를 자랑하던 수도권 팀들(FC서울-수원 삼성-성남FC-인천 유나이티드)이 올시즌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4팀 합산 무승(1무 3패)에 그친 지난 6라운드에 이어 주중(6월 16-17일)에 열린 7라운드에서도 수도권 팀들의 동반 부진이 이어졌다. 서울-성남-인천이 잇달아 고배를 마셨다. 7라운드에서 유일하게 승점을 따낸 것은 수도권 팀들간의 맞대결에서 성남을 2-0으로 제압한 수원 삼성 뿐이다.

수도권 팀들의 부진은 순위에서 그대로 드러난다. 상위스플릿 진출권인 6위 이내에 수도권 팀들이 단 하나도 없다. 그나마 수도권에서 가장 높은 순위를 기록중인 팀은 수원으로 8위(2승2무 3패, 승점8점)을 기록중이지만 역시 명성에 어울리는 성적은 아니다. 수원은 개막 초반부터 우승후보인 '양강' 전북-울산 현대를 잇달아 만나는 대진운 속에 연패를 기록하며 험난하게 출발했지만, 이후로는 조금씩 정상궤도를 찾아가는 중이다.

나머지 세 팀의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성남(2승2무 3패. 승점8)이 9위, 서울(2승 5패, 승점 6)이 10위, 심지어 인천(2무 5패. 승점2)은 최하위인 12위에 머물러 있다. 심지어 세 팀은 최근 모두 장기 연패에 빠져 있다. 성남이 3연패, 서울이 4연패, 인천은 5연패의 수렁에 허덕이고 있다.

김남일이 이끄는 성남, 잇다른 패배에 흔들려
 
  7일 경기도 성남시 탄천종합운동장에서 열린 '하나원큐 K리그 1' 성남FC와 대구FC의 경기. 성남 김남일 감독이 물을 마시고 있다.

7일 경기도 성남시 탄천종합운동장에서 열린 '하나원큐 K리그 1' 성남FC와 대구FC의 경기. 성남 김남일 감독이 물을 마시고 있다. ⓒ 연합뉴스

 
신임 김남일 감독이 새롭게 지휘봉을 잡은 성남은 개막 이후 첫 4경기에서 2승2무의 호성적을 거두며 김 감독은 데뷔 첫 달부터 '이달의 감독상'을 수상하는 등 순조롭게 출발하는 듯 했다. 하지만 7일 대구전(1-2) 역전패를 시작으로 울산(0-1), 수원(0-2)에 잇달아 무릎을 꿇으며 흔들리고 있다. 무패행진을 이어가던 4경기에서 4득점을 뽑고 1실점만 허용하는 실리축구를 펼쳤던 성남은, 연패 기간동안에는 불과 1득점에 그치는 동안 무려 5실점을 내줬다.

최용수 감독이 이끄는 서울은 2003년 10월 이후 무려 17년 만에 4연패를 당하는 수모를 겪었다. 서울은 지난달 31일 성남(0-1)전을 시작으로 전북(1-4), 대구(0-6)에 잇달아 참패했다. 대구전에서는 승강제 이후 구단 최다점수차 패배 기록을 경신하는 등 각종 불명예를 추가했다. 심기일전하여 선발명단만 6명을 바꾸며 반전을 노렸던 상주전에서도 골결정력 부족을 드러내며 0-1로 무너졌다. 설상가상 3일 뒤에 만나게될 서울의 다음 상대는 무패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우승후보 울산(20일 홈)이다.

지난 시즌 유상철 전 감독의 췌장암 투병이라는 악재 속에서도 극적인 1부리그 잔류를 이뤄내며 '생존왕' 드라마를 썼던 인천은 올시즌도 또다시 강등의 공포에 직면하고 있다. 올시즌 아직까지 승리가 없는 팀은 승격팀인 11위 부산(4무 3패. 승점4)과 인천 두 팀 뿐이다. 초반에는 그나마 탄탄한 수비로 대구-성남과 무득점 무승부를 기록하는 등 상대팀을 괴롭히는 모습을 보여줬으나 최근 5연패 기간 동안에는 무려 10골을 허용하며 믿었던 수비마저 흔들리고 있다. 분위기 반전이 절실했던 7라운드에서 승격팀 광주(1-2)에게마저 일격을 당한 것은 뼈아프다.

수도권 팀들은 모두 K리그에서 오랜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며 관중동원이나 리그 흥행에 큰 영향력을 지닌 구단들이다. 성남, 수원, 서울은 모두 한때 K리그를 넘어 아시아 패권을 다투던 강팀들이었다. 인천은 비록 강팀은 아니었지만 시도민구단중에서는 승강제 도입 이후 유일하게 1부리그에서 꾸준히 생존을 이어올 만큼 저력을 발휘했다. 하지만 성남이 시민구단 체제로 재편되고, 수원과 서울도 최근 몇 년간 구단의 투자가 크게 줄어들면서 점점 예전의 위상에서 멀어지고 있다.

수도권 팀들 모두 전력보강이 시급한 상황이다. 현재 공통적으로 가장 취약한 부분은 역시 부실한 공격진이다. 4팀 모두 경기당 한골도 넣지 못하는 극심한 빈공에 허덕이고 있다. 수원이 7골, 서울과 성남이 5골, 인천은 고작 3골에 불과하다. 올시즌 득점 부문 선두를 달리고 있는 울산 주니오(8골)가 혼자서 넣은 골에도 미치지 못하는 기록이다.

그나마 수원은 초반 6경기에서 무득점에 그쳤던 지나 시즌 득점왕 타가트가 7라운드 성남전에서 마침내 마수걸이골을 신고하며 부활의 가능성을 보여준 게 희망적이다. 수원은 타가트와 염기훈이라는 K리그 상위권의 공격진을 다시 정상가동할 수 있게 됐다. 또한 성남은 FC도쿄에서 국가대표 공격수 나상호의 임대 영입이 확정되며 25일 이후부터 출전이 가능하다는게 한가닥 위안이다. 성남은 20일 상주전을 치르고 난 후 27일 부산 원정부터 나상호를 가동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서울과 인천은 현재로서는 뾰족한 답이 보이지 않는다. 서울은 외국인 공격수 페시치와 결별했고 지난해 반짝 살아나는듯 했던 박주영은 노쇠화 기미가 뚜렷하고 박동진은 군에 입대했다. 또다른 외국인 공격수 아드리아노도 예전의 컨디션이 아니다. 미드필더인 고요한을 공격수로 기용해야할 만큼 쓸 수 있는 카드가 제한되어있는 상황이다. 공격만이 문제는 아니어서 그동안 최용수 감독의 전매특허였던 스리백 전술도 상대에게 공략법이 노출된 느낌이다. 결과론이지만 비시즌간 국내 복귀를 타진했던 기성용(마요르카)-이청용(울산) 등의 영입에 실패한 것도 전력 약화를 자초한 부메랑이 되었다는 평가다.

인천은 간판 공격수 무고사의 부진속에 케힌데는 부상으로 시즌아웃되는 악재가 겹쳤다. 팀내 최다득점자가 공격수도 아닌 윙어 김호남의 2골에 불과하다. 무고사가 광주전에서 패배에도 불구하고 시즌 첫 골을 신고했지만 그나마도 후반 추가시간에 얻어낸 페널티킥이었다. 5연패 기간동안 포항전(1-4)을 제외하면 모두 한골차 승부였을만큼 상대를 어느 정도 괴롭힐수는 있지만 결과를 만들어내는 뒷심이 부족하다는게 수비지향적인 임완섭 축구의 한계로 지목된다.

2018년에는 수원(6위), 2019년에는 서울(3위)이 각각 유일하게 상위스플릿에 진입하며 수도권팀들의 체면을 세운 바 있다. 하지만 올시즌에는 사상 최초로 상위스플릿에 수도권이 아예 전멸할 수 있다는 우려도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경기수가 38경기에서 27경기로 줄어들었다는 것도 중요한 변수다.

현재 최하위에 처져있는 인천을 비롯하여 한 시즌에 수도권에서만 두 팀이 동시에 강등당하는 구단이 나올 가능성도 있다. 최악의 경우 '경인더비'(서울VS 인천), '슈퍼매치'(수원 VS 서울)같은 K리그 최고의 유명 라이벌전들을 다음 시즌 2부리그에서 보게되는 웃지 못할 상황도 충분히 나올 수 있는 것이다. 수도권 팀들의 분발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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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리그수도권구단 FC서울4연패 김남일감독 인천유나이티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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