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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로 인해 많은 것이 변하고 있습니다.  경제, 사회, 문화 등 모든 부분에서 변화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학교 교육도 변해야 합니다.  이에 현장 교사들이 진단하는 학교 교육의 문제점과 나아갈 바를 제시하고자 합니다.  실천교육교사모임 소속 교사들의 제안을 담은 현장 이야기를 싣습니다[편집자말]
한달에 한번씩 모여서 학교와 교육에 대해 나름 진지하게 연구하는 비공식 교사모임이 있습니다. 코로나가 오고난 후 답답한 마음에 모여 수다를 떨었습니다. 참석하신 선생님 모두 공립대안학교를 근무하고 그곳 아이들에게서 배웠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교육자라고 소개하기에 스스로 부끄럽다해 실명을 밝히지 못했음을 이해바랍니다. 교사 6명이 참석한 이 수다는 지난 7일 마산에 한 공유공간에서 진행됐습니다. - 기자주

학교라는 공간은 대체 왜 필요할까요? 

- 코로나로 인해 온라인 개학이 시행되고, 온라인 수업이 장기화 되고 있다. 온라인 수업과 학교의 방향에 대한 생각은? 
백샘(현 일반중학교 근무) "온라인 수업이 오랫동안 계속되며 미래지향적이고 편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 이 상황을 못마땅하게 여기고 등교 개학만이 최선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생길 겁니다. 저는 교육이 원격 기반 시스템으로 바뀌면 어떻게 될까 상상해 봤습니다. 진정한 교육형태는 무엇이며, 학교는 왜 필요한가에 대한 화두를 던지고 교사들이 거기에 대해 논의해야 할 시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진샘(현 일반중학교 근무) "자본주의 사회는 사람들의 욕망과 불안을 동력으로 해서 항상 새로운 시장을 찾아왔습니다. 온라인 개학은 교육의 본질보다 '스마트교육'이라는 새로운 시장에 대한 요구로 변질되어 교육시장을 부추길까봐 괜한 걱정이 됩니다. 스마트교육이 미래학교의 일부분이 될 수 있습니다. 플립트 러닝(거꾸로 수업)을 봐도 온라인 매체를 활용한 수업이 의미가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또한 인간과 인간 사이의 온기를 바탕으로 하기에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즉 만남이 빠진 스마트 교육, 온라인 수업은 한계가 있을 것입니다.

코로나 이후 새로운 인문학적 질서와 교육생태계를 살아내는데 있어 스마트교육보다 더 필요한 것은 '자가면역력'이라고 생각합니다. 질병도 자가면역력이 중요하지만, 교육에서도 자가면역력이 중요합니다. 자본에 의해 부추겨진 불안에 휩쓸려 이약 저약 먹는 것보다 평소 심신의 건강한 습관을 가지는 것이 중요하듯, 교육에서도 생명 그대로의 존엄성을 존중하며, 스스로 서서 서로를 살리는 것이 바탕을 이루어야 합니다. 그런 면에서 작은 학교가 유리한 점이 많습니다. 

코로나 등교개학 상황에서도 작은 학교는 매일 등교가 가능하고, 대체로 평상시의 교육을 회복하고 있습니다. 마을 역시 그렇습니다. 마을 규모 안에서 아동청소년 교육복지시스템을 만들어가는 것이 필요합니다. 돌봄의 영역 또한 학교가 아니라 아이가 사는 집 근처, 마을에 조성되고 지자체에서 지역의 아이들을 돌봐야 합니다. 질병이나 재난이 생길 때 특정 지역으로 모이는 것이 아니라, 그 동네 안에서 해결할 수 있는 구조가 구축되면 좋겠습니다."
 
'설레는 첫 등교' 경기 부천지역 특수학교, 유치원, 초·중·고등학교(고3 제외) 등교 수업이 시작된 11일 오전 경기도 부천시 송내동 솔안초등학교에서 학생들이 등교하고 있다.
 경기 부천지역 특수학교, 유치원, 초·중·고등학교(고3 제외) 등교 수업이 시작된 11일 오전 경기도 부천시 송내동 솔안초등학교에서 학생들이 등교하고 있다.
ⓒ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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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샘(현 공립대안고 근무) "저는 대안고등학교에 근무 중입니다. 온라인 수업이 어쩔 수 없다는 현실은 인정하지만 불편한 것 또한 사실입니다. 학습적인 측면만을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공부를 잘 하는 아이들은 온라인 수업을 대충하고 그 시간에 인강이나 학원, 과외를 통해 자기 공부를 할 수 있어서 좋아하고, 공부에 관심 없는 아이들은 학교 안가고 하고 싶은 것을 할 수 있어서 좋아하는 것이 현실인 것 같습니다. 

온라인 개학 실시 후 처음에는 학교에 오고 싶어 하던 아이들이 집에 있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이대로가 좋다고 합니다. 교과 지식 뿐 아니라 함께 살아가는 삶을 배우는 학교의 중요한 기능을 살리기 힘든 현실이 참 안타깝다. 반대로 보면 그만큼 학교가 역할을 제대로 못했던 것 같아 아쉽습니다."

류샘(현 공립대안고등학교 근무) "지난 5월초에 남해 한 중학교에 곽노현 전 서울교육감이 오셔서 강의를 하셨습니다. 강의 후 대화를 하는 시간이 있었습니다. '온라인 수업이 중고등학교에 어떻게 적용될까'라는 개인적인 질문을 했습니다. 곽노현 전 교육감은 답했습니다. '온라인 교육의 효용성도 있습니다. 자기주도적인 학생들에게는 유리합니다. 깊이 있는 토론 수업도 나름 효과가 있습니다. 하지만 한국방송통신대학교 시절을 되돌아 보면 스스로 하는 게 어려운 학생들은 힘들어 했습니다. 온라인 수업만으로 전체 학생이 공부하도록 하는 방향은 조심스러워야 합니다'라고 답하셨습니다."

온라인 수업이 적응됐다는 선생님들?

백샘 "제 경험상 온라인 수업은 한계가 분명했습니다. 학생들과 호흡하는 선생님 수업도 온라인 수업에서는 데이터와 텍스트로만 남습니다. 학생과 교사, 학생과 학생 사이의 인간적인 유대와 교류가 부족해질 수 밖에 없습니다. 게다가 수업의 내용이 어떤식으로든 온라인상에 남게 되니 말과 글이 위축되고, 결국 서로 감시하고 자기 검열을 할 수밖에 없습니다. 지식만 가르치지 않고 인간성을 가르치는 학교를 만들려고 많은 사람들이 노력을 했고 대안학교 운동도 일어났는데 의도했든 아니든, 온라인 교육은 단순 지식전달로만 활용되고 있습니다. 현재 상황은 어쩔 수 없지만 교사라면 현 상황에 그대로 적응하기 보다는 한계를 뛰어넘기 위한 고민과 노력을 해야 합니다."

진샘 "현재 온라인 수업은 온라인 수업 자체가 좋아서, 자율적으로 시작된 것이 아닙니다. 사회적 거리두기를 해야 하는 상황이라 어쩔 수 없는 차선책으로 실시되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것을 마치 미래형 학교라고 단정하기에는 무리가 있습니다. 코로나 아니라 그 이상의 상황에서도 지속가능한 학교의 모습이 어떤 것일지에 대한 논의가 계속 필요합니다."

백샘 "온라인 학습의 중요한 장점도 분명 있습니다. 학교에 갈 수 없는 상황, 학교에서 배우지 못하는 내용에 대해 자율적으로 학습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허나 그것이 주류가 되어서는 안 됩니다. 정보가 아닌, 서로 알고 배운다는 것이 온라인으로 어디까지 가능할까요? 온라인에서 만나는 사람들과 신뢰성 있는 관계를 만들어 낼 수 있을까요? 저는 부정적으로 봅니다. 분명 온라인과 실생활은 다릅니다. n번방 관계자들은 온라인에서 황제였고 그들과 교류하고 함께 범행을 즐겼던 사람들도 현실 속 자신과 다른 삶을 온라인에서 살았습니다. 즉 온라인과 현실이 일치된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4월 16일 오후 울산시 북구 염포초등학교 6학년 한 교실에서 교사가 모니터에 뜬 학생들의 얼굴을 보며 쌍방향 온라인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2020.4.16
 4월 16일 오후 울산시 북구 염포초등학교 6학년 한 교실에서 교사가 모니터에 뜬 학생들의 얼굴을 보며 쌍방향 온라인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2020.4.16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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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샘 "물론 온라인 수업이 장점도 있습니다. 하지만 중요한 교육 가치를 훼손시키고 있습니다. 제가 현장에서 경험한 바로는 첫째, 가정환경에 따라 수업참여도가 달라지면서 교육 격차가 더욱 확대되고 있습니다. 둘째, 친구들과의 관계를 통한 배움이 약해지면서 아이들의 공동체성이 훼손되고 있습니다. 셋째, 아이들 각자가 가진 고유한 가치를 살리지 못하고 있습니다. 학교에는 말을 재미있게 하는 아이, 그림을 잘 그리는 아이, 노래를 잘 부르는 아이 등 다양한 가치를 가진 아이들이 있지만 온라인 수업에서는 이런 다양성을 펼칠 수 없습니다. 

일부 선생님들께서 '처음에는 온라인 수업이 불편했지만, 익숙해지니 학교가 평화롭고 조용해서 좋다'고 하시는 말씀을 들은 적이 있습니다. 이런 현실 속에서 학교와 교육이 가지고 있는 본질적인 가치를 어떻게 살려나갈 수 있을까? 누구를 위한 교육인가?에 대한 답을 찾기가 너무 어렵습니다."

하샘(현 인문계 고등학교 근무) "선생님들이 온라인 수업을 좋아하는 경향이 있다고 했는데 처음에는 당황하고 난처해했다가 이제는 편하다고 느끼는 겁니다. 적응하니 이제는 이 시스템이 좋은 겁니다. 학교를 굳이 갈 필요가 없다고 말하는 아이들도 있습니다. 여기서 주목할 점이 있습니다. 

학교에 오더라도 온라인 수업처럼 지식을 전달하고 그걸 평가하는 것만 한다면 등교수업이나 온라인 수업이나 큰 차이가 없습니다. 오히려 온라인수업이 더 나을지도 모릅니다. 교사는 생활지도를 할 필요가 없고, 학생은 간섭받지 않습니다. 에너지 낭비가 줄어들게 됩니다. 이는 역설적으로 출결과 평가, 입시와 진학, 그것들이 학교에서 가장 중요했다는 사실을 말해줍니다. 교류, 협동, 지식탐구, 창의력 등은 애초에 학교교육에서 중요한 점이 아니었던 겁니다. 

만약 학교가 그것을 중심에 두고 수업을 해왔다면 온라인수업에서는 그것이 안 된다며 아우성하며 고민했을 것입니다. 현실이 이렇다 보니 학교에 가지 않아도 특별히 아쉬운 점이 없는 겁니다. 그러나 학교는 본래 서로 교류하고 교감하고 협동하고 탐구하는 배움과 돌봄의 장이었고 이를 도전하고 실천하는 교사들과 학교들이 있었습니다. 이것을 지켜야 합니다.

이것을 지키지 못하면 온라인수업을 하든 등교수업을 하든 차이가 없습니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이 상호보완적인 형태로 가야하지만, 코로나 이후 우리가 돌아갈 수업은 과연 어떤 모습이어야 할지 고민해야 합니다."

- 바이러스나 재난 등과 같은 급격한 변수에도 지속가능한 학교를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우리가 돌아가야할 학교는 어떤 모습일까?
류샘 "이번 코로나 덕분에 이제껏 우리가 성장지상주의로 달려왔던 가치나 문화의 방향을 재고할 시점이 됐습니다. 함께 모일수가 없으니, 강제로라도 전환을 생각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코로나로 인해 기존 판이 흔들리고 있습니다."

진샘 "코로나로 인해 달라지는 상황과 이전의 사회 문제에 대해 아이들에게 이야기를 누가 해줄 것인가, 교사들이 해야합니다. 아이들이 처한 상황에 따라 아이들의 마음을 듣고, 사회가 얽힌 구조를 이해하고, 이를 변화시키기 위해 소리를 내는 교사들이 많아져야 합니다."

백샘 "교사들이 교육의 본질을 얘기해야 합니다. 학생들이 어울려서 소통하고 때로 상처 받고 뭔가 해나가는 과정들, 그러면서 성장을 해가는 것. 온라인 교육으로 지식 전달은 가능하나 사회성을 기르고 지식을 탐구하는 것은 사람이 함께  모여야 가능하다는 것을 적극적으로 경험하고 실천해야 합니다."

하샘 "교육의 본질에 대해 생각을 한다고 할 때, 그 안도 세밀하게 들여다봐야 합니다. 학교 공간은 아이들이 소통하고 여러 가지를 하면서 자라게 되는 공간인데, 그런 작용이 없다는 것은 중요한 지적입니다. 하지만 그것을 꼭 학교에서 해야 하는가를 생각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동네에서 놀아도 되지 않을까요? 코로나 이후 우리가 고민해야 할 교육에서는 이런 부분들을 세밀하게 들여다 보아야 합니다. 

단순히 지식을 가르치는 것은 EBS나 '일타' 선생님들이 더 잘 하십니다. 지식전달 임무는 이미 학교에서 온라인, 사교육으로 넘어갔습니다. 그럴 수 밖에 없습니다. 그 분들은 지식전달을 위해 충분히 연구하시고 그것이 주된 일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학교 교사들은 교재 연구만 할 수 없습니다. 챙겨야 할 것이 너무 많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교사가 교과본질을 가지고 아이들과 만나고 대화하고 토론하고 함께 배움에 몰입하게 하는 것은 온라인상에서 쉽지 않습니다. 서로의 눈빛과 표정을 바라보며 호흡하고 함께 기뻐하고 슬퍼하며 공명하는 것은 온라인에서 불가능합니다.

또 한가지 온라인상으로 하기 어려운 것은 소외받는 아이들에 대한 돌봄입니다. 저학력, 결손 가정, 언어가 서툰 다문화 가정 , 은둔형 외톨이 이런 아이들은 어른들의 손길이 없으면 소외될 수 밖에 없습니다. 그 아이들은 교육 격차를 이겨낼 힘이 없습니다. 교사들이 이런 아이들을 찾아 만나야 합니다. 

대안학교 교사들은 이런 학생들에 대한 경험이 풍부합니다. 입시중심 학교에서는 시스템이나 제도적으로, 힘든 아이들을 배려하는 것이 어렵습니다. 앞으로 대안학교의 경험, 시스템들이 확장되어야 합니다. 불가능한 것이 아니며, 대안학교 교사들이 특별해서도 아닙니다. 다만 아이들의 삶을 중심에 놓았기 때문이고 그게 가능하다는 것을, 경험해 본 교사들이 이야기해야 합니다."

"요새 우울했는데..." 교사들의 속마음

 
 고등학교 1학년·중학교 2학년·초등학교 3∼4학년을 대상으로 한 3차 등교개학일인 3일 오전 경기도 과천시 별양동 과천고등학교 1학년 교실에서 학생들이 창문을 열고 수업을 받고 있다.
 고등학교 1학년·중학교 2학년·초등학교 3∼4학년을 대상으로 한 3차 등교개학일인 3일 오전 경기도 과천시 별양동 과천고등학교 1학년 교실에서 학생들이 창문을 열고 수업을 받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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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안학교의 근무경험에 비추어 코로나 시대의 학교에 던지는 메시지는? 
류샘 "대안학교에서는 어떤 사건이 일어나면 기숙사에서 밤새 이야기하고 그러면서 온갖 상황들이 벌어집니다. 그러다가 결국 약자를 이해하고 소외받는 사람의 상황을 이해하면서 변화시킬 힘을 만들어 냅니다. 그런데 소외받는 학생들은 온라인에서도 나타납니다. 소외받는 아이들은 계속 소외받고 아예 차단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저는 학생들이 써놓은 댓글들을 유심히 살핍니다. 학교에도 대나무숲과 같은, 약자들의 이야기를 쏟아내는 곳이 필요하고 대자보를 붙일 수 있는 곳도 필요합니다. 학교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조금 더 깊이 바라보고 개인의 철학적인 구조들을 세밀하게 만져줄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합니다. 그러면 논의를 더 풍부하게 만들 수 있고 해결 가능한 선을 높일 수 있을 것입니다."

오샘 "요즘 좀 우울했는데 이렇게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왜 그런지 알 것 같습니다. 아이들과의 소통이 힘들어진 학교의 현실, 특히 대안학교로서의 정체성을 지켜나가지 못하는 온라인 수업 상황과 그런 고민을 나눌 기회가 없었던 점이 나를 우울하게 만들었던 것 같습니다."

백샘 "교과연구모임을 하면서 열정적인 교사들을 많이 만났습니다. 처음에는 학생들을 잘 가르치기 위해 시작했는데, 점점 세월이 가면서 교과연구가 고차원적인 분야로 확장되어 갔습니다. 교과 내의 깊이 있는 탁월함, 최신 수업 기법 등을 연구했습니다. 교과에 대한 가치를 어떻게 높이고 수업을 어떻게 잘 할 것인가가 교사의 주관심사이니 당연합니다. 그런데 대안학교에서 근무하며 느낀 것은 교과에 대한 가치도 중요하지만, 교사라는 인간으로서의 자기 자신에 대한 가치를 인식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려운 교과를 쉽게 소화해서 전달하는 것만이 아니라, 학생들이 자신을 알게 하고 삶에 대한 고민을 하게 해주고 함께 얘기 나누는 어른이 돼야 했습니다. 일반학교교사와 대안학교 교사의 차이는 바로 그것이었습니다. 어떤 교사가 되어야 하는가 하는 것도 교육의 본질에서 중요한 주제라는 것을 느꼈습니다."

진샘 "아이들이 교과 성적이 아니라 자신만이 가지고 있는 감수성과 자신의 가치를 소중하다고 알려주는 것이 필요합니다. 아이가 보는 세상을 열어주고, 사회를 볼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합니다. 있는 그대로 자신이 가진 감수성과 생각이 부끄러운 것이 아니라는 걸 교사가 깨워 준다면 그 자체가 귀한 교육활동입니다."

하샘 "탁월함이라는 말이 있는데 우수한 성적을 받고 지식의 저장과 재생이 우수하다는 것이 탁월함을 뜻한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아이들은 모두 탁월해 지고 싶은 욕구가 있습니다. 더 나은 내가 되고 싶고 세상을 더 잘 알고 싶은 마음 일 것입니다. 

단순히 성적에서 높은 점수를 받는 것으로 탁월성을 높이는 것은 반대하지만 그 교과를 통해 새로운 나를 만들어가고 세상을 새롭게 보는 것으로서 탁월성은 교사가 추구해야 합니다. 미지의 세계를 여행하듯 배움에 도전하면서 자기 존재의 가치를 느낀다든지, 세상을 바라보는 새로운 창을 갖게 되는 특별한 경험을 교사들이 함께 해야 합니다."

진샘 "내신 성적, 등급내는 시스템이 너무 큰 의미로 돌아간다는 게 문제입니다. 아이들이 학업성적으로 인해 수치심을 내면화하게 됩니다. 알다시피 '해로운 수치심'은 개인의 분노, 불안, 잘못된 욕망, 정서적 갈등의 뿌리가 됩니다. 학교의 존재 이유가 '내신성적 산출'이 되어서는 안되는 중요한 이유입니다. 선발자들에게 유리한 성적 산출 시스템이 아이들에게 수치심을 심어 준다면 이는 비교육적인 행태를 학교가 스스로 하고 있다는 뜻입니다."

하샘 "결국 대학입시가 성과로 연결되기 때문에 아이들은 좋은 성적이 안 나오면 성과가 없다고 생각하고 수치심을 느낍니다. 정답을 잘 맞추는 아이들과 비교하면 자신은 아무것도 아닌 것이 되고 수치심을 내면화해서 정답만을 쫓게 됩니다. 이미 초등학생들도 부모님을 위해 문제집 뒷면의 답지를 몰래 보고 답을 체크하는 상황도 있습니다."

진샘 "그것을 극복하자고 한 것이 교과세특(교과별 세부특기사항)이었습니다. 대안학교에서 학생의 발달에 대해 서술하여 그것으로 성적표를 대신했던 것인데, 일반학교에 도입되면서 교묘하게 이마저도 입시와 연결되어버린 것이 현실이 안타깝습니다. 

왜 모든 고등학교는 대학을 위해 이런 불합리한 일을 계속 해야 하나요? 대학선발은 그 대학에서 알아서 하면 안될까요? 전국의 학생들에게 똑같은 것을 가르치고 같은 날, 같은 시간, 같은 시험을 쳐서 그 성적으로 줄세워서 학생을 선발하는 것은 결국 누구를 위한 걸까요? 왜 대한민국의 초중고등학교가 대학입시를 위한 과정으로 전략됐는지, 한번씩 생각하면 참 안타깝습니다."

백샘 "아이들은 스펙트럼이 다양합니다. 돌봄이 필요한 아이, 스펙이 필요한 아이, 대학과정을 익히고 싶은 지적욕구가 강한 아이 등. 문제는 그 중 한 분야에만 집중하는 교사들이 있다는 것입니다. 성적 올리는 것이 최고의 가치니 다른 것은 생각하지 말라고 하거나, 상위권 아이들을 위한 문제를 풀어주면서 만족하는 교사들도 있습니다.

교사라면 다양한 아이들을 다 봐줘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 제일 중요한 것은 교과에 대한 지식전달 이전에 어른으로서의 존재감이 바탕이 되어야 합니다. 그것이 없다면 나중에는 허탈해집니다. 아이들이 교사를 자신의 필요에 따라 이용만 하고 끝나는 느낌마저 들수 있습니다. 대안학교에서 만났던 아이들 중 졸업 후 만나면 내가  교과를 잘 가르쳤다는 얘기보다 나로 인해 삶의 가치가 바뀌었다는 이야기를 많이 했습니다. 그런 일을 겪으며 지식전달만으로는 교육을 정의할 수 없다는 걸 확신하게 됩니다."

코로나19로 계기로 학교 수업을 되돌아보았더니 

하샘 "국어로 치면 "이 시에 쓰인 비유법이 무엇이냐?"이건 정답이 있습니다. 맞고 틀리고가 있습니다. 그런데, "이 시를 내 삶의 경험을 가지고 설명하면?" 이것은 전혀 다른 질문이 됩니다. 후자의 질문은 탐구하는 질문입니다. 이러면 평등해집니다.

정답을 찾으려는 질문은 이미 맞춘 아이와 못 맞춘 아이가 생기고 경쟁과 낙오를 맛보는 아이가 생길 수 밖에 없습니다. 후자의 질문은 모두가 평등한 탐구 질문이 됩니다. 이렇게 탐구하는 배움으로 가지 않으면 코로나 이후의 교육은 어렵습니다. 하나의 정답만 추구하는 질문만 가지고는 아이들을  만나기 어렵습니다. 왜냐하면 EBS나 '일타' 선생님들이 온라인상에서 이미 다 점령을 했기 때문입니다. 코로나 이후의 교육은 질문부터 달라져야 합니다.

어른들이 다르게 질문할 수 있다면 그 다음으로는 아이들이 어떻게 배우는가를 자세히 볼 수 있습니다. 대화하며 협력하며 배우는지, 자신을 표현할 수 있는지 등 아이들을 살펴야 깊은 배움이 가능합니다. 그러나 이러한 배움은 온라인에서 어렵습니다. 쌍방향 온라인 수업에 도전하며 이를 실천하는 분들이 계시긴 하지만 여전히 현장에서는 강의식 온라인 수업이 흔합니다. 

온라인 플랫폼에 올려만 놓으면 가르친 것이 됩니다. 이전에는 아이들이 배우는지 안 배우는지 눈으로 볼 수나 있었지만 온라인에서는 그마저도 확인이 어렵습니다. 이처럼 새로운 배움이 가능하려면 입시와 평가를 다시 생각해봐야 하지 않을까요? 

이제 어른들은 다르게 질문하고 다른 배움을 추구해야 하며 새로운 입시와 평가를 마련해야 합니다. 이에 덧붙여, 현재 온라인 교육이 어떤 식으로든 학교에 정착되면, 서로 대면하기 힘들고 가상현실이 훨씬 익숙한 아이들에게서 어떻게 내면의 야성을 끌어내고 성장을 북돋울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합니다. 대안학교의 다양한 체험학습, 마을학교, 공동체 교육 등에서 그 모델을 찾을 수도 있을 것입니다."

백샘 "코로나 사태로 혼란스러울 때, 우리나라 교사들이 전쟁훈련 하듯이 학교마다 서로 경쟁적으로 일사분란하게 열심히 움직였습니다. 매일 바뀌는 상황에 빨리 적응하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나는 이것이 자랑스럽기도 하지만 한편으로 안타깝습니다. 그만큼 교사들이 위에서 시키는 것에 길들여져 있다는 반증이기도 하니까요. 항상 교육부와 교육청의 지침을 기다리고 있다가 그게 나오면 금방 거기에 맞게 움직였습니다. 

덕분에 코로나에 대비한 국가 차원의 교육활동은 원활하게 잘 이루어졌습니다. 하지만 교사로서 학생들의 학습공백이나 교육활동을 어떻게 챙기고 어떻게 돌볼 것인가를 논의할 수 없었습니다. 그런 논의가 결국 교육당국의 지침과 다르다면 무의미하리란 걸 잘 알기 때문입니다. 다시 말하면 교사들은 국가 교육의 일부분을 충실히 따르기만 하는 존재란 걸 더욱 확실하게 알게 되었고, 이런 식으로 가다간 스스로 의미 있는 교육활동을 하기 위해 고민하고 노력하는 능력을 점점 잃어갈 것  같습니다. 결국 교사들은 새로운 도전을 하지 않게 될 지도 모릅니다.

예전에 근무했던 대안학교에서는 어느 교사가 열정이 앞서 창의적인 시도를 하면, 지지하고 격려하는 문화가 있었는데, 일반학교에서는 그만하라고 말립니다. 누가 책임질거냐며 힘을 뺍니다. 뭔가 바뀌려면 누군가는 변화를 시도해야 하고 그게 의미 있을 때 바뀌게 되는 걸 대안학교에서 배웠습니다. 교육청, 교육부를 의식하지 않아야 일반학교도 바뀔 수 있습니다. 내가 생각할 때 최선의 방법이라면 눈치보고 하지 않는 것보다는 눈치 안 보고 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책임질 일만 학교 자율성을 말하지 말고, 진정한 교사의 교육활동 자율성이 이뤄져야 합니다."

하샘 "어쩌면 코로나는 우리를 잠깐 멈춰 세우고 되돌아보라고 온 것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온라인이든, 오프라인이든, 전혀 학교 같지 않은 학교일지라도 아이 한 명 한 명을 귀하게 존중하는 그런 학교를 꿈꾸라는, 그리고 그런 교사가 되라는, 저는 직업이 교사라서 이런 고민을 하는 것이 당연하지만 어른들도 자연스레 우리 아이들의 성장을 고민하는 사회가 되길 바랍니다. 코로나는 재앙이기도 하지만 멈춤이기도 합니다. 멈추었을 때 스물스물 기어가기보다는 힘차게 뛰어 나갈 수 있게 신발끈을 묶는 여유도 필요합니다. 학교가 수단이 아니라 배움과 가르침의 장이 되었으면 정말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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