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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가 어려울 때 비정규직을 그만큼 늘렸으면 이젠 비정규직도 대우해 줘야 하는 게 아닌가 합니다. (중략) 자회사 6500명은 되는데 직접고용 6500명은 안 된다? 말이 안 됩니다. 우리가 아는 이상 자회사 못 갑니다. 뻔히 아는데 이제껏 당하고 살았는데, 입바른 소리 하면 잘렸는데, 때가 왔으면 이제 해 줘야지. 왜 우리 권리 찾기 위해 이렇게까지 싸워야 하나. 억울합니다." (안다현 조합원)
 
 
'세상을 뒤흔든 톨게이트 노동자들의 7개월'이라는 부제를 단 책 <우리가 옳다>(이용덕 지음, 숨쉬는 책공장)의 한 대목이다.
  
 <우리가 옳다> 책 표지
 <우리가 옳다> 책 표지
ⓒ 최육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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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고속도로에서 만나게 되는 톨게이트 노동자들이 통행 요금을 계산하고 영수증을 발급하는 단순한 업무만을 담당하는 것으로 안다. 그래서 이들은 일명 '요금수납원'이라고도 불린다.
 
"전국 52개 고속도로의 하루 평균 통행량은 400만 대가 넘는다. 요금수납원들은 단지 현금 수납만이 아니라 하이패스 미납 체크, 미납 독촉 전화, 미납 독촉 문자 발송, 영상 판독, 과태료 부과, 과태료 변경, 하이패스 상담, 하이플러스 카드 판매 등 하이패스와 연결된 일도 모두 다 했다. 과적 체크, 민원 상담 등 요금 관련 이외의 일도 아주 많았다."
 
"요금수납원들은 원래 비정규직이었을 것이라고, 힘든 일자리는 원래부터 비정규직 일자리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알고 보면 그렇지 않다. 힘든 일자리가 비정규직이어야 할 이유는 없다. 요금수납원들도 원래 정규직이었다. 도로공사는 IMF 사태 이후 외주화를 시작하더니 2008년 전면 외주화를 단행했다."

 
 
요금수납원들은 원래 정규직이었다
 

요금수납원들은 이지로드텍, 미성엠프로, 동호기업, 우리피엔에스 같은 용역업체 소속이었다. 용역업체 사장들은 주로 한국도로공사 정규직 퇴직자였다. 책에 따르면 2014년 기준, 전체 334개의 톨게이트 영업소 가운데 87%인 291개 영업소를 도로공사의 퇴직자들이 운영했다.

도로공사는 15년 이상 근속한 정규직원 중 잔여 정년이 2년 이상 남은 직원을 대상으로 퇴직 후에 받을 퇴직 금액을 미리 계산했다. 이것으로 수의 계약을 체결해 영업소 운영권을 손쉽게 따내게 했다. 더욱이 용역업체가 계약한 각 영업소의 소장은 도로공사 정규직 과장이나 부장이 맡았다. 고속도로 영업소는 도로공사 전·현직 직원들이 장악하며 그야말로 기형적인 도피아(도로공사 마피아) 구조를 구축했다.

요금수납원들은 지난 2019년 6월부터 올해 1월까지 청와대 앞에서, 경북 김천 도로공사 본사에서, 도로공사 서울영업소 옥상 위 천막에서 싸우며 한국도로공사의 직접 고용을 요구했다. 저자 이용덕은 그 자신도 두 차례 경찰에 연행됐다가 풀려났을 만큼 노동자들과 함께 투쟁 현장을 지켰다.
 
저자는 "외주화 이후 노동자들은 끔찍한 고용불안과 지독한 차별을 겪었다"며 요금수납원들을 둘러싼 문제점을 지적했다.
 
"톨게이트 노동자들은 비정규직의 설움을 너무나 많이 겪었다. 대부분 여성 노동자들이다. 약 80%가 넘는다. 전체 요금수납원에서 장애인이 차지하는 비율도 25% 정도다. 새터민도 상당수다. 도로공사와 용역업체는 쉽게 일자리를 찾기 힘든 노동자들의 처지를 이용해 정말 악랄하게 노동자들을 쥐어짰다."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직후인 2017년 5월 12일 인천공항공사를 방문해서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 선언' 정책을 발표했다. 처음에 요금수납원들은 정규직에 대한 기대를 했다. 하지만 도로공사의 비정규직 제로 정책은 요금수납원들의 기대와는 다른 방향으로 흘러갔다. 용역업체 소속 요금수납원들을 도로공사의 자회사로 전환시키려는 조치 때문이었다.
 
요금수납원들이 도로공사 소속이라고 판단한 법원
 
저자는 요금수납원들이 제기한 '근로자 지위 확인 소송'에 대해서 "(2015년 1월 서울동부지방법원 1심과 2017년 2월 서울고등법원 2심) 법원에서도 요금수납원들이 도로공사 소속 노동자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며 "그런데 정부는 자회사라는 이름으로 도로공사가 직접고용을 회피할 수 있는 길을 터 줬다"고 비판했다.
 
"도로공사는 요금수납원들에게 자회사로 가면 임금을 30% 올려주고 정년을 1년 연장해 주겠다고 제안했다. 결국, 5000여 명이 울며 겨자 먹기로 자회사를 선택했고 1500여 명이 자회사를 거부했다."
 
 
<우리가 옳다>는 자회사를 선택하는 대신 도로공사의 직접 고용을 외친 요금수납원 1500여 명의 지난한 투쟁의 과정을 담고 있다. 저자는 도로공사의 자회사에 대해 이렇게 비판하고 있다.
 
"도로공사는 (자회사인) '하이플러스카드(주)'의 수익성이 떨어지자 바로 매각했다. 2007년에 만든 후 4년 만에 매각한 것이다. 'DB정보통신'이라는 자회사도 마찬가지 과정을 밟았다 자회사는 언제든 원청(도로공사) 마음대로 생겼다가 없어졌다. 노동자들에게는 아무런 권한도 없었다."
 
 
요금수납원들이 자회사를 거부했던 이유는 생생하게 기록돼 있다. 다음은 책에 옮겨 놓은 요금수납원들의 목소리다.
 
"요금 자동수납 시스템인 '스마트톨링'을 추진할 가능성이 큽니다. 수납 업무만을 하는 자회사로 갈 경우 고용불안은 불가피합니다. 도로공사가 자회사를 고집하는 것도 향후 구조조정을 염두에 둔 것이기 때문에..."
 
"쉽게 해고하기 위해 자회사를 만들었습니다. 자회사가 노동자를 통째로 해고해도 도로공사는 자신들과 관계없는 일이라고 발뺌하면 되니까..."
 
"(도로공사가) 대법원에서 (근로자 지위 확인 소송을) 질 걸 예상하고 (도로공사서비스라는 자회사를) 급하게 만들었습니다. 달라진 게 하나 없습니다. 건물도 그대로 일도 그대로. 그냥 사람만 자회사로 빼 간 겁니다. (자회사는) 또 다른 인력 공급 회사일 뿐입니다."

 
 
여성, 비정규직, 장애인 노동자가 겪는 고통스러운 현실의 기록
  
 <우리가 옳다>는 톨게이트 노동자들이 도로공사의 직접고용을 외치며 싸운 7개월 여의 기록이다. 책 중간중간 사진들은 투쟁의 현장감을 더해주고 있다. 책 속 사진은 '충남노동자뉴스 길'의 백승호 기자가 제공했다.
 <우리가 옳다>는 톨게이트 노동자들이 도로공사의 직접고용을 외치며 싸운 7개월 여의 기록이다. 책 중간중간 사진들은 투쟁의 현장감을 더해주고 있다. 책 속 사진은 "충남노동자뉴스 길"의 백승호 기자가 제공했다.
ⓒ 최육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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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는 생전 처음으로 팔뚝질을 하며 투쟁가를 부르고 외쳤던 노동자들의 심정이 곳곳에 고스란히 새겨져 있다. 저자는 "여성, 비정규직, 장애인 노동자가 겪어야 하는 고통스러운 현실"을 기록했다. 백승호 '충남노동자뉴스 길' 기자가 찍은 투쟁 현장의 사진도 함께였다.
 
<우리가 옳다>는 4월 23일 출간됐다. 책이 출간된 이후 톨게이트 노동자들의 상황은 어떻게 변했을까? 지난 5일 저자 이용덕씨에게 전화로 물었다. 
 
"대법원의 직접고용 최종 판결 이후 5월 15일 톨게이트 노동자 1500명은 현장으로 복귀했어요. 원래 수납 업무를 해야 하는 정규직인데 현장조무직 또는 현장지원직이라고 별도의 직군으로 묶여 졸음 쉼터나 휴게소 청소, 고속도로 주변 청소 이런 걸 하고 있고… 또 원거리(영업소)로 전환 배치도 많이 시켰어요. 수납 업무는 자회사로 간 노동자들에게 시키고 있고요.
 
노동자들이 정규직으로 직접 고용이 된 건 좋습니다. 하지만 여성 노동자들한테 어려운 일을 시키는 경우도 있고, 기존 정규직과 비교했을 때 임금 차별도 존재해요. 앞으로 헤쳐 나가야 될 과제가 많이 남아 있는 상태죠."

 
저자는 "복잡하고 처절한 수많은 노동자 투쟁을 뒤돌아볼 때 '승리 속의 패배, 패배 속의 승리'라는 말을 자주 쓴다"고 전제하며 책머리에서 다음과 같이 바람을 적었다. 이 바람은 아직 현재 진행형이다.
 
"톨게이트 노동자들의 투쟁도 전진과 후퇴, 승리와 패배가 부단히 자리바꿈하는 과정이었다. 우리는 투쟁의 의의와 성과만이 아니라 한계와 오류까지 되돌아보려 했다. 실패를 거치지 않고 승리에 도달할 방법은 없다. 중요한 쟁점도 피하지 않았다. 다른 견해는 있을 수밖에 없다. 진지한 토론을 진심으로 바란다."
 

우리가 옳다! - 세상을 뒤흔든 톨게이트 노동자들의 7개월

이용덕 (지은이), 숨쉬는책공장(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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