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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모두 부모가 처음이다.
 우리는 모두 부모가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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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를 가진 여성의 신체는 아이의 성장에 따라 변화한다. 출산이 임박할수록 깊은 잠이 들기 어렵다. 아이를 가진 여성은 먹고, 자고, 움직이고, 듣고, 말하고, 읽고, 쓰고, 만나는 그 모든 일을 하기 전에 먼저 아이를 떠올린다. 대부분의 부모는 세상에 나올 아이에게 무엇이 도움이 되는지 배우고, 배운 대로 살기 위해 애쓴다. 아이를 잘 키우기 위해서.
  
아이가 세상에 태어났다. 어떤 아이는 젖을 빠는 힘이 세고, 어떤 아이는 빠는 힘이 약하다. 많이 먹고 많이 자는 아이도 있고, 적게 먹고 적게 자는 아이도 있다. 머리만 대면 자는 아이도 있고, 엄마 품에서 떨어지면 울어대는 아이도 있다. 부모는 아이가 언제 고개를 드는지, 앉는지, 걷는지, 말하는지, 읽는지 지켜본다. 아이가 잘 자라는지 걱정되니까.
  
너무 먹어서 걱정, 너무 안 먹어서 걱정, 너무 자서 걱정, 너무 안 자서 걱정, 말이 늦어서 걱정, 글자를 늦게 깨우쳐 걱정 등 아이의 발달을 지켜보는 부모는 늘 걱정의 연속이다. 왜 걱정할까? 모르니까. 몰라서 묻고 싶지만 물어 볼 곳이 없다. 자녀를 낳고 기르는 부모를 만나도 사실 잘 모른다. 다들 부모가 처음이니까. 아이 키우는 일도 미숙한 데다 낯선 타인과 이야기 나눌 시간도 여유도 없다.

돌봄소진(Caring burnout)은 전문가로서의 애착이 에너지를 소모시킨다. 소위 '쉼 없는 돌봄'을 말한다. 사람을 상대하는 직업을 가진 이들은 자신이 하는 일이 가치 있다는 걸 확인하고 싶어 하지만, 이 직업의 특성상 즉각적이고 구체적인 결과는 일상적으로 보이지 않는다.

즉각적인 결과가 보이지 않으므로 자신이 하는 일이 변화를 가져오는지 의심하게 되고, 이는 결국 심신을 약화시키는 결과를 가져온다. 동료와의 교류가 거의 없거나 지나치게 문제가 많은 내담자를 만나고 있거나, 업무 외에 동료로부터 다른 관심을 받지 못하는 상담자의 경우도 소진의 가능성이 높다. 점점 더 내담자에 집중하기 힘들고 하던 대로 무심하게 반응하게 된다(Skovholt, 2001, 2012a).

부모의 체벌을 아이는 그대로 답습했다
 
말로 양육할 수 없다고 판단한 부모는 다시 체벌을 선택한다. 많은 성인이 체벌금지를 반대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체벌이 아닌 훈육으로 아이를 양육하는 방법을 모르기 때문이다.
 말로 양육할 수 없다고 판단한 부모는 다시 체벌을 선택한다. 많은 성인이 체벌금지를 반대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체벌이 아닌 훈육으로 아이를 양육하는 방법을 모르기 때문이다.
ⓒ (주)프레인글로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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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녀를 양육하는 부모도 이와 같다. 아이를 기르는 일이 가치 있다는 걸 확인하기 위해 공부를 시킨다. 자신의 양육이 아이를 잘 자라게 한다는 것을 보고 싶으니까. 따라서 눈에 보이는 점수나 등급으로 아이의 성장이 드러나는 시험에 매달리기 쉽다. 주변에 마음을 나눌 이웃이 없거나, 양육의 어려움에 대한 관심과 인정을 받지 못하는 부모의 경우 소진되기 쉽다. 가사양육이란 결과가 잘 드러나지 않는 일을 폄하하는 사회이니까. 아이가 성장하는 모습을 찾기 어려울수록, 주변에서 가사양육의 노고를 알아주지 않을수록 점점 자녀에게 무심하게 반응하게 되리라는 걸 짐작할 수 있다.

아이가 커갈수록 자율성도 커져 간다. 하지만 모든 일에 미숙하다. 당연히 실수를 반복한다. 하지만 부모에게 실수를 용인할 만큼의 여유가 없다. 장시간의 노동에 시달리면서도 누구와도 이야기 나누지 못하는 부모는 높은 스트레스에 싸여 있으니까. 따라서 스트레스가 높은 부모는 아이의 즉각적인 변화를 촉구한다. 짜증과 답답함이 담긴 목소리에 아이는 긴장하고, 긴장한 아이는 다시 실수를 반복한다. 말로 양육할 수 없다고 판단한 부모는 다시 체벌을 선택한다. 많은 성인이 체벌금지를 반대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체벌이 아닌 훈육으로 아이를 양육하는 방법을 모르기 때문이다.

한 아이가 있었다. 아이 옆을 지나가다 눈을 가릴 정도로 자란 머리카락을 넘기기 위해 손을 들었다. 아이는 갑자기 왼쪽으로 몸을 움직이며 손으로 머리를 가렸다. 마치 교사인 내가 자신을 때리려는 것으로 느낀 듯했다. 왜 그랬을까? 체벌 때문이다. 아이의 부모는 아이의 머리를 쥐어박았다. 말을 안 들으면 등짝을 때리거나, 머리를 쥐어박거나, 그도 안 되면 회초리로 종아리를 때렸다. 처음에는 엄마가 체벌을 했다. 아이가 크자 아빠가 체벌을 이어갔다. 아이가 말로 해서 듣지 않았기 때문이다.

아이는 학교에서 문제를 일으켰다. 친구들이 자기 말을 듣지 않으면 등짝을 때리거나 머리를 쥐어박았다. 부모가 자신을 대하는 방식대로 아이는 친구를 대한 것이다. 체벌을 선택한 이유는 크게 두 가지였다. 첫째, 먹고 사느라 너무 바빠 아이의 사정을 들어줄 여유가 없었다. 부모는 아이가 즉각 변화하기를 원했다. 하지만 사람은 그리 빨리 변하는 존재가 아니다. 어른도 좋은 습관을 갖기 위해 갖은 노력을 더 하는데 하물며 아이는 오죽할까?
  
둘째, 여유가 있다 해도 어떻게 대화해야 할지 배운 적이 없다. 체벌이 아이의 자존감을 낮춘다는 것을 알지만 체벌 이외에 다른 방법으로 아이를 양육하는 법을 배운 적이 없다. 체벌은 배우지 않아도 할 수 있는 양육이었기에 언제나 선택은 체벌이었다.

우여곡절 끝에 아이 어머니와 상담을 했다. 어머니는 아이에 대한 걱정이 많았다. 스스로 공부를 했으면, 친구와 사이좋게 지냈으면 하는 바람을 드러냈다. 스스로 공부하지 않고, 친구들과도 크고 작은 갈등을 만들어 속상하다고 했다. 아이가 잘 자라도록 도우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물어오셨다. 그랬다. 아이 어머니는 체벌 이외의 다른 양육 방식을 배울 기회가 없었던 것이다. 

과거에 비해 아이를 키우기 힘들어졌다. 생각해 보자. 공동주택 거주 비율이 높아짐에 따라 이웃 간 갈등이 빈번해졌다. 이웃사촌은 책에서만 발견된다. 출산율이 낮아짐에 따라 비슷한 또래를 키우는 부모를 만날 기회도 적다. 대면보다 전화, 전화보다 문자로 의사소통하는 것이 편한 부모들이 많다. 따라서 이웃 간 교류는커녕 교사와의 상담도 부담스럽다.
  
더구나 부모의 학력이 높아짐에 따라 교사들에 대한 신뢰도 낮아졌다. 가정에서 한두 명의 아이를 양육하는 부모가 학교에서 수십 명의 아이를 교육하는 교사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지 않는다. '아이를 안 낳아 봐서' 혹은 '결혼을 안 해서' 혹은 '내 아이는 내가 가장 잘 아니까' 듣지 않는다. 결국 부모가 선택하는 양육 방식은 본능을 따를 수밖에 없다. 그래서 대다수 어른은 말한다. 체벌 없이 양육은 불가능하다고. 
     
'학교 내 체벌금지법 반대'했던 선생님들은 어떻게 변화했나
  
2018년 아동학대 주요통계에 따르면 총 아동학대의심사례인 3만 3532건 중 아동학대 사례는 2만 4604건(73.4%), 조기지원사례 2392건(7.1%), 일반사례 6368건(19.0%)으로 나타났다.
 2018년 아동학대 주요통계에 따르면 총 아동학대의심사례인 3만 3532건 중 아동학대 사례는 2만 4604건(73.4%), 조기지원사례 2392건(7.1%), 일반사례 6368건(19.0%)으로 나타났다.
ⓒ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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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12월 4일부터 8일까지 전국 20세 이상 성인 1천 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보건복지부 조사에서 성인의 68.3%가 여전히 체벌이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2019년 5월 정부에서는 민법 제915조에 있는 친권자의 징계권을 폐지하겠다고 발표했다. 징계권이란 민법 915조의 "친권자는 그 자를 보호 또는 교양하기 위하여 필요한 징계를 할 수 있고 법원의 허가를 얻어 감화 또는 교정기관에 위탁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조항을 부모의 체벌이 허용된 것으로 해석하기에 법무부의 '포용적 가족문화를 위한 법제 개선 위원회'는 아동의 권익 향상을 위하여 자녀 징계권 조항을 삭제하고 훈육으로 대체하라고 권고했다.

보건복지부의 '2018년도 아동학대 주요 통계'에 따르면 아동학대 신고는 총 3만 6417건이 있었다. 이 중에서 실제 아동학대 사례는 2만 4604건(73.4%)이고 학대 행위자의 76.9%(1만8919건)이 부모였다. 부모 학대 가해자는 친아버지가 1만 747건(43.7%), 친어머니가 7337건(29.8%)였고 계부와 계모는 3.2%에 불과했다. 아이들 대부분 친부모로부터 학대를 당하고 있던 것이다. 따라서 학대받는 아이들을 보호하기 위해 정부가 나서서 법 개정을 추진하는 것이다.

2011년 3월 17일,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이 개정되면서 학생에 대한 신체적 처벌을 금지하는 '체벌금지법'이 시행되었다. 당시 대다수 학교는 '체벌하지 않고 수업을 방해하거나, 참여하지 않는 학생들을 통제할 수 없다'며 체벌금지법에 대해 반발했다. 여전히 각 포털 사이트 댓글에는 체벌을 금지한 진보 교육감 때문에 학교가 엉망이 되었다는 글이 달리고 있다.
  
신체적 처벌을 금지하는 체벌금지법이 시행되면서 교사들은 체벌 없이 아이들을 가르치는 법을 배워야 했다. 마주 이야기, 회복적 생활교육, 학급긍정훈육, 비폭력 대화 등의 연수와 책이 널리 퍼졌다. 많은 교사가 체벌 없이 아이를 가르치는 법을 배웠고 실천했다. 학교 현장에서 체벌은 남의 나라 이야기가 되었다.
   
국가가 양육할 수 있는 환경 만들어줘야
 
  
의붓아들을 여행용 가방에 가둬 심정지 상태에 이르게 한 의붓어머니가 3일 영장 실질심사를 위해 대전지방법원 천안지원으로 들어서고 있다.
 의붓아들을 여행용 가방에 가둬 심정지 상태에 이르게 한 의붓어머니가 3일 영장 실질심사를 위해 대전지방법원 천안지원으로 들어서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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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학대의 시작은 체벌이다. 체벌 없이 자녀를 양육하는 부모가 늘어나야 한다. 체벌없이 양육하는 법을 널리 알려야 한다. 친권자의 징계권을 폐지하고 더 많은 가정이 체벌 없는 양육을 통해 우리 아이들이 어릴 적부터 가장 가까운 부모에게 존중받으며 자랄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어떤 아이도 체벌 없이 교육이 가능하다는 것을 수많은 교사가 증명한 것처럼 어떤 자녀도 체벌 없이 양육이 가능하다는 것을 수많은 부모가 증명해 내리라 기대하는 이유다.

따라서 아이가 어릴 적부터 부모와 함께 하는 시간을 갖고 체벌 대신 대화로 양육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어야 한다. 경제적인 여유와 더불어 자녀와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을 만들어주어야 한다. 12시간 온종일 학교돌봄 대신 부모의 조기 퇴근과 그에 따른 사회적 비용을 국가가 책임지는 방식으로 나아가야 한다. 특히 남성의 가사양육을 장려하는 제도가 만들어져야 한다. 지금처럼 여성이 가사양육을 전담하는 구조는 반드시 어머니와 자녀 모두에게 큰 부담이 된다. 여성의 높은 스트레스는 반드시 아이에게 악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아이가 부모와 건강한 애착을 형성해야 마을과 학교라는 공간을 마음껏 탐색하고 배워갈 수 있다. 건강한 애착은 스트레스로 가득한 부모의 체벌이 아닌 건강한 부모와의 대화를 통해 만들어진다. 어떤 아이도 체벌 없이 교육이 가능하다는 것을 수많은 교사들이 증명한 것처럼 어떤 자녀도 체벌 없이 양육이 가능하다는 것을 수많은 부모들이 증명해냄으로써 많은 아이들이 건강하게 자랄 것이라 기대한다.

덧붙이는 글 | 해당 글쓴이는 현직 교사이자 실천교육교사모임 전략기획실장입니다.


태그:#아동학대, #돌봄, #가족, #안전망, #신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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