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TBC <비긴어게인 코리아> 포스터

JTBC <비긴어게인 코리아> 포스터 ⓒ JTBC

 
올해 초까지만 해도 일상처럼 접했던 각종 예능 프로그램의 해외 촬영이 대부분 중단됐다. 오지 탐험 프로그램으로 10년간 사랑받았던 SBS 예능 프로그램 <정글의 법칙>은 지난 6일 방송 이후 기약없는 휴식기에 돌입했다. 가성비 해외여행의 재미를 선사했던 tvN <더 짠내투어>는 국내 여행으로 방향을 바꿔 재정비에 나섰다. 또 올리브TV <현지에서 먹힐까>는 <배달해서 먹힐까>라는 스핀오프 형식 방송으로 돌파구 마련에 나섰다.

​지난 2년 사이 해외 각지를 돌면서 버스킹 무대를 마련했던 JTBC <비긴어게인> 역시 비슷한 선택인 <비긴어게인 코리아>로 새 시즌에 돌입했다. 가수들의 각종 공연 조차 올스톱된 요즘 '관객들을 대상으로 과연 버스킹을 할 수 있을까'라는 물음에 대해 <비긴어게인 코리아>는 색다른 아이디어와 정공법으로 그 해답을 내놓는다. 

따로 또 같이... 거리두기 버스킹​
 
 지난 6일 방영된 '비긴어게인 코리아'의 한 장면

지난 6일 방영된 '비긴어게인 코리아'의 한 장면 ⓒ JTBC


"노래를 혼자하는 것은 사실 의미가 없는 것 같다. 누군가 들어주고 그걸 이해하는 사람들이 함께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하지만 지금 같은 상황에선..."

3년 만에 복귀한 이소라는 사전 인터뷰에서 코로나 시국 속 음악인의 어려움을 이렇게 표현했다.

<비긴어게인 코리아>는 허허벌판에 홀로 자리 잡은 이소라가 명곡 '바람이 분다'를 열창하는 것으로 첫 회의 문을 열었다. 홍보용 포스터에 기재된 문구처럼 제작진은 사람 사이의 간격을 두고 공연을 진행하며, 안전수칙 마련에 최대한의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 이소라, 음악감독 정지찬과 수현(악뮤), 헨리 등 출연진의 첫 만남을 화상 메신저 연결로 꾸민 것 역시 이러한 기획의 연장선상에 놓여 있다.

한국에서의 첫 공연 장소로 인천공항을 선택한 것은 코로나 시대에 진정 위로가 필요한 대상들이 모여 있는 장소라는 점에서 이 프로그램의 기획 의도를 선명하게 드러낸다. '코로나 19' 확산 이전에는 하루종일 출입국자들로 북새통을 이뤘던 이곳은 지금 적막함이 감도는 공간으로 바뀌고 말았다. 반면 철저한 검사를 위해 들이는 노력은 50배 이상으로 늘어났다. 공항 근무자들은 말로 표현하기 힘든 중압감 속에 자신의 업무를 이어나간다. 육체적, 정신적 피로감이 쌓였지만 사명감으로 버티고 있는 그들을 위해 <비긴어게인 코리아>는 인천공항을 찾아 잠깐 동안의 위로에 나섰다.  

​크러쉬의 감미로운 목소리 전달한 '출국'(하림 원곡)을 시작으로 'How Deep Is Your Love'(비지스 원곡), 'Love Never Felt So Good'(마이클 잭슨 원곡) 등의 경쾌한 팝송으로 다소 무거웠던 현장의 분위기를 조금씩 끌어올린다. 이어 들려준 수현+적재의 멋진 듀엣곡 '별 보러 가자', 보사노바 풍으로 재해석한 수현+이소라의 '보랏빛 향기'(강수지 원곡) , 정승환+이소라 조합의 'Falling Slowly'(영화 '원스')등으로 소박하지만 대형 공연장 이상의 감동을 선사한다. 

드라이브 인 버스킹
 
 지난 6일 방영된 '비긴어게인 코리아'의 한 장면

지난 6일 방영된 '비긴어게인 코리아'의 한 장면 ⓒ JTBC

 
두번째 버스킹 장소로 택한 곳은 서울 마포구 상암동에 위치한 문화비축기지였다. 앞서 MBC <놀면 뭐하니?>에서 치킨 요리를 대접했던 이곳 역시 각종 공연 행사가 중단되면서 쓸쓸한 기운이 감돌던 장소 중 하나였다. 모 자동차 업체의 협찬으로 완벽히 소독 처리된 수십 대의 차량을 배치, 사전 신청한 관객들이 좌석에 앉아 감상하는 자동차 극장 방식으로 비대면 공연의 돌파구를 마련한다.

​"얼마 만의 공연이냐. 다 취소됐는데... 가수들 노래하는 거 직접 보는게."

​어느 시민의 말처럼 장기간 공연에 굶주렸던 음악 팬들로선 감격 그 이상의 감흥을 느낄 수 있었다. 헨리의 장기 중 하나인 루프스테이션을 활용한 퍼포먼스 'Youngblood'를 비롯해서 '어떻게 이별까지 사랑하겠어, 널 사랑하는 거지'(악뮤 원곡), 이소라의 '청혼', 크러쉬의 'Beautiful' 등 명곡들의 대향연은 마치 라디오 프로그램 속 DJ와 청취자 사이 감정의 교감 마냥 현장의 음악인들과 관객을 하나로 연결시킨다.  

​참석자들의 각종 사연을 차례로 소개하고 이들을 위해 마련한 적절한 선곡은 시청자들에게도 벅찬 감동을 안겨주며 차분히 공연을 마무리 지었다. 설명이 필요없는 국내 정상 음악인들이 힘을 모아 마련한  버스킹은 비록 안전 조치를 위한 거리두기 속에 이뤄졌지만 그곳이 참석한 모든 사람들의 마음 속 간격 만큼은 하나로 똘똘 뭉쳐졌다. 

좋은 기획 의도... 적절한 출연진 선택
 
 지난 6일 방영된 '비긴어게인 코리아'의 한 장면

지난 6일 방영된 '비긴어게인 코리아'의 한 장면 ⓒ JTBC

 
국내로 무대를 옮기면서 <비긴어게인 코리아>는 앞선 세 시즌이 누릴 수 있던 장점들을 부득히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이전까지만 해도 <비긴어게인>은 음악 예능이면서 동시에 여행 예능이라는 2가지 성격을 적절히 안배해왔기에 귀뿐만 아니라 해외 각국의 아름다운 풍경으로 눈도 즐겁게 만들 수 있었다. 그러나 지금 <비긴어게인 코리아>에선 그런 멋진 배경의 공간은 존재하지 않는다.

​공항, 병원 등 코로나 시대의 현실을 고스란히 반영한 장소에서의 공연은 자칫 분위기를 무겁게 만들 우려감이 있었지만 참가 음악인들의 열정은 당초의 걱정을 기우로 만들었다. 이소라부터 막내 수현까지 세대를 초월한 장인들의 노래는 프로그램 제목처럼 "다시 시작"할 수 있는 용기와 위로를 선사한다.

공연 중심의 단순한 전개였지만 엉뚱한 성격의 헨리, 재기발랄한 수현 등 젊은 출연자들의 입담으로 예능 프로그램 특유의 재미까지 더했다. 특히 바이올린의 장인 헨리는 빼어난 연주 솜씨와 더불어 토종 한국인을 능가하는 말장난 개그로 출연 가수들과 시청자들 사이의 친밀감을 극대화시킨다. 

​많은 사람들이 각종 고난과 시련에 놓인 요즘 시기에 음악의 힘 하나만 믿고 뚝심있게 프로그램을 마련한 제작진의 의도는 일단 성공적이다. 장시간의 합주 연습을 거치면서 최선을 다해 열창해준 가수들의 노력은 몸과 마음 모두 지친 사람들에게 진정한 위로가 무엇인지를 일깨워주면서 다음 방영분에 대한 기대감도 마련해줬다. 좋은 노래는 분명 우리가 생각한 것 이상의 큰 힘을 지니고 있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상화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 https://blog.naver.com/jazzkid 에도 수록되는 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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