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 초반 '빠따볼' 돌풍을 일으켰던 김남일 감독의 성남FC가 첫 시험대에 직면했다. 시즌 개막 후 4라운드까지 2승2무로 순항하던 성남은 지난 7일 대구FC와의 홈경기에서 1-2로 패하며 시즌 첫 패배를 기록했다. 초보 사령탑인 김남일 감독의 데뷔 첫 패배이기도 했다.

여기에 성남은 오는 13일에는 강력한 우승후보인 울산 현대를 원정에서 만난다. 김남일 감독의 부임 이후 만나는 가장 강한 상대라고 할 수 있다. 현재 2위인 울산은 올시즌 3승2무로 K리그1 12개 클럽 중 유일하게 아직까지 패배가 없는 팀이다. 이청용, 주니오, 윤빛가람, 조현우 등 호화멤버를 자랑하는 울산은 올시즌 벌써 13골을 폭발시키며 리그 최다득점을 기록할 만큼 화끈한 공격력을 자랑한다. 현재 리그에서 두 자릿수 득점을 넘긴 팀도 울산이 유일하다.

울산은 개막 후 2연승을 달리다 5월24일 부산전(1-1), 5월30일 광주전(1-1) 등 승격팀과의 2연전에서 연이어 무승부에 그치며 잠시 주춤했으나 지난 6일 난적 포항과의 '동해안더비'에서 4-0 압승을 거두며 분위기를 다시 끌어 올렸다. 객관적 전력 면에서 성남에게는 버거운 상대임에 틀림없다. 첫 패배의 충격에서 빠져나올 틈도 없이 이번엔 호랑이 굴에 들어가야 하는 김남일 감독으서는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스타 출신 지도자인 김남일 감독은 올시즌 성남 사령탑 부임과 동시에 빠따볼 신드롬을 일으키며 화제를 모았다. 안정된 수비 조직력을 바탕으로 아기자기한 패스플레이와 빠른 템포로 이어지는 역습축구는 상당히 위협적이었다. 특유의 카리스마넘치는 이미지와 느와르 영화를 연상시키는 올블랙 패션도 많은 주목을 받았다. 비인기 구단에 가까웠던 성남이 경기 내외적으로 올시즌 K리그에서 가장 화제를 몰고다니는 구단으로 급부상한 것은 역시 '김남일 효과'를 빼놓고 설명할 수 없었다. 그 영향력을 인정받아 김남일 감독은 초보 감독임에도 데뷔 한달 만에 '5월의 감독상'을 수상하는 영광을 누리기도 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성남의 초반 돌풍에는 어느 정도 거품이 끼었다고 보는 시각도 존재한다. 실제로 성남이 개막 초반 상대했던 팀들은 광주(2-0) 인천(0-0), 강원(1-1), 서울(1-0) 등 우승후보들과는 거리가 있었고 이중 성남보다 높은 순위에 있는 팀은 강원 뿐이다. 서울 같은 강팀을 잡는 이변을 일으키기도 했지만, 최하위에 그치고 있는 인천과 무승부에 그치는 등 정작 경기내용에는 기복이 있는 편이었다.

그동안 성남의 호성적은 어느 정도 운이 따라준 측면도 있다. 서울전만 놓고봐도 경기내용에서는 후반 중반까지 사실상 서울의 페이스에 일방적으로 밀린 경기였다. 골키퍼 김영광의 선방과 골대 행운 등이 없었다면 먼저 선취골을 내주고 무너졌어도 이상하지 않았을 흐름이었다.

첫 패배를 당한 대구전 역시 결과는 한골차 역전패였지만 오히려 내용상으로는 더 크게 밀린 경기였다. 이날 경기 전까지 리그 4연속 무승에 그치고 있던 대구였지만 이날 성남을 상대로 17개의 슈팅(유효슈팅 10개)을 쏟아부으며 단 4개에 그친 성남을 주도권에서 압도했다. 서울전에 이어 대구 역시 김남일 감독의 예상과는 달리 초반부터 강력하게 전방압박을 시도해왔고 성남은 이에 끝까지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다. 그동안 이미 여러 차례 세트피스 수비에서 약점을 드러냈던 성남은 결국 대구를 상대로 2골을 모두 세트피스로 허용한 장면도 뼈아팠다.

사실상 전술 면에서 김남일 감독이 상대 사령탑들과 '수싸움'으로 연달아 밀렸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성남이 초반 기대이상의 선전을 보이면서 이제 상대팀들도 김남일 축구의 전술과 약점을 철저히 분석하고 공략법을 찾기 시작했다는 것을 보여주는 장면이다.

김남일 감독 역시 대구전 이후 "늘 이길 수 없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그게 오늘일줄은 몰랐다. 진다는 것은 역시 적응이 쉽지 않다"는 소감을 남기며 첫 패배에 큰 자극을 받은 모습이었다.

냉정하게 말하면 객관적인 전력면에서 성남은 K리그1 12개팀중 결코 상위권 전력이라고는 하기 어렵다. 시즌 개막 전까지만 해도 성남의 현실적인 목표는 최소한 1부리그 잔류 혹은 잘해봐야 상위스플릿 진출 정도에 초점이 맞춰졌다. 매경기 정신적으로나 전술적으로나 치밀한 준비와 다양한 카드가 없다면 어느 팀이든 성남이 만만하게 볼 수 있는 상대는 없다.

현재 성남은 리그 4위를 기록중이다. 하지만 다음 라운드에서 만일 울산전까지 패배한다면 2연패와 함께 최대 9위까지도 추락할 수 있는 상황이다. 현재 3실점으로 선두 전북과 함께 리그 최소실점을 기록중인 성남의 수비가 울산의 막강 화력에도 버틸수 있느냐가 승부의 관건이 될 전망이다.

그나마 희망적인 부분은 최근 국가대표 공격수 나상호를 영입한 것이다. 성남은 지난 10일 J리그 FC도쿄 소속의 국가대표 공격수 나상호를 올해 연말까지 6개월 단기 임대로 영입했다고 발표했다. 일본 J리그가 코로나 사태 여파로 무기한 중단되면서 나상호는 고심 끝에 경기력 유지를 위하여 K리그 유턴을 결정했다. 국내 여러 기업 구단에서 관심을 보였으나 나상호의 선택은 의외로 시민구단인 성남이었다.

성남은 올시즌 5경기에 5골에 그친 득점력이 가장 아쉬웠다. 광주와의 첫 경기를 제외하면 2골 이상 넣은 경기가 없다. 다른 팀에 비하여 걸출한 외국인 공격수가 없는 성남은 그동안 최전방에서 베테랑 양동현과 신예 홍시후 같은 국내 선수들이 분전했으나 한계가 있었다.

나상호는 폭발적인 스피드와 활동량을 바탕으로 윙어부터 2선 중앙 공격수까지 소화가 가능하다. 코로나 사태로 외국인 선수수급이 쉽지 않은 상황에서 대안으로 김남일 감독이 추구하는 역습 위주의 경기운영에 가장 최적화된 공격자원이라고도 할수 있다. 다만 J리그에서 오랫동안 실전을 소화하지 못하여 경기감각이 떨어져 있다는 게 변수가 될 수 있다.

성남은 울산전을 시작으로 3-4일 단위로 수원-상주(이상 홈)를 잇달아 만나는 빡빡한 일정을 소화해야 한다. 대구전 첫 패배가 변화를 위한 좋은 자극제가 될 지, 아니면 김남일 축구의 본격적인 위기를 알리는 시작점이었는지 다가오는 울산전은 김남일호의 순항을 가늠할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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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일감독 성남FC 나상호 울산현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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