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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토록 솔직한 아홉 살 인생>
 유루시아
 인디펍
 2020.4.5.

 
멀리서부터 부르길래 반가워서 부르나 했더니, 친구랑 학교에 오면서 사소하게 다툰 이야기를 이르려고 벼른 만큼 큰 목소리로 불렀던 것일 때도 있습니다. (21쪽)

어른이란 나이라면 누구나 '살아온 나이'가 있습니다. 다섯 살도 일곱 살도 아홉 살도 살았어요. 열세 살도 열다섯 살도 스물네 살이며 서른일곱 살도 살았겠지요. 다만, 먼저 살았기에 더 잘 하지는 않고, 더 잘 알지도 않아요. 그저 먼저 살아 보았을 뿐입니다.

먼저 살아 본 어른이라면 '지나온 나날을 되짚을' 겨를이 있고, '나는 그때 무엇을 했을까 하고 되새길' 틈이 있으며, '그때 그곳을 살아온 하루를 곱씹어 오늘 그 나이를 살아가는 뒷사람한테 새롭게 들려줄 말을 생각할' 짬도 있어요.

대구에서 초등교사로 일하는 어른 한 분이 쓰고 그린 <이토록 솔직한 아홉 살 인생>(유루시아, 인디펍, 2020)을 읽습니다. 이 책은 '아홉 살 어린이'를 교사로 맡아서 돌보는 나날을 보내면서 스스로 남긴 글하고 그림을 묶습니다. 말하자면 교사일기입니다.
 
쉬는 시간은 참 짧습니다. 어린이들끼리 놀이 한 판 하기에도 짧고, 나 역시 숨을 천천히 돌리고 다음 수업 준비를 하고 싶지만 마음을 놓을 수가 없는 시간입니다. (30쪽)

너희 얼굴을 보고는 솔직히 너무 웃겼어. 대피 훈련을 무슨 재미난 에피소드나 소풍쯤으로 여기는 듯한 너희! (54쪽)

오늘은 교사 자리에 섭니다만, 교사가 아닌 아홉 살 어린이였을 분은 그때 어떻게 하루를 맞이하면서 누렸을까요. 오늘 아홉 살을 살아내는 어린이한테 우리 어른은 어떤 이야기를 들려주면서 어떤 앞길을 꿈으로 즐겁게 그리도록 북돋우는 말 한 마디에 눈짓에 생각을 보여줄 만할까요.

교사일기 <이토록 솔직한 아홉 살 인생>은 아홉 살 어린이가 얼마나 티없이 속내를 드러내면서 마음껏 놀고 배우려 하는가를 그립니다. 아이들 곁에 있으면서 '너무 가르치려고 들지 않았는가'를 돌아보고 '좀더 느슨하게 마주해도 즐겁지 않을까'를 생각하며 '아이들이 앞으로 나아갈 길은 한둘도 여럿도 아닌 다 다르'면서 재미나겠다고 헤아립니다.
 
 아홉 살이란 나이에 무엇을 보고 배우며, 어디에서 어떤 하루를 누리면 의젓하고 튼튼하며 아름답게 자랄까 하고 생각해 보면, 무엇보다 숲이 떠오릅니다. 요즈막 돌림앓이가 퍼진 이즈음에는 아이들을 학교로 보내지 말고, 숲이나 들이나 바다로 보내어, 맑은 바람하고 나무하고 흙이 얼마나 대수로운가를 익히도록 이끌어야지 싶습니다.
 아홉 살이란 나이에 무엇을 보고 배우며, 어디에서 어떤 하루를 누리면 의젓하고 튼튼하며 아름답게 자랄까 하고 생각해 보면, 무엇보다 숲이 떠오릅니다. 요즈막 돌림앓이가 퍼진 이즈음에는 아이들을 학교로 보내지 말고, 숲이나 들이나 바다로 보내어, 맑은 바람하고 나무하고 흙이 얼마나 대수로운가를 익히도록 이끌어야지 싶습니다.
ⓒ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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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너무 많이 웃어 줄까 봐, 너무 '허용적인' 교사가 될까 봐 걱정했는데 생각해 보니 오히려 의무감에 휩싸여서, 자주 웃어 주지 못한 것 같습니다. (63쪽)

가만 보면 교사로서 가르치는 길도 다 다를 만해요. 모든 아이가 다르듯 모든 어른이 다른 걸요. 다 다른 어른하고 다 다른 아이가 만나서 늘 다르게 배우고 가르치는 하루가 흐르니, 배움터라는 곳은 참으로 배우며 노래하는 즐거운 이야기밭이 되리라 봅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글쓴이 누리집(blog.naver.com/hbooklove)에도 함께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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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말사전을 새로 쓴다. <사전 짓는 책숲 '숲노래'>를 꾸린다. 《우리말 꾸러미 사전》《우리말 글쓰기 사전》《이오덕 마음 읽기》《우리말 동시 사전》《겹말 꾸러미 사전》《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비슷한말 꾸러미 사전》《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숲에서 살려낸 우리말》《읽는 우리말 사전 1, 2, 3》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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