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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일 시인의 학교詩끌'은 학교가 폭력으로 시끌시끌하다는 뜻, 시(詩)로 학교를 끌어당기거나 끌어준다는 뜻, 결국에는 좋은 의미에서 학교가 시끌시끌했으면 좋겠다는 의미입니다. 이 글이 학교폭력 예방 문화를 만들어 나아가려는 모든 분께 진심으로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이번 호에서는 시국적으로 의미가 있다고 생각되어, 코로나19에 대응하는 학교 현장의 이야기를 실었습니다.[편집자말]
최근에 한 중학교 운영위원회에서 운영위원의 자격으로 긴급회의를 했었다. 학생들의 등교를 하루 앞둔 시점에서 학교가 준비한 여러 가지 안건들을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학교를 직접 방문해보니, 학생 간 2미터 거리를 유지하기 위한 스티커와 청테이프가 바닥과 계단에 정성스럽게 붙어 있었다. 선생님들의 노고가 크다는 생각이 들었다.

학생 간 거리두기가 앞으로 얼마나 잘 지켜질지 의문이 들었으나, 선생님들이 노력한 만큼 학교 방역에 좋은 영향을 줄 거라는 믿음이 생겼다. 회의가 시작되자 쏟아지는 학부모 위원님들의 질문에 차분하게 대답해주시는 학교방역담당 선생님의 모습에서 그간 머리털 빠지는 스트레스의 시간이 있었음을 체감할 수 있었다.
 
 오랜만에 학교에 등교하는 어색한 학생들을 위하여 선생님들이 따듯한 인사말을 건네는 것 같았다.
 오랜만에 학교에 등교하는 어색한 학생들을 위하여 선생님들이 따듯한 인사말을 건네는 것 같았다.
ⓒ 김승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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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크를 가지고 오지 않은 학생들은 어떻게 하나요?'

가령 이런 질문이 나오면, 선생님은 "학교에서 다 지급할 수는 없고, 비상시를 위해 일정량 마스크를 보유하고 있어야 하므로, 1개를 수령한 학생에게 1개를 가지고 오라고 할 것입니다"라고 대답해주셨다.

'학생들이 마스크를 위생적으로 가져올 수 있을까요?'라는 물음에, 선생님은 "마스크를 주워올 수도 있어요. 그런데 아이들의 자유로운 상상력까지 어찌할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그러나 최선을 다해서 지도할 것입니다"라고 말씀해주셨다. 코로나19로 인하여 통제 불가능한 것들이 더 가중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회의 중에 학교에서 거리두기를 철저히 하면 뭐하나 하는 회의감이 들기도 했다. 다수의 학생이 친구관계를 위해 방과 후엔 피시방에 가지 않을 수 없다고 말하는 것을 TV 인터뷰를 통해서 들은 바 있었다. "저희도 가지 말라는 소리는 듣죠. 그런데, 이게 친구들끼리 움직이다 보니 안 갈 수가 없어요." 틀린 이야기가 아니다.

어른들도 놀고 싶은 욕구를 못 이기고 클럽에 가는데, 학생들에게만 피시방 같은 데 가지 말라고 윽박지를 수도 없는 일 아닌가. 지금 전국의 학교 근처 피시방에서는 학생들이 다닥다닥 붙어 앉아 신나게 이야기하며 게임을 하는 모습이 비일비재할 것이다. 선생님들도 비슷한 이야기를 하셨다.

"거리두기는 교문에서 교실 출입문까지일 것 같습니다. 그 뒤부터는 과연 지켜질까요?"

정말 웃을 수도, 울 수도 없는 이야기다.

걱정이 많은 학부모 위원들은 질문이 많았다. "저희 아이는 기초체온이 높은데 어떻게 하나요? 체온 검사를 할 때 통과를 할 수 있을까요?", "저희 아이는 마스크를 쓰고 농구를 세 시간 동안이나 하는데 괜찮을까요?", "그 수많은 학생이 제시간에 체온 검사를 마치고 교실로 들어갈 수 있을까요?", "평소대로 학용품을 서로 빌려 쓰는 것은 어떻게 하나요?", "빌려 쓰지 못 하도록 교실마다 선생님들이 통제해야 할까요?" 등과 같은 질문의 포화 속에 서서 한 선생님은 묵묵하게 말씀하셨다.

"저희는 교육 전문가이지 방역 전문가는 아닙니다. 그러나 최선을 다해서 학생들이 안전하게 공부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입니다."

맞는 말이었다. 선생님들은 교육 전문가인데, 선생님들을 마치 방역 전문가인 것처럼 대하는 것은 문제가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예를 들어, 체육 선생님은 수업이 끝난 후 셔틀콕을 하나하나 닦아야 하는 것은 아닌가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다고 말씀하셨다. 코로나로 인한 학교 내부의 고민이 깊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곳곳에서 묻어나는 선생님들의 노력
 
 학교식당 전경을 보면서 여러 감정이 느껴졌다. 밥을 먹으면서 느끼게 될 학생들의 답답함. 선생님과 직원분들이 식당 방역을 위해 얼마나 노력하셨을까 하는 고마움. 그리고 앞으로 별 문제가 없어야 할 텐데 하는 크고 작은 걱정들.
 학교식당 전경을 보면서 여러 감정이 느껴졌다. 밥을 먹으면서 느끼게 될 학생들의 답답함. 선생님과 직원분들이 식당 방역을 위해 얼마나 노력하셨을까 하는 고마움. 그리고 앞으로 별 문제가 없어야 할 텐데 하는 크고 작은 걱정들.
ⓒ 김승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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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의가 끝나고 학생식당에 들러 코로나19에 대비한 식당 이용이 어떻게 준비되고 있는가를 살펴보았다. 우선 학생들이 식사할 때 서로에게 비말이 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가림막이 테이블마다 설치되어 있었다. 밥을 먹으면서 친구들끼리 대화조차 할 수 없는 이런 시국이 참으로 안타깝게 느껴졌다. 말 그대로 벽을 보고 혼자서 밥을 먹어야 하는 답답한 상황을 앞둔 학생들을 위해 선생님들은 또 하나의 노력을 하셨는데, 식사 자리 정면에 청소년권장도서 소개 글을 하나하나 붙여놓으신 것이다. '아, 진짜 노력 많이 하셨다'는 생각이 들었다.

코로나19 집단 감염사례로 인하여 계획된 것들이 수포로 돌아가는 일이 비일비재한 나날이 계속되다 보니, 나 또한 마음이 너무 아프고 헛헛한 생각이 자꾸 뒤따르는 것을 막을 길이 없다. 이태원에 이어서 계속 터져 나오는 연쇄적인 감염의 행로들. 교회, 학교, 학원, 콜센터, 쿠팡과 마켓컬리 택배사의 직원들 감염들까지 너무나 마음이 아프다.

요즘 택배사에서 일하시는 분 중에는 학교에서 프리랜서 강사로 활동하다가 강의 자리가 없어서 경제적으로 타격을 받으신 분들도 있다고 한다. 강연과 강의 그리고 많은 문화 행사들이 장기적으로 끊겨서 수입원이 없어지는 절박한 상황에서도 프리랜서들은 택배 업무를 하면서 이번 위기를 잘 넘어갈 수 있기를 기원하고 있지 않았겠는가. 그런데 이젠 그마저도 끊기는 것이 아닌가 걱정이 된다.

사실 나도 올해 초부터 코로나로 인하여 학생들을 만나지 못하고 있다. 학생들 만나고 싶은 마음이 커지다 보니, 최근에는 고3 학생들이 등교하는 모습을 보고 자연스럽게 감동이 밀려왔다. 마음속으로 물개박수를 쳤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학생들 등교가 여전히 걱정된다는 목소리가 많다. 다시금 집단감염이 일어날 수 있기에, 아직 등교하기는 이르다고 염려하는 학부모님들이 많은 것으로 안다.

시국이 여러모로 예민하다 보니 불특정 다수의 목소리들에 의해 교육부나 학교가 무작정 비판받는 일들이 생기는 것도 걱정이다. 정말 잘해보려고 노력하는 사람들이 칭찬받기는커녕 욕을 듣지 않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발을 동동 구르는 시간을 지나서 도저히 못 참겠다는 심리로 이어지다가 어느 순간 사람들이 다 같이 지쳐버리는 상태가 되지 않았으면 좋겠다. 올가을에 있을지 모르는 2차 감염확산에 의료진들도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겠지만, 그들도 사람인지라 끝나지 않는 이 싸움에 지쳐가는 것을 모른 척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수많은 의료진의 노고에 힘입어 사회가 안정되었고, 학교 구성원들의 방역에 대한 노력이 더해져 이번 등교 개학이 이루어진 것이라고 본다. 그런 노력이 있었기에 나에게도 기쁜 소식이 전해졌다. 기다리고 기다리던 강의 일정이 잡힌 것이다. 7월 7일과 9일에 서울에 있는 한 중학교에서 정말 오랜만에 학생 대면 시 창작 강의를 하게 될 것 같다. 그날 꼭 강의하게 될 것이라고 확신하고 싶지만, 한편으로는 자신이 없다. 언제든 어디서든 집단감염이 발생해서 등교가 취소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런 와중에 백신이나 치료제 개발이 수년 내에는 어려울 수도 있다는 안타까운 소식이 들리기도 한다. 치사율이 높은 '메르스'와 전염력이 높은 '코로나'가 합쳐져 '메로나'로 불리는 괴물 바이러스가 지구상 어딘가에 나타날 것이라는 근거 없는 소문도 무성하다. 앞으로는 치명적인 바이러스들과 함께 살아가야 하는 시대가 올 거라고 무작정 겁을 주는 사람들도 있다. 괴물 바이러스가 혹시 나오면 어떡하느냐는 걱정스러운 물음에, 메로나 아이스스크림을 먹으면 예방이 된다는 식의 유머도 귀에 들어오지 않고, 오히려 이런 시국에 그런 농담을 할 수 있는 사람이 야속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유머를 잃지 않는 여유와 사람들의 선의를 곡해하지 않는 마음의 깊이가 필요한 시절이다. 나는 시를 쓰고, 시를 가르치고, 시를 낭독하는 사람인데, 어떻게 하면 이런 어지러운 시국 속에서 학교 구성원들에게 잠깐이나마 진짜 위로를 줄 수 있을까 고민해본다. 좋은 시를 쓰고 싶고, 더불어 마음 따듯해지는 시 이야기를 학생들에게 들려주고 싶다. 새로 시작한 학교운영위원으로서의 업무도 최대한 잘 해내고 싶다. 학교를 위해 일하는 분들에게 작게나마 도움을 드리고 싶은 마음뿐이다.  

평범한 날들이 그립다
 
 올해부터 중학교 운영위원회에서 운영위원으로 일하고 있다. 학교구성원들에게 다가가고 싶은 마음과, 학교와 관련된 일에 더 관심을 가지고 싶은 마음이 합쳐진 결과였다. 학교폭력을 예방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지 계속적으로 고민하는 가운데 있다 보니 학교운영위원까지 도전하게 되었다.
 올해부터 중학교 운영위원회에서 운영위원으로 일하고 있다. 학교구성원들에게 다가가고 싶은 마음과, 학교와 관련된 일에 더 관심을 가지고 싶은 마음이 합쳐진 결과였다. 학교폭력을 예방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지 계속적으로 고민하는 가운데 있다 보니 학교운영위원까지 도전하게 되었다.
ⓒ 김승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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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저앉아서 볼 수 없는 것들이 있으니까
오로라처럼 유채꽃밭처럼
이 행성의 겨울을 우리는 어루만진다

김승일 시인, '초속 97킬로미터' 일부 ( <프로메테우스>, 파란, 2016)
  
어그러진 학사 일정으로 인해서 마음이 복잡해진 학생들의 마음을, 그리고 선생님과 학부모님들의 마음을 어떻게 하면 어루만져줄 수 있을까. 마음 편히 공부해야 할 학교에서, 감염에 대한 걱정과 공포로 노심초사하는 이 시간을 어떻게 위로할 수 있을까. 너무나 당연하게 생각했던, 우리의 일상들이 무너지고 있다. 그런 일상들이 우리의 마음을 정말로 편치 않게 한다는 사실 앞에서, 그리고 다시는 과거의 편안했던 일상으로 돌아갈 수 없다는 그리움 때문에, 언젠가는 우리 모두 주르륵 눈물을 흘리며 하루하루 망연하게 서 있게 되지는 않을까.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참으로 작고, 그 한계가 자꾸 느껴지는 시절이다. 그러나 포기하지 않고 계속 노력하는 사람들이 있다. 지금 이 시간에도 전국 각지에서 자기 몸을 돌보지 않고 코로나19와 싸우는 고마운 분들이 있다. 전국의 학교에는 교육에 방역까지 신경 쓰는 고마운 선생님들이 있다. 나 또한 멈추지 않고 의미 있는 일들에 매진하고 싶다. 자꾸 반복되는 사회적, 생활적 거리두기 안에서 한계를 느낄지라도 말이다. 무엇보다 내가 가르치던 학생들이 보고 싶다. 시와 문학을 통해서 교실마다 즐겁게 이야기 나누었던 평범한 그 날, 그날들이 너무나도 그립다.

프로메테우스

김승일 (지은이), 파란(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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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력이 없는 학교를 소망합니다. 제 첫 시집 『프로메테우스』를 학교에서 낭독합니다. 학교폭력을 예방하고, 피해학생들을 치유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강의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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