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N '온앤오프'

tvN '온앤오프' ⓒ CJ ENM

 
매주 토요일 오후 방영하는 tvN 예능 <온앤오프>는 스타들의 "사적 다큐"를 표방한 프로그램이다. 바쁜 일상의 본업(ON) 속에서도 '사회적 나'와 거리두기 시간(OFF)을 갖는 스타들을 새로운 시선으로 담겠다는 것이 편성 당시 표방했던 이 프로그램의 기획 의도였다. 방송 초반 MC 성시경, 김민아, 조세호 등의 일상을 담으면서 출발한 <온앤오프>에게 MBC <나 혼자 산다>와의 비교는 극복해야할 과제였다.

스타 1인의 하루를 카메라로 담고 스튜디오에 둘러 앉은 동료 연예인들이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는 형식에선 기존 관찰 예능의 방식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온앤오프>만의 차별화는 분명 존재했었다. 프로그램 제목처럼 본업(ON) 속의 나 vs. 연예계 바깥 세상 속의 나(OFF)를 적절히 대비시키고 과도한 자막이나 스튜디오 패널의 간섭은 가급적 배제했다.

이러한 의도가 돋보였던 건 지난 4회 방영분(5월23일)에 등장한 배우 심은우의 이야기였다. JTBC <부부의 세계>로 뒤늦게 빛을 본 심은우는 아직은 불안정한 배우로서의 삶 외에 요가 강사라는 OFF의 직업을 동시에 꾸려 나가는 인물이었다. 닮은 듯 닮지 않은 2개의 생활은 <온앤오프>가 구상했던 그림에 가장 잘 맞는 액자였고 시청자들의 공감, 화제의 인물 출연 등이 맞물리면서 시청률 급상승 효과도 거두게 된다. (2.3%, 닐슨코리아 전국 기준)

흔들리는 기획 의도... 사라진 균형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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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vN '온앤오프'

tvN '온앤오프' ⓒ CJ ENM

 
그런데 짧은 시간 만에 <온앤오프>는 자신만의 장점의 희석되는 애매한 방송으로 흘러가버렸다. 유튜버를 겸하는 마마무 솔라의 이야기는 그냥 <나혼자산다> 속 내용과 크게 다를 바 없었고 화제를 모았던 소녀시대 윤아의 출연분은 외부적 생활에만 촛점을 맞춘다. 아늑한 거실 분위기의 스튜디오라는 점을 제외하면 MC진과 초대손님의 대화는 과장된 화법과 개그적 입담 정도만 배제된 <나혼자산다>라고 해도 무방해보였다.

평범한 일상을 담아내던 초반 몇회분과 달리, 최근의 이야기는 기존 관찰 예능 마냥 방송 내용을 만들기 위한 구성으로 일관한다. 성시경은 선배 가수 백지영, 김조한을 초대해 막걸리 가든파티를 마련하고 배우 최귀화의 방영분은 마치 후배들과 함께하는 여행처럼 화면을 채워나간다.

ON과 OFF의 균형감이 허물어지면서 당초 기획의도 역시 함께 흔들려버린다. OFF가 강조되는 방송의 내용은 결과적으로 tvN표 <나혼자산다>로 시청자들에게 보여질 수밖에 없다. 제작진에게도 이에 대한 고민이 없진 않겠지만 뭔가 확실한 결정을 내려야 하지 않을까? 인기 예능 따라하기식 카피캣이 되어 버린다면 <온앤오프>로선 자칫 시일 내에 한계점에 도달해버릴지도 모른다.

애매한 스튜디오 토크의 역할, 낚시성 예고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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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vN '온앤오프'

tvN '온앤오프' ⓒ CJ ENM

 
고정 3인 MC 외에 자신의 일상을 보여주는 초대 연예인, 그리고 <이태원 클라쓰> 크리스 라이언 등이 자리를 함께하는 스튜디오 토크의 역할도 애매모호하다. "사적 다큐"를 표방했던 <온앤오프>로선 이 스튜디오의 등장 자체가 기존 관찰 예능의 그늘 같은 역할을 담당하고 만다. 게다가 외국인 배우 크리스는 별다른 존재감을 보여주지 못하고 조세호 역시 <해피투게더>와 마찬가지로 겉도는 토크로 아쉬움을 남긴다.

낚시성 예고편의 등장도 개선의 필요성을 부각시킨다. 13일 방영분에선 인기그룹 오마이걸의 리더 효정의 숙소 독립 이야기를 담았다. 그런데 당초 예고편 등에서 볼 수 있었던 내용은 정작 본 방송에선 등장조차 하지 않았다. 기존 숙소에서 멤버들과 함께 짐싸면서 나눈 이야기는 '선공개' 명목으로 유튜브, 네이버TV 등 동영상 플랫폼에서만 볼 수 있었고 그외 자전거 타는 장면 등은 아예 통편집 처리되었다.

몇몇 예능들이 예고편에 소개한 장면을 본 방송엔 넣지 않으면서 시청자들의 불만을 자아내곤 하는데 <온앤오프>마저 이에 동참하다보니 보는 이들로선 "뭔가 속았다"라는 감정이 생길 수밖에 없다.  이런저런 수식어는 많이 나열했지만 "또 관찰예능이네"로 귀결되는 상황 속에 이러한 식의 편집마저 등장한다면 시청자들의 리모콘은 금새 다른 채널번호 선택으로 연결될 수 있다.
 
덧붙이는 글 필자의 블로그 https://blog.naver.com/jazzkid 에도 수록되는 글 입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게재를 허용합니다.
온앤오프 관찰예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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