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가 키움의 에이스를 꺾고 주중 3연전의 기선제압에 성공했다.

허문회 감독이 이끄는 롯데 자이언츠는 16일 서울 고척 스카이돔에서 열린 2020 신한은행 SOL KBO리그 키움 히어로즈와의 원정경기에서 홈런 1방을 포함해 장단 10안타를 터트리며 7-5로 승리했다. 중위권 경쟁의 중요한 분수령이 될 키움과의 원정 시리즈 첫 경기를 승리로 장식한 롯데는 공동 4위 키움, KIA 타이거즈와의 승차를 반 경기로 좁혔다(19승17패).

롯데는 선발 노경은이 6이닝 3피안타(2피홈런) 5탈삼진 3실점으로 호투하며 시즌 3승째를 따냈고 박진형, 구승민, 김원중으로 이어지는 필승조도 3이닝을 1실점으로 막으며 승리를 지켰다. 타선에서는 지명타자로 선발 출전한 딕슨 마차도가 3안타 1타점 2득점으로 승리의 일등공신이 됐다. 롯데를 상징하는 간판타자는 시즌 6번째 아치를 그려냈다. 6월 들어 13경기에서 5홈런을 터트리고 있는 이대호가 그 주인공이다.

한·미·일 프로야구를 모두 경험한 '조선의 4번타자'
 
 14일 오후 서울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0 KBO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와 LG 트윈스의 경기. 1회초 2사 1루 상황 롯데 이대호가 좌월 투런 홈런을 날리고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2020.6.14

14일 오후 서울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0 KBO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와 LG 트윈스의 경기. 1회초 2사 1루 상황 롯데 이대호가 좌월 투런 홈런을 날리고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2020.6.14 ⓒ 연합뉴스

 
2010년 타격 7관왕, 2011년 타격 3관왕에 오르며 KBO리그 최고의 타자로 절정의 기량을 과시하던 이대호는 2011 시즌이 끝난 후 일본 프로야구 도전을 선언했다. 오릭스 버팔로스에서 2년, 소프트뱅크 호크스에서 2년 간 활약한 이대호는 2012년 퍼시픽리그 타점왕과 2015년 일본시리즈 MVP를 차지하며 한국보다 수준이 높은 일본 무대에서도 정상급의 실력을 과시했다.

2015 시즌이 끝나고 메이저리그 시애틀 매리너스에 입단한 이대호는 메이저리그에서 플래툰 1루수와 지명타자로 활약하며 104경기에서 타율 .253 14홈런 49타점을 기록했다. 전체적으로 보면 썩 나쁘지 않은 활약이었지만 시즌 중반부터 손목과 목 통증으로 후반기에 부진했던 것이 아쉬움으로 남았다. 여기에 한국나이로 30대 중반을 넘어가고 있는 점도 빅리그 도전을 계속 이어 가기엔 부담으로 작용했다.

결국 이대호는 2016 시즌을 끝으로 5년의 해외 생활을 마무리하고 국내 복귀를 결심했다. FA 자격을 가지고 있는 이대호는 여러 구단의 타깃이 됐지만 롯데가 이대호를 다른 팀에 빼앗긴다는 것은 상상하기 힘든 일이었다. 결국 롯데는 4년 150억 원이라는 역대 최고 금액을 제시해 이대호의 친정 컴백을 성사시켰다. 계약금 50억 원에 2020년까지 해마다 25억 원의 연봉이 보장되는 '초대형 계약'이었다.

복귀하자마자 롯데의 주장을 맡은 이대호는 2017년 142경기에 출전해 타율 .320 34홈런 111타점의 성적으로 건재를 과시하며 롯데를 5년 만에 가을야구로 이끌었다. 롯데팬들은 '이대호가 있는 롯데와 이대호가 없는 롯데'의 차이를 깨달으며 롯데의 아이콘이자 간판타자의 복귀를 두 팔 벌려 반겼다. 실제로 4번 타순에 이대호가 있을 때와 없을 때 롯데 타선의 무게감은 차원이 다르다.

2017년 5년 만에 가을야구 나들이에 성공한 롯데는 2018년 10개 구단 중 7위에 그치며 다시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했다. 하지만 전 경기에 출전한 이대호는 타율 .333 37홈런 125타점을 기록하며 전혀 녹슬지 않은 기량을 과시했다. 특히 125타점은 타격 7관왕을 달성했던 2010년(133개) 이후 이대호의 커리어에서 두 번째로 높은 기록이었다. 바꿔 말하면 이대호는 37세 시즌에도 여전히 전성기의 기량을 유지하고 있다는 뜻이다.

키움 에이스 요키시 상대 솔로포 작렬, 오승환은 시즌 첫 세이브

작년 시즌에도 이대호에 대한 롯데 팬들의 신뢰와 기대는 절대적이었다. 아무리 롯데의 성적이 부진해도 "우리에겐 '조선의 4번타자' 이대호가 있다"는 자부심이 있다는 뜻이다. 하지만 이대호는 작년 시즌 135경기에 출전해 타율 .285 16홈런 88타점으로 아직 타자로서 성장 단계에 있던 2005년 이후 가장 부진한 성적을 올리고 말았다. 롯데 역시 암흑기 시절이던 2004년 이후 15년 만에 최하위로 추락했다.

야구팬들은 이대호의 부진에 대해 갑론을박을 벌였다. 공인구의 변화에 완전히 적응하지 못해 발생한 일시적인 성적하락이라는 의견도 있었지만 38세라는 나이에 따른 자연스런 하락세라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실제로 KBO리그에서 38세의 나이에도 성적 하락을 경험하지 않았던 선수는 이승엽과 박용택(LG 트윈스) 등 극히 일부에 불과했다. 한 시대를 풍미했던 천하의 이대호라 하더라도 '에이징 커브'는 피해갈 수 없을 것처럼 보였다.

올해 롯데와 맺은 FA 계약기간이 끝나는 이대호는 롯데의 부활과 두 번째 FA계약을 위해 올 시즌 명예회복이 매우 중요했다. 이대호는 5월 한 달 동안 23경기에 출전해 타율 .349 15타점 7득점을 기록하면서 롯데의 간판타자로서 제 역할을 해냈다. 하지만 5월 한 달 동안 홈런은 단 1개에 그치고 말았다. 노련함을 앞세워 타율은 어느 정도 예년 성적을 회복했지만 나이가 나이인 만큼 파워하락은 감수해야 할 부분처럼 보였다.

하지만 6월 들어 이대호는 무서운 속도로 홈런 생산 속도를 끌어 올리고 있다. 6월 13경기에 출전한 이대호는 월간 타율이 .261로 떨어졌지만 5홈런 13타점 11득점을 기록하면서 4번타자로서의 해결 능력을 크게 끌어 올렸다. 이대호는 16일 키움전에서도 4회 키움 선발 에릭 요키시의 3구째를 잡아 당겨 좌측담장을 훌쩍 넘기는 시즌 6호 홈런을 터트렸다. 이대호는 어느덧 롯데에서 가장 많은 홈런(6개)과 타점(28개)을 기록한 타자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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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리그 롯데 자이언츠 이대호 에이징 커브 오승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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