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이 전날 투수전에 이어 이번에는 화끈한 타격쇼로 승리를 챙겼다.

허삼영 감독이 이끄는 삼성 라이온즈는 3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0 신한은행 SOL KBO리그 LG 트윈스와의 원정경기에서 홈런 2방을 포함해 장단 12안타를 터트리며 12-6으로 승리했다. LG를 상대로 이틀 연속 승리를 거두며 위닝시리즈를 확보한 삼성은 이날 KIA 타이거즈에게 2-11로 패한 롯데 자이언츠를 제치고 단독 6위로 올라섰다(12승14패).

삼성은 좌완 루키 허윤동이 5이닝 8피안타(1피홈런) 3실점을 기록했지만 타선의 도움에 힘입어 시즌 2번째 등판에서도 승리를 챙겼다. 타선에서는 타일러 살라디노가 시즌 4호 홈런을 포함해 2안타 3득점으로 맹활약했고 김상수와 박찬도도 나란히 멀티히트와 함께 3득점을 기록했다. 하지만 이들의 좋은 활약도 프로 데뷔 16년 만에 한 경기 개인 최다 타점 기록(8개)을 세운 이원석의 '원맨쇼'에 가려 크게 빛을 보지 못했다.

최형우-러프의 뒤를 이을 4번타자가 마땅치 않았던 삼성
 
 3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0 프로야구 삼성 라이온즈와 LG 트윈스의 경기. 9회초 무사 만루에서 삼성 이원석이 2타점 적시타를 치고 있다. 2020.6.3

3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0 프로야구 삼성 라이온즈와 LG 트윈스의 경기. 9회초 무사 만루에서 삼성 이원석이 2타점 적시타를 치고 있다. 2020.6.3 ⓒ 연합뉴스

 
지난 2008년부터 2016년까지 삼성을 상징하는 4번타자는 단연 최형우(KIA)였다. 삼성이 2010년대 초반 통합 4연패를 달성하는데 결정적인 기여를 한 최형우는 삼성의 4번타자로 활약한 9년 동안 무려 234홈런 911타점을 기록했다. 연평균 26홈런 101.2타점이라는 소름 끼치도록 꾸준한 성적이었다. 최형우는 2010년대 삼성은 물론 KBO리그에서 가장 꾸준한 해결사였다.

최형우가 2016 시즌이 끝나고 KBO리그에 최초로 FA 100억 원 시대를 열며 KIA로 이적하자 삼성은 외국인 타자로 다린 러프(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를 영입했다. 삼성은 2015년을 끝으로 거포 2루수 야마이코 나바로가 팀을 떠난 후 2016년 일본 프로야구 경력이 풍부한 아롬 발디리스를 영입했다가 크게 낭패를 본 적이 있다. 따라서 한국 무대에서 검증되지 않은 러프에 대한 기대도 반신반의였다.

하지만 러프는 삼성 유니폼을 입고 활약한 3년 동안 타율 .313 86홈런 350타점 267득점이라는 엄청난 활약을 펼치며 삼성의 새로운 4번타자로 맹활약했다. 동시대에 제이미 로맥(SK 와이번스)과 멜 로하스 주니어(kt 위즈) 같은 쟁쟁한 괴물타자들이 없었다면 러프는 KBO리그, 그리고 삼성에서 더욱 높은 평가를 받았을 것이다. 그만큼 타격에서는 어느 하나 나무랄 데 없는 활약을 펼친 외국인 선수가 바로 러프였다.

하지만 러프는 작년 시즌 타율 .292 22홈런 101타점으로 주춤(?)했고 삼성에서는 30대 중반을 향해가고 있는 러프와의 재계약을 과감하게 포기했다. 문제는 러프 대신 영입한 외국인 선수가 새로운 4번타자 후보가 아닌 내야 유틸리티 플레이어 살라디노였다는 점이다. 그렇게 삼성에 새로 부임한 허삼영 감독에게는 올 시즌을 앞두고 국내 선수 중에서 새로운 4번타자를 찾아야 하는 쉽지 않은 미션이 주어졌다.

하지만 삼성에는 4번타자 후보가 마땅치 않았다. 간판스타 구자욱은 호타준족형 타자로 4번보다는 2, 3번 타순에 더 잘 어울리고 팀 내 최고연봉(12억5000만 원)을 받는 강민호에겐 롯데 자이언츠 시절의 폭발력을 기대하는 것도 무리였다. 그렇다고 작년 시즌 타율 .215 6홈런 25타점으로 슬럼프를 겪었던 김동엽에게 4번타자라는 큰 부담을 줄 수도 없었다. 그러던 중 허삼영 감독이 떠올린 이름이 바로 이원석이었다.

하루에 8타점 폭발한 이원석, 국내 선수 타점 1위에 오르다

롯데에서 4년, 두산 베어스에서 8년 동안 활약하다가 2017 시즌을 앞두고 삼성으로 이적한 이원석은 내야 전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는 유틸리티 플레이어다. 하지만 이원석은 프로 데뷔 후 12년 동안 두 자리 수 홈런을 기록한 시즌이 단 한 번(2013년) 밖에 없을 정도로 많은 홈런을 치는 타자는 아니다. 실제로 이원석은 롯데 시절과 두산 시절은 물론이고 삼성 이적 후에도 4번 타순에서 활약한 적이 거의 없다.

하지만 이원석은 삼성 이적 후 타자친화적인 대구삼성 라이온즈파크의 특징을 십분 활용하기 위해 스윙이 한층 커졌고 이에 따라 홈런도 증가하기 시작했다. 실제로 프로 입단 후 12년 동안 53개의 홈런을 때리는데 그쳤던 이원석은 삼성 유니폼을 입고 3년 동안 57개의 홈런을 추가하며 장타력을 갖춘 3루수로 이름을 날렸다. 그리고 작년까지 주로 5,6번으로 활약하던 이원석은 올 시즌 1루수와 4번타자로 출전하는 경기가 잦아지고 있다.

이원석은 지난 2일까지 16경기에서 4번타자로 출전했다. 하지만 이원석은 2일까지 타율 .216 3홈런 17타점으로 중심타자로서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살라디노의 타격감이 살아나며 팀도 상승세를 타고 있었기 때문에 이원석의 부진은 삼성에게 큰 아쉬움으로 남을 수 밖에 없었다. 그렇게 FA계약 마지막 해에 실망스런 시즌을 보내던 이원석은 3일 LG전을 통해 그 동안의 아쉬움을 한 번에 날려 버렸다.

2회 첫 타석에서 중견수 플라이로 물러난 이원석은 4회 두 번째 타석에서 주자 3명을 모두 홈으로 불러 들이는 역전 3타점 2루타를 작렬했다. 그리고 5회에는 LG선발 케이시 켈리를 완전히 무너 트리는 3점 홈런을 터트렸다. 이원석은 9회 마지막 타석에서도 2타점 적시타를 추가하며 데뷔 후 개인 최다인 8타점 경기를 완성했다. 이원석은 시즌 25타점으로 단숨에 타점 부문 4위(국내선수 1위)로 뛰어 올랐다.

이원석은 삼성으로 이적하기 전까지 풀타임 주전으로 활약한 시즌이 많지 않았지만 어느덧 한국 나이로 35세의 노장 선수가 됐다. 실제로 삼성의 야수 중에서 이원석보다 나이가 많은 선수는 포수 강민호(1985년생) 뿐이다. 하지만 이원석은 여전히 팀 내에서 두 번째로 많은 홈런과 가장 많은 타점을 기록하고 있는 삼성의 간판타자다. 3일 '인생경기'를 펼친 이원석이 2020 시즌 삼성의 새로운 4번타자로 자리 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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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리그 삼성 라이온즈 이원석 개인 최다 타점 4번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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