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수정 : 6월 17일 오후 4시 50분]

경기 내내 답답한 흐름이 이어졌지만, 전북 현대의 '승리 DNA'는 여전했다. 

전북은 16일 오후 포항 스틸야드에서 열린 '하나원큐 K리그 1 2020' 7라운드 포항 스틸러스와의 원정경기에서 후반 추가시간 김민혁의 극적인 결승골에 힘입어 포항을 2-1로 물리쳤다.

이날 승리로 전북은 귀중한 승점 3점을 챙겼다. 또 강원을 3-0으로 격파한 울산에게 내줄 뻔한 선두자리도 계속 지킬 수 있게 됐다. 

답답한 공격의 전북, 역습에 허 찔려
 
 16일 오후 포항 스틸야드에서 열린 '하나원큐 K리그 1 2020' 7라운드 포항 스틸러스와 전북 현대의 경기. 전북 현대 모라이스 감독.

16일 오후 포항 스틸야드에서 열린 '하나원큐 K리그 1 2020' 7라운드 포항 스틸러스와 전북 현대의 경기. 전북 현대 모라이스 감독. ⓒ 한국프로축구연맹


포항과의 경기를 앞두고 전북은 큰 전력 손실을 입었다. 팀내 최다득점자인 이동국이 15일부터 파주NFC에서 진행되는 아시아축구연맹(AFC) A급 지도자 강습회에 참가하면서 공격진에 공백이 생긴 것이다. 선발이나 교체로 출전해 득점을 터뜨리며 경기 흐름을 바꿔줄  수 있는 이동국의 공백은 전북에게 큰 타격이다. 

경기 전 우려처럼, 역시나 이동국이 빠진 전북의 공격은 상당히 답답한 모습을 보여줬다. 이날 전북은 벨트비크를 원톱에 배치한 가운데 김보경, 무릴로, 조규성을 2선에 배치했다. 하지만 포항은 김광석을 중심으로 한 4백라인과 오닐, 이승모가 중심이 된 중
원라인을 유지하며 수비 가담에도 적극 임하면서 전북 공격의 효율성을 떨어뜨렸다. 

전북도 이동국이 빠지면서 원톱과 2선 선수들간의 연계플레이가 나오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무릴로와 조규성이 포진한 측면에선 흔들어주는 선수가 없다보니 측면공격이 이뤄지지 않았고 벨트비크 역시 김광석의 노련한 수비에 막혀 이렇다할 활약을 보여주지 못했다. 

그 결과 전북은 전반전 7개 슈팅 가운데 유효슈팅이 1개에 그칠 정도로 효율성이 떨어진 모습을 보였다. 전북은 전반 23분 코너킥 상황에서 김보경이 찬 볼이 수비에 맞고 벨트비크에게 향했는데, 벨트비크의 슛이 골대를 넘어가면서 무위에 그친 것이 전반전 유일한 득점 기회였을 정도로 기회를 만드는 데 애를 먹었다.

그런 가운데 4백수비가 인상적이었다. 지난 상주 상무와의 경기에서 2골 2어시스트로 활약한 일류첸코와 멀티골로 활약한 팔로세비치가 포진한 포항의 공격진을 맞이한 전북은 홍정호, 김민혁 센터백 조합이 일류첸코를 잘 막아낸 데 이어 이용이 포진한 오른쪽 측면에선 팔로세비치를 잘 차단했다. 여기에 왼쪽 풀백인 김진수는 팔라시오스와의 1대1 대결에서 피지컬 열세를 극복하고 팔라시오스를 막아내면서 포항의 측면공격도 무력화 시켰다.

하지만 전북은 전반 막판 5분을 버티지 못하고 실점했다. 전북은 중원에서 포항 송민규에게 볼을 빼았겼는데, 바로 이어진 역습 상황에서 포항 팔로세비치가 올린 크로스를 이승모가 연결시키면서 리드를 내주고 말았다. 역습 과정에서 페널티박스 부근으로 침투하는 이승모를 전북 선수들이 막지 못한 것이 뼈아팠다. 

교체카드 적중한 전북, 후반전에 강한면모를 보이다
 
 16일 오후 포항 스틸야드에서 열린 '하나원큐 K리그 1 2020' 7라운드 포항 스틸러스와 전북 현대의 경기. 전북 현대 김민혁 선수.

16일 오후 포항 스틸야드에서 열린 '하나원큐 K리그 1 2020' 7라운드 포항 스틸러스와 전북 현대의 경기. 전북 현대 김민혁 선수. ⓒ 한국프로축구연맹

 
올시즌 K리그 개막 후 6경기를 치르는 동안 전북은 후반전에 8골을 기록했는데 이는 6라운드까지 전북이 기록한 10골 가운데 80%를 차지한다. 전북은 교체카드 등을 통해 경기 흐름에 변화를 주는 데 일가견이 있는 팀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날은 후반전에 경기 흐름을 바꿀 수 있을지 장담하기 어려웠다. 이동국이 결장하면서 공격에 방점을 찍어줄 해결사가 없는 것이 흠이었다. 벨트비크와 조규성 모두 1골에 그치고 있는 가운데 이동국 없이 김광석을 중심으로 한 포항의 노련한 수비진을 뚫을 수 있을까, 의문이 들었다. 

그럼에도 모라이스 감독은 교체카드를 통해 경기흐름에 변화를 주었다. 모라이스 감독은 벨트비크를 빼고 한교원을 투입하면서 조규성을 전방으로 배치해 전방에서부터 강한 압박을 펼치며 라인을 올렸다. 이어 무릴로를 빼고 쿠니모토를 투입했는데 쿠니모토, 한교원을 통해 측면에서 해법을 찾겠다는 의도로 보였다. 

후반 14분 교체카드가 적중했다. 미드필드 진영에서 손준호가 길게 올려준 프리킥을 수비수 김민혁이 골문 쪽으로 띄워주고자 했다. 김민혁의 패스는 포항의 수비수 하창래의 몸에 맞아 그대로 골문 쪽으로 향하며 자책골로 연결되는가 싶었지만 중원에 위치한 한교원이 몸을 날려 득점으로 연결시키면서 경기를 원점으로 돌렸다. 모라이스 감독의 교체작전이 성공을 거둔 것이다.

이렇듯 경기 주도권을 가져오는데 성공한 전북은 이후 한교원과 쿠니모토, 김민혁이 득점기회를 만들었지만 번번히 무위에 그치면서 아쉬움을 삼켜야만 했다. 이 과정에서 실점 위기를 맞기도 했다. 후반 34분 포항 일류첸코가 페널티박스 바깥 쪽에서 오른발로 감아찬 슛이 전북의 골문을 위협했지만 송범근 골키퍼가 선방하면서 큰 위기를 넘겼다.

경기가 끝나갈 무렵 전북에게 마지막 득점 기회가 찾아왔다. 오른쪽에서 김보경이 얻은 코너킥을 수비수 김민혁이 잘라먹는 헤더슛을 시도해 득점으로 연결시킨 것. 이 골로 전북은 마침내 경기를 역전시켰다. 이날 전북 승리의 주인공은 공격수들이 아닌 수비수 김민혁이었다. 

잘싸운 포항, 발목잡은 부상

이날 수비와 미드필드 라인의 탄탄한 수비를 바탕으로 전북을 괴롭혔던 포항은 분명 승리할 수 있었던 경기였기에 더욱 아쉬움이 남을 수밖에 없을 듯하다. 

포항의 발목을 잡은 것은 후반전에 연달아 터진 부상이었다. 후반시작과 함께 포항의 김기동 감독은 수비수 김상원을 빼고 박재우를 투입하면서 측면수비에 변화를 줬다. 경기 후 김 감독 인터뷰에 따르면, 김상원의 햄스트링 부상으로 인한 교체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리고 후반 7분 또 다시 부상의 악령이 포항을 덮쳤다. 센터서클 부근에서 포항의 팔로세비치와 김보경이 볼 경합을 벌이던 중 태클을 시도했던 팔로세비치가 김보경과 충돌하면서 부상을 입은 것이었다. 팔로세비치는 심동운과 교체되어 그대로 그라운드를 떠나야 했다.

하지만 포항의 불행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이번에도 부상이 발목을 잡았다. 센터서클을 지난 부근에서 이승모가 전북 조규성과의 공중볼 경합과정에서 떨어지던 중 오른 팔을 잘못 짚으면서 큰 충격을 받았다. 통증을 호소한 이승모 역시 그라운드를 떠나야만 했다. 이렇듯 포항은 교체카드 3장을 예상치 못한 부상에 사용하면서 경기 흐름을 바꾸는 데 실패했다. 

그런 상황에서 동점골이 나온것은 포항에게 큰 타격이었다. 이승모의 부상 이후 이어진 프리킥 상황에서 한교원에게 동점골을 허용한 포항은 가뜩이나 선수들의 부상으로 어수선한 가운데 실점까지 나오면서 팀 분위기가 얼어붙을 수밖에 없었다.

그럼에도 포항은 후반 34분 일류첸코가 결정적인 슈팅기회를 만들어내는 등 마지막까지 전북을 괴롭혔다. 하지만 경기 종료 3분을 버티지 못하고 통한의 결승골을 내주며 아쉽게 패하고 말았다. 예상치 못한 변수 속에 포항은 모라이스 감독 부임 이후 전북전 5경기에서 1무 4패의 절대적인 열세를 기록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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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리그 1 포항 스틸러스 전북 현대 김민혁 일류첸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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