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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9일 폭염 속에서 근무하던 노동자가 쓰러진 채 발견된 현대제철 당진공장 연주1부 크레인. 해당 노동자는 병원으로 이송되는 도중 사망했다.
 지난 9일 폭염 속에서 근무하던 노동자가 쓰러진 채 발견된 현대제철 당진공장 연주1부 크레인. 해당 노동자는 병원으로 이송되는 도중 사망했다. 박씨는 붉은색 표시된 문 안에서 일하다 사망했다.
ⓒ 금속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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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망 장소에 작은 생수병 한 통이 있었다고 한다. 사망한 노동자가 얼마나 참혹한 환경에서 일했는지 알 수 있는 지점이다."

지난 9일 오후 4시 30분께, 현대제철 당진공장에서 일하던 노동자 박아무개(55)씨가 쓰러진 채 발견됐다. 연주1부 크레인에서 캡쿨러(크레인 운전실 온도를 낮추기 위한 냉방시설) A/S 작업을 하던 박씨는 병원으로 후송되던 중 사망했다.

"사고 이후 측정한 현장의 온도가 43도였다"고 밝힌 전국금속노동조합(아래 금속노조)은 해당 노동자가 온열질환에 의해 사망한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4일 대구와 경남 일부 지역에 올해 첫 폭염특보가 내려진 뒤 전국적으로 폭염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사고가 난 당일은 서울에 올해 첫 폭염특보가 내려진 날이었다. 고용노동부는 지난 4일 '폭염 대비 노동자 건강보호 대책'을 발표한 바 있다. 이 발표가 나온 지 닷새 만에 이런 사고가 발생한 것이다.

이 사고의 시사점은 이뿐만이 아니다. 사망자는 하청업체에서 또 다시 용역업체를 통해 고용된 노동자였다. 뿐만 아니라 금속노조에 따르면 2006년 이후 현대제철 당진공장에서만 노동자 38명이 중대재해로 사망했다. '위험의 외주화'와 중대재해 기업이 처벌을 피해가는 현실이 이 사고에 고스라니 반영돼 있다.

"사망한 노동자에게 기저질환 있다? 보호조치 내렸어야"

강정주 금속노조 노동안전보건국장은 11일 <오마이뉴스>와의 전화인터뷰에서 "현장 노동자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특히 현대제철 외주업체 노동자들의 작업환경이 매우 열악하다고 한다"면서 "단기 계약을 맺고 와 있다 보니 시키는 일을 그날 그날 처리하는 수준으로 일하고 있다. 작업 내용을 제대로 숙지시키거나 필요한 교육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2006년 이후 현대제철 당진공장에서만 38명이 중대재해로 목숨을 잃었다. 하지만 원청 사업주는 한 번도 처벌받지 않았다. 2013년에 5명이 아르곤 가스에 질식해 숨졌을 때도 사업주는 벌금에 그치거나 하급관리자가 처벌받는 수준이었다"라며 "때문에 수많은 사망자가 발생하는 상황에서도 사업주가 의무나 책임을 다하지 않는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회사 측은 해당 노동자에게 기저질환이 있다는 입장이다. 사고 현장을 확인한 고용노동부 천안지청도 아직 확실한 사인을 알 수 없다며 작업중지 등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

강 국장은 "산재임을 은폐하려는 악랄한 태도"라며 "행여 회사 말대로 사망자의 건강상태가 좋지 않았다면 합당한 보호조치를 미리 내렸어야 했다. 사고 예방의 의무를 다하지 않은 회사가 책임을 노동자 개인에게 떠넘기고 있다"라고 비판했다.

이어 "고용노동부도 회사 측도 사망자의 개인질병 등만을 이야기하고 있다. 그런데 바로 다음 날(10일) 다른 분이 고온 상태에서 작업하다 또 쓰러졌다"라며 "다행히 이 분은 큰 사고로 이어지지 않았지만, 사망 사고가 발생한 이후에도 고온 작업자에 대한 보호가 전혀 이뤄지지 않았던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아래는 강 국장과의 전화인터뷰를 정리한 내용이다.
  
"2006년 이후 현대제철 당진공장에서만 38명 죽어... 사업주 책임 안져"
   
 지난 9일 폭염 속에서 근무하던 노동자가 쓰러진 채 발견된 현대제철 당진공장 연주1부 크레인. 해당 노동자는 병원으로 이송되는 도중 사망했다.
 지난 9일 폭염 속에서 근무하던 노동자가 쓰러진 채 발견된 현대제철 당진공장 연주1부 크레인. 해당 노동자는 병원으로 이송되는 도중 사망했다.
ⓒ 금속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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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고가 발생한 캡쿨러 A/S 작업은 어떤 업무인가.
"제철소의 연주공장(쇳물을 고체로 만들어 중간소재 생산)에 크레인이 있는데 그곳 운전실이 엄청 덥다. 캡쿨러는 그 운전실의 에어컨이라고 보면 된다. 세원센츄리란 업체가 현대제철 당진공장의 캡쿨러 설치 및 A/S를 맡은 외주업체였는데 사고를 당한 노동자는 세원센츄리에서도 일용직으로 고용된 분이었다. 크레인의 운전실이 워낙 높은 데에 있고 고온이기 때문에 고소작업(높은 곳에서 하는 작업)의 위험성과 온열질환에 대한 위험성을 동시에 갖고 있다. 크레인 운전실의 노동자를 고온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일하던 노동자가 오히려 고온 때문에 사고를 당한 상황이다."

- 현대제철 당진공장에서의 사고가 유독 잦다.
"제철소 자체가 위험한 설비나 작업을 많이 하는 작업장이다. 특히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사고 위험에 많이 노출돼 있다. 현대제철에서 사고가 날 때마다 가보면, 제대로 된 안전조치가 안 돼 있음을 반복적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그런데도 고용노동부는 특별감독을 실시하거나, 문제가 개선됐는지 제대로 확인하지 않았다. 사업주 또한 제대로 처벌받은 적이 없다. 사람이 몇 명씩 죽어도 이런 시스템이기 때문에 사고가 반복되는 것이다."

- 이번에도 고용노동부 천안지청은 '사인이 명확히 확인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때문에 현재 작업중지 등 어떤 조치도 내려지지 않은 건가.
"설비에 끼어 사망한 경우에도 사고 난 공정에만 작업중지 명령이 내려지는 게 현실이다. 그것도 허술하게 해제해왔다. 이번의 경우엔 작업중지마저도 이뤄지지 않았다. 고용노동부도 회사 측도 사망자의 개인질병 등만을 이야기하고 있다. 그런데 바로 다음 날(10일) 다른 분이 고온 상태에서 작업하다 또 쓰러졌다. 다행히 이 분은 큰 사고를 당하지 않았지만, 사망사고가 발생한 이후에도 고온 작업자에 대한 보호가 전혀 이뤄지지 않았던 것이다."

- 폭염이 이어지는 와중에도 일일안전작업점검표나 일일안전작업허가서에 고온에 대한 예방조치가 이뤄지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여름이 아니더라도 고온에서 작업하는 노동자에 대한 안전 조치는 언제든 필요하다. 더구나 폭염 시기에는 더욱 조치가 필요하기 때문에 고용노동부에서도 관련 대책을 발표하고 있다. 2018년부터 고용노동부가 공지해온 '폭염 대비 노동자 건강보호 대책'이 올해에도 지난 4일 발표됐다. 그 대책이 발표된 지 5일 만에 사고가 발생한 것이다."

- 회사 측은 사망자의 건강에 문제가 있었다는 주장을 내놓고 있다.
"산재를 은폐하려는 악랄한 태도다. 우선 회사 측에서 내놓은 사망자 건강 관련 자료가 최근 것이 아니다. 행여 회사 말대로 사망자의 건강상태가 좋지 않았다면 합당한 보호조치를 미리 내렸어야 했다. 사고 예방의 의무를 다하지 않은 회사가 책임을 노동자 개인에게 떠넘기고 있다."

- 사망자의 경우 하청업체으로부터 또 다시 일용직으로 고용된 분이었다. 위험의 외주화와 관련된 이야기가 꾸준히 나오고 있는 와중에 또 이런 사고가 발생했다.
"현장 노동자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특히 현대제철 외주업체 노동자들의 작업환경이 매우 열악하다고 하더라. 단기 계약을 맺고 와 있다 보니 시키는 일을 그날 그날 처리하는 수준으로 일하고 있다. 작업 내용을 제대로 숙지시키거나 필요한 교육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

- 관련 법안이 국회를 통과했지만 여전히 작업장 사고는 이어지고 있다.
"'김용균법'으로 불리는 개정된 산업안전보건법에 도급 금지 업무가 규정돼 있지만 그 대상이 매우 협소하다. 예를 들어 제철소의 다양한 업무 중 중금속을 취급하는 작업 외 대부분이 거의 도급 금지 업무에 해당하지 않는다. 또 원청 사업주의 책임을 강화한다고 했지만 이 역시 현장에선 거의 느끼지 못하고 있다."

-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2006년 이후 현대제철 당진공장에서만 38명이 중대재해로 목숨을 잃었다. 하지만 원청 사업주는 한 번도 처벌받지 않았다. 2013년에 5명이 아르곤 가스에 질식해 숨졌을 때도 회사가 벌금을 내거나 하급관리자가 처벌받는 수준이었다. 때문에 수많은 사망자가 발생했지만 사업주가 의무나 책임을 다하지 않는 것이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은 20대 국회에서 한 번도 논의되지 못한 채 폐기됐다. 민주노총에서 21대 국회에 이를 우선과제로 다뤄달라고 요구하고 있지만 정부와 여당이 태도는 소극적이다"

- 이번 사고 장소에서 물병 한 통이 발견됐다고 들었다.
"사고 목격자가 말하길 사망 장소에 작은 생수병 한 통이 있었다고 한다. 작업하는 곳이 30m 이상 높이이기 때문에 매번 왔다 갔다 하며 물을 마실 수 없지 않겠나. 그래서 본인이 드실 물병 하나 들고 올라가신 거다. 사망한 노동자가 얼마나 참혹한 환경에서 일했는지 알 수 있는 지점이다. 회사는 작업 중 섭취할 수 있는 물과 식염수 등 최소한의 온열질환 예방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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