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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후진술하는 김재규 전 중앙정보부장
 최후진술하는 김재규 전 중앙정보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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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긴 세월이 흘렀다.

1987년 6월항쟁으로 전두환ㆍ노태우 일당이 단죄되고 김영삼 정부에 이어 1998년 최초의 수평적 정권교체인 김대중 정부가 수립되었다.

국민들은 모처럼 민주화의 세상을 맞았다. 이런 분위기에서 2000년 5월 24일, 경기도 광주시 오도면 삼성개발공원묘역에서 김재규장군 20주기 추모식이 열리고, 이어 '10ㆍ26재평가와 김재규장군 명예회복추진위원회' (상임대표 함세웅 신부)가 결성되었다.
  
 '고 김재규 장군 25주기 추도식'이 교수형 집행일을 하루앞둔 23일 오후 서울 종로 기독교회관에서 10·26 재평가와 김재규 장군 명예회복추진위 주최로 열렸다.
 "고 김재규 장군 25주기 추도식"이 교수형 집행일을 하루앞둔 23일 오후 서울 종로 기독교회관에서 10·26 재평가와 김재규 장군 명예회복추진위 주최로 열렸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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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음지에서 이를 꾸준히 추진해온 천주교 함세웅 신부와 강신옥ㆍ안동일 변호사 등의 숨은 노력이 있었다. 이날 모임에는 정의구현사제단의 김승훈ㆍ함세웅 신부, 유현석ㆍ이돈명ㆍ강신옥ㆍ안동일 변호사, 광주 전남의 송죽회원들이 참석하였다. '위원회'를 이끈 함 신부의 소회다.

정당방위의 원리는 공동체에도 그대로 적용되어야 합니다. 공권력을 남용한 정부도 공동선의 원리에 따라 국민의 이익과 공동체의 저항권을 통해서 타파되어야 하지요. 이토 히로부미를 사살한 안중근 의사의 결단이 바로 그런 것입니다. '살인하지 말라'는 십계명은 남의 생명을 해치지 말 것과 함께 자신의 생명을 귀중하게 지킬 것을 명하는 것이지요. 공권력의 횡포와 정부기관의 이름으로 자행되는 권력의 남용과 폭군적 압제 하에서 민중의 저항권은 성서와 교회가 함께 확인한 보편적인 원리입니다.

박정희는 불법적 반란으로 민주정부를 전복한 공동체의 적이며, 권력남용과 잔인한 폭력으로 무죄한 사람을 죽이고 가둔 공동체의 암적 존재입니다. 인혁당사건 같은 것이 대표적인 예입니다. 개인의 자유와 권리, 공동체의 선익을 위해서 박정희를 제거한 김재규부장의 결단은 정당방위 차원에서 재해석되고 평가되어야 합니다.

1909년 10월 26일에 이토 히로부미를 사살한 안중근 의사와 70년 후인 1989년 같은 날인 10월 26일 박정희를 제거한 김재규 부장 두 분이 모두 목숨을 걸고 불의한 자를 제거했다는 같은 맥락에서 해석하고 연계해야 합니다. (주석 3)


김재규장군의 구명운동과 명예회복운동에는 사건 처음에는 국선, 얼마 뒤부터는 사선변호사로서 활약한 변호사들의 노력이 지대하였다. 「상고이유서」와 대법원 판사들의 「소수의견」을 구명운동에 활용케 하고, 사후 엄혹한 시대에도 굴하지 않고 10ㆍ26의 진실과 김재규 장군의 명예회복을 위해 노고를 아끼지 않았던 분들이다.
  
'10·26 재평가와 김재규장군 명예회복 추진위원회'가 27일 서울 안암동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오른쪽이 강신옥 변호사. '10·26 재평가와 김재규장군 명예회복 추진위원회'가 27일 서울 안암동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오른쪽이 강신옥 변호사.
▲ "10·26 재평가와 김재규장군 명예회복 추진위원회"가 27일 서울 안암동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오른쪽이 강신옥 변호사. "10·26 재평가와 김재규장군 명예회복 추진위원회"가 27일 서울 안암동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오른쪽이 강신옥 변호사.
ⓒ 오마이뉴스 손병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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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규장군의 변론과 사후 명예회복에 앞장 선 강신옥 변호사의 소회를 소개한다.

우리들은 김재규장군이 내란목적 살인죄란 파렴치범으로 재판을 받고 사형 당한 것은 잘못된 역사적 심판이고 김재규장군의 10ㆍ26의거야말로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친 거사로 보아야 하고, 그의 명예를 회복시켜 주어야 한다고 생각하여 '10ㆍ26재평가와 김재규장군 명예회복'을 위한 모임을 만들게 된 것입니다.

민주화의 상징이었던 김영삼 정부나 김대중 정부에 실망한 국민들이 반사적으로 박정희 대통령에 대한 향수를 갖게 된 것도 사실입니다. 이런 분위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김재규장군에 대한 재평가에 부정적이거나 무관심한 현상이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그렇지만 훌륭한 일을 한 사람에 대한 찬사와 그런 행동에 대해 제대로 평가해 주지 못한다면 민족의 정기를 제대로 지킬 수 없다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민족의 정기를 지킨다는 차원에서, 역사를 제대로 써야 한다는 뜻에서 10ㆍ26 재평가와 김재규 장군의 명예는 회복되어야 합니다. (주석 4)

 
 10·26 사건 당시 김재규의 변호를 맡았던 안동일 변호사는 10·26 사건 26주기를 앞두고 사건 및 재판 진행 과정을 조명한 '10·26은 아직도 살아있다'(랜덤하우스중앙)를 냈다.
 10·26 사건 당시 김재규의 변호를 맡았던 안동일 변호사는 10·26 사건 26주기를 앞두고 사건 및 재판 진행 과정을 조명한 "10·26은 아직도 살아있다"(랜덤하우스중앙)를 냈다.
ⓒ 오마이뉴스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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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ㆍ26거사 이후 처음부터 끝까지 변론을 맡았고 명예회복운동에도 앞장 선 안동일 변호사의 추모사 한 대목이다.

일제 36년의 잔재들이 여기저기 남아 있어 여태껏 과거사 청산의 이슈로 떠올라 있는 것처럼 군사정권 32년의 유산에서 우리는 자유롭지 못합니다. 저는 우리나라의 독립운동, 건국, 근대화 및 산업화, 그리고 민주화의 방향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편입니다. 그러나 여러분이 유신의 심장을 멈추게 하여 자유민주주의의 회복을 가져왔지만, 안타깝게도 계층, 지역, 이념, 세대 등 사이의 갈등과 반목이 극심한 현실입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지혜롭게 함께 더불어 대한민국의 번영과 통일을 이룰 수 있을까요?

사랑하는 10·26영령이시여! 
김 장군과 저는 같은 불자입니다. 그래서 이에 대한 해답을 원효의 '화쟁(和諍)' 사상에서  찾으려 합니다. 자기의 견해만이 맞는다고 하는 오만과 집착에서 벗어나 부정과 긍정의 극단을 버릴 때 자유자재한 지혜를 얻게 될 것입니다. '화쟁'이야말로 '더불어 살고 나누며 사는' 이 시대를 꿰뚫는 화두일 것입니다. (주석 5)

 
1979년 박정희 대통령이 살해된 궁정동 총격사건과 관련해 김재규 중앙정보부장과 그의 부하들이 군사법정에 섰다. 1979년 박정희 대통령이 살해된 궁정동 총격사건과 관련해 김재규 중앙정보부장과 그의 부하들이 군사법정에 섰다.
▲ 1979년 박정희 대통령이 살해된 궁정동 총격사건과 관련해 김재규 중앙정보부장과 그의 부하들이 군사법정에 섰다. 1979년 박정희 대통령이 살해된 궁정동 총격사건과 관련해 김재규 중앙정보부장과 그의 부하들이 군사법정에 섰다.
ⓒ 보도사진연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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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사람과 지역에서 10ㆍ26과 김재규장군을 외면ㆍ망각할 때 유독 전남 광주의 민주인사들이 송죽회를 조직하여 추모 비석을 세우고, 해마다 기일이면 묘역에서 추도식을 열었다. 그리고 그때마다 성명을 발표했다. 14주기인 1994년 5월 24일 채택한 「김재규 의사의 역사적 재조명을 주장한다」의 중간 부문이다.

그분이 한 독재자의 영구집권에 일조했음을 부인할 수 없지만, 항상 가슴에 묻어두었던 자유ㆍ민주를 향한 열정은 그의 생애 곳곳에서 발견되고 있음도 부인할 수 없다.

그 어둡던 역사의 질곡에서 헤어나지 못하던 시절 부마항쟁을 비롯한 민주화의 열기가 용솟음칠 때 민중을 살육하며 영구집권을 획책하려 했던 독재자와 그 일당들에게 올바른 수습책을 건의했음에도 묵살 당하는 등 철저히 반민중적 비윤리적 정치행태를 보여온 독재자를 그대로 둘 수 없다는 구국의 일념이 그분으로 하여금 거사를 할 수밖에 없었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자 한다.

우리는 18년간의 서슬퍼런 군부독재 하에서 모든 것을 빼앗기고 말할 수 없는 고통을 감내하면서까지 민주화를 외쳤던 사실을 다시 한 번 상기하면서, 의로운 한 인간의 조국과 민족을 향한 살신성인의 정신을 높이 평가하고자 한다. (주석 6)


주석
3> 앞의 책, 362~363쪽.
4> 강신옥, 「역사 재평가로 민족정기를 세우자」, 『국민 여러분! 민주주의를 만끽하십시오』, 발간사.
5> 안동일, 앞의 책, 426쪽.
6> 앞의 책, 240쪽.

 

덧붙이는 글 | <[김삼웅의 인물열전] 박정희를 쏘다, 김재규장군 평전>은 매일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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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사독재 정권 시대에 사상계, 씨알의 소리, 민주전선, 평민신문 등에서 반독재 언론투쟁을 해오며 친일문제를 연구하고 대한매일주필로서 언론개혁에 앞장서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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