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 #살아있다 > 관련 사진.

영화 < #살아있다 > 관련 사진. ⓒ 영화사 집

 
나만 빼고 모두가 좀비가 된 세상에서 어떻게 살아가야 아니 살아내야 할까. 제한된 공간, 한정된 식량과 물, 커져만 가는 공포 등 모든 게 극한 상황이다. 절망과 외로움을 느끼는 순간 선택을 해야 하기 마련이다. 살거나 아니면 스스로 포기하던가.

영화 < #살아있다 >는 명확하고 간결한 상황 설정을 바탕으로 처음부터 끝까지 직선적으로 이야기를 진행한다. 홍보과정에서 '좀비물'이라는 단어를 쓰지 않고 원인불명의 바이러스라 알렸지만 등장 캐릭터를 봤을 때 명백히 좀비 장르물로 볼 여지가 충분하다. 

좀비로 변한 다수 존재들을 빼면 영화 초반부터 중후반까지 단 두 사람이 등장한다. 배우 유아인이 각종 IT 기술에 능한 준우 역을, 박신혜가 등산이 취미이고 개인주의자인 유빈 역을 맡았다. 

일반적인 흐름이라면 사건의 원인, 인물이 처한 상황에 어느 정도 배경 설명은 나오는 법인데 이 영화는 애초부터 아파트라는 제한 공간에 인물을 밀어 넣은 채 극한 상황부터 제시한다. 나름 지루함과 장황함을 피하고 장르적 성격에만 집중하는 모양새인데 이 지점에서 박자감이 너무 빨라 자칫 인물의 감정과 이야기를 따라갈 때 어려움이 있을 법하다.

모든 걸 다 내려놓고 장르물로만 즐기자는 관객에겐 꽤 즐거움을 주겠지만, 작은 소품부터 각 인물의 배경 등을 중요한 상징처럼 여기는 또다른 관객들에겐 다소 영화 속 설정이 과하다고 느낄 여지 또한 있다.

준우는 컴퓨터 게임과 SNS, 드론 장비를 두루 섭렵하지만 동시에 특유의 덤벙거림이 있다. 배우 유아인은 어눌하고 어색한 준우의 성격을 잘 형상화시켰다. "옆집 청년 같은, 어디에나 있을 것 같은 동네 청년 같은 모습을 그리고 싶었다"던 배우의 의도가 잘 표현된 경우겠다. 박신혜는 이와 다소 상반된 침착하고, 건조한 유빈의 모습을 제시했는데 캐릭터 호흡만 놓고 보면 두 배우의 합이 꽤 좋다. 
 
 영화 < #살아있다 > 관련 사진.

영화 < #살아있다 > 관련 사진. ⓒ 영화사 집

  
 영화 < #살아있다 > 관련 사진.

영화 < #살아있다 > 관련 사진. ⓒ 영화사 집

 
다만 이들이 위험에 빠지고 거기서 함께 살아내야겠다는 공감대를 형성하는 과정이 헐겁다. 이 작품으로 상업영화 데뷔를 알린 조일형 감독은 복도형 아파트라는 한국만의 주거 공간을 잘 살림과 동시에 인물의 감정선을 잘 그려내고 싶었다며 연출 의도를 설명한 바 있다. 좀비와 재난 상황을 아파트라는 제한 공간에 펼쳐놓고 사건을 전개하는데 발랄한 아이디어들이 돋보인다. 

동시에 감정선에선 살짝 아쉬운 부분이 엿보인다. 살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두 캐릭터가 '함께' 살아내기로 한 지점을 그리는 과정에 좀 더 집중력을 발휘했으면 어땠을까. 

맷 네일러의 원작 <얼론(Alone)>을 각색한 만큼 미국과 한국에서 어떻게 그려질지 관심이 모였고, 한국에서 먼저 공개됐다. 스턴트 배우 출신인 조니 마틴이 감독을 맡은 미국 버전은 현재 후반 작업 중인 걸로 알려졌다. 

장단점이 분명하지만 즐길 거리는 분명 많다. 음악과 색감, 여러 그래픽 효과는 영화에 세련미를 더한다. 좀비물, 특히 한국형 좀비물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면 < #살아있다 > 또한 그 리스트에 충분히 올려볼 수 있을 것이다.

한 줄 평: 약점과 장점이 공존, 그럼에도 장르성에 충실
평점: ★★★☆(3.5/5)

 
영화 < #살아있다 > 관련 정보

연출: 조일형
출연: 유아인, 박신혜
제작: 영화사 집, 퍼스펙티브픽쳐스
제공 및 배급: 롯데엔터테인먼트
러닝타임: 98분
관람등급: 15세이상 관람가
개봉: 2020년 6월 24일
 
#살아있다 유아인 박신혜 좀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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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메가3같은 글을 쓰고 싶다. 될까? 결국 세상을 바꾸는 건 보통의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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